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이 되면 땅이 깨어난다. 얼었던 흙이 녹고, 씨앗이 싹을 틔울 준비를 한다. 3월 11일 '흙의 날'은 흙의 소중함을 널리 알리고 건강한 흙을 지켜가자는 취지로 2015년 제정된 법정기념일이다. 날짜에도 의미가 담겼다. '3'은 하늘(天)·땅(地)·사람(人)의 3원과 농업·농촌·농민의 3농을 뜻하고, '11'은 흙을 의미하는 한자 토(土)를 풀면 십(十)과 일(一)이 되므로 3월 11일이 흙의 날로 지정되었다. 그런데 해마다 이 날이 돌아올 때마다 묻게 되는 질문이 있다. 우리가 매일 딛고 사는 이 땅은, 지금 정말 괜찮은 걸까.흙=땅바닥(X), 관리대상(O)흙은 그냥 땅바닥이 아니다. 흙은 단순한 경작의 대상이 아니라 식량을 생산하고, 물을 저장하며 탄소를 흡수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생명의 토대다.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건강한 흙 한 줌에는 수십억 마리의 미생물이 살고 있고, 이들이 유기물을 분해해 식물에 영양분을 공급한다. 흙이 오염되면 이 순환 고리가 끊기고, 그 영향은 결국 우리 식탁까지 이어진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 (Food and Agriculture Organization of the United Nations) 조사에 따르면 세계 토양의 25%는 이미 심하게 훼손된 상태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국내 산림 토양은 산성화가 조용히 진행중이다. 제주 농업기술원이 농경지를 분석한 결과, 최근 10년(2014~2023) 평균 토양 산도(pH, 작물 재배의 중요한 조건 중 하나로 토양 내 양분 유효도는 토양 산도에 따라 달라진다)는 5.8로 이전 10년(2004~2013) 평균 5.4보다 개선되었지만, 과수원 및 시설재배지는 여전히 평균 5.6으로 적정 범위(6~7)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화학비료를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관행농업이 이어지는 한, 농경지 산성화 문제는 쉽게 해소되지 않는다. 토양 산성화 개선을 위해 지속적인 양분과 토양 관리가 필요하다.[토양오염도 현황 그래프 © 기후부 토양측정망토양오염실태 조사결과]도시 한복판의 오염: 부지 정화 작업이 필요한 용산공원산과 밭 뿐만 아니라 도시의 흙도 오염되고 있다. 용산어린이정원이 들어선 부지는 주한미군이 수십 년간 주둔했던 곳으로, 기름 유출 사고와 중금속 오염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실제로 정원 내 장군숙소 단지·야구장·스포츠필드 등에서도 독성 물질이 검출된 바 있다. 2023년 한국환경공단 보고서에 따르면 캠프 레드클라우드·광주비행장·워리어베이스 등 6개 미군기지 주변 지역 약 5,000㎡에서도 토양 오염물질이 확인됐다. 근본적인 안전성 논란이 해소되지 않은 땅이 지금 시민들에게 열려있는 셈이다. 환경단체들은 반환 미군기지에 대한 철저한 부지 정화 작업부터 진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인허가 신고와 시설물 철거, 폐기물 처리 등 준비 단계를 거쳐 정화 작업(오염 토양 굴착 및 되메움, 토양 정화, 지하수 정화), 사후 검증 절차까지 밟아야 한다는 입장이다.[용산어린이정원 조감도 © 국토교통부]우려를 넘어선 오염상태, 우리 토양 건강검진 결과정부는 매년 전국 토양 상태를 두 가지 방식으로 파악한다. 하나는 전국 1,000개 지점을 선정하여 고정된 지점에 대한 토양오염도를 조사하는 '토양측정망'이 있고, 다른 하나는 공장, 산업지역, 폐기물 매립지역 주변 등 토양오염 우려가 있는 지역을 선정해 집중 조사하는 '토양오염실태조사'다. 측정망이 일반 토지를 정기 점검하는 '건강검진'이라면, 실태조사는 이미 오염이 의심되는 곳을 들여다보는 '정밀검사'에 해당한다.2023년 토양측정망 운영 결과, 전국 1,000개 지점에 대하여 pH 포함 23개 항목을 분석했을 시, 모든 항목이 토양오염우려기준 이내로 조사됐다. 그러나 토양오염실태조사에서는 전국 2,457개 지점 중 48개 지점(2.0%)이 토양오염우려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2%라는 수치가 작아 보일 수 있지만, 조사 대상이 공장·산업단지·폐광산·폐기물 매립지 등 애초에 오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지역임을 감안해야 한다. 즉, 오염 위험이 높은 지역 중 대략 50곳 정도가 토양오염우려기준을 넘겼다는 뜻이다.오염물질의 종류도 다양하다. 토양오염물질에는 카드뮴·구리·비소, 중금속류와 벤젠·페놀류·벤조 등 총 23개 물질이 지정되어 관리 중이다. 토양오염물질은 동식물 생육과 사람의 건강에 지장을 줄 수 있으므로 단순히 '땅 속의 문제'로 끝나지 않으며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흙의 날이 흘러가는 '기념일'로 끝나지 않으려면흙의 오염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냄새도 없고, 당장 아프지도 않다. 그래서 오랫동안 방치되어 왔고,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날 때는 이미 수십 년치 오염이 쌓인 후다. 3월 11일, 흙의 날을 맞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생각해보자. 화학비료와 농약 사용을 줄이고 유기농 농산물을 선택하기. 그리고 내 지역의 토양오염 현황에 관심을 갖고 목소리를 내는 것. 건강한 흙은 저절로 지켜지지 않는다. 우리가 관심을 가질 때 비로소 지켜진다.By Editor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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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와 흙의 날]
3월 11일 흙의 날, 우리가 딛고 있는 땅은 안녕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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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와 전쟁]
호르무즈 해협 봉쇄, ESG 공급망을 흔들다
'세계 에너지 동맥'으로 불리는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됐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은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해 선박 통행을 차단했다는 소식이 3·1절 연휴가 채 끝나기 전에 우리에게도 알려졌다. 호르무즈 해협은 단순한 물류 통로가 아니다. 전 세계 석유 공급량의 약 5분의 1이 통과하는만큼, 중요한 에너지 수송 요충지이다.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성을 일깨워준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전 세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호르무즈 해협 하나로 인해 흔들리는 에너지 공급경제조사기관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해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까지 오르고, 세계 평균 물가 상승률이 0.6~0.7%포인트 상향될 것으로 예상했다. RE100을 선언한 글로벌 제조기업들도 재생에너지 전환 로드맵과 무관하게 원자재 및 부품 조달 전 단계에서 화석연료에 크게 의존해왔다는 현실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시행을 앞두고 탄소 배출 감축에 사활을 걸던 해운·항공업계는 유가 급등과 탄소 배출량 증가라는 이중 딜레마에 직면했다. 국내 항공사 대한항공은 인천~두바이 노선을 오는 3월 8일까지 전면 운항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원유 대부분이 아시아로 향할 정도로, 이 해협은 글로벌 제조 공급망의 에너지 기반 그 자체이다.[호르무즈해협(빨간색 원 위치) © gettysimage] 호르무즈 해협 우회 루트 중 하나로 언급되는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 송유관은 수송 능력이 하루 원유 물동량의 1/7에 불과하다. 따라서 대체 경로로 아프리카 희망봉 우회 항로 활용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많은 선박들이 아프리카 희망봉을 우회 경로로 택할 경우, 운송 거리가 수천 킬로미터 늘어나고 선박의 연료 소모량과 탄소 배출량 또한 대폭 증가한다. 국제사회가 ISSB(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 공시 기준과 TCFD(기후 관련 재무정보 공개 태스크포스) 프레임워크를 통해 탄소 배출 문제를 기업들이 의무적으로 관리하게 만드는 흐름과 달리, 정작 에너지 공급 자체가 끊길 수 있다는 위험성은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ESG 보고서가 놓친 한 줄, 에너지 공급망 불확실성한국은 이번 위기의 최전선에 서 있다. 한국은 원유의 70.7%, LNG(액화천연가스)의 20.4%를 중동에서 수입하고 있으며, 이 물동량 대부분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한국무역협회(KITA)는 유가 10% 상승 시 수출 0.39% 감소, 수입 2.68% 증가, 기업 생산 원가 0.38% 증가 등의 연쇄 충격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삼성전자·현대차 등 RE100 가입 기업들은 자사 사업장의 재생에너지 전환을 서둘렀지만, 정작 협력사의 에너지 공급망 불확실성은 통제 범위 밖에 있었다. 글로벌 ESG 평가기관들이 공급망 스코프3 배출량 관리를 강화하는 추세 속에 이번 사태는 에너지 공급이 지연될 때 발생할 결과를 수치로 확인시켜 준 사건이 됐다.[지난 2018년 12월 21일(현지시각) 유조선들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모습 © 로이터]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된 이번 사태로 인해 ESG 경영의 맹점이 정면으로 드러났다. 기업들이 제출하는 ESG 보고서에는 기후 시나리오 분석이 포함되어있지만,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에너지 공급망 불확실성에 관한 시나리오는 대부분 빠져 있다. 전문가들은 ISSB S2 기준의 물리적 리스크 항목에 지정학 요인으로 인한 에너지 공급 경로의 물리적 위험성을 명문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산업통상부 차관은 "우리가 도입하는 석유·가스 상당 비중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함을 감안하여 유가 및 해상 운송 리스크 확대 가능성을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이번 위기는 역설적이게도 재생에너지 전환과 에너지 수입 경로 확대의 필요성을 증명하는 사건이 되기도 했다. 이번 위기로 에너지 전환과 재생에너지 투자 확대, 공급망 재편이라는 새로운 산업의 기회가 생겼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때마다 원유 가격이 치솟는, 에너지 공급 구조의 취약성이 반복되는 한 RE100과 탄소중립 선언은 반쪽짜리 ESG에 머물 수밖에 없다. 지금이야말로 기업과 정부가 에너지 공급망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ESG 전략의 핵심 변수로 다뤄야 할 시점이다.By Editor L보러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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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와 권리 밖 노동자]
법 밖의 노동자, 이제 국가가 증명해준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권리 밖 노동자'로 분류되는 비임금 노동자의 규모는 2026년 2월 기준 약 870만 명에 달한다. 2023년에 비하면 약 8만 명이 늘어난 수치로, 플랫폼 경제의 확산과 고용 형태의 다변화로 인해 이들의 규모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다가오는 5월 1일 노동절을 목표로 정부가 추진하는 ‘권리 밖 노동자 보호 패키지 입법’에 대해 알아보자. 권리 밖 노동자와 기업 거버넌스의 변화보험설계사, 학습지 교사, 배달 라이더뿐만 아니라 IT 프리랜서와 방송 작가까지 권리 밖 노동자들은 우리 경제의 실질적인 축을 담당하고 있지만 법적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이들은 실질적으로 임금 노동자와 유사한 근로 형태를 띄고 있지만 '개인 사업자'라는 이름 아래 퇴직금, 최저임금 보호, 4대 보험 등 기본적인 사회적 안전망에서 배제됐다. 법의 사각지대는 노동자 개인의 삶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기업에는 막대한 미지급 수당 및 퇴직금 청구라는 법적 리스크가 돌아올 수 있다. 정부가 '권리 밖 노동자 보호 패키지 입법'을 추진하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권리 밖 노동자 이미지 © Chat GPT]이번 입법의 핵심은 '근로자 추정제' 도입이다. 기존에는 노동자가 스스로 근로자성을 증명해야 했으나, 개정안에 따르면 타인의 사업을 위해 직접 노무를 제공한 사실만 확인되면 우선 근로자로 간주한다. 만약 근로자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싶다면, 이제는 사업주가 직접 그 증거를 찾아내야 한다. 또한, 근로감독관이 국세청 자료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권한이 강화된다. 정보력이 부족한 노동자를 대신해 국가가 소득 신고 내역 등 실질적인 근로 데이터를 확보하여 종속성을 입증해 준다는 취지다. 법원 소송으로 가기 전 단계에서 근로자성 분쟁을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는 조정 절차도 마련된다. ESG 시대, 기업의 노동 인식 전환이 필요한 때다만 이번 입법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의 정의 자체를 바꾸어 대상을 확대하는 것은 아니기에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는다. 이 지점에서 노동계는 '근로자 범위는 그대로 둔 채 입증 책임만 바꾸는 것은 무늬만 보호일 뿐'이라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특히 처우 개선 조항들이 강제성 없는 '노력 의무'에 그칠 경우, 기업이 여건상 최선을 다했다는 논리로 회피할 수 있어 현장의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비판도 공존한다.[일하는 사람의 권리에 관한 기본법 © 고용노동부]이번 입법 추진이 실효성을 두고 논란이 있지만, 기업은 이번 변화를 단순히 지켜봐야 하는 정도로 치부해서는 안된다. 다양한 형태의 노무 제공자를 제도적으로 보호하고자 하는 이번 논의는 결국 사회적 포용성이 ESG 평가의 핵심 지표로 안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제 기업은 이를 단순한 규제 강화로 치부하기보다 노동 관행의 거버넌스 자체가 근본적으로 변화하는 과정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인적 자원과 관련된 법적 리스크 관리는 이제 선택의 영역이 아닌 기업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기업은 '직접 고용된 소속 직원이 아니면 책임도 없다'는 논리로 선을 그어왔지만, 이런 관행에서 벗어나 우리 사업의 실질적인 축을 지탱하는 모든 인적 자원을 '제도 안의 파트너'로 인식해야 한다. 불분명했던 리스크를 제도권 안으로 가져와 투명하게 관리하고, 이들과의 상생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by Editor L보러가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