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기업들은 재생에너지 전력구매계약(Power Purchase Agreement, 이하 PPA)을 체결할 발전소를 찾는 데 어려움을 호소해 왔다.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 역시 계약을 원하는 수요기업을 어디서 어떻게 찾아야 할지 막막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수요와 공급이 서로를 찾지 못한 채 흩어져 있었다.
이에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 7월 15일 기업과 발전사업자가 PPA 수요·공급 정보를 한곳에서 확인할 수 있는 'PPA 중개플랫폼'을 구축했다. 재생에너지 100% 사용(RE100) 이행을 지원하기 위한 조치다. 7월 말까지 시범사업을 시행한 뒤, 이달부터 플랫폼을 정식 운영할 예정이다. 발전사업자와 기업이 온라인에서 만날 수 있는 공식 통로가 처음으로 열린 것이다.
이미 수요가 확보된 재생에너지 거래 방식의 전환
설비용량 500MW 이상의 대규모 발전사업자는 일정 비율 이상의 전력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해야 하는 ‘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 제도(Renewable Energy Portfolio Standard, 이하 RPS)’를 적용받는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재생에너지 발전소는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newable Energy Certificate, REC)를 기업에 판매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확보해 왔다. 발전사업자에게는 유리한 방식이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사용 전력이 재생에너지에서 왔다는 것을 직접 증명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는 채로 말이다.

[국내 PPA 누적 계약 건수 © 기후에너지환경부 자료 기반 ChatGPT]
PPA로 이 문제를 다소한 해결할 수 있을 전망이다. PPA는 재생에너지 발전소가 수요 기업에게 전력을 직접 공급하는 계약방식으로 RE100의 주요 이행 수단으로 꼽힌다. PPA가 활성화되면 △한국전력이 회수하던 RPS 정산금 규모를 줄여 국민 전기요금 부담 완화 △수출기업의 재생에너지 100% 사용 달성 △재생에너지 사업자의 장기 수익 안정성 확보라는 세 가지 효과를 동시에 기대할 수 있다. PPA 계약은 2023년 13건에서 2024년 29건, 2025년 79건, 2026년 1~5월에만 118건을 기록하며 증가추세다. 수요는 이미 빠르게 늘고 있었다. 시장을 연결할 인프라만 없었던 셈이다.
참여 문턱을 함께 낮춘 설계
PPA 중개플랫폼은 온라인 포털을 통해 PPA 공급자인 발전사업자와 수요자인 전기 사용자가 물량 정보를 게시하고, 블라인드 협상 및 체결까지 진행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기업과 발전사 사이에 한국전력공사가 중개자로 개입해 전력 계약이 진행되는 제3자 PPA 방식, 기업이 중개 없이 발전사업자와 직접 계약을 맺고 전기를 구매하는 직접 PPA 방식이 모두 가능하다.

[PPA 중개플랫폼 운영 방향 및 매칭 체계 © 기후에너지환경부]
또한, 계약 전력 1MW(메가와트) 이하의 소규모 설비도 참여할 수 있어 작은 발전사업자의 시장 접근성도 함께 높아진다. 7월 말 진행된 시범사업에는 재생에너지 100% 사용 수요 기업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아 총 43개 단체와 기업이 참여했다. PPA 중개플랫폼을 통해 계약을 체결하면 소규모 발전사업자에게 계량기 설치비 지원, RE100 수요 기업에게는 망 이용료 지원기간 확대, 지붕형 태양광 사업자에게는 보증보험료 지원 확대 등의 인센티브도 제공된다.

[제3자 PPA 방식 ©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ESG 공시 시대, RE100은 선택이 아니다
정부는 ‘PPA 중개플랫폼을 활용하겠다는 PPA 수요와 공급 물량이 각각 1GW(기가와트) 안팎으로 나타나 업계가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수요와 공급 각 1GW씩 합산하여 약 2GW의 거래수요가 이미 대기 중이라는 의미다. 심진수 기후에너지환경부 재생에너지정책관은 "업계의 다양한 의견을 적극 수렴해 재생에너지 전력구매계약 활성화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중개플랫폼을 성공적으로 구축하여 운영하겠다"고 전했다.
2028년 ESG 공시 의무화를 앞두고 스코프 2(Scope 2, 간접 배출) 감축을 위한 재생에너지 조달이 기업 경영의 핵심 과제로 부상하면서 RE100 이행 압박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번 PPA 중개플랫폼은 그 압박에 답하는 인프라다. 다만 플랫폼이 시장을 연결하는 것만으로는 RE100이 해결되지는 않는다. 전력시장 구조 개편, 전력 계통 연결 여건, 가격 협상 투명성 확보까지 풀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이제 막 정식 운영에 들어간 PPA 중개플랫폼이 재생에너지 직거래 시장의 실질적인 물꼬를 트는지는 앞으로의 거래 실적이 말해줄 것이다.
by Editor 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