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트리플래닛 정민철 이사
"세상 모든 사람이 나무 심는 사람이 될 때까지"
2050년까지 전 세계에 1억 그루 나무를 심겠다는 기업이 있다. 바로 숲이라고 하는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상품’을 만드는 '트리플래닛'이다. 숲이 필요한 곳이라면 전 세계 어디든 가는 사회적 기업 트리 플래닛의 공동 창업자인 정민철 이사는 숲과 함께 만든 지속가능한 성장 비전을 들어보았다.각종 자연재해와 더불어 산불 피해가 전 세계 범위로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최근 우리나라는 역대 최대 규모의 산불 피해를 겪었다. 기후 위기의 연장선상으로도 볼 수 있을 이런 기후 위기 문제의 해결책은 숲이 될 수 있을까?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협력하여 공동의 목표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인 '콜렉티브 임팩트'를 만들어 내는 트리플래닛의 숲 만드는 이야기를 듣기 좋을 시기다. 국가적으로 많은 일이 일어나는 이번 주말은 식목일이기도 하다. ‘세상 모든 사람이 나무 심는 방법을 만들고 있는’ 트리플래닛. 정민철 이사는 사업 초기부터 환경 참여형 플랫폼을 만들고 싶었다. 그리고 트리플래닛이라는 이름의 나무 심기 게임을 개발했다. 유저들이 가상 공간에 나무를 심으면 실제 현실에서 나무가 식재되는 기발한 아이템으로 국내외 많은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이후 게임 사업은 접고, 숲을 만드는 본질적인 업태에 더 다가가기로 했다. 사업을 이끄는 동안 정민철 이사는 나무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을 쌓았다. [ 트리플래닛의 정민철 이사 @ESG.ONL]새롭고 재미있게, 환경문제 인식부터 행동까지 연결한 트리플래닛의 시작트리플래닛은 초창기에 나무 심기 게임으로 알려졌다. 게임을 통해 기부와 환경 문제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개선하고자 했다. 그리고 사람들이 게임을 하면서 나무를 기부하는 행동까지 이끌었다. 하지만 아직 20대였던 트리플래닛 구성원들 머릿속에는 여러 질문이 떠올랐다. 나무심기 게임은 꼭 재밌어야 할까? 그렇다면 우리는 게임 만드는 팀인가? 게임의 재미와 조직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 끝에 트리플래닛이 내린 결론은 '트리플래닛이 게임산업의 주류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세상은 트리플래닛을 사회 공헌 게임 회사로 알고 있었다. [화제를 모았던 트리플래닛 게임 @트리플래닛]2017년 트리플래닛은 게임 서비스를 종료하고, 나무 심기라는 본질적 활동에 좀 더 관심을 쏟기로 했다. 새롭고 재밌는 방법은 계속 필요했다. 고민 끝에 트리플래닛 팀은 기부자들이 나무와 정서적 교감을 할 수 있게 했다. 나무가 사용자에게 편지를 보낸다. 나무가 ‘엄마 아빠, 여기는 요즘 추워요’라며 유저에게 말을 건다. 실제로 한 기부자는 비행기와 차를 타고 수십 시간이 걸리는 네팔 오지까지 가서 자신의 나무를 만났다. 내가 지구 어딘가에 심은 나무 한 그루에는 해외아동 후원 못지않은 애정의 마음이 담겨있다. 트리플래닛의 대중적 인지도 향상에 기여한 '스타 숲'도 숲과 사람의 정서적 교감의 한 형태다. 그룹 2NE1(투애니원)의 팬들과 함께한 첫 번째 프로젝트를 추진한 이후 서울시와 함께 조성한 숲만 100여 개에 이른다. 정민철 이사는 “스타 숲은 오히려 팬덤 문화를 통해 우리가 배운 케이스예요.”라고 밝혔다. 팬들은 스타에게 숲이라는 영원한 선물을 선사하고 싶어 했다. 이런 마음이 모여 현재는 서울뿐 아니라 중국, 인도네시아, 브라질 등에도 방탄소년단(BTS) 같은 케이팝 아이돌의 스타 숲이 조성되어 있다. 트리플래닛은 숲과 사람의 사이를 잇는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기업이고, 소통에 진정성이 있다면 ‘충분히 깊은 마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나무 심기와 연결된 진정성 있는 소통, 우리 사회의 기억을 함께하는 숲[평화와 희망을 상징하는 은행나무를 심은 '세월호 기억의 숲' ⓒ트리플래닛]트리플래닛의 소통은 우리 사회 전체의 기억까지도 이어진다. 2017년 트리플래닛은 세월호 기억의 숲을 조성했다. 시작은 배우 '오드리 헵번'의 아들인 '숀 헵번'의 제안이었다. 정민철 이사는 처음 연락을 받고 '이게 실화인가?' 의심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말에서 진심이 느껴졌기 때문에 샌프란시스코에 직접 찾아갔습니다.” 정민철 이사가 만난 숀 헵번은 영화 프로듀서로 우리나라에서 영화를 찍으며 한국인의 정서를 많이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그는 한국에서 큰 사건이 일어나면 한국 사람들이 쉽게 잊는 것 같이 보인다는 점을 우려하며, 뉴욕의 911 추모 박물관처럼 잊히지 않을 공간을 만들어보자고 제안했다. 이때 트리플래닛은 ‘숲을 만드는 목적이 단순히 자연환경 보전의 목적만이 아닐 수도 있겠다’라고 생각의 전환을 하게 되었다. 결국 이 프로젝트는 전라남도 진도에 위치한 ‘세월호 기억의 숲’ 조성으로 완성됐다. ['소녀들을 기억하는 숲' ⓒ트리플래닛]그 후 트리플래닛은 서울 월드컵경기장 내 평화 공원에 일본 위안부 피해 여성'을 위한 ‘소녀들을 기억하는 숲’을 만들었다. 시민이 많이 찾는 공원에 직접 나무를 심고 싶어 하는 청년들, 사회적 기업이 다수 참여했다. 정민철 이사는 숲이라는 공간이 갖는 '치유의 가치'를 느꼈다는 소회를 밝히며, 숲 해설 교육 공간 해설사분들의 말을 전했다. 숲 해설을 오래 한 분들은 '숲 교육 프로그램은 있어도 되지만 없어도 괜찮다.'라고 말한다. 숲에 들어가면 우리는 저절로 무언가 알아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숲을 만들어 본 경험이 있는 사람, 자연의 치유력을 경험한 사람은 이 말에 절대적으로 공감할 것이다. 지속 가능한 사업과 협업의 키는 '회사의 핵심 자산'다양한 사회조직과 함께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이어가고 있는 트리플래닛은 사회 공헌 사업의 의미만으로 업의 가치를 설명하지는 않는다. 트리플래닛은 다수의 정부 기관, 기업과 협업해 왔는데, 기업이나 기관이 본래 가진 기술 자산과 연결되는 프로젝트가 유효했다고 정민철 이사는 강조했다. 일회성 사업이 아니라 환경에 장기적으로 좋은 영향을 주는 성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중 한화그룹과 함께한 '중국 사막화 방지 숲'은 현재까지도 환경에 지속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유지 중인 대표적 사례다. 트리플래닛 게임 내 광고로 연을 맺은 한화와는 친환경 기술 태양광 패널을 통해 협업했다. 트리플래닛은 2013년 링샤 자치구 사막화 지역에 나무를 키울 수 있는 물 펌프를 위한 에너지원으로 한화의 태양광 패널을 썼고, 해당 사막 지역에는 20만 그루의 나무가 물을 공급 받게 됐다. 다수의 숲을 조성한 경험을 가진 정민철 이사에게도 한화와의 협업 결과는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 숲을 조성하는 것은 단기간에 성과를 확인하기 어려운 프로젝트다. 기업도 이러한 특성 때문에 긴 시간 인내를 갖고 참여하여, 해당 프로젝트의 성공을 확인하는 일을 더욱 의미 있게 평가한다고 한다.[한화의 태양광 패널과 함께 조성된 숲 ⓒ트리플래닛]트리플래닛이 처음 세웠던 ‘1억 그루의 나무를 심겠다’라는 비전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서서히 바뀌었다. 1억이라는 숫자를 한번 찍어보자는 목표에서 1억 명이 나무를 심게 하자고 바꾸려 했다. 하지만 결국 나무, 숲, 환경 변화를 대하는 우리의 인식 변화가 중요하다는 결론에 닿았다. 트리플래닛이 현재 집중하는 것은 농업, 임업 등의 첨단기술 혁신 산업이다. 환경의 가치에 대한 메시지 전달은 당연히 중요하지만 지속가능한 사업을 펼치기 위해서 '지금 필요하지만 아무도 안 하는 것'을 해야 한다. 정민철 이사는 “ESG 관련 기업들도 결국 지속 가능한 사업을 가능하게 하려면 각자 가진 기술이나 자산 등 핵심 자산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ESG 정책을 세워 나가면 좋을 것”이라고 전했다.나무 심기에서 묘목 제공으로, 트리플래닛 사업의 전환“기후 위기로 인해 산불은 계속될 수밖에 없어요.”숲과 관련된 수많은 경험을 쌓은 정민철 대표는 최근 발생한 산불 상황에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했다. 산불이 한 번 나면 그 산천에 다시 들어가 복구하기 위해 2~3년은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토양이 산성화되어 유기양분이 적기 때문이다. 그래서 포크레인으로 토양을 뒤엎고, 재로 변한 고사목은 잘라낸다. 잘린 나무에서는 맹아가 자라기도 한다. 그렇지만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묘목이 부족하다. 산림 복구에 어려움이 크다. 양질의 묘목 생산이 충분하지 않다는 문제의식으로 트리플래닛은 이천에 '포레스트 벤처스'라는 농업회사 법인을 설립하여 묘목 연구와 생산을 준비 중이다. 수목 관련 전공자들로 구성된 포레스트 벤처스는 좋은 품종, 새로운 품종을 두루 연구하고, 묘목을 더 많이 생산하여 필요한 곳에 공급할 수 있는 밸류체인을 개발할 계획이다.[자연자본을 기후 변화 솔루션으로 전환하는 '포레스트 벤처스' ⓒCREVISSE]트리플래닛은 그동안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탄소중립 숲과 산불피해지 복구, 생물 다양성 복원을 위한 재난 복구 숲 조성에 집중해 왔다. 이제 트리플래닛은 어떤 나무를 어디에 심어야 하고, 어떤 품종이 미래 세대에 어떤 가치를 전해줄 수 있을지를 심도 있게 고민하는 버전 3.0의 시기에 돌입했다. “스웨덴 등 외국에서는 나무의 씨앗에서부터 후방산업에 이르는 연구가 많이 되어 있다”고 지적한 정민철 이사. 트리플래닛은 앞으로 의약품이나 화장품의 원료 등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나무의 묘목 개발과 공급 사업도 할 것이라고 말한다.화마가 할퀴고 지나간 자리는 아직도 매캐한 냄새로 가득해 보인다. 모두가 식목일을 맞이하는 마음이 남다른 이때, 피해 지역의 빠른 회복을 기대한다. 트리플래닛은 개인에서 사회로 생각의 범위를 넓히기도, 숲에서 나무로 좁히기도 하며 우리 사회와 환경에 필요한 의식과 행동을 만들어 가고 있다. 지속 가능한 숲 복구, 질 좋은 묘목 개발과 식재 등 트리플래닛이 장기적으로 기여하게 될 미래를 기대해 본다. by Editor 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