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3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신규 원자력발전소와 소형 원자력발전소(Small Modular Reactor, 이하 SMR) 건설을 추가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른 신규 원전 2기와 SMR 부지를 확정 지은 지 약 한 달 만의 발표로 전문가 의견수렴과 대국민 공론화를 거쳐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하겠다고 설명했다.
환경부가 기후에너지환경부로 출범했을 무렵부터 신규원전 건설은 지속적으로 뜨거운 논란거리다. 지금까지 원전건립을 둘러싸고 어떤 논의와 의견이 있었는지, 정부와 환경단체의 입장은 어떤지 신규원전을 둘러싼 쟁점들을 살펴보자.

[신규원전 건설 논의가 나온 2026 국가재정전략회의 © 청와대]
한국 원자력발전소의 현재
현재 우리나라는 원전 26기를 가동하고 있으며, 미국, 중국, 프랑스, 러시아에 이어 전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많은 원전을 보유하고 있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는 신규원전 건설계획이 포함돼 있지만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원전 추가 건설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원전건설에만 15년이 걸리고, SMR 기술이 아직 부족하기에 신재생에너지에 집중하자는 이유였다.
그러다 돌연 2026년 1월 말, 두 차례의 정책토론회와 여론조사를 거쳐 정부는 원전추가 건설을 결정했다. 해당 여론조사에서 원전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응답자의 80% 이상, 신규원전 건립 찬성 여론은 60% 이상이었다. 그리고 6월 17일, 심의 끝에 경북 영덕군이 신규 대형 원전 2기 건설 후보지로, 기장군이 국내 첫 혁신형 SMR 건설 후보지로 각각 선정됐다. 원전 2기는 2037년과 2038년, SMR 1기는 2035년 준공이 목표이며, SMR은 대형 원전보다 건설 기간이 짧고 출력 조절이 쉬운 편이기에 건설 기대가 높다.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와 원전 추가 건설
지난 6월 29일에는 정부가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이는 반도체 강국 도약, AI로봇과 피지컬AI 발전, AI데이터센터 관련 산업 성장과 생태계 강화를 목표로 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메가프로젝트 가동에 필요한 추가 전력 수요가 27.7GW(기가와트)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현재 가동 중인 국내 전체 원전규모와 맞먹는 수준이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7월 원전 추가 건설 발표 이전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울산 울주, 전남 영광에 각 원전 2기씩, 총 4기를 지을 수 있는 부지가 있다며 원전 추가 건설을 향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정부가 신규원전 건설을 추진하는 이유는 재생에너지 만으로는 안정적인 전력공급이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반도체 공장과 AI센터에는 24시간 안정적인 전력공급이 필요한데 태양광에너지 등 재생에너지는 날씨와 같은 외부요인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정부는 전 세계 AI산업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면 지금이라도 원전투자에 나서 전력 공급을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원전을 유치한 지방자치단체 역시 기대감을 드러냈다. 원전건설에 수백 개 기업이 참여하는 만큼 건설단계에서 수만 명의 고용효과가 예상되며, 장기간 지원금과 세수유입으로 지역상권과 부동산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신규 원자력발전소 부지선정 계획 즉각 중단 촉구 기자회견 © 녹색연합]
영남권 집중이 드러낸 입지 문제, 송전망 부담과 지역의 몫
하지만이 같은 원전정책에 수많은 시민단체, 특히 환경단체가 우려를 표하고 있다. 2026년 2월 154개 시민사회단체가 발표한 '탈핵비상시국선언문', '신규원자력발전소 저지 전국비상행동'의 논평과 자료를 종합해 보면 신규원전 건설과 관련해 아래와 같은 논란이 있다.
첫째,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원전 수립 계획 이행과 관련해 정부가 신규 원전이 실제로 필요한지에 대한 과학적 검증과 숙의를 거치지 않은 채 '원전이 필요하다'는 답을 내려두고, 국민 여론 뒤에 숨었다는 비판이다. 원전 필요성에 대한 여론조사를 거치기는 했으나 이미 이전 조사에서도 원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여러 차례 확인된 바 있는 만큼, 정부의 여론조사는 답을 알고 실시한 형식적 절차라는 것이다. 또한,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과정에서 정부의 전력 수요 예측이 과장되었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는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시황의 폭발적 성장'을 명분으로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2029년까지 8.4GW, 2035년까지 18.4GW의 데이터센터를 구축한다며 총 49.4GW의 전력 수요를 제시했다. 하지만 한국데이터센터연합회에 따르면 상업용 데이터센터에서 실제 IT 전력 수요는 1.57GW에 불과하다.
둘째, 현재 전력 공급은 수요를 초과하고 있으며, 재생에너지 발전과 출력조절이 어려운 원자력발전을 함께 확충하는 것은 원전가동의 위험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전망이 있다. 전력은 공급과 수요가 실시간으로 일치해야 하는데 이 균형이 깨지면 대규모 정전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높아지면 다른 에너지원의 발전량을 제어해야 하며, 현재도 원전출력을 정격 용량보다 낮추는 감발조치를 시행 중이다. 하지만 원전은 출력 조정 속도에 한계가 있으므로 잦은 출력 조절은 원전 운영의 안전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원전의 대안으로 제시되는 발전 용량 300MW(메가와트)이하의 소형 원자력발전소 SMR 역시 아직 상업 운전에 성공한 나라가 없고, 안전성과 경제성이 불확실하다는 의견이 많다.

[영광군에 위치한 한빛원자력발전소 © 한국수력원자력]
셋째, 원전확대는 관련 시설이 들어설 지역시민의 의견을 무시한 결정이라는 비판도 있다. 현재 원전은 영남권에 밀집해 있다. 원자력발전은 지역에 사고위험과 사용 후 핵연료, 냉각수 등 환경문제를 남긴다. 빠른 건설을 위해 기존 원전 인근에 추가건설이 이뤄진다면 이러한 환경 문제가 더욱 커질 수 있다. 원자력 발전설비 증가속도보다 송전망 구축이 지연되며 이미 원전출력을 제어하는 횟수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 속 원전건설이 추가되면 지역의 전력망 부담도 커진다.
한편 원전 확충에 대한 근거가 되었던 '메가 프로젝트' 자체에 대한 반대의견도 있다. 프로젝트에 필요한 전력과 개발은 기후 생태계를 파괴할 수 있다. 게다가 실가동까지 15년 가량이 걸리는 원전과 2,3년 정도면 건립되는 AI데이터센터의 전력 필요 시기가 맞지 않아 원전확충의 실효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력부족을 단기에 해결할 수 있는 화력발전소 운영 연장이나 LNG 복합발전소 신규건설이 논의된다면 2050 탄소중립 목표, 국가 온실가스 배출 등의 목표달성이 어려워진다. 무엇보다 환경단체가 가장 우려하는 점은 이번 정부 발표에서는 전력 수요 관리, 기업의 에너지 효율 책임 강화, 에너지 전환 방향 등은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신규 원전 건설을 공식화했지만 많은 논란이 이어지고 있어, 오는 9월 발표될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어떤 결정이 내려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by Editor 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