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1일, 한국은 처음으로 모든 노동자가 같은 날 쉬는 노동절을 맞이한다. 명칭 복원과 법정공휴일 지정이라는 두 가지 변화는 단순한 제도 정비가 아니라, '누가 노동자인가'라는 오래된 질문에 대한 사회적 답변이다.[노동절 관련 게시글 © 고용노동부 인스타그램]1963년, '노동'이라는 단어는 법률에서 지워졌다. 5·16 군사정변 이후 집권한 정부는 노동운동의 자율성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노동 관련 법제를 재편했고, 그 과정에서 '근로자의 날 제정에 관한 법률'이 만들어졌다. '노동' 대신 '근로'를 택한 것이다.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근로'는 부지런히 일함을, '노동'은 몸을 움직여 일함을 뜻한다. 한쪽은 태도를 요구하고 다른 한쪽은 사실을 기술한다. 노동자의 권리보다 성실한 노무 제공을 강조하는 시대 분위기와 맞닿은 선택이었다. 그 명칭이 63년간 유지되어 오다가 2025년 10월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근로자의 날 제정에 관한 법률'이 '노동절 제정에 관한 법률'로 전부 개정되었다. 단어 하나가 바뀌었지만 그 단어가 담고 있던 시대의 무게를 생각하면 이는 단순한 명칭 교체가 아니다. 그리고 그 변화는 이름에서 그치지 않았다.달라진 것과 달라지지 않은 것공휴일 지정과 함께 달라진 기준도 생겼다. 고용노동부는 노동절에 한해 휴일 대체가 불가하다는 공식 해석을 내놨다. 다른 공휴일과 달리 특별법이 5월 1일이라는 날짜를 직접 고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절에 근무가 불가피하다면 수당 지급 또는 서면 합의에 따른 보상휴가 부여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규모 기준도 사라져 변화의 체감도 커진다. 노동절이 사업장 규모와 관계없이 유급휴일로 보장된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동안 5인 미만 사업장은 사실상 법의 사각지대에 있었지만, 노동절 원칙 만큼은 규모에 관계없이 동일하게 적용된다.[공무원 역시 포함된 이번 노동절 휴무 ©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그러나 이 기준이 닿지 않는 곳이 있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법적으로 휴무가 강제되지는 않는다. 이 공백은 정부도 인식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AI 발전에 따라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144만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노동존중 입법 패키지를 추진하고 있다. 또한 '노동자 추정제'를 도입하여 사용자가 노동자가 아님을 입증하지 못하면 노동자로 추정하고 노동법으로 보호하는 방안에도 힘쓰고 있다. 노동자의 조건에서 노동자의 정의로1886년 미국 시카고 노동자들이 8시간 노동제를 요구하며 헤이마켓 광장에 나왔을 때 핵심 쟁점은 '얼마나 일하느냐'였다. 140년이 지난 지금, 쟁점은 '누가 노동자로 인정받느냐'로 이동했다. 그리고 이 질문은 노동 현장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노동절의 기원이 된 미국 헤이마켓 사건 © 위키피디아 커먼즈 ]글로벌 공급망 실사 기준이 강화되는 흐름 속에서, 협력 업체 소속 노동자의 근무 환경과 휴식권은 투자자들이 열람하는 지속가능성 보고서의 정량 지표로 올라서고 있다. 그런데 법적으로 '근로자'가 아닌 노동자는 이 보고서에도 잡히지 않는다. 실제로는 기업이 활용하는 노동력이지만 공시 지표 밖에 존재하는 셈이다. 아직 보이지 않는다고 리스크가 없는 것이 아니다. 글로벌 바이어와 기관투자자들은 공급망을 직접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보고서에 없던 노동력의 실태가 실사 과정에서 드러나면 공시 신뢰도 문제로 이어지고 거래 관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누구를 노동자로 볼 것인가'라는 정의의 공백은 관리되지 않는 채 쌓이다가 한꺼번에 터지는 리스크가 된다. 이번 제도 변화는 그 기준선을 일부 끌어올렸다. 법정공휴일 지정은 '노동자'의 언어를 조금 더 넓혔지만, 노동절이 진짜 모두의 날이 되려면 법 한 줄의 변화보다 넓은 구조 변화가 필요하다. 이번 5월 1일은 그 출발점에 해당한다.by Editor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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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와 노동절]
136년 만에 빨간 날이 된 노동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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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여수 기후변화주간]
여수가 전한 기후의 언어
4월 20일 여수 엑스포컨벤션센터에서 시작된 '녹색대전환 국제주간(이하 GX Week)·유엔기후변화협약'이 폐막을 앞두고 있다. 주요국 기후 분야 장관급·국제기구 고위급 인사를 포함해 800여 명이 모인 개회식을 시작으로, 행사 기간 내내 총 67개 세션이 쉼 없이 이어졌다. 협상 테이블에서는 감축·적응·재원·이행 등 파리협정 이행의 현주소가 공식 점검됐고, 행사장 바깥에서는 지구의 날 소등 행사와 친환경 체험 프로그램이 시민들의 일상과 기후의제를 잇는 가교 역할을 했다. ESG오늘은 이번 GX Week·유엔기후변화협약 기후주간이 한국 기후 외교에 남긴 의미를 한 주간의 흐름 속에서 짚어본다.기후 협상과 에너지 전환이 한자리에우리나라에서 열리는 건 처음인 유엔기후변화협약 기후주간은 GX Week와 연계해 동시 개최됐다. 기후주간은 198개 유엔기후협약 당사국들이 한 자리에 모여 파리협정 이행의 현주소를 공식적으로 점검하는 자리다. 이를 위해 행사 기간 동안 기후·에너지 관련 주제별 행사 25개, 시민 참여행사 11개, 유엔기후변화협약 세션 31개 등 총 67개 세션이 운영됐다. 정부와 산업계는 함께 수송 부문 탄소중립을 위한 이동수단의 전동화 토론회, 지방정부 탄소중립 활성화 포럼, 기후테크 혁신 및 전환금융 포럼 등 다양한 주제로 협력의 장을 마련했다. 기후주간에 여수를 방문한 한 시민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기후·에너지 위기 속에 국가와 기관이 어떠한 노력을 하는지 엿볼 수 있어 뜻깊다는 소감을 전했다. [여수엑스포컨벤션센터 GX Week 개막식 현장 © ESG.ONL]UNFCCC 기후주간 개막, 협상의 본론으로오늘 오전 9시에는 여수세계박람회장 엑스포홀에서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기후주간의 공식 총회 개회식이 열렸다. 누라 함라지 유엔기후변화협약 부사무총장, 브라질·튀르키예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 의장국 대표, 당사국 대표단 등 국제사회 주요 인사가 대거 참석한 이번 행사에서 이호현 기후에너지환경부 차관은 "대한민국은 기후행동의 선도적 주체로서, 재생에너지를 미래 에너지시스템의 중심축으로 세우겠다"며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 재생에너지 설비용량 확충 등 탄소중립 가속화 구상을 발표했다. [오늘 오전 개최된 UNFCCC 기후주간 개회식 © 전라남도]GX국제주간이 한국 주도의 녹색대전환 의제를 다루는 자리였다면, UNFCCC 기후주간은 198개 당사국이 파리협정 이행 경과를 공식 점검하는 별도의 국제 협상 무대다. 국제기구와 비정부기구 관계자가 참여하는 이 자리에서는 올 11월 튀르키예에서 열릴 제3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1)를 앞두고 현안을 점검한다. 더불어 녹색분류체계와 전환금융을 주제로 한 글로벌 포럼, 탄소배출권 시장(K-ETS) 고도화를 위한 한국거래소 간담회 등 행사의 마무리까지 남아있는 이야기가 있다.행사장에서 실천하는 기후 행동기후주간 동안 행사장 안팎에서는 시민의 실천을 독려하는 다양한 풍경이 펼쳐졌다. 행사장 내 모든 구역에서 일회용품 사용이 제한되고 다회용기 사용이 권장됐으며, 주요 호텔과 행사장을 순환하는 친환경수소전기버스가 운영됐다. 여수시는 행정 효율화와 탄소 중립 실천을 위해 종이 인쇄물을 줄이고 디지털 안내 시스템을 도입했다. [행사장 인근에서 운영된 친환경수소전기버스 © ESG.ONL]행사 기간 중이던 4월 22일 지구의 날에는 여수시를 비롯해 과천·세종 정부청사, 수원 화성행궁, 부산 광안대교 등 전국 주요 도시와 랜드마크가 오후 8시부터 10분간 일제히 소등 행사에 참여했다. 소등 행사에 약 1만 가구가 참여할 경우 2톤의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으며, 이는 수령 30년 나무 약 200그루를 심는 것과 같은 효과다. 회의장에서 논의되던 탄소중립이 그 순간만큼은 전국의 스위치 하나로 연결됐다.[GX Week와 UNFCCC 기후주간이 함께 개최된 여수엑스포컨벤션센터 © ESG.ONL]기후에너지환경부는 이번 행사를 통해 오는 6월 발표 예정인 '대한민국 녹색대전환 추진전략'에 대한 국제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기후·에너지 분야에서 한국의 역할을 더욱 공고히 할 계획임을 밝혔다. 곧 막을 내리는 기후주간이 여수에 남긴 건 합의문이 아니라 가능성이다. 협상장에서 오간 의제들이 11월 COP31 본회의에서 맺게 될 결실, 녹색대전환의 글로벌 표준 국가로 도약할 한국의 기후 외교 행보를 기대해보자.by Editor L보러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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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와 지구의 날]
밤하늘이 가장 밝게 빛나는 10분, 지구의 날
'지구의 날'은 환경오염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환경 보호 실천을 독려하기 위해 제정된 세계 최대 규모의 환경 기념일이다. 매년 4월 22일 지구의 날에는 전 세계 곳곳의 빌딩과 랜드마크 불빛을 10분동안 끄는 소등 행사가 진행된다. 모두가 어둠에 잠긴 그 순간, 밝게 빛나는 밤하늘과 함께 지구는 잠시 휴식을 취한다. 지구가 선사하는 환경의 의미를 떠올리고, 환경보호를 실천하는 지구의 날에 대해 알아보자. [지구의 날 공식 포스터 © 기후에너지환경부 ]행동으로 이어진 공감대, 2,000만 명이 거리로 나온 이유미국에서 원유 유출 사고가 일어났다. 1969년 1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바바라 해안에서 유니언 오일 컴퍼니의 해상 시추 시설이 폭발해 약 1,136만 리터의 원유가 유출됐다. 기름으로 뒤덮인 해안선과 죽어가는 해양생물의 모습은 미국 전역에 충격을 큰 안겼고, 환경문제에 직면하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었다.이 사고를 계기로 당시 미국 상원의원 게이로드 넬슨(Gaylord Anton Nelson)은 환경 문제에 대한 범국민적 관심을 환기하고자 1970년 4월 22일을 '지구의 날'이라 선언했다. 그 해에 하버드대학교 학생이던 데니스 헤이즈(Denis Hayes)가 지구의 날 관련 행사를 주도하여 전국적인 확산을 이끌었다. 이 행사에는 약 2,000만 명의 미국 시민이 참여했다. 시민들은 거리와 공원으로 나와 지속가능한 환경에 대한 전국적 시위에 나섰다. 이 일을 계기로 1990년부터 지구의 날 행사가 국제적으로 확대됐다.['지구의 날' 제정을 주도한 게이로드 넬슨(Gaylord Anton Nelson) © 지구의 날 조직위원회]다른 나라에서도 환경 관련 입법 논의가 활성화되었다. 기업들의 지속가능경영 선언이 잇따르는 등 실질적인 정책 변화가 이어지기도 했다. 지구의 날이 선언된 1970년 미국에서 '청정공기법(Clean Air Act)'이 개정됐고, 1972년에는 '청정수질법(Clean Water Act)' 제정과 '환경보호청(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 EPA)' 설립이 이루어졌다.불을 끄는 10분, 의식을 켜는 10분지난 2022년, 국내 환경 전문 미디어 그리니엄이 지구의 날 소등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계산해 봤다. 우선 기후에너지환경부 보도자료를 참고해 지구의 날 참여 인원을 약 300만 명으로 가정했다. 그리고 참여자 1인을 가구 하나로 가정하고, 각 가구당 조명 4개, 형광등 기준 소비전력을 60W(와트)로 설정하여 추산했다. 이 결과에 따르면 10분간의 소등으로 약 120MWh(메가와트시)의 전력이 절감된다. 이는 91kW(킬로와트) 규모 태양광 발전소의 연간 발전량에 해당하는 수치다. 온실가스 감축량으로 환산하면 약 55톤CO₂eq(씨오투이큐)에 달하는 수치이기도 하다. 지구의 날을 맞아 실천하는 작은 행동의 결과는 절대 작지 않아 보인다. [2020년 지구의날을 맞아 서울n타워 외부조명이 소등한 모습 © 기후에너지환경부 및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소통실]하지만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총 배출량과 비교하면 이 숫자는 초라해진다. 2024년 국가 온실가스 잠정 배출량인 6억 9,158만 톤CO₂eq에서 10분 소등으로 인한 온실가스 감축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0.000008%에 불과하다. 10분 뒤에는 모든 건물의 불빛이 원상복귀되어 영구적인 에너지 감축 활동으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이처럼 우리가 실제 배출하는 온실가스 총량과 비교하면 지구의 날 행사가 실제로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아보일 수 있다. 하지만 여러 기관이 지구의 날 행사에 참여하는 이유는 분명히 있다. 지구의 날 행사는 온실가스 감축량이라는 숫자만으로 평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달리거나 걸으면서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이 우리에게 환경 문제를 보다 일상적인 문제로 와닿게 하듯, 지구의 날 행사 역시 일상을 잠시 멈춘 순간에 우리가 사용하는 에너지와 지구의 관계를 돌아보게 한다.지구의 날에 감수하는 10분간의 어둠과 함께 지금 내가 당연하게 누리는 이 빛과 온기는 무엇과 맞바꾼 것일까 돌아보자. 1년 중 단 10분이라도 그 시간을 통해 우리가 지구에게 어떤 빚을 지고 있는지 생각해 본다면 우리의 일상도 조금씩 바뀔 것이다.by Editor L보러가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