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교정이 개강한 학생들로 붐비던 3월이 지나 어느덧 벚꽃 피고지는 4월이 왔다. 새로운 시작의 계절, ESG오늘은 서울대학교의 유일한 ESG 전문학회인 '서울대학교 지속가능경영학회(Society for Sustainable Business Management, 이하 SSBM)' 학회원들을 만나 이들의 활동과 기업 ESG에 대해 공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CSR에서 출발해 ESG 전문학회로SSBM은 2006년 창립 이후 대학생의 시각으로 기업활동을 분석하며 ESG 경영의 현주소를 짚어왔다. SSBM의 뿌리는 'SNU CSR'이라는 이름의 기업 사회공헌 연구 학회다. 2020년대에 들어 ESG가 경영 전반의 화두로 떠오르며 CSR과 ESG를 함께 아우르는 방향으로 연구 범위가 넓어지고, 지금의 SSBM으로 이름이 변경됐다. 약 20여 명의 SSBM 학회원들은 매 학기 12회에 이르는 세션을 진행하며 ESG를 연구한다. SSBM에서 진행하는 세션은 크게 4단계로 구분된다. 첫 번째는 'ISSB 공시 세션'이다. 최근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nternational Sustainability Standards Board, 이하 ISSB) 기준에 맞춰 ESG 공시가 법정화되는 추세를 반영해 공시 세션에서 ISSB 공시 기준 스터디를 2주동안 진행한다. SSBM은 삼정KPMG, KB금융지주, CJ제일제당 등 굵직한 기업들과 산학협력을 이어오며 학계와 업계를 잇는 독특한 포지션을 구축해왔다. 학회의 모든 세션은 최종 단계인 산학협력, 즉 실증경험을 염두하고 진행되므로 두 번째 세션인 'ESG 경영전략 스터디'에서는 기존 기수와 현 기수 학회원들이 함께 산업군별 경영 전략에 관한 ESG 문제를 만들어 문제 풀이를 진행한다.세 번째 세션에서는 산업군 별 핵심 기업을 선정해 '기업 ESG 분석 보고서를 작성'한다. 보고서에는 주로 최근 주목할 만한 이슈가 있던 기업의 주요 ESG 이슈에 대한 평가를 담고, 기업의 지속가능경영 정책을 중심으로 심층적인 분석을 진행한다. 세션의 마지막 단계는 '산학협력'이다. 그간 연구한 내용을 실증적으로 풀어볼 수 있는 기회인 산학협력을 마치면 한 학기가 마무리된다. 학회 활동에는 이러한 주요 세션 외에도 '외부 연사 초청 강연'이 있다. 기업 현직자를 초청해 ESG 실무에 관한 강연을 듣고 질의응답을 나누는 자리로 지난 학기에는 HD현대오일뱅크, ERM 등의 기업의 ESG 전문가들이 강연했다. [외부 연사 초청강연 모습(ERM Korea 신언빈 파트너) © SSBM]ESG를 현장에서 경험하다 : 산학협력이 남긴 것대학생 학회원들에게 기업 실무자와 협업하는 산학협력은 남다른 의미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CJ 제일제당 산학협력에 참여했던 문한빛 학회장은 "학회 구성원이 되기 전에는 산학협력 프로젝트를 막연히 인턴 업무 체험같은 일로 예상했다. 하지만 실제로 겪어보니 기업 담당자분들이 저희에게 요구하는 건 학생들의 시선이었다"며 학생 입장에서의 접근과 기업 입장에서의 접근차가 있었음을 고백했다. 삼정 KPMG 산학협력에 참여한 임재영 부학회장도 "보통 ESG 전략이라면 기업이 산업군 내에서 선도적인 위치에 오르는 것을 목적으로 할 거라 여기기 쉽지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배웠다"고 했다. ESG 컨설팅을 추진하는 기업 중에는 ESG로 업계를 선도하기 보다 ESG 규제를 준수하는 수준, 또는 이사회에 ESG 규제준수를 설명하기 위한 방법으로 ESG에 접근하는 기업도 있다는 점은 학생들로서는 새로운 발견이었다. 소풍벤처스 산학협력에 참여한 문나영 학회원은 "평소 직접 확인하기 어려운 스타트업의 생태계와 벤처캐피탈의 투자 관점, ESG 접근 방식을 경험할 수 있어 신선했다"고 말했다. 문한빛 학회장은 산학협력은 경험뿐만 아니라 기업경영, ESG 경영 측면에서 연구방향을 설정하는 과정에 도움을 얻은 시간이라고 정리했다.[산학협력에 대해 이야기하는 문한빛 학회장 © ESG.ONL]ESG의 현황을 담다: 학회지 <서스테이너빌리티 리뷰>SSBM은 이렇게 스터디세션을 통해 학습한 내용을 회지로 발표하기도 한다. SSBM 학회원들은 학회지 서스테이너빌리티 리뷰(Sustainability Review, 이하 SR)를 정기적으로 발행하고 있다. COP30, RE100처럼 ESG와 밀접한 주제를 학회원들이 직접 글로 쓰고 편집한다. SR에서는 주로 상법 개정안이나 AI 도입에 따른 노동 이슈 변화처럼 최근 사회적인 관심을 모은 이슈나 학생 개인이 홀로 공부하기 어려운 주제를 다룬다. 예를 들어 최근 SR에 유럽 지속가능성공시기준(European Sustainability Reporting Standards, 이하 ESRS)에 대한 글을 실은 임재영 부학회장은 "보통 공시기준 스터디는 ISSB를 연구하지만, 유럽에서는 ESRS가 도입되는 상황 속에 아직 국내 기업 중 ESRS를 적용하는 기업이 없어 학회원들과 함께 공부하기 어려운 주제였다. 그래서 SR 글 주제로 다루게 되었다"며, 이 외에도 학회원들의 다양한 전공 수업에서 다룬 주제를 발전시켜서 SR에 기고하기도 한다고 편집방향을 밝혔다.[SSBM 학회 단체 사진 © SSBM]이론을 넘어, 시야를 넓히다문한빛 학회장은 "학교 수업에서는 실무가 아닌 이론 위주로 배우다 보니, 배우는 지식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SSBM에서의 활동은 이론과 실무에 대한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학회 활동의 이유를 말했다. 학회원 대다수가 컨설팅 업계를 비롯해 산학협력한 기업에 관심이 많고, 산학협력 이후 해당 기업으로 진로를 확장하는 식으로 진로를 구체화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은 앞으로 기업들의 ESG 실무를 만들고, 이끌어 갈 인재로 성장해 갈 것이다. 임재영 부학회장은 "ESG를 기업 현장에서 실현하려면 결국 재무적 성과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지금은 금융 지식을 쌓고 있다"며 학회 활동이 진로와 시야를 함께 넓혀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에서 ESG는 아직 기업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지표로서 인식되는 상황이라고 자신하기는 어렵다. 앞으로의 기업경영에서 ESG가 재무적 지표만큼 중요하게 여겨지는 날을 앞당기고 싶다는 SSBM 학회원들의 바람은 거창한 구호가 아닌 산학협력 현장에서 익힌 실무 감각과 꼼꼼히 채워온 지식 위에 서 있다. 이들이 지금 준비하는 한 걸음 한 걸음이 쌓여 ESG가 기업 현장에서 진짜 언어가 되는 날 우리의 기업환경은 어떻게 바뀔까? 그 변화의 첫 페이지를 오늘의 대학생들이 쓰고 있다.by Editor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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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서울대학교 지속가능경영학회
대학생들이 ESG를 공부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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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와 의료폐기물]
의료폐기물, 줄일 수 있는 걸까
전 세계 보건 의료부문이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양은 순 배출량의 약 4.4%를 차지한다. 이 배출량 중 5% 가량을 차지하는 ‘의료폐기물’이란 보건의료기관과 동물병원 등에서 배출하는 폐기물 중 감염 우려가 있는 폐기물을 의미한다. 이는 적은 비율로 보일 수 있겠지만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감기에 걸려 병원에 방문했다고 가정해 보자. 진료가 끝난 뒤, 일회용품 쓰레기는 얼마나 나왔을까? 마스크, 주사와 주삿바늘, 주사액이 담긴 병, 멸균 소독된 의료기기를 담았던 봉지, 알코올 솜까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양만 해도 적지 않다. 병원의 보이지 않는 공간에서도 무수히 많은 의료폐기물이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소각과 멸균 분쇄를 통한 의료폐기물 처리한국의 의료폐기물 규정은 다른 국가와 비교했을 때 다소 엄격한 편이다. 2022년 국내 의료폐기물 발생량은 약 23만 톤이며 그중 97.5%가 소각 처리되었다. 현재 의료폐기물 소각장은 전국에 13곳이 있다. 적지는 않지만 의료기관이 가장 많은 서울이나 제주 등지에는 소각장이 없어서 의료폐기물을 장거리 운송하는 데에도 상당한 탄소와 감염 위험이 발생하고 있다. 주민 반대로 인해 신규 소각장 건립도 어려운 상황이다. 2024년 기준 의료폐기물 발생량이 19만 톤으로 이전 대비 감축하면서 소각장 가동에도 여유가 생겼다는 의견도 있다. 다만 10년 전 발생량과 비교했을 때는 그 양이 23% 증가한 상황으로 여전히 의료폐기물 감축과 친환경적인 처리는 고민이 필요한 문제다. [지난 10년간 우리나라의 의료폐기물 발생 현황 © 한국환경공단]소각 외에 처리 방법은 고온 고압으로 의료폐기물을 멸균한 뒤 분쇄해 일반 폐기물로 배출하는 것이다. 이 방법으로 소각에 비해 70% 정도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다. 해외에서는 이렇게 고압 멸균이나 화학적 방식으로 의료폐기물을 처리하는 방식이 흔하다. 한국에서는 대형병원 네 곳에서만 사용되던 방식이지만 최근 멸균 분쇄 시설이 중소병원까지 설치 가능하게끔 조정되면서 다양한 국내 연구진과 기업의 기술개발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분리배출, 의료폐기물 감축의 첫걸음의료폐기물 감축을 위해 모두가 강조하는 것은 바로 올바른 분리배출이다. WHO 역시 병원 폐기물량 중 약 85%는 유해하지 않은 폐기물이라고 밝히며 분리배출을 강조한 바 있다. 2019년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분리배출을 통해 의료폐기물을 약 20%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국내 병원들은 의료폐기물 감축을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대표적으로는 삼성서울병원 사례가 있다. 2025 삼성서울병원 ESG 보고서에 따르면 무려 의료폐기물 791톤을 감축했다. 병원 관계자가 한 포럼에서 밝힌 내용과 ESG 보고서를 종합하면, 먼저 간호사들이 업무를 처리하는 간호 스테이션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의료용품 포장지를 일반폐기물로 분리 하도록 했다.아울러 병상마다 비치된 의료폐기물 수거함에 일반쓰레기가 7~80% 섞여 있는 것을 확인해 일반쓰레기통과 의료폐기물 수거함의 위치를 변경했다. 이렇게 간단한 방식으로 단기간에 병원에서 발생하는 의료폐기물의 양을 줄였다. 이밖에도 삼성서울병원은 현재 관행적으로 의료폐기물 처리되는 수술실 발생 폐기물들 중 재활용 가능한 의료폐기물이나 일반폐기물이 많이 발생한다는 간호사들의 의견에 따라 수술실 의료폐기물의 분리배출 파일럿 테스트를 진행하는 중이기도 하다. [삼성서울병원 전경 © 삼성서울병원]일회용에서 재사용으로, 의료현장의 친환경 전환수술실에서 의사와 간호사가 입는 가운은 대부분 일회용이다. WHO는 일회용 의료가운 사용과 재사용 가운이 감염률 등 안전성에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해외에서는 이미 재사용 가운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 미국 메릴랜드대학교 메디컬센터는 2000년부터 재사용 가운을 사용해 690톤의 의료폐기물을 줄였다. 의료기관에 위생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 업체 ‘스테리케어’ 또한 의료용 신소재로 재사용 가운을 개발해 국내 병원에 납품하고 있다. 내시경 검사실에서도 의료기기 재사용을 향한 변화가 진행 중이다. 유럽과 미국의 의료계는 2020년경부터 내시경 검사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미국 전역의 소화기 내시경실의 연간 탄소 배출량만 8만 6천 톤에 달하고, 병상 1개마다 하루 평균 의료폐기물이 3kg씩 발생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유럽에서는 ‘녹색 내시경(Green Endoscopy) 지침’을 발표했다. 녹색 내시경 지침이란 소화기 내시경 검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의료 폐기물, 탄소 배출, 에너지 소비를 줄여 환경 오염을 최소화하는 활동을 뜻한다.국내에서도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가 이를 따라 내시경 검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의료폐기물을 줄이기 위한 녹색 내시경 TF를 발족하여 친환경 내시경 검사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캠페인의 내용은 먼저 내시경에 쓰이는 관을 철저히 소독해 재사용하고, 내시경 검사를 불필요하게 많이 받는 한국인에게 꼭 생애주기에 맞는 필요한 검사만 하도록 유도하는 식이다. 국내 녹색 내시경 TF는 친환경 내시경을 통해 지속가능한 내시경 검사를 추구하는 전략을 목표로 한다. 전문영역인 의료과정에 대해 우리 모두가 잘 알 수는 없다. 그렇지만 그 영향은 우리 모두의 건강과 삶에 연결된다는 점에서 관심을 놓을 수는 없다. 현장에서의 노력을 잘 알고, 환영한다면 병원과 정책기관의 변화 역시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by Editor L보러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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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와 SF]
그레이스와 로키, 별들을 구하다
산소로 호흡하는 생명체와 암모니아 대기에서 진화한 생명체는 생물학적으로 공통점이 없었다. 감각 기관도, 소통 방식도, 존재의 물리적 조건도 달랐다. 그러나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 에서 두 생명체 라일런드 그레이스(라이언 고슬링 역, 이하 그레이스)와 로키는 협력했다. 단 하나의 공통점, 자신이 속한 별이 동일한 위협으로 소멸 위기에 처해있다는 사실로 말이다.['프로젝트 헤일메리' 영화 속 장면 1 © 소니 픽쳐스]'프로젝트 헤일메리'는 미국의 소설가 앤디 위어가 2021년 발간한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태양 에너지를 잠식하는 미생물 '아스트로파지'로 인해 지구 상의 인류가 멸종할 위기에 처하자, 과학 교사 그레이스가 인류를 구하기 위한 임무에 파견된다. 광년 거리의 우주에서 홀로 깨어난 그는 외계 존재 로키를 만나게 되고 둘은 수학과 진동수를 매개로 소통한다. SF 블록버스터로 소비되기엔 아까운 질문이 이 영화 안에 있다. 존재의 조건이 달라도 협력은 가능한가. 그리고 그 질문은 지금 국제 ESG 거버넌스가 정확히 막혀 있는 지점을 가리킨다. 영화와 다른 현실영화에서 그레이스와 로키는 처음부터 소통할 수 없었다. 음파로 말하는 존재와 빛으로 말하는 존재 사이에는 공통의 언어가 없었다. 둘은 수학과 진동수를 매개로 소통 체계를 처음부터 직접 발명했다. 그 협력이 가능했던 전제는 하나였다. 별이 꺼지면 둘 다 죽는다는 위기의 공유였다. 현실의 ESG 거버넌스는 전제의 절반만 충족한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은 기후위기라는 공동의 위협을 인식하고 있지만 '누가 먼저, 얼마나' 감축해야 하는지에 대해 30년째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보고서가 즉각적 행동을 촉구하는 사이 협상장에서 모인 국가들은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안전망을 먼저 꺼내든다. 유럽이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도입하자 개발도상국들은 '기후 식민주의'라며 반발했다. 위기는 공유했으나, 그것을 함께 풀어낼 언어는 만들지 않은 셈이다.['프로젝트 헤일메리' 영화 속 장면 2 © 소니 픽쳐스수많은 기준 속 반쪽짜리 공통어2023년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가 국제회계기준(IFRS,International Financial Reporting Standards) S1·S2 기준을 발표했을 때, 많은 이들이 "드디어 글로벌 ESG 공시의 공통 언어가 생겼다"고 반겼다. 하지만 채택은 각국의 몫이었고, 의무 적용 시점도, 공시 범위도, 제3자 검증 요건도 제각각이었다. 유럽연합(EU)은 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CSRD)을 통해 2024년부터 단계적 의무 공시를 시작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는 기후 공시 규칙을 도입 후 소송으로 효력이 정지됐다. 자연 관련 재무정보 공개 협의체(TNFD)는 생물다양성 공시 프레임워크를 내놨지만, 기업 채택률은아직 초기 단계다. 기준이 없어서가 아니다. 기준이 너무 많고, 서로 얼마나 다른지를 아무도 조율하지 않기 때문이다.공동언어의 부재는 기업 차원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한국 수출 기업들은 고객사마다 다른 공시 기준을 요구받으며 ESG 피로감을 호소한다.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체계가 작동하려면 각국 규제당국과 기업이 비교 가능한 데이터를 제출해야 하지만, 기준만 있고 데이터가 없으면 공통 언어는 사전에만 존재하는 셈이다. 해법은 단일 기준으로의 통일이 아니라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 구축이다.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는 이미 글로벌 보고 이니셔티브(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와 협력해 중복 공시를 줄이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방향은 맞다. 문제는 속도다.기다려주지 않는 기후위기영화에서 그레이스에게 주어진 시간은 정해져 있었다. 아스트로파지가 태양 에너지를 모두 소진하기 전에 해법을 찾아야 했다. 협력을 고민할 여유가 없었기에, 협력은 선택사항이 아니었다. 기후과학은 같은 경고를 보낸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6차 평가보고서는 2030년까지의 감축 행동이 2100년의 기후 위험을 크게 좌우한다고 명시한다. ESG 거버넌스의 파편화를 정리할 시간이 많지 않다는 뜻이다. 각국의 규제, 글로벌 공급망, 자본시장의 ESG 요구가 동시에 빠르게 변화하는 지금, 한국 기업들에게 필요한 건 '어떤 기준을 따를 것인가'보다 '어떻게 기준들 사이를 유연하게 연결할 것인가'에 대한 전략이다. 위기를 공유한 존재들이 손을 내밀었다는 사실이, 때로는 그 자체로 충분한 시작이 된다.By Editor L보러가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