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3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신규 원자력발전소와 소형 원자력발전소(Small Modular Reactor, 이하 SMR) 건설을 추가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른 신규 원전 2기와 SMR 부지를 확정 지은 지 약 한 달 만의 발표로 전문가 의견수렴과 대국민 공론화를 거쳐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하겠다고 설명했다. 환경부가 기후에너지환경부로 출범했을 무렵부터 신규원전 건설은 지속적으로 뜨거운 논란거리다. 지금까지 원전건립을 둘러싸고 어떤 논의와 의견이 있었는지, 정부와 환경단체의 입장은 어떤지 신규원전을 둘러싼 쟁점들을 살펴보자. [신규원전 건설 논의가 나온 2026 국가재정전략회의 © 청와대]한국 원자력발전소의 현재현재 우리나라는 원전 26기를 가동하고 있으며, 미국, 중국, 프랑스, 러시아에 이어 전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많은 원전을 보유하고 있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는 신규원전 건설계획이 포함돼 있지만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원전 추가 건설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원전건설에만 15년이 걸리고, SMR 기술이 아직 부족하기에 신재생에너지에 집중하자는 이유였다. 그러다 돌연 2026년 1월 말, 두 차례의 정책토론회와 여론조사를 거쳐 정부는 원전추가 건설을 결정했다. 해당 여론조사에서 원전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응답자의 80% 이상, 신규원전 건립 찬성 여론은 60% 이상이었다. 그리고 6월 17일, 심의 끝에 경북 영덕군이 신규 대형 원전 2기 건설 후보지로, 기장군이 국내 첫 혁신형 SMR 건설 후보지로 각각 선정됐다. 원전 2기는 2037년과 2038년, SMR 1기는 2035년 준공이 목표이며, SMR은 대형 원전보다 건설 기간이 짧고 출력 조절이 쉬운 편이기에 건설 기대가 높다.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와 원전 추가 건설지난 6월 29일에는 정부가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이는 반도체 강국 도약, AI로봇과 피지컬AI 발전, AI데이터센터 관련 산업 성장과 생태계 강화를 목표로 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메가프로젝트 가동에 필요한 추가 전력 수요가 27.7GW(기가와트)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현재 가동 중인 국내 전체 원전규모와 맞먹는 수준이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7월 원전 추가 건설 발표 이전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울산 울주, 전남 영광에 각 원전 2기씩, 총 4기를 지을 수 있는 부지가 있다며 원전 추가 건설을 향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정부가 신규원전 건설을 추진하는 이유는 재생에너지 만으로는 안정적인 전력공급이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반도체 공장과 AI센터에는 24시간 안정적인 전력공급이 필요한데 태양광에너지 등 재생에너지는 날씨와 같은 외부요인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정부는 전 세계 AI산업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면 지금이라도 원전투자에 나서 전력 공급을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원전을 유치한 지방자치단체 역시 기대감을 드러냈다. 원전건설에 수백 개 기업이 참여하는 만큼 건설단계에서 수만 명의 고용효과가 예상되며, 장기간 지원금과 세수유입으로 지역상권과 부동산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신규 원자력발전소 부지선정 계획 즉각 중단 촉구 기자회견 © 녹색연합]영남권 집중이 드러낸 입지 문제, 송전망 부담과 지역의 몫 하지만이 같은 원전정책에 수많은 시민단체, 특히 환경단체가 우려를 표하고 있다. 2026년 2월 154개 시민사회단체가 발표한 '탈핵비상시국선언문', '신규원자력발전소 저지 전국비상행동'의 논평과 자료를 종합해 보면 신규원전 건설과 관련해 아래와 같은 논란이 있다. 첫째,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원전 수립 계획 이행과 관련해 정부가 신규 원전이 실제로 필요한지에 대한 과학적 검증과 숙의를 거치지 않은 채 '원전이 필요하다'는 답을 내려두고, 국민 여론 뒤에 숨었다는 비판이다. 원전 필요성에 대한 여론조사를 거치기는 했으나 이미 이전 조사에서도 원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여러 차례 확인된 바 있는 만큼, 정부의 여론조사는 답을 알고 실시한 형식적 절차라는 것이다. 또한,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과정에서 정부의 전력 수요 예측이 과장되었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는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시황의 폭발적 성장'을 명분으로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2029년까지 8.4GW, 2035년까지 18.4GW의 데이터센터를 구축한다며 총 49.4GW의 전력 수요를 제시했다. 하지만 한국데이터센터연합회에 따르면 상업용 데이터센터에서 실제 IT 전력 수요는 1.57GW에 불과하다. 둘째, 현재 전력 공급은 수요를 초과하고 있으며, 재생에너지 발전과 출력조절이 어려운 원자력발전을 함께 확충하는 것은 원전가동의 위험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전망이 있다. 전력은 공급과 수요가 실시간으로 일치해야 하는데 이 균형이 깨지면 대규모 정전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높아지면 다른 에너지원의 발전량을 제어해야 하며, 현재도 원전출력을 정격 용량보다 낮추는 감발조치를 시행 중이다. 하지만 원전은 출력 조정 속도에 한계가 있으므로 잦은 출력 조절은 원전 운영의 안전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원전의 대안으로 제시되는 발전 용량 300MW(메가와트)이하의 소형 원자력발전소 SMR 역시 아직 상업 운전에 성공한 나라가 없고, 안전성과 경제성이 불확실하다는 의견이 많다. [영광군에 위치한 한빛원자력발전소 © 한국수력원자력]셋째, 원전확대는 관련 시설이 들어설 지역시민의 의견을 무시한 결정이라는 비판도 있다. 현재 원전은 영남권에 밀집해 있다. 원자력발전은 지역에 사고위험과 사용 후 핵연료, 냉각수 등 환경문제를 남긴다. 빠른 건설을 위해 기존 원전 인근에 추가건설이 이뤄진다면 이러한 환경 문제가 더욱 커질 수 있다. 원자력 발전설비 증가속도보다 송전망 구축이 지연되며 이미 원전출력을 제어하는 횟수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 속 원전건설이 추가되면 지역의 전력망 부담도 커진다. 한편 원전 확충에 대한 근거가 되었던 '메가 프로젝트' 자체에 대한 반대의견도 있다. 프로젝트에 필요한 전력과 개발은 기후 생태계를 파괴할 수 있다. 게다가 실가동까지 15년 가량이 걸리는 원전과 2,3년 정도면 건립되는 AI데이터센터의 전력 필요 시기가 맞지 않아 원전확충의 실효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력부족을 단기에 해결할 수 있는 화력발전소 운영 연장이나 LNG 복합발전소 신규건설이 논의된다면 2050 탄소중립 목표, 국가 온실가스 배출 등의 목표달성이 어려워진다. 무엇보다 환경단체가 가장 우려하는 점은 이번 정부 발표에서는 전력 수요 관리, 기업의 에너지 효율 책임 강화, 에너지 전환 방향 등은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신규 원전 건설을 공식화했지만 많은 논란이 이어지고 있어, 오는 9월 발표될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어떤 결정이 내려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by Editor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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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와 원자력발전소]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둘러싼 목소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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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와 스포츠 축제]
축제는 더 이상 축제로만 조명되지 않는다
2026 북중미 월드컵이 막을 내렸다. 최근 월드컵을 주제로 다룬 기사를 보면 이전과는 다른 내용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경기 결과나 스타선수의 활약과 더불어 탄소배출량이나 그린워싱 논란 같은 환경 관련 내용이 나란히 나오는 것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런 글로벌 스포츠 축제는 축제로서만 소비됐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올림픽이나 월드컵을 이야기할 때 ESG를 함께 언급하는 현상이 전혀 이상하지 않게 됐다. 이 변화는 우연이 아니다. 기후위기가 삶의 배경이 아니라 전경으로 들어온 시대, 대형 국제 이벤트가 기후 논쟁의 무대가 되는 것은 이제 일상이 되었다.카타르 월드컵에서 시작된 탄소중립 논쟁이 흐름의 결정적 분기점은 2022 카타르 월드컵이라 할 수 있다. 국제적인 기후대응 기조가 있었던 까닭이었을까, 대회를 앞두고 카타르와 FIFA는 사상 최초의 '탄소중립 월드컵'을 공언했다. 대규모 태양광 발전, 선적 컨테이너를 활용해 지은 '스타디움974', 대회 후 해체할 수 있는 경기장 설계까지 내세우며 친환경 이미지를 강조했다. 그러나 FIFA가 대회 뒤 실제 자료를 반영해 다시 계산한 관련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381만 톤에 달했다. 이는 FIFA가 대회 전 제시했던 전망치 363만 톤보다도 많은 수치다. 글로벌 환경단체들은 이마저 경기장 건설과 항공 이동 등의 배출량을 과소평가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척박한 사막에 새로 조성한 녹지가 영구적으로 탄소를 흡수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론도 컸다.[2022 카타르 월드컵 당시 선적 컨테이너를 활용해 건축한 '스타디움 974' © getyourguide]결국 스위스 광고·커뮤니케이션 업계의 자율심의기구인 공정성위원회(Swiss Fairness Commission)는 2023년 FIFA가 탄소중립 주장의 정확성을 입증하지 못했으며, 해당 홍보가 허위·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판단했다. 국가기관의 법적 판결이 아니었지만 국제 이벤트가 탄소중립 주장에 신중해야 한다는 자율심의기구의 권고였다.여기에 경기장과 관련 시설 건설 과정에서 이주노동자들이 처한 열악한 노동 환경과 임금체불, 카팔라 제도로 상징되는 인권 문제까지 겹치며, 카타르 월드컵은 스포츠 이벤트의 이면을 국제사회가 정면으로 들여다보게 만든 계기가 됐다. 땅이 아닌 하늘에 찍힌 탄소 발자국이번 월드컵은 이 논쟁을 다른 층위로 옮겨놨다. 참가국이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경기 수는 64경기에서 104경기로 늘었고 개최 도시는 미국·캐나다·멕시코의 16개 도시에 흩어져 있다. 선수단과 관중의 장거리 항공 이동은 구조적으로 불가피해졌다.다만 이번 대회의 탄소 배출량으로 제시되는 수치들은 산정 시점과 범위를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 미국·캐나다·멕시코의 공동 유치위원회가 2018년 유치 제안서에서 내놓은 전망치는 약 360만 톤이었지만, 이는 경기 수가 80경기로 예정돼 있던 당시의 계산이다. 104경기 체제로 확대된 뒤 이 수치를 전면 갱신한 FIFA의 최종 탄소 배출량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영국 과학자단체 '글로벌 책임을 위한 과학자들(Scientists for Global Responsibility)' 등이 발표한 독립 보고서는 이번 대회의 탄소 배출량을 약 902만 톤으로 추정했다. 이 가운데 항공 이동이 약 772만 톤, 전체의 85.6%를 차지한다. 이 추정대로라면 역대 월드컵 가운데 가장 큰 탄소 발자국이다. 상징적인 장면도 있었다. 환경 공약을 강조해온 잔니 인판티노(Gianni Infantino) FIFA 회장은 조별리그 17일 동안 24경기를 보기 위해 전용기로 27차례 이동했다. 항공 추적 자료를 토대로 한 분석에 따르면 이동 거리는 약 5만122㎞, 비행시간은 66시간이었고 그가 이용한 항공편의 탄소 배출량은 약 516톤으로 추산됐다. 이는 유럽연합의 평균 1인당 배출량을 기준으로 약 78명의 연간 배출량에 해당한다. 대회 주요 파트너에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와 카타르항공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도, FIFA가 내건 '2030년까지 배출량 50% 감축, 2040년 넷제로 달성' 공약과 계속 충돌한다. 물론 이런 논란이 이번 대회, 이번 종목만의 문제는 아니다. 2018 러시아 월드컵의 온실가스 배출 전망치는 약 216만 톤, 2016 리우 올림픽의 탄소 발자국은 약 450만 톤이었다. 규모와 형태만 달랐을 뿐, 국제 스포츠 이벤트와 탄소 배출은 오랫동안 한 몸처럼 붙어 다녔다.축제를 축제로서만 즐기면 되지 않을까이쯤에서 누군가는 반문할 수 있다. 4년에 한 번, 전 세계가 함께 웃고 우는 축제인데 굳이 이렇게까지 흠을 잡을 필요가 있느냐고. 그러나 지금 북반구가 처한 상황을 보면 이 반문 자체가 더 이상 자연스럽지 않다. 2025년 여름 유럽 854개 도시에서는 폭염 관련 사망자가 약 2만4,400명으로 추산됐고, 연구진은 이 가운데 약 1만6,500명, 즉 68%를 기후변화로 심해진 더위에 따른 추가 사망으로 분석했다. 2026년에도 유럽은 5월부터 이례적으로 이른 폭염에 시달렸다. 프랑스 보건당국은 5월 폭염 경보가 내려진 17개 지역에서 최소 300명의 초과 사망을 잠정 집계했다. 이어 6월 22~28일 전자 사망진단 자료에서는 전체 사망자가 전주보다 2,025명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 수치는 아직 완전히 취합되지 않은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통계이므로, 전부를 폭염 사망자로 단정할 수는 없다.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에서도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열사병으로 인한 인명 피해가 발생하기 시작했다.[2026년 5월 유럽 지표면 온도를 위성으로 촬영한 사진 © 유럽우주국(ESA)]이런 현실 속에서 대형 스포츠 이벤트의 탄소 발자국을 모른 하거나 애써 축소하려는 태도야말로 더 불편한 일이다. 축구경기에서도 선수 한 명, 심지어 관중 한 명이라도 생명이 위독해지면 경기 자체가 중단된다. 기후위기로 인한 인명 피해에 관심을 갖는 것이야말로 지금 시대에 요구되는 최소한의 감수성이다.이번 북중미 월드컵은 기후위기의 가해자이면서 동시에 피해자이기도 하다. 북중미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국제 연구자 네트워크인 세계기상특성분석(WWA)은 이번 월드컵에서 습구흑구온도(WBGT)가 28도를 넘는 위험한 조건에서 치러질 것으로 예상되는 경기가 5경기라고 분석했다. 이는 국제축구선수협회(FIFPRO)가 경기 연기나 지연을 권고하는 기준이다. 이번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도 폭우와 낙뢰로 프랑스와 이라크전에서 전반전 종료 후 후반전이 시작되기 전 하프타임이 2시간 넘게 이어졌고, 멕시코와 잉글랜드전의 경기 시작 시간이 지연되는 등 경기 운영에 차질이 빚어졌다. 별도의 특성분석 없이 이들 사건을 곧바로 기후변화의 결과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극한 기상에 얼마나 취약한지는 분명하게 드러났다. 폭염이 일상화되면 특정 위도와 계절에는 월드컵을 안전하게 개최하기가 훨씬 어려워질 수 있다. 스포츠가 기후에 이만큼 취약하다는 사실은, 지속가능성이 부수적 이슈가 아니라 대회의 존립 조건이라는 점을 보여준다.비판이 만드는 선순환다행인 것은 월드컵의 탄소감축 공약과 관련된 비판들이 허공에 무심하게 흩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국제 스포츠 이벤트가 탄소 감축을 설계 원칙으로 삼기 시작한 변화를 카타르 월드컵 논란의 직접적인 결과로만 보기는 어렵다. 2024 파리 올림픽의 저탄소 계획은 카타르 월드컵 이전부터 추진됐다. 그럼에도 카타르 월드컵 당시 탄소중립 공언과 실제 결과를 둘러싼 논란은 국제 스포츠기구가 탄소중립을 주장할 때 더 엄격한 근거와 투명성을 요구받게 만든 계기로 작용했다.그리고 그 대표적인 사례가 파리 올림픽이다. 파리 조직위원회는 런던·리우 대회의 평균 탄소 발자국보다 배출량을 절반가량 줄이겠다는 목표와 함께 약 158만 톤의 탄소예산을 미리 설정했다. 올림픽 폐막 뒤 조직위원회가 발표한 최종 탄소 배출량은 약 159만 톤으로, 자체 산정 방식에 따르면 런던과 리우 평균보다 54.6% 적었다. 다만 이후 프랑스 생태전환부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산정 방법과 별도 관중조사를 적용해 내놓은 사후 평가는 이보다 많은 약 208만 5,000톤이었다. 그럼에도 이전 경기보다 상당량 적었다. 참고로 2012년 런던 올림픽은 약 330만 톤, 2016년 리우 올림픽은 약 450만 톤이었다.[2024 파리 올림픽 경기장으로 활용된 박물관 '그랑팔레' © olympics.com]이를 위해 파리는 신축 경기장 대신 베르사유 궁전과 박물관 그랑팔레 등 기존 시설과 임시 구조물로 전체 경기장의 95%를 충당했다. 모든 경기장을 대중교통으로 접근할 수 있게 했고, 대회 종사자와 자원봉사자에게 제공한 식사의 평균 탄소 발자국을 일반 프랑스 식사의 절반 수준으로 낮췄다.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탄소예산을 대회 전에 설정하고 이를 시설·에너지·교통·식단 설계에 반영했다는 점은 다음 대회의 기준을 바꾼 사례로 평가할 만하다. 북중미 월드컵을 둘러싼 지금의 논쟁 역시, 당장 북중미 월드컵의 결과를 바꾸지는 못했지만 다음 월드컵과 다음 개최지의 기준을 한 단계씩 끌어올리는 압력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응원은 응원대로, 비판은 비판대로그럼에도 나는 이번 월드컵의 거의 모든 경기를 챙겨 봤다. 그리고 동시에 이 대회의 탄소 발자국과 그린워싱에 대해서도 계속 불평할 생각이다. 이 두 가지는 결코 모순이 아니다. 축제를 온전히 즐기는 것과, 그 축제가 딛고 선 탄소 발자국의 무게를 직시하는 일은 함께 가야 한다. 예전처럼 축제를 축제로만 소비하던 시절은 이미 지나갔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열광과 비판을 동시에 감당할 수 있는 성숙함이다. 그 불편함이야말로 다음 대회를 조금 더 나은 방식으로 만드는 가장 확실한 동력이다.by 김원상(기후솔루션 언론 커뮤니케이션 담당)[관련기사]2026 월드컵, 역대 최대 탄소 월드컵이 될까보러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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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와 제헌절]
제헌절에 다시 읽는 헌법 속 ESG
제헌절은 삼일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과 함께 5대 국경일에 속하며 정부 수립과 헌정 질서의 출발에 뿌리를 둔 날이다. 2026년 7월 17일, 대한민국은 올해 78번째 익숙한 제헌절을 맞지만 이번 제헌절은 작년 제헌절과 다르다. 올해부터 제헌절은 '공휴일'이다. 공휴일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올해 제헌절은 2008년 공휴일에서 제외된 지 18년 만에 다시 공휴일로 지정되었다. 단순히 쉬는 날이 하나 늘어난 것을 넘어, 우리 사회가 스스로에게 부과한 약속을 다시 들여다볼 계기가 생겼다는 점에서 이번 제헌절의 의미를 되돌아보자.[대한민국 헌법공포기념 사진 © 국립민속박물관]헌법이 보장한 환경권, 그 가능성과 한계헌법의 힘은 좋은 가치를 ‘선언’하는 데 있지 않고, 그것을 실제로 '작동하게 만드는 장치'에 있다. 그리고 이 헌법을 ESG 관점에서 다시 살펴보면 최근 기업과 사회가 지속가능성이라는 이름으로 다루는 주제들이 이미 조문 곳곳에 담겨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ESG 관련하여 헌법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권리는 '환경권'이다. 헌법 제35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이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와 국민이 환경 보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 조항은 1980년 제 8차 개정에서 처음 신설되었고, 이후 1987년 현행 헌법에서 지금의 형태로 정비되었다. 환경을 개인의 권리이자 국가의 의무로 명시한 것은 당시로서는 이례적인 진전이었다.[대한민국 헌법 제 35조 1항 © ESG.ONL]다만 여기에는 한계가 따른다. 환경권은 헌법학에서 '추상적 권리'로 분류된다. 헌법에 권리가 적혀있어도 그 조항만으로 곧바로 소송에서 구제 받기는 어렵고, 개별 법률로 구체화되어야 실제로 작동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헌법 제35조 제2항은 "환경권의 내용과 행사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고 스스로 밝히고 있다. 선언은 출발점일 뿐, 이를 뒷받침할 별도의 절차가 필요함을 인정하는 셈이다.헌법 119조가 담은 오래된 질문기업의 역할과 경제 질서에 관한 조항도 있다. 헌법 제 119조 제 1항에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 자유를 보장하며, 제 2항에서는 국가가 균형 있는 성장과 적정한 소득 분배, 시장 지배와 경제력 남용 방지, 경제 주체 간 조화를 위하여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른바 '경제 민주화' 조항이다. 경제를 기본적으로 자유에 맡기되, 성장의 열매가 한쪽으로 쏠리거나 소수의 거대 경제 주체가 시장을 좌우하지 않도록 국가가 균형을 잡는다는 원칙의 조항은 1987년 개정한 현행 헌법부터 도입되었다.이 조항은 '기업이 주주의 이익만을 좇아야 하는가, 아니면 노동자와 지역사회와 같은 이해관계자까지 고려해야 하는가'라는 오래된 질문을 담고 있다. 이렇게 보면 최근 지속가능성 논의의 중심에 놓인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즉 기업이 주주뿐 아니라 노동자와 지역사회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관점은 새로운 주장이 아니라 헌법에서부터 명시된 논점임을 알 수 있다. 공시의무화, 선언을 이행으로 만드는 장치헌법에 명시된 권리와 조항을 살피면 가치의 선언과 그 이행은 다른 문제이며, 이행은 측정과 공개, 검증하는 절차를 통해 실현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지금 지속가능성 규범이 지나고 있는 국면이 정확히 이 지점이다. 오랜 기간 자율에 맡겨졌던 기업의 환경, 사회, 지배구조 정보 공개가 정해진 기준에 따른 ‘'공시 의무'로 전환되고 있다. 국제적으로는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nternational Sustainability Standards Board, ISSB)가 2021년 설립되어 2023년 공시기준(지속가능성 공시·기후관련공시)을 내놓았고, 유럽연합은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지침(Corporate Sustainability Reporting Directive, CSRD)을 시행 중이다. 한국도 2026년 2월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orea Sustainability Standards Board, KSSB)가 공시 기준서 제1·2호를 확정했으며, 금융위원회는 2028 사업연도부터 연결자산 30조 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 약 58곳을 시작으로 ESG 공시를 단계적 의무화를 추진하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기업의 미재무정보를 재무제표에 준하는 신뢰성으로 다루겠다는 것이다.물론 반대 흐름도 있다. 유럽연합은 2026년 규제 부담을 덜어 주는 방향으로 공시 일정과 범위를 손질하고 있고, 국내 재계도 준비 기간과 비용을 이유로 속도 조절을 요구해 왔다. 선언을 이행 장치로 옮기는 일이 그만큼 간단하지 않다는 방증이다.[헌법재판소 전경 © 헌법재판소]최초의 헌법이 제정되고 78번째 해가 지났지만, 오래전부터 헌법에 명시된 환경권과 경제민주화가 현실에서 만들어 내는 변화는 현재진행형이다. 권리와 책임은 이를 이행하도록 하는 법률과 절차가 마련됐을 때 비로소 실현된다. 오늘날 지속가능성 규범 역시 같은 선상에 놓여 있다. 좋은 가치는 측정되고 공개될 때 힘을 얻는다는 헌법 78년의 교훈은 이제 막 선언에서 의무로 넘어가는 ESG 공시에도 적용된다.by Editor L보러가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