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와 함께 곧 우리를 찾아올 곤충이자 최근 몇 년간 미디어 상에 가장 많이 오르내린 곤충이 있다. 바로 붉은등우단털파리(이하 러브버그)다. 짝짓기하며 암수가 꼬리를 맞대고 날아다니는 이 곤충이 한국에서 처음 발견된 것은 2015년이지만 본격적인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은 2022년부터다. 당시 러브버그는 서울 은평구, 마포구 등 서부 지역과 경기 고양시의 길거리를 빼곡하게 메우며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그리고 지금은 경기 최북단인 동두천과 연천에서까지 유충이 발견되고 있다. 러브버그는 특유의 생김새와 엄청난 개체수로 혐오스럽다는 여론이 많지만, 동시에 우리 생태계의 일원이자 익충이기도 하다. 올여름과 앞으로 다가올 여름에 어떻게 러브버그와 함께살아갈 수 있을까? 러브버그가 논란이 된 5년 간 밝혀진 대발생의 원인과 논란, 러브버그와의 공생을 위한 방식을 살펴보자. [붉은등우단털파리(러브버그) © 국립생물자원관]러브버그는 왜 이렇게 많아진 걸까러브버그는 원래 중국 동남부, 일본 오키나와 등 따뜻한 지역에서 많이 발견되던 곤충이다. 2022년 이후 우리나라, 특히 서울과 경기 지역 러브버그의 개체수가 급증한 원인으로는 기후변화가 꼽힌다. 우리의 겨울이 따뜻해지면서 월동하는 유충들의 생존율이 급증했고, 이상 고온은 유충의 성장을 가속시키며 대량의 성충을 발생시켰다. 아울러 이들의 천적인 새와 개구리, 거미 등의 서식지가 파괴되었다. 이 같은 상황에 한국의 도시는 러브버그가 살기 좋은 곳이 되었다. 열섬 현상으로 도심이 더욱 더워지고, 인공조명은 이들을 유인한다. 러브버그 자체의 특성도 한몫했다. 이들은 자동차 매연 냄새를 유충의 먹이인 부엽토 냄새로 착각하며, 밝은 색상을 좋아해 도심 건물이나 벽에 달라붙는다. 심지어 최근 서울대 연구팀의 연구에 따르면 러브버그가 도시에 살기 적합한 살충제 저항성과 열 스트레스 적응 유전자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인간의 방역이 러브버그의 대발생을 불러왔다는 역설적인 가설도 있다. 신승관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2020년부터 2021년까지 은평구에서 대벌레가 다수 발생했을 당시 이루어진 방역이 러브버그를 불러 온 원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벌레 방역 과정에서 다른 포식성 곤충이 함께 죽었고, 그 결과 러브버그는 비교적 느린 곤충임에도 다른 곤충에게 먹히지 않은 채 대량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익충 vs 해충, 러브버그를 둘러싼 논란러브버그 자체만 보면 이들은 분명 익충이다. 낙엽이나 썩은 나무 등 유기물을 분해해 토양을 비옥하게 만들고, 성충은 이슬이나 꽃꿀을 먹으며 꿀벌처럼 식물의 수분을 돕는다. 병원균을 옮기거나 물지도 않는다. 이러한 사실과 관계없이 러브버그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부정적인 이유는 이들이 수천 마리씩 몰려다니며 옷과 방충망에 들러붙고, 사체에서 악취가 나 불쾌감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자동차에 부딪혀 죽은 러브버그의 사체를 방치하면 체액이 산성으로 변해 차량을 부식시키기도 하고, 상가 외벽이나 입구에 붙어 영업에 지장을 주기도 한다. 서울연구원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6%가 러브버그를 해충으로 간주한다고 밝혔으며, 방제 민원이 업무를 마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서울시는 러브버그를 기존 해충은 아니더라도 '유행성 생활불쾌곤충'이라고 분류했다.[서울시 대발생 곤충 관리 및 방제 지원에 대한 조례안에 반대하는 환경단체 © 서울환경연합]환경단체는 이러한 분류가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더라도 불쾌감을 유발하면 어떤 곤충이든 방제할 수 있다'라는 논리로 이어질 수 있다며, 무분별한 곤충 파괴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종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러브버그만을 방제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에 러브버그와의 여름 일주일을 잘 견디는 것이 환경적, 경제적으로도 낫다는 주장도 있다. 무분별한 살충제 살포는 생태계의 교란을 일으키고 인간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는 만큼 박멸 대신 개체수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새로운 러브버그 방제가 시작되는 2026년국립산림과학원은 2026년 수도권의 러브버그 주요 발생 기간을 6월 15일부터 29일까지로 예측했으며, 6월 24일에 가장 왕성하게 활동할 것으로 보았다. 이에 대비해 지난 5월 7일 국회에서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이 통과되었고, 이후 5월 21일에는 기후에너지환경부가 '2026년 러브버그 대발생 대응 대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살수 드론, 휴대용 흡충기, 광원 유인제와 포집기 확충 등 성충 방제 방안도 눈에 띄지만 가장 큰 변화는 따로 있다. 성충을 박멸하는 기존 방식을 넘어 유충 단계에서부터 개체수를 제어한다는 점이다. 이때 사용되는 유충 제거용 미생물 제제(Bacillus thuringiensis israelensis,이하 BTI)방식은 이전까지는 모기 유충 제거에 많이 사용되었다. 국립생물자원관은 러브버그와 근연종인 검털파리 유충을 대상으로 한 BTI 실내 검증시험에서 48시간 내 98%가 살충 되었으며 파리목 유충에만 작용하고 다른 동식물에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밝혔다.[불암산 미생물제제 살포 작업 현장 찾은 기후에너지환경부 김성환 장관 © 기후에너지환경부]현장 실험도 이미 진행 중이다. 지난해 민원이 폭증했던 인천 계양산에는 물 1t에 방제제 2kg를 섞어 유충이 많이 사는 습한 토양 위주로 분사했고, 은평구 백련산에는 물 1t과 옥수수 낱알에 BTI를 접목해 만든 제제 10kg를 섞어 분사하고 추가 낱알을 뿌렸다. 노원구 수락산과 불암산에서도 관련 실험이 진행 중이다. 한편, 산림청 역시 실내 검증 실험에서 각각 90%와 60%의 살충 효과를 본 곤충 병원성 곰팡이류 방제제, 식물 추출물 방제제를 산에서 시험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위의 방제 방법에 대해 환경단체들은 학계의 결론이 '안전하다'는 것이 아니라 '조건에 따른 영향이 확인되니 모니터링하라'는 것으로 수렴한다며, 더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무분별한 화학적 살충제 방제가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것에는 많은 이들이 동의한다. 때문에 진정한 친환경 방제가 가능한지, 생태계와 공존을 위한 노력에 대해 여전히 많은 연구와 토론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위기가 계속되면 2070년에는 한반도 전체로 러브버그 서식지가 확산된다는 전망이 있다. 징그럽고 때로는 불쾌하게 여겨지는 러브버그와 어쩌면 우리는 앞으로도 생태계를 함께 이루며 공존해야 할지도 모른다. 더 많은 고민과 실험이 필요한 지금이다. by Editor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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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와 러브버그]
이번 여름, 러브버그와 살아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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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와 지방선거]
6·3지방선거 단체장 임기 4년, 탄소 비용이 매년 오른다
2026년은 한국 기업의 탄소 비용 구조가 바뀌는 원년이다. 정부가 2025년 11월 11일 국무회의에서 확정한 제4차 계획기간(2026~2030년) 국가 배출권 할당계획은 발전 부문 유상할당 비율을 현행 10.0%에서 2026년 15.0%, 2027년 20.0%, 2028년 30.0%, 2029년 40.0%, 2030년 50.0%로 단계적으로 상향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올해부터 EU 탄소국경조정제도(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이하 CBAM)도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배출권 유상할당 단계 상향과 CBAM 인증서 의무 구매, 두 압박이 동시에 작동하는 민선 9기 지방정부 임기 동안 지역 재생에너지 인프라 수준이 그 지역 기업의 탄소 비용을 직접 결정하게 된다. 재생에너지 접근성이 높은 지역의 기업은 배출계수를 낮춰 두 규제 모두에서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지만, 인프라가 미비한 지역의 기업은 같은 제품을 생산하고도 더 높은 탄소 비용을 치러야 할 수 있다. 6월 3일 지방선거에서 어떤 단체장이 당선되는지에 따라 해당 지역 기업의 ESG 경쟁력 지형이 바뀌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 확정 © 기후에너지환경부 김성환 장관 인스타그램]CBAM 본격 시행, 철강 밀집 지역의 과제CBAM은 EU가 2023년 5월 정식 발효한 탄소 관세 제도다. 2025년 12월까지를 전환 기간으로 두고 2026년 1월 1일부터 본격 시행됐다. 수입자는 연 1회, 매년 5월 31일까지 직전 해 수입 제품의 총량과 탄소배출량을 신고하고, 배출량만큼의 CBAM 인증서를 구매해야 한다. 인증서 가격은 EU 배출권거래제 배출권 가격과 연동되며, 인증서를 미제출하면 탄소배출량 1톤당 최대 140유로의 과태료가 부과된다.한국의 CBAM 대응 비용 부담은 철강에 집중된다. 2022년 기준 한국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대EU CBAM 대상 품목 수출에서 철강이 약 90%를 차지한다. 포스코·현대제철 등 주요 철강사와 연관 부품·소재 기업이 밀집한 전남, 경북, 충남 지역 입장에서 CBAM은 수출 경쟁력에 직결되는 지역 경제 문제다. 기업이 EU 수출 시 적용받는 CBAM 인증서 비용을 낮추려면 생산 과정의 탄소 배출량을 줄여야 하며, 이를 위해 그 지역의 재생에너지 접근성이 결정적 변수가 된다.이재명 정부는 RE100 산단 조성을 국정과제로 지정했다. 재정경제부가 2026년 1월 9일 발표한 '2026년도 경제성장전략'에는 RE100 산단 내 창업기업에 소득·법인세를 10년 간 100% 면제, 이후 5년 간 50% 추가 감면이라는 세제 지원과 함께 지방투자촉진보조금 한도와 국고 보조비율 상향, 인허가 간소화, 재생에너지 조달비용 인하 방안이 담겼다. 임기 내내 한 단계씩 올라갈 배출권 비용제4차 배출권 할당계획의 핵심은 단순한 비율 조정이 아니다. 2025년 10월 28일 공포된 배출권거래법 일부개정안은 탄소누출 우려업종과 지자체, 대중교통, 학교, 의료기관 등 특례업종에 무상할당을 유지하되, 단위 제품을 생산할 때 허용되는 온실가스 배출량 기준값인 벤치마크(BM) 계수를 2030년까지 상위 20.0% 수준으로 강화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배출효율 기준 할당방식의 기준 자체가 매년 높아진다는 의미로, 같은 양의 탄소를 배출하더라도 이전보다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하게 되는 구조다.[국민성장펀드 1호 사업이자 RE100 산단 조성과 관계된 '신안우이 해상풍력 프로젝트' © 전라남도청]기업이 탄소 비용을 줄이는 실질적 방법은 두 가지다. 배출량 자체를 줄이거나, 재생에너지로 전환해 배출계수를 낮추는 것이다. 두 방법 모두 지방정부의 인프라 지원 없이는 속도를 내기 어렵다. 산업통상자원부가 2026년 예산에서 재생에너지 관련 예산을 전년 대비 42.0% 증가한 1조 2,703억 원으로 편성하면서 RE100 산단, 영농형 태양광, 해상풍력 확대 등을 위한 금융지원사업에 역대 최대 규모인 6,480억 원을 배정한 것도 이 맥락이다. 이 예산의 집행 현장은 지역이고, 집행 속도는 지자체의 행정 역량에 달려 있다.재생에너지 인프라 격차가 지역 기업 경쟁력을 가른다RE100 산단 입지 선정 경쟁에서 현재 가장 앞서 있는 지역은 전남이다. 재생에너지 잠재량이 풍부하고 태양광, 해상풍력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앞서 있기 때문이다. 전남연구원이 2025년 10월 발간한 이슈리포트 '에너지 전환의 자산어보를 쓰다: 전남형 RE100 산업단지 구축을 위한 제언'은 "전남의 재생에너지 생산 역량이 일자리 창출, 정주 여건 개선, 첨단 기업 유치로 연결되도록 경제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며 에너지 공급-계통 안정화-기업 이행-제도·인센티브 지원-성과 관리의 전 주기 지원 체계를 RE100 산단의 핵심 조건으로 제시했다. 김영록 더불어민주당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후보가 영암 삼호·삼포지구 RE100 산단 지정과 200만 평 조성을 핵심 공약으로 내건 것도 이 맥락이다.반면 재생에너지 인프라가 미비한 지역의 기업은 RE100 달성 수단이 제한된다.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2024년 기준 약 9.0%로 OECD 평균(31.0%)의 3분의 1 수준에 그친다. 정부가 2030년까지 100GW 설비를 목표로 잡고 있지만, 실제 확대 속도는 지역별로 차이가 크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이 관리하는 산업단지의 태양광 잠재량은 4.7GW에 달하지만, 실제 설치된 설비는 0.8GW(17.0%)에 불과하다. 재생에너지 접근성이 낮은 지역의 기업은 EU에 수출할 때 더 높은 CBAM 비용을 부담하고, 국내 배출권 시장에서도 더 많은 비용을 치러야 하는 구조다.[6.3지방선거 투표용지 예시 © 선거관리위원회]쟁점과 한계: 법적 기반 공백과 보궐선거 변수문제는 공약 의지와 실제 집행 사이의 간극이다. RE100 산단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상황에서 단체장이 독자적으로 RE100 산단 입지를 확정하고 전력 공급 체계를 구축하기는 어렵다.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 국감에서 "RE100 산단의 본격 조성 시점인 2026년 이전에 제도적·기술적 기반이 갖춰지지 않으면 목표 달성은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같은 날 치러지는 14석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결과도 이 맥락에서 중요하다. RE100 산단 특별법 5건이 모두 더불어민주당 의원 발의인 상황에서, 보궐선거 결과는 특별법 처리 일정과 입법 동력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CBAM 인증서를 위한 탄소배출량 측정·보고·검증(MRV) 체계 구축도 기업이 독자적으로 담당해야 하지만, 지방정부가 중간지원 역할을 얼마나 하느냐에 따라 중소·중견기업의 대응 속도가 달라진다. 단체장 선택과 국회 구성이 동시에 결정되는 6월 3일의 의미가 여기 있다.민선 9기 임기 4년은 발전 부문 유상할당이 10.0%에서 50.0%로 높아지고, CBAM 인증서 의무가 전면화되며, ESG 공시 법정 전환이 겹치는 구간이다. 세 제도가 동시에 강화되는 이 4년 간 지역 기업의 ESG 경쟁력은 그 지역 재생에너지 인프라와 단체장의 탄소중립 행정 역량에 더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재생에너지를 충분히 공급할 수 있는 지역의 기업은 RE100을 이행하면서 글로벌 공급망에 잔류할 수 있고, 그렇지 못한 지역의 기업은 탄소 비용이 누적되면서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 우리가 6월 3일 선택하는 단체장은 4년간의 지역 탄소 정책만이 아니라, 그 지역에서 사업하는 기업들의 ESG 비용 구조를 함께 결정한다. 전환의 방향은 분명하지만, 속도와 무게중심은 여전히 다른 곳을 가리키고 있다.by Editor L보러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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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와 핵심광물]
흔들리는 글로벌 공급망 속 핵심광물
'핵심광물(Critical Minerals)'이란 공급이 끊길 경우 관련 산업 전체가 흔들릴 만큼 경제에 중요한 광물을 의미한다. 스마트폰 배터리, 전기차 모터, 반도체 칩 모두 제조 과정에서 특정 핵심광물이 반드시 필요하다. 문제는 이 핵심광물의 분포가 특정 국가에만 집중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국제에너지기구(International Energy Agency, IEA)의 '글로벌 핵심광물 전망 2025(Global Critical Minerals Outlook 2025)' 보고서는 2035년을 기준으로 중국이 전 세계 정제 리튬과 코발트의 60% 이상, 배터리용 흑연과 희토류의 80% 이상을 공급할 것으로 전망한다. 한 국가에 핵심광물 공급망이 집중되어 있다는 사실은 그 나라가 공급을 조절하면 다른 국가 산업이 멈출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핵심광물과 외교 © ESG.ONL]원자재에서 외교 무기로 미국이 중국의 첨단 반도체 장비 수출 활동을 막자 중국은 미국에 핵심광물 수출 통제를 단계적으로 확대하며 대응했다. 중국은 2023년 갈륨·게르마늄을 시작으로 2025년에는 희토류 7종에 수출허가제를 도입했다. 2026년 1월에는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시사' 발언을 문제 삼아 일본에 민간용, 군사용으로 쓸 수 있는 물자인 이중용도품목의 수출을 전격 금지하기도 했다. 핵심광물이 단순한 원자재가 아닌 외교 협상 카드가 된 것이다. 미국은 중국의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해 핵심광물의 국내 생산을 늘리는 동시에, 동맹국과 손을 잡는 전략을 택했다. 2026년 2월, 한국, 일본, 호주 등 56개국이 참여한 지전략적 자원협력 포럼(Forum on Resource Geostrategic Engagement, 이하 FORGE)을 출범하며 안정적인 광물 공급을 보장하는 무역 협의체를 만든 것이다. [호주 광산기업 라이너스의 말레이시아 정제련 공장 전경 © 라이너스(Lynas)]일본은 핵심광물 공급망 안정화에 가장 앞선 경험을 갖추고 있다. 2010년 중·일 영토 분쟁 당시, 중국이 일본에 희토류 수출을 차단한 것이 첫 출발이었다. 이후 일본은 호주 광산기업 '라이너스(Lynas)'와 손잡고 호주에서 캐낸 희토류를 말레이시아에서 제련하는 루트를 만드는 등 중국을 거치지 않는 핵심광물 공급망을 15년에 걸쳐 조용히 구축했다. 일본 경제산업성 담당자는 "미국과 유럽은 희토류 문제의 시급성을 이제 막 깨닫고 있다. 일본은 15년 전에 이미 관련 문제로부터 교훈을 얻었다"고 밝힌 바 있다.국내 핵심광물 공급망 자립을 위한 과제[핵심광물 재자원화 활성화 비전 및 추진 전략 © 대한민국 정부]앞선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우리의 핵심광물 공급망 구조는 다소 복잡하다. 중국에서 원소재를 들여오고, 일본에서 가공 소재를 수입해 한국에서 반도체, 배터리, 디스플레이 등 완제품을 만드는 방식이 오랫동안 이어져 왔다. 중국이 일본에 수출 통제를 걸면 그 여파가 우리나라에도 도미노처럼 전달될 수 있는 구조다.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한 대응으로 2023년, 2030년까지 핵심광물의 특정국 수입 의존도를 현재 80%수준에서 50%대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2026년 1월에는 폐배터리 등에서 금속을 회수해 다시 산업 원료로 쓰는 '재자원화'를 핵심광물 제조 산업으로 공식 인정하고 육성에 나섰다. 또한 2,500억 원 규모의 핵심광물 공급망 안정화 펀드도 조성 중이다. 한국은 FORGE에서 2026년 6월까지 의장국을 맡고 있어, 핵심광물 관련 국제 협력을 주도할 수 있는 자리에 있다.다만, 일본이 핵심광물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15년을 준비한 것과 비교하면 한국의 대응은 아직 갈 길이 멀다. 다양한 핵심광물의 공급선 확보와 국내에서 직접 정제·가공할 수 있는 핵심광물 시설 조성, 중소기업 위주인 재자원화 기업들을 체계적으로 육성하는 것 등이 동시에 필요하다. 우리가 매일 쓰는 스마트폰 하나에도 수십 종의 핵심광물이 들어 있다. 그 광물들이 어디서 오는지, 누가 통제하는지가 국가 경쟁력을 가르는 시대다.by Editor L보러가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