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2기 행정부는 시작부터 ESG 정책들에 제동을 걸었다. 파리협정 탈퇴, DEI 정책 폐지에 이어 최근에는 관세압박으로 전 세계 기업들에게 혼선을 주고 있다. 더군다나 우리나라는 당분간 정치적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이 지속될 전망이다. 국가 리더십이 부재한 상황 속에서 우리나라는 민관이 각각 힘을 합해 대미 무역전략을 새로 짜야 하는 난관에 직면했다.
ESG.ONL은 트럼프 집권 이후 유럽의 ESG 향방에 대해 조언을 구했던 '에스뻬 앤 랑쎄(Espée & Lancée)'의 국제법 전문 홍승표 외국변호사를 만나 미국발 관세 폭탄으로 촉발된 글로벌 무역 전쟁의 서막에서 우리나라 ESG 정책이 취해야 할 입장에 대해 물었다.
유럽의 CBAM, 미국의 관세정책, “사실 리스크가 두 배가 된 상황이죠.”
홍승표 변호사는 유럽과 미국 양쪽에서 압박하고 있는 현재 무역시장의 혼란에 대한 우려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EU는 2026년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를 본격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철강, 알루미늄 등 수입품에 탄소 비용을 부과한다. 유럽은 탄소 비용으로, 미국은 관세 확대 정책으로 무역 장벽이 높아지는 형국이다. 동일 품목이 양측의 규제에 동시 적용되면 탄소 비용과 관세 중복 부담이 발생하는데, 기업에서는 이러한 비용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컴플라이언스 담당자들이 발 빠르게 움직일 필요가 발생한 것이다.
특히 앞으로 들어설 새로운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기업들과 협력 체계를 강화하여 탄소 배출량 검증, 보고 체계를 지원하고, EU와의 협상을 통해 차별적 적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막아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무역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도 크다. 홍 변호사는 상황을 계속 주시하며, 적시에 정부와 기업이 공동 협상에 나서는 것이 현명하다고 말했다.
[홍승표 변호사 ⓒESG.ONL]
현지 투자와 시장 다변화를 통한 관세 리스크 대응
미국 내 현지 생산 확대는 관세회피의 방법 중 하나다. 그래서 포스코, 현대제철 등이 미국 내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라는 뉴스가 최근 큰 화제였다. 한국은 연간 263만 톤의 철강을 미국에 수출해왔는데, 관세 적용 시 수익성 악화로 시장 유지와 진출이 어려워질 것이 자명하다. 특히 자동차 부품과 전기차용 강판 등이 관세 대상에 포함된다면 친환경 차량의 생산원가 상승이 불가피하다. 때문에 관련 기업들은 현지 생산을 통해 관세 부담을 우회하고, 수요에 대응하려 노력 중이다. 이 밖에 다른 방법은 없을까?
홍 변호사는 미국 외에 인도, 브릭스 국가군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낮은 시장 진출을 권고한다. 나이지리아,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등 인구 1억 이상 신흥국에 대한 진출 확대도 좋은 대안이 될 것이다. 그는 우리나라가 지역별 무역협정을 강화하는 방법도 있다고 했다. 우리가 유럽과의 '자유무역협정(FTA, Free Trade Agreement)'을 활용해 아프리카 시장 진출 시 유럽 기업과 협력 모델을 구축하는 것도 효과적인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홍 변호사는 '세계무역기구(WTO, World Trade Organization)'에 대해 트럼프 정부가 재판관 임명을 거부한 관계로 발생한 분쟁 조정 공백에 대응하기 위해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과 같은 분쟁해결기구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도 의견을 더했다. RCEP은 아시아·태평양 15개국이 참여하는 협정인데, 구조화된 절차를 통해 무역 분쟁을 관리하는 기관으로 분쟁해결 규정 재검토 계획을 업무에 포함하고 있다.
불안정한 환경에서 안정을 찾을 해결책의 실마리, ESG경영
앞선 제시한 해결책에도 우려사항은 있다. 홍 변호사는 “국내 기업이 해외에 생산기지를 만들면 가장 크게 겪는 문제가 노동자 관리 문제입니다.”라고 말하며, 현재 해외에 있는 우리나라 기업들에 대한 걱정의 목소리를 이어갔다. 멕시코, 캐나다에 진출한 한국 중소기업 법인은 약 200여 개에 이른다. 특히 멕시코에는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가 있고, 캐나다에는 'LG에너지솔루션', '에코프로비엠' 등이 진출했다. 미국의 관세 정책으로 향후 이들 기업의 수익성 악화가 예견된다. 그리고 이 상황은 노동집약적 산업에 종사하는 현지 근로자의 일자리 축소와 임금 체불 문제까지 초래할 수 있다. 현지 노동자와 기업 간 갈등이 국제적 논란으로 퍼질 우려도 무시할 수 없다.
이에 대해서도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한데 홍 변호사가 제시한 솔루션은 먼저 ‘현지화 전략’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인디애나주 'SK하이닉스'는 현지의 ‘퍼듀대학교’와 협력해 기술 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인력을 공급하고, 지역사회의 신뢰를 구축한 좋은 사례를 보여줬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글로벌 단위의 권력과 기업의 경영방향의 움직임이 이어지는 가운데 기업이 위치한 지역사회와의 조응, 투명한 노사관계 구축을 통한 ESG 경영은 비즈니스 안정성 확보라는 경쟁력의 기틀이 될 것이다.
[유럽과 한국에서 활동 중인 '홍승표 EU변호사' ⓒEspée & Lancée]
한국기업이 모색할 수 있는 ESG 경영 지속 방안
관세 부담이 커지면 한국기업의 친환경 기술 개발 등 ESG 투자를 축소할까? 유럽에서 오래 거주했으며, 룩셈부르크에도 사무소가 있는 외국 변호사인 홍 변호사는 유럽 사정에 밝다. 그는 “유럽에서는 환경성과를 과장해서 공시하는 그린워싱 소송이 증가하면서 ESG 활동의 법적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다.”고 밝히며 기업들이 ESG 투자 축소를 쉽게 선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특히 탄소 배출량이 많은 산업은 EU의 CBAM 대응을 위해 탄소배출권 구매가 필수적이다. 수익성 압박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있다. 때문에 홍 변호사는 탄소세를 피하려면 지금부터 저탄소 제품 생산라인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 대상 'RCEP'과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Comprehensive and Progressive Agreement for Trans-Pacific Partnership)' 등의 ESG 협력 조항을 적극 활용해 ESG 경영 지속을 위한 동력을 얻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홍 변호사는 “미국은 현재 타 국가의 경쟁력 있는 제조업 공장을 데려와서 자국의 일자리 창출, 국가의 부흥을 꿈꾸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광폭한 관세 관련 정책 추진은 글로벌 기업들을 볼모잡고자 하는, 일종에 구애를 던지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기업들이 미국의 관세 정책에 대응해 공장을 짓고, 투자를 하고, 변화를 추진하는 적극적 자세는 중장기적으로 좋은 플랜일 수 있다. 홍 변호사는 “처음에만 불안 요소를 따지느라 힘들지 성공사례가 생기면 다른 기업들도 선례를 따라갈 수 있다.”고도 말했다. 조정기 동안 있을 수 있는 일에 대한 지나친 걱정보다는 중장기적 대응에 집중하는 사고의 전환을 제안하는 것이다.
홍승표 변호사의 인터뷰는 글로벌 보호무역주의의 파도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먼저 국제법의 준수, 현지화 전략을 결합한 대응책 마련이 중요하다는 것으로 종합할 수 있다. 개발도상국과의 상생형 협력 모델도 시장확대를 위한 좋은 아이디어다. ‘위기는 기회’라는 말처럼 블록화된 무역 환경에서도 준비된 기술과 글로벌 네트워크 활용, ESG 경영정신으로 임한다면 우리의 지속가능한 성장도 여기서 멈추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