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끌벅적한 거리 위로 쏟아지는 빛, 건물의 창문마다 켜진 형광등과 간판의 네온까지. 지구는 늘 쉬지 않고 빛으로 가득하다.그러다가 특정한 어느 날, 정해진 시간이 되면 하나둘씩 불이 꺼지고 쉼 없이 움직이던 지구가 비로소 숨을 고르는 순간이 찾아온다. 전 세계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낸 약속의 순간, 바로 어스아워(Earth Hour, 이하 어스아워)다.전 세계가 함께 만들어낸 한 시간'어스아워'란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고자 매년 3월 마지막 토요일 오후 8시 30분부터 1시간 동안 불을 끄는 글로벌 자연보전 캠페인이다. WWF(세계자연기금)이 추진하는 이 캠페인은 2007년 시드니에서 시작되어 현재 약 190개국이 참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환경 캠페인으로 성장했다. 에펠탑, 오페라하우스, 만리장성 등 세계 주요 도시의 랜드마크 또한 같은 시간 불을 끄며 참여하고 있어 매년 이 맘때가 되면 우리도 뉴스에서 소식을 접하곤 한다. 어스아워의 목표는 단순히 전기를 아끼는 것이 아니다. 어스아워는 우리의 일상적인 에너지 소비를 돌아보고, 환경에 대한 인식을 환기하도록 권하는 상징적인 실천으로 자리 잡고 있다.[2019년 어스아워에 동참한 호주 시드니 모습 © WWF]전 세계가 어스아워에 동참하는 흐름 속 우리나라 역시 꾸준히 이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여러 지방자치단체는 공공청사와 주요 시설의 조명을 소등하며 캠페인에 동참해 왔다. 광명시 또한 오는 28일 오후 8시 30분부터 9시 30분까지 어스아워에 동참할 예정이다. 국내 기업 또한 뜻을 모으고 있다. 롯데물산은 2019년부터 7년 연속으로 어스아워에 참여해 서울의 랜드마크인 롯데월드타워의 불을 껐고, 카카오페이 또한 ESG 경영의 일환으로 2023년부터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다. 2025년에는 카카오 자회사들인 카카오페이증권, 카카오페이손해보험, 페이민트, KP보험서비스까지 참여하며 그 의미를 더했다.올해 역시 숭례문, 국회의사당, 롯데월드타워·몰, 63빌딩, 반포대교, 광안대교 등 국내 주요 랜드마크를 비롯해 서울특별시청, 세종문화회관, 예술의전당 등 공공기관과 다양한 기업들이 소등 참여를 예고했다.고작 한 시간이 만들어낸 변화'잠깐의 소등으로 무엇이 달라질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 수 있다. 그러나 어스아워의 효과는 결코 작지 않다. WWF 한국법인에 따르면 2016년 어스아워 당시, 국내 공공건물에서 단 한 시간의 소등으로 약 692만 7,000kWh의 전력을 절감하고, 약 3,000톤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거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기후에너지환경부는 공공기관과 아파트, 주요 명소들이 단 10분만 소등에 참여하더라도 약 4만 1,189kWh의 전력 절감과 20.3톤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30년생 소나무 3,077그루가 1년 동안 흡수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에 해당하며, 출퇴근 시 약 4,486대의 자동차를 운행하지 않은 것과 맞먹는 수준이다. 짧은 시간이다 싶은 실천이 예상보다 큰 변화를 만들어 낸 것이다. [2026 어스아워 포스터 © WWF]빛을 끈 자리, 지구를 위한 실천으로 채우다올해 2026 어스아워를 맞아 WWF 한국지사는 '지구상의 이유로 쉽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불을 끄고 휴식하는 행위가 개인의 휴식이자 지구를 위한 실천임을 강조하며 '잠시 멈추는 시간'의 의미를 조명했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3월 30일까지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추첨을 통해 다양한 WWF 굿즈를 제공한다. 이밖에도 3월 21일부터 29일까지 롯데월드몰에서는 WWF 어스아워 캠페인 부스가 운영된다. 해당 부스를 통해 자연보전의 의미와 중요성을 알리고, 시민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진행 중이기도 하다.여전히 꺼지지 않은 기후 위기 속, 우리는 매년 '불을 끄는 선택' 앞에 선다. 거창한 실천이 아니어도 괜찮다. 단 한 시간 동안 전등 스위치를 끄는 작은 행동만으로도 우리는 같은 시간, 같은 방향을 바라볼 수 있다. 그 순간, 도시의 빛은 잠시 사라지지만 우리의 의지가 그 자리를 채워 다시 빛날 것이다.by Editor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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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와 어스아워]
지구상의 이유로 쉽니다, 2026년 어스아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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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와 정의로운 전환]
AI 전환 시대의 ‘공정’은 누구의 몫인가
매년 3월이면 수십만 명의 취업 준비생이 채용 시즌을 맞아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정리한다. 그리고 AI는 점점 사람의 채용이 필요했던 자리를 조용하지만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는 말이 그 어느 때보다 현실감 있게 느껴지는 2026년이다. 기술 전환의 수혜와 피해가 동시에 진행되는 지금, 정의로운 전환은 더 이상 탄광 노동자만의 이야기가 아니다.공채 시즌마다 조용히 줄어드는 신입의 자리국가데이터처의 '한국 사회동향 2024'는 AI로 대체할 수 있는 국내 일자리가 약 270만 개로 전체 일자리의 10%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AI로 인해 향후 5년간 9,2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지만, 1억 7,000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된다고 전망했다. 언뜻 보면 긍정적으로 보이지만 숫자의 총합보다 중요한 것은 '누가 사라지는 자리에 있는가'이다. 변화를 맞은 기업들은 기존 직원을 내보내는 방식보다 애초에 새로 뽑지 않는 채용 방식을 선호한다. 2025년 미국 노동시장 연구에 따르면 생성형 AI를 도입한 기업은 도입 1년 6개월 이후 도입하지 않은 기업 대비 신입 채용을 7.7% 줄였다. 반면 경력 채용은 상대적으로 유지되거나 증가하는 흐름을 보였다.이러한 상황에 한국 신입 채용 감소세는 더 가파르다. 취업 플랫폼 캐치가 분석한 결과 2025년 대기업 정규직 신입 채용 공고는 전년 대비 43% 급감했다. 특히 IT, 통신 분야는 같은 기간 67% 나 신입 채용을 줄였다. 공인회계사 합격자 중 절반 정도가 사실상 미취업 상태에 놓이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1~3년 차 신입 회계사가 맡던 단순 반복 업무를 AI가 대체하면서 회계사무소들이 신규 채용 자체를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한 취업난이 아니라 노동시장 진입 구조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신호다.[© gettyimages]전환을 설계한 나라들새로운 기술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새 일자리가 찾아오지는 않는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설계하지 않으면 노동 전환의 혜택은 소수에게 집중되고, 비용은 다수가 책임지게 된다. 독일 노동계는 탈석탄을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 전환 핵심으로 판단하여 2018년 노동자, 기업, 정부, 그리고 지역 이해당사자 28명으로 구성된 '탈석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그리고 6개월간의 논의 끝에 2038년까지 탄광과 석탄발전소를 폐기하는 로드맵을 채택했다. 이 과정에서 일자리를 잃을 수 있는 노동자에 대한 사회보장을 약속하고, 지역 발전을 위해 탄광 화력발전소 소재 지역에는 20년간 재정을 투자하기로 했다. AI 전환 국면에도 이 원리는 그대로 적용된다. 독일 노동연구소(IG Metall)는 전환 과정의 핵심 요소로 참여, 공동 결정, 재교육, 단체협약, 강력한 사회안전망을 꼽으며 노동자를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미래의 전문 인력'이라고 강조했다. 이탈리아는 AI 시대에 맞춘 선제적 재원 마련에 나섰다. 이탈리아 정부는 AI 자동화로 일자리를 잃을 위험이 높은 재직자와 실업자를 대상으로 3,000만 유로를 배정했다. 이 중 1,000만 유로는 자동화 대체 위험이 큰 재직자의 기술 향상에, 나머지 2,000만 유로는 실업자와 비경제활동인구의 디지털 역량 개발에 투입된다. 이미 실직한 사람뿐 아닌, 아직 일하고 있지만 위험에 처한 사람까지 지원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한국의 대응은 이제 막 시동을 걸고 있다. 2026년 3월 19일 새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출범하면서 1년 넘게 중단됐던 노사정(노동자, 기업, 정부) 사회적 대화가 재개됐다. 'AI 전환에 따른 노사 상생위원회'에서는 AI 도입으로 변화하는 일자리 환경에 대응하는 노사 협력 모델을 논의할 예정이다. [© gettyimages]정의로운 전환의 조건해마다 3월의 공채 시즌이 돌아오면 지원자는 '어떤 스펙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마주한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은 아직 사회의 몫으로 남아 있다. 노동 전환의 비용이 개인에게만 부담되지 않도록 하는 것, 전환 기간 소득을 보장하는 사회 안전망, 그리고 기업-사회-정부가 비용을 분담하는 합의 구조가 함께 갖춰질 때 비로소 '공정'이라는 단어를 앞에 붙일 수 있다. 기술의 진보가 소수의 이익과 다수의 불안으로 귀결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ESG의 'S'가 AI 시대에도 여전히 중요한 이유다.by Editor L보러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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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와 산불]
산불, 기후위기가 보낸 경고장
경칩이 지나며 봄기운이 감돌고 있다. 곳곳에서 봄축제를 알리는 소식이 들려오지만, 산불 위험으로 재난 당국의 긴장감은 어느 때보다 높다. 최근 10년 통계를 보면 전체 산불의 약 55.5%가 3~5월에 발생했다. 특히 3월이 약 25.4%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산불 피해 면적 또한 100ha(30만평)를 넘는 대형 산불의 비중이 늘어나며 피해 규모 역시 점차 커지는 추세다. 봄의 산불이 보내는 경고는 무엇일까. 산불은 왜 봄에 커지나 2025년 3월 21일, 경상남도 산청군 지리산국립공원 인근에서 시작된 불길이 무섭게 번졌다. 열흘 넘게 이어진 산불로 인해 대한민국 제1호 국립공원 지리산의 260ha 면적, 즉 축구장 360여 개에 달하는 규모의 산림이 잿더미로 변했고, 진화 과정에서 4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주택과 사찰 등 건축물 57개소가 피해를 입었다. 연기가 광범위하게 퍼지며 인근 지역의 미세먼지 농도가 급격히 높아지는 간접 피해도 발생했다.산불 피해와 함께 지역은 또 다른 재난을 겪었다. 산림이 훼손된 지 불과 몇 달 뒤인 2025년 7월, 기록적인 폭우가 내리며 산사태와 침수 피해가 잇따랐다. 불길에 숲을 잃은 산등성이는 빗물을 붙잡지 못했고, 토양은 그대로 흘러내렸다. 작년에 발생한 3월의 대형 산불은 단순한 지역 재난을 넘어, 자연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무력한지 보여준 사건이다.[경남 산청군 산불로 전소된 승용차 © 뉴스1]산림청 통계에 따르면 국내 산불의 원인 중 등산객, 성묘객 등 산에 들어간 사람이 실수로 불을 내어 산불을 일으키는 '입산자 실화'가 약 30%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이어지는 원인도 쓰레기 소각, 논·밭두렁 소각 등으로 인간 활동에서 비롯된 원인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특히 봄철에는 겨우내 쌓인 낙엽이 마른 상태로 남아 있는데, 여기에 농번기를 앞둔 영농 활동과 등산객 증가가 겹치며 산불 위험이 더 커진다. 시작된 산불이 확산되는 데에는 '기상, 연료, 지형'이라는 세 가지 요소가 작용한다. 이 가운데 봄철 산불을 키우는 가장 큰 요인은 '기상 조건'이다. 봄철 한반도에는 남쪽에 고기압, 북쪽에 저기압이 자리 잡는 기압 배치가 자주 나타난다. 이 사이에서 형성된 편서풍이 백두대간을 넘으며 더욱 뜨겁고 건조해진다. 건조한 대기와 강한 바람이 만나면 작은 불씨도 순식간에 대형 산불로 번질 수 있다.최근 산불의 주요 원인은 '기후 이상' 산불의 직접적인 원인은 대부분 인간의 부주의에서 시작되지만 최근 대형 산불의 규모와 빈도는 단순히 사람의 실수라는 것 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고 있다. '블랙 서머(Black Summer)'로 불리는 호주 대형 산불은 2019년 가을부터 2020년 봄까지 이어지며 막대한 피해를 남겼다. 호주 뉴사우스웨인스주 경찰은 화재 방지 조항을 어긴 53명, 담배꽁초나 성냥을 버린 47명 등 총 183명을 법적 조치했다. 그러나 BBC 보도에 따르면, 방화로 발생한 화재는 전체의 약 1% 수준에 불과했다. 주요 원인은 극심한 가뭄에 의한 자연발화였다. 호주는 당시 1965년 이후 가장 낮은 강수량을 기록하며 최악의 장기 가뭄이 이어졌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섭씨 40도를 넘는 고온 현상도 발생했다. 이제 산불은 산림 관리 예방 차원을 벗어나 기후 변화와 직결된 재난이다. 여전히 산불로 인한 피해가 이어지고 있지만, 우리는 본질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생태계의 구조와 다양성을 고려해야 할 산불 후 산림 복구산불은 진화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훼손된 숲을 복구하는 것 역시 중요한 과제로 남는다. 우리나라는 2000년 동해안 대형 산불 이후 산림 복구 과정에서 인공조림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왔다. 인공조림은 불에 탄 산지를 정리한 뒤 소나무와 같은 생장이 빠른 묘목을 심어 숲을 복원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복원 방식의 실효성을 두고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2019년 산불로 약 1,033ha의 피해를 입은 강원도 강릉시 옥계면 산지는 인공조림과 자연 복구 방식을 비교하기 위한 사례 연구 지역으로 활용됐다. 6년 후 현장 조사 결과, 자연 복구 지역에서는 참나무류가 4~5미터 높이까지 성장하며 숲이 빠르게 회복된 반면, 인공조림 지역에서는 초목을 심어 재배한 나무가 고사하거나 성장이 더딘 모습이 확인됐다.[인공조림과 자연조림 © KBS 창 444회 녹색카르텔]환경단체인 녹색연합 역시 2025년 경북 산불 피해 지역 조사에서 자연적인 식생 회복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처럼 산림 복구는 생태계의 구조와 다양성을 고려해야 하는 장기적인 과제다. 그럼에도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송이 버섯 생산과 같은 경제적인 이유로 소나무 중심의 조림이 이어지고 있다. 단기적 이익을 좇다 숲의 회복을 간과하는 것은 아닐지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산불은 더 이상 먼 지역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몇 년간 이어진 대형산불 소식은 기후위기가 만들어낼 재앙의 시발점일지 모른다. 재난은 남반구의 낯선 타인의 이야기를 넘어 내 이웃, 내 가족, 그리고 나에게 다가올 수 있다.봄이 시작되는 3월이 설렘의 계절로 남을지, 재난의 기억으로 반복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산불은 변화하는 자연 환경을 인간의 힘으로 극복할 수 없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우리가 맞이할 봄의 풍경은 우리가 숲을 대하는 방식과 기후 위기를 향한 대처에서 결정될 것이다.by Editor L[관련기사] 불난 집에 부채질 하는 기후위기기후변화가 만든 신종 재난, '돌발가뭄'의 위협보러가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