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함께만드는세상(사회연대은행)은 지난 20여 년간 한부모, 부채청년, 저소득 자영업자 등 금융 접근이 어려운 이들에게 무담보·무보증 소액대출(마이크로크레딧)을 실천해 왔다. '신용이 아닌 가능성을 믿는 금융', 그리고 '누구나, 언제나 찾을 수 있는 사회적 작은 은행'이라는 비전 아래, 사람들의 사연과 의지를 중심으로 자립의 기회를 연결해 왔다.삶과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사회적 작은 은행이 철학을 바탕으로 2024년 출범한 함께온기금은 후원자와 기업의 기부로 조성된 금융 선순환 모델이다. 단순히 돈을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상담·교육·정서적 지지를 포함한 관계 기반 금융을 통해 누군가의 불안한 오늘과 가능성의 내일을 함께 잇는다.[(사)함께만드는세상(사회연대은행)이 소개하는 함께온기금 ⓒ (사)함께만드는세상]1. 예비창업자금 대출"당신은 왜 안 되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가능하게 할 것인가"제도권 금융은 신용점수·담보 기반 평가 체계로 인해 프리랜서, 비정규직, 경력단절자 등에게 특히 높고 단단한 벽이다.예비창업자금 대출사업은 이러한 구조의 틈에서, 사연·준비도·실행 의지를 종합적으로 살펴 창업 초기자금을 최대 3천만 원까지 연 2~4% 금리로 지원한다.모든 신청자의 대출을 승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최종 선정된 이들의 면면을 보면, 삶의 고단함 속에서도 꾸준히 준비해 온 이력과 성실하게 쌓아온 역량이 분명히 존재한다.예비창업자금 대출사업은 '무조건 많이 빌려주는 대출'이 아니라 "함께 준비하는 창업"을 위한 동반 자금이다. 이 사업의 심사 과정은 탈락의 경험이 아닌 함께 고민한 시간으로 남는다.2. 함께온기금 개인소액대출위기는 금액보다 타이밍, 상환은 압박보다 계획위기는 ‘돈이 아주 크게 부족할 때’보다 지금 당장 필요한 현금이 끊기는 순간에 갑자기 찾아온다.월세, 카드값, 병원비, 돌발적인 가족 돌봄 비용 등 예상치 못한 지출이 한꺼번에 밀려들 때, 사람들은 고금리 대출이나 돌려막기를 선택하게 된다.함께온기금 개인소액대출은 과도한 차입을 부추기는 금융이 아니라, 위기의 단절을 메우는 회복의 금융을 지향한다.핵심 원칙은 기존 부채 점검, 필요성·시급성 판단, 생활패턴 기반 상환 설계이며, 참여자들은 "내가 갚는 돈이 다음 사람의 기회가 된다"고 말한다.3. 자립준비청년 울타리대출정책 공백기에 놓인 청년들의 '두 번째 기회'보호 종료 후 5년이 지나면 많은 자립준비청년이 각종 정책 지원에서 자연스럽게 배제된다. 이 시기는 학업, 취업, 이직, 주거 이전 등 인생의 큰 전환이 한꺼번에 몰리는 시기이기도 하다. 울타리대출은 이 시기 청년들에게 연 2% 이내 저금리로 필수 자금을 연결해 자립 기반을 유지하도록 돕는다. 보증금·이사비를 마련하지 못했던 청년도 울타리대출을 통해 안정적으로 주거를 확보할 수 있었다.정책의 경계에서 놓치기 쉬운 시기에 "당신의 자립을 혼자 감당하게 하지 않겠다"는 작은 약속을, 금융이라는 방식으로 지켜내려 한다.[금융 자립 지원으로 만들어지는 새로운 기회들 ⓒ (사)함께만드는세상]상환에서 연대로, 연대에서 다음 기회로상환금이 다시 다음 사람의 기회로 순환되는 구조는 함께온기금의 가장 큰 특징이다. 창업자금 참여자 중 일부는 후원자로 자발적으로 전환되었고, 많은 참여자가 "언젠가 누군가의 함께온기금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함께온기금은 금융이 부담이 아니라 회복의 발판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높은 금융의 문턱 앞에서 자립의 길이 고단하고 아득하게만 느껴지는 이들에게 함께온기금의 온기가 닿기를 바란다. 도움을 받는 대상에서 도움을 주는 주체로 거듭나기까지, 자립이 혼자가 아닌 함께 꿈꾸고 지지하는 일이 될 때 우리 사회는 조금 더 건강하고 단단해질 것이다.사회연대은행은 앞으로도 자립을 꿈꾸는 사람들이 언제든 찾을 수 있는 '사회적 작은 은행'으로 남기 위해, 숫자 너머의 삶과 이야기에 꾸준히 귀 기울일 것이다.by (사) 함께만드는세상 (사회연대은행) 원준혁 차장[함께 알아보자]▶ 금융으로 다시 일어설 기회 : 함께온기금▶ 사연에서 시작된 창업 : 함께온기금 예비창업자금 대출사업 1년을 지나며▶ 다시 숨 고르는 시간 : 함께만드는세상의 개인대출을 말하다.


- 기획기사,인터뷰
-

[기고]
함께온기금: 숫자보다 사람을 보는 금융
보러가기 +
-

[ESG와 수능]
수능에 '기후'과목이 있다면 : 수능날 알아보는 '기후수학능력시험'
11월 13일, 2026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이다. 국가적 큰 행사 중 하나인 수능일을 맞아 또 다른 수능의 이야기를 해 보려 한다. 수능일인 오늘로부터 75일 전, 지난 8월 30일에 81명의 중고생이 특별한 수능을 치렀다. 긴장된 표정의 이들이 받은 건 바로 수능 문제지와 흡사한 '2025학년도 기후수학능력시험 기후영역' 문제지. 지급받은 컴퓨터용 사인펜과 샤프를 들고 고민하는 학생들의 모습은 여느 수험생들과 같았다. 시험이 끝나자 학생들은 수능처럼 답안을 맞춰 보거나, 아쉬움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2025기후수학능력시험 포스터 ⓒ환경재단]또 하나의 수능, '기후수학능력시험'환경재단의 기후수학능력시험은 올해로 2회를 맞았다. 창립 13주년을 맞은 환경재단 어린이환경센터가 환경부, 교육부와 함께 진행하는 프로젝트로, 청소년이 기후위기를 이해하고 주체적으로 대응할 힘을 기르기 위해 기획되었다. 객관식 38문제와 주관식 2문제를 60분간 풀게 되며, 2022년 개정 중학교 환경 교과서 내용, 최신 기후와 환경 이슈 중에서 출제된다. 올해 기후수학능력시험 필적감정란 문구는 『침묵의 봄』의 저자 레이첼 카슨의 다른 저서, 『잃어버린 숲』에서 인용한 "경이로움과 겸양이야말로 건전한 감정이고 결코 파괴의 욕구와 나란히 공존할 수 없다"였다. 우리가 기후위기에 대응하며 가져야 할 기본적인 마음가짐을 담은 듯했다. 시험성적은 평균 69.8점으로 지난해보다 6.8점 상승했지만, 난이도는 여전히 높았다. RCP 시나리오*, 세대 간 형평성**, EP100*** 캠페인 등 청소년들에게는 다소 낯설 수 개념이 다수 등장했고, 그래프 해석 문제는 수능을 연상케 했다. *RCP 시나리오 : 기후변화 시나리오 중 하나로, 지구의 온실가스 농도 변화를 예측해 기후가 어떻게 변화할지 예측한다.**세대 간 형평성 : 현재 세대와 미래 세대가 자원, 기회, 부담을 공정하게 공유하는 것을 의미하며 환경 문제에서 자주 언급되는 개념이다.***EP100 : 2014년 시작된 캠페인으로, 제품 에너지 효율을 2배로 높이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자 한다.[2024기후수학능력시험 현장 ⓒ 환경재단]환경재단은 시험 전 실제 수능처럼 많은 대비 자료를 어린이환경센터 블로그에 제공해 학생과 일반인 모두 기후를 공부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환경 교과서 미리보기 페이지와 출제 핵심 키워드, 미니 모의고사와 기출 문제도 게재했다. 제1회 기후수학능력시험 문제와 해설지는 환경재단 어린이 환경센터 블로그에서 내려받을 수 있으며, 올해 시험은 기후수학능력시험 홈페이지에서 누구나 응시할 수 있다. 60점 이상을 기록하면 '기후리더 인증서'를 발급받을 수 있으며, 실제 수능과 연계해 여러 이벤트도 진행한다.기후수능의 기반, 기후교육은 지금 시험에 앞서 기후수학능력시험 출제위원이자 서울의 유일한 환경 교사인 신경준 교사는 "갈수록 심각해지는 기후위기에도 국내 환경교육은 매우 열악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2022년 개정 교육과정 총론에 기후환경변화에 대응하는 생태환경 교육을 전 교과의 요소에 반영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었고, 개정 환경 교육에서도 '기후위기'와 '생태전환 강화'가 명시되었지만 여전히 환경교육은 주요 과목에 비해 찬밥신세다. 전국 중고등학교 가운데 환경 과목이 개설된 학교의 비율은 중학교가 7.9%, 고등학교가 31.7%에 불과하다. 고등학교에서의 개설 비율이 높은 이유는 환경 교육 시간을 '자습 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슬픈 보도도 있었다. 지난해 기준 전국 50만 명 교원 중 환경 교과 담당 교원은 165명, 그중 환경 교원 자격이 있는 교사는 고작 34명으로 전문적인 환경 교육을 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기도 하다. '환경 교사'와 '환경 교육' 역시 한국에서는 멸종위기종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한편, 해외에서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기후교육을 의무화하고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한다. 영국 노스오브타인 지역은 2020년 모든 공립학교에 기후환경 교사를 한 명씩 배치하기로 했고, 이탈리아는 세계 최초로 기후변화를 필수 교과목으로 채택해 6~19세 학생들에게 매년 33시간 의무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기후 환경 교육을 필수 이수 학점으로 추가한 핀란드는 직접 학생이 환경 데이터를 수집하고 해석하는 참여형 교육까지 추진하고 있다. 자신의 주위 환경을 관찰하고 발견한 문제를 직접 해결할 수 있게 돕는 것이다. 수능과 전혀 관계없음에도, '국•영•수보다 중요한데, 아무도 공부하라고 하지 않아서' 기후수능에 참여했다는 학생들의 말처럼, 교육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다른 나라에도 기후수능이 있을까수능이 한국만의 독특한 시험인 만큼, '기후수능'은 해외에서 흔치 않다. 다만 눈여겨볼 몇 가지 시험이 있다. 프랑스 교육부는 2024년부터 중학교 4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녹색 지식 자격증 시험'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바람직한 식생활, 쓰레기 분류 배출 등을 다루는 시험으로, 학생들의 기후변화 지식과 대응 역량을 평가할 수 있다. 인도에는 비영리 연구기관 '에너지자원연구소(TERI, The Energy and Resources Institute)'가 주관하는 '그린 올림피아드'가 있다. 1999년 환경 퀴즈의 형식으로 시작되었으며 현재는 인도와 해외 약 2,000개 학교에서 개최된다. 4~12학년이 대상이며, 지구온난화, 지속가능한 개발, 친환경 기술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홍콩 기상청에서는 온라인으로 기후 변화에 관련된 시험을 진행하고, 정답을 가장 많이 맞힌 선착순 100명에게 기상청 기념품을 전달했다. [인도 그린올림피아드 소개와 시상식 ⓒTERI]국제기구인 UN CC:Learn에서 제작한 기후변화IQ테스트는 우리도 언제나 응시할 수 있다. UN CC:Learn은 36개 다자기구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지식과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협력하여 만든 국제 학습 플랫폼이다. 기후변화IQ테스트는 15분 동안 20개의 문제를 온라인으로 푸는 형식이다. 응시 후에는 UN CC:Learn에서 제공하는 학습 콘텐츠, 전 세계의 기후위기 관련 캠페인 현황과 정보를 제공한다. 기후위기 속, 모두의 미래를 위해서 ‘기후 교육’이 필요하다는 사실에 국내외 모두가 동의하고 있다. 수능을 맞아 '기후수학능력시험'을 응시해보는 건 어떨까. 점수에 상관없이, 우리가 기후에 대해 얼마나 알고, 또 모르는지 시험해 본다면 앞으로의 학습과 작은 실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by Editor L보러가기 +
-

[기고]
APEC의 언어로 기후를 말할 수 있다면
이번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는 단순한 경제 회의가 아니었다. 그 현장은 문화가 정치와 외교보다 돋보인 무대였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신라 금관이 선물로 전달되고, CEO 서밋에는 BTS의 기조연설과 음악이 장식됐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 현대자동차 정의선 회장이 서울의 치킨집에서 식사를 나눈 장면은 그 무엇보다 오래 회자됐다. 이 일련의 장면들로 한 가지 분명해진 게 있다. 국제사회에서 소프트파워가 하드파워보다 더 효과적일 때가 있다는 것. 숫자와 전략, 성명서로는 풀리지 않는 관계의 문이 문화라는 언어 앞에서는 부드럽게 열렸다.[갈라쇼 중 활약한 '산호랑나비' 드론 ⓒ APEC2025KOREA]시진핑 주석과 이재명 대통령이 한국의 '산호랑나비'를 영감을 얻은 나비 드론을 주제로 나눈 짧은 대화도 같은 맥락에 놓인다. 시 주석은 "만찬 장소에서 나비가 날아다녔는데 참 아름다웠다"며 "이 대통령이 제게 '내년에 나비를 이렇게 아름답게 날리실 것인가요'라고 질문해 여기의 이 아름다운 나비가(차기 APEC 정상회의 개최지인 중국의) 선전까지 날아와 노래까지 하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다"라는 화두를 던졌다. 두 사람의 대화는 한시처럼 간결했지만, 그 안에 변화와 연결의 상징이 담겨 있었다. 국가 간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공식 발언보다 훨씬 부드럽고 진한 여운을 남긴 순간이었다. 이런 문화적 수사와 상징이 회담 전체의 분위기를 완화하고 긍정적인 전망을 조성하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기후협상에서도 이런 소통의 언어가 있길 기대한다. 매년 열리는 회담마다 감축률, 재정 분담, 배출권 거래 같은 기술적 논의가 쏟아지지만 진전은 더디다. 각국은 책임을 놓고 대립하며, 합의문은 늘 원칙적 수준에 머문다. 과학은 정밀하고 경제는 냉정하지만, 사람의 감정은 여전히 멀다. 그러나 기후위기의 본질은 데이터가 아니라 관계의 문제다. 기술이 부족한 게 아니라 신뢰의 결이 끊겨 있는 것이다.문화는 이 결을 다시 이어주는 힘이다. 예술과 음악, 음식과 이야기는 정치적 언어나 경제지표로는 포착되지 않는 인간의 층위를 회복시킨다. 문화는 언어의 벽을 낮추고 감정의 회로를 복원한다. 숫자와 조항이 경직시킨 회의장의 공기를 풀어주는 것도, 경쟁 구조 속에서 공감의 여지를 만드는 것도 결국 문화다. 그것은 합의의 절차가 아니라 신뢰의 토양이다.[APEC 기간 중 큰 화제를 모았던 엔비디아,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리더들의 깐부치킨 회동 ⓒ 정태영 현대카드 대표 인스타그램]다자주의가 그 기능에 신뢰를 잃어가고 있는 지금, 새로운 돌파구는 딱딱한 제도 밖에 있다. 문화는 회담과 협상의 주변부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회담의 방향을 조정하는 보이지 않는 바늘 역할을 한다. 회담이 끝나면 잊히는 문서 대신, 오래 남는 전시와 공연, 노래와 이야기가 협력의 기억을 이어간다. APEC에서 문화적 상징과 소통이 관계의 온도를 높였듯, 기후회담에서도 인간적인 언어가 필요하다. 그것이 서로의 결을 맞물리게 하고, 경직된 구조를 다시 움직이게 할 것이다.기후위기의 시대, 문화는 그 힘을 더 발산해야 한다. 문화는 협상의 틈을 따라 스며들어 관계의 결을 부드럽게 잇는 힘을 발휘해야 한다. 하드파워가 벽을 세운다면, 소프트파워는 그 벽 사이로 길을 낸다. 치맥과 산호랑나비가 외교와 협상의 공기를 바꿨듯, 기후외교의 새로운 언어도 그 길 위에서 시작되길 기대한다.by 김원상(기후솔루션 언론 커뮤니케이션 담당)보러가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