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_title
기획기사, 인터뷰
[노동절과 ESG] 2025년 노동절, ‘쉬지 못하는 노동’ 현실과 ESG의 숙제
2025.05.08

누군가에게는 연휴의 시작이던 2025년 5월 1일은 노동절이었다. 이날 우리나라 양대 노총이라 일컫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하 한국노총)'은 서울 도심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동시다발 대규모 집회를 열며 노동권 강화, 최저임금 인상, 노조법 개정, 비정규직 보호 등 노동자의 기본권 보장을 요구했다. 갈수록 노동 인구는 줄어들지만, 노동 현장의 문제해결은 더딘 현실이다. 2025년 노동절 집회에서 지적된 논의를 살펴보며, 노동절에 되새겨보아야 할  본질에 관해 이야기 해 보자.



ESG / ESG오늘 / 이에스지

[숭례문 인근에서 열린 '2025 세계노동절대회' 현장 ⓒ연합뉴스]



ESG 관점으로 바라본 노동자 기본권

노동절은 1886년 미국 시카고에서 수십만 명의 노동자가 인간다운 노동시간을 요구하며 벌인 대규모 총파업, 이 과정에서 발생한 유혈 사태였던 '헤이마켓 사건'을 통해 희생과 투쟁을 기억하는 날이다. 오늘날 노동절 즈음이 되면 이 역사를 기억하며 여전히 노동자들은 인간다운 삶과 권리를 위해 목소리를 높인다. ESG 경영이 기업의 필수 가치로 자리 잡은 상황에 'S(Social, 사회)' 영역에서 노동자 인권과 기본권 보장은 빼놓을 수 없는 평가 기준이 된다. '국제노동기구(ILO, International Labour Organization)'는 고탄소 경제에서 저탄소 경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취약 계층의 부담과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이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이 개념 아래서 기업은 노동자를 위해 노동 환경 개선, 인간 존엄성 존중, 생산적 노동이 이루어지는 ‘괜찮은 일자리(Decent Work)’ 창출,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포용적 경영을 실천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ESG / ESG오늘 / 이에스지

[주 7일배송에 반대하는 한진 택배 노동자들 ⓒ 뉴시스]



‘노동절 없는 노동’의 상징과도 같은 택배 노동자

노동절을 앞두고 한진택배 노동자들은 택배 노동자의 건강권, 휴식권 보장이 없는 주 7일 배송의 강제 시행을 규탄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택배 노동자들은 주 72시간에 달하는 장시간 노동과 배송 수수료 삭감, 불안정한 고용 형태로 인해 기본적인 건강, 휴식권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노동 현실을 알리며 주 7일 배송을 반대했다. 전날 밤 주문한 택배가 자고 일어나면 문 앞에 도착해 있는 편리한 물류 서비스 이면에는 인력 충원 없는 주 7일 배송 강행으로 지나친 업무 부담, 과로사 위험에 직면한 택배 노동자의 현실이 상존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온라인 상거래 서비스의 전환 이후 급증한 택배 물량을 감당하기 위해 택배 노동자들은 지난 몇 년간 수난을 겪었다. 2017년에서 2024년까지 8년간 과로사를 포함한 질병으로 산업 재해 인정 사망 택배 노동자만 총 36명이다. 이 기간에 사고 등 다른 원인까지 포함하면 최근 5년간 전체 택배 노동자 사망 재해 건수는 51명(질병 36명, 사고 15명)으로 늘어난다. 산재 보험 미가입으로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는 '숨은 재해'까지 포함하면 수치는 더 늘어날 수 있다. 


택배 노동자의 부담을 해결하기 위해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단체가 제시한 해결안은 1일 최대 작업시간 설정, 심야 배송 제한 등 장시간·고강도 노동을 방지하며 적정 작업시간을 유도하는 것이다. 이들 노동단체는 이미 다른 직종의 노동자에게 당연한 권리로 인식되지만, 택배 노동자에게만은 지켜지지 않는 주 5일 근무제와 휴식권 보장에 대해서도 강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노동단체는 배송이 지연됐을 때도 그들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는 제도 정비 역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여성, 청소년, 이주 노동자...노동 취약 계층에 주목해야 할 이유

노동문제와 관련해 긴 시간 이목을 집중시킨 주제로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를 꼽을 수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는 동일한 노동을 했음에도 동일 임금이 지급되지 않거나, 임금 외 복지·고용 안정성의 저하, 필수 사회보장 보험 미가입 등 구조적 차별과 불평등을 겪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 법은 비정규직으로 2년 이상 근무를 제한하며 2년을 초과한 기간제 노동자는 무기한 계약 노동자로 간주하는 데 이를 악용해 2년 이상 근무 자체를 제한하는 등 고용불안이 만연한 상황이 비정규직의 현실이다. 

비정규직 노동문제는 상대적으로 양질의 일자리에 접근하기 어려운 조건을 가진 노동 취약계층을 향한다.  

 

ESG / ESG오늘 / 이에스지[여성 노동자의 인권 문제도 여전히 풀어야할 숙제 ⓒ민중의 소리]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는 여성 노동자의 인권 문제 ⓒ 민중의 소리]


개선을 통해 나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사회는 이중 잣대로 여성 노동자를 바라보고 있다. 저출산과 노동력 부족에 대해 국가 비상사태를 선언한 와중에도 육아·가사 부담과 비정규직 전환, 경력 단절의 위협 앞에 선 여성의 일-가정 양립 지원 정책을 바라보는 시선은 마냥 곱지 않다. 또한 성별 간 임금 격차 등 구조적 성차별도 무시할 수 없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여성 리더가 매우 적다. 여성들이 리더가 되는 것에 한계를 가지는 구조를 '유리천장 지수'라고 하는데 OECD 회원국 평균 기업 여성 임원 비율은 약 30%이다. 국내 대기업 여성 임원 비율은 약 6%로 1/5 수준에 불과해 11년째 꼴찌를 기록하고 있는 것만 봐도 우리의 현실을 알 수 있다.  



ESG / ESG오늘 / 이에스지 [사업장 이동 자유를 보장하라 주장하는 이주노동자들 ⓒ 뉴스1]


또 하나의 노동 취약 계층으로 이주 노동자들이 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우리나라는 현재 이주 노동자 없이 산업 현장을 운영할 수 없을 정도로 이주 노동자에 대한 의존도가 커졌다. 가장 위험하고 열악한 작업 환경에 배치되는 이주 노동자는 현재 100만 명에 달하지만 저임금, 고강도 노동, 임금 체불, 폭력과 성폭행 등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현행 ‘고용 허가제’는 이주 노동자가 일터를 자유롭게 선택하고, 옮기는데 제약을 가해 이주 노동자가 열악한 노동 환경에서 적극적으로 벗어나기 힘든 구조다. 각 노동 단체는 이번 노동절에 이주 노동자 문제를 알리며 한국 사회의 지속 가능성과 정의 실현을 위한 최소한의 인권 존중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ESG / ESG오늘 / 이에스지

[청소년 노동자의 인권 보장을 위한 시위 현장 ⓒ 뉴시스]



청소년 노동자들도 비록 적은 수이지만 노동절 집회에 참석해 청소년 노동자 인권을 위한 목소리를 냈다. 청소년 노동자들은 성인 노동자와 같이 우리 사회에 노동력을 제공하나 사회 초년생이라는 한계로 불합리한 상황에 맞닥뜨리며 피해를 입는 상황이 잦다. 노동자로서 자신의 권리에 대해 충분히 학습하지 못해 피해를 입는 상황도 적지 않다. 날이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인 청소년 노동자들을 위해 학교에서부터 노동 인권 교육을 실시해야 하고, 노동력을 제공할 때 과도한 야간·휴일 근로, 임금 체불 등으로부터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근로계약서 작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아동 청소년 범죄 등 심각한 범죄로도 이어질 수 있는 일터에서 성적 괴롭힘 등 다양한 권리 침해와 착취 문제에서 청소년들이 보호 받을 수 있도록 실질적 장치 역시 필요하다. 


한국고용정보원은 2028년부터 우리나라 경제 활동 인구, 즉 노동 인구가 감소할 것이라는 예측을 공식 발표했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 취약 계층으로 분류되는 여성, 외국인, 청소년 등 부족한 노동력을 지원할 잠재 노동력과의 공존은 우리 정부와 기업에게 필수적인 일이다. 

 

노동시장과 사회를 위한 ‘정의로운 전환’ 요구

이번 노동절에도 이처럼 다양한 노동자 집단이 각자의 현안을 알리기 위해 모였다. 각 노동자 집단이 지적한 문제들은 낯설지 않다. 우리는 오랜 시간 해결하지 못한 익숙한 문제를 안고 기후 위기와 AI 기술 발전을 위시한 전체적인 산업 구조 변화를 겪어야 한다. 물론 새로운 아젠다도 있다. 주 4일 제 도입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고, 초고령 사회 진입에 따른 고령 노동자의 삶의 질 개선과 양극화 문제 해소 방안도 화두에 올랐다.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한 전환 과정에서 낙오되는 이가 없도록 지원이 필요하다는 '정의로운 전환'을 고려하면 단순한 일자리 보전을 넘어 노동, 복지, 환경이 조화를 이루는 사회로 전환을 모색해야 할 때다. 일을 통한 삶의 만족과 기쁨이 소중한 만큼 다양한 노동자 집단의 노동권을 보장하고 부족한 노동력을 보충하고 더 좋은 일자리를 구성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다 함께 고민해 보자. 


by Editor L

이 기사를 공유할게요
확인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