[EU 깃발을 함께 들고 있는 회원국 사람들 ⓒ EU]
유럽의 ESG는 실체적 이익을 위한 필수 사항
유럽은 왜 그렇게 ESG에 진심일까?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 이후 유럽은 심각한 환경 문제를 경험하며 지속가능한 발전의 중요성을 상대적으로 빠르게 인식하게 되었다. 때문에 유럽의 초기 환경 정책은 단순한 이상의 실현이 아닌 실체적 이익을 위한 필수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 유럽은 환경을 법적 차원의 보호 대상으로 정했다. 이를 바탕으로 환경에 위협이 되는 행위는 효과적 환경보호를 위해 ‘더욱 억제력 있는’ 처벌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EU 회원국 사이에서 정립됐다.
ESG를 실천하는 기업이 경영과 재무적으로 성공한다는 인식이 확산돼 친환경 기업에 대한 투자가 활발한 것도 이러한 배경과 궤를 같이 한다. 자연스럽게 유럽의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구분 없이 ESG를 챙길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환경 보호, 사회구조적 문제 해결이 실질적 이익이라고 판단한 유럽은 국제관계 측면으로도 이를 전제하고,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 '0'(Zero)배출국이 되자는 '유럽 그린딜(European Green Deal)'을 추진 중이기도 하다.
트럼프의 ESG 규제 철폐에 의견 엇갈리는 EU
EU는 트럼프 재취임 전부터 무역 갈등 가능성을 예상했다. 이제 EU는 어려운 선택에 직면했다. 미국의 정책 변화를 이유로 기존의 ESG 정책을 폐기하는 것 까지는 아니지만 EU 국가들의 산업 경쟁력을 위해 기업 규제를 풀거나, 규제적용 시기 연기를 고려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EU 국가들은 '기업 지속가능성보고 지침(CSRD)'을 완화하는 것에 대해 서로 다른 의견을 내고 있다.
CSRD는 기업이 공급망에서 인권과 환경 문제를 점검하는 실사 의무법을 규정하고 있다. 스페인은 EU에 이 의무를 완화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 스페인 환경부 장관 '사라 아게센(Sara Aagesen)'은 서면을 통해 “국경을 넘어 유럽 연합의 가치와 우선순위를 지지하며, 리더십의 모범을 보여주자”고 주장하고 있다. 이탈리아 또한 기존 규정에 따라 올해 CSRD를 보고하게 되는 수만 개의 기업이 있다고 밝히며 CSRD를 지연하지 말 것을 EU에 촉구했다. 반면 독일과 프랑스는 CSRD를 2년 연기하자고 EU에 요구하고 있다.
[탄소중립을 위해 태양광 에너지를 사용 중인 폭스바겐 공장 ⓒVolkswagen]
재생에너지, 전기차로 ESG 강화하는 독일
독일은 기존에 CSRD 이행을 적극 추진해 왔다. 그래서 현행 대로라면 2025년부터 독일 기준 직원 250명 이상 대기업은 지속 가능성 보고를 시작해야 한다. 하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 정책의 여파로 독일 내 미국 자회사들이 유럽의 환경기준에 저항해 산업계에 혼란을 미칠 위험이 있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런 위험성이 있는 와중에도 독일 자동차 제조 회사 '폭스바겐(Volkswagen)'은 이미 에너지 효율화 기술을 도입해 올해 1월 1일부로 완전한 탄소 중립을 달성했다. 연간 34만 대의 자동차를 생산하는 폭스바겐 잉골슈타트 공장은 태양광 모듈 사용으로 재생에너지 인프라를 구축했다. 폭스바겐은 앞으로 친환경을 위해 전기차 생산 비중을 높이고 배터리 재활용 공장 설립 계획을 밝혔다. 이는 전적으로 탄소 배출을 줄이려는 기존 독일의 ESG 전략을 따른 결과다. 미국의 영향으로 독일 정부와 독일 내 기업들의 ESG전략 계획이 2025년 큰 변화가 맞을지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미래를 위한 로레알’ 캠페인 영상 ⓒL’Oréal ]
CSRD를 선도하는 프랑스
프랑스는 기후 문제 뿐 아니라 사회의 지속가능성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국가다. 프랑스는 EU 국가 중에서도 가장 먼저 CSRD를 국내법으로 전환했다. 이미 2024년부터 프랑스 대기업들은 탄소배출 공급망 보고 등 CSDR 관련 보고를 시작하기도 했다. 한편, 산업활동이 친환경적인지 아닌지를 분류한 기준인 EU 택소노미 및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등의 사항들도 모두 묶어 지칭하는 'EU 옴니버스 단순화 패키지(Omnibus Simplification Package)'도입을 추진하여 기업의 환경규제를 간소화 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의견을 낸 기업들도 프랑스 기업들이다.
뷰티 분야에서 전 세계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프랑스 기업 '로레알(L’Oréal) 그룹'은 EU에 서신을 보내 ESG 기준을 계속 유지해야 할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강조하기도 했다. 로레알은 2030년까지 100% 재활용 자원을 제품 패키지에 사용할 계획이다. 또한 취약계층, 여성들을 위한 채용도 더욱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프랑스는 지금까지 EU 내 기후 행동을 주도해 왔다. 따라서 트럼프의 반 ESG 정책에도 균형 있는 환경, 사회, 거버넌스를 향한 노력을 기울이며 계속해서 앞 선 행보를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독자적 ESG 규제 시행하는 영국
유럽연합을 탈퇴한 영국은 EU와는 별개로 독자적인 ESG 규제를 마련해서 2050 탄소 중립 목표를 유지 중이다. 영국의 에너지 회사 BP는 2025년까지 재생에너지 투자를 연간 50억 달러로 늘리고 석유 가스 탐사 비중을 줄이는 '넷제로(Net Zero) 전략'을 추진 중이다. 금융 중심지로서 영국은 올해 '기후 관련 재무정보공개 태스크포스(TCFD)'를 모든 상장 기업에 의무화하면서 '녹색 분류체계(Green Taxonomy)'를 도입해 ESG 투자를 명확히 규정할 계획도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정책과 대비되는 환경에서 영국이 향후 어떤 선택을 할지는 조금 더 지켜볼 일이다.
유럽에 도전 과제가 된 2025년 ESG
EU 소재 Espée & Lancée의 홍승표 EU 외국변호사는 “트럼프 2.0 시대에 미국의 현실주의 국제정치와 유럽의 ESG 정책 간 갈등이 심화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유럽의 ESG 정책은 현실주의적 이해관계에 기반하며, 경제성장률과 같은 지표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유럽은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경제적 압박, 유럽 내 최첨단 기술 부재로 인한 패배주의적 인식이 짙어져 그린뉴딜 규제를 '간소화'한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구조조정' 수준으로 추진하고 있다고도 설명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유럽 국가들 역시 ESG에 대한 도전 과제에 직면했다. 무역 갈등, 글로벌 투자전략 변동이 이미 시작된 가운데 수출 의존도가 높은 네덜란드, 독일 등의 국가는 새로운 활로를 찾아야 할 상황이다. 경제적 환경의 변화는 더 나은 삶과 지속가능성을 위하던 ESG 정책 동향 변화를 추동할 수 밖에 없다. 미국과 유럽의 변화된 ESG 흐름이 한국 경제와 무역에는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다음 편에서 계속 이어진다.
> ESG.ONL의 세 줄 요약💡
//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반(反) ESG' 움직임에 유럽은 미국과의 무역, 글로벌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상황에 직면했다.
//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국가들은 ESG 관련 기업 규제 완화 및 시행 연장을 고려하고 있지만,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기존 ESG 정책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유럽 내 입장이 나뉘기도 한다. 영국은 EU와 별도로 독자적 ESG 규제를 운용 중이다.
// 우크라이나 전쟁 등 유럽 내 국가들이 겪는 경제적 압박, 최첨단 기술 부재 등 ESG 행보가 약화되기 쉬운 환경에서 유럽이 어떤 선택을 할지 아직은 유동적인 상황으로 지켜봐야 한다.
by Editor 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