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월 3일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후보들의 정책에는 당연히 ESG가 포함되어 있다. 눈앞의 현실이 된 기후 위기, 탄소중립을 위한 재생에너지 정책에 대한 논의 속에서 각 당 주요 후보가 가진 환경 관련 ESG 정책 방향성에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지속가능성 공시 의무화도 핵심 정책 과제로 떠오르는 이 시점,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은 각 정당 대선 후보에게 'ESG·기후·재생에너지 정책 질의서'를 발송하고, 후보 별 응답 결과를 5월 26일 공개했다.
질의서는 ESG 기본법 제정, 지속가능성 공시 의무화, 금융기관의 기후 리스크 반영 등 7대 핵심 정책과제에 대한 찬반여부와 구체적 추진 계획을 묻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이재명 후보와 권영국 후보는 공식 답변을 제출했지만, ESG 정책 전반에 대한 입장 표명을 유보했던 김문수, 이준석 후보 측은 답변 제출을 하지 않았다. ESG.ONL은 답변 미제출 후보에 대해서도 기후·재생에너지 관련 기존 발언 및 공약을 더해 ESG 관련 입장을 알기 쉽게 정리해 보았다.
적극적 ESG 정책 추진으로 지속가능한 미래를 확보하려는 이재명 후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권영국 후보와 함께 적극적 ESG 정책 추진 의사를 밝혔다. 먼저 이 후보는 ESG 정책을 국가 혁신 핵심 과제로 삼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하고, 기후 위기 대응, 산업 전환, 지역 균형 발전 등을 우리 사회 지속 가능성을 더하기 위한 방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기업의 책임 경영과 녹색 금융을 더한 친환경 경제 전환
이재명 후보는 'ESG 정보 공시 실현'을 약속했다. 자산 2조 원 이상 상장 기업부터 ESG 정보를 반드시 공개하도록 의무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기업이 사회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숨기지 않고, 국민과 투자자 앞에 투명하게 드러내 책임 경영을 완수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순환 경제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산업과 사회 전반의 친환경 전환을 독려하여 글로벌 기후 리더십을 가지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RE100 산업단지(100% 재생 에너지로 운영되는 산업단지)' 확대와 '햇빛·바람 연금 제도(재생 에너지 발전 수익 지역 주민 나눔 제도)' 도입 등 지역과 산업 모두가 친환경 전환 주체가 될 수 있게 하겠다는 정책도 이 맥락에 부합한다.
순환 경제 인프라 계획과 함께 금융권에서 돈의 흐름도 친환경으로 바꾸겠다는 정책도 있다. 금융기관이 대출이나 투자를 할 때 기후변화로 인한 위험을 꼼꼼히 평가하고, 투자한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까지 책임지도록 하는 금융 배출량 감축 지표 도입을 추진한다. 즉 친환경 산업과 기업에 더 많은 자금이 흘러가도록 유도해서 경제 부문 녹색 전환을 가속한다는 전략이다. ESG 기본법 제정,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책임 투자 원칙) 개정, 녹색금융 공사 설립 등 제도적 기반을 강화해서 ESG 경영과 녹색금융을 일시적 유행이 아닌 국가 표준으로 뿌리내리도록 지원한다는 의지도 분명하다.
글로벌 기후 리더십과 기업 친환경 경쟁력을 강화할 에너지 망 계획
이재명 후보는 2040년까지 석탄 발전을 전면 폐지하며 전기차 확대, 미세 먼지 저감, 생물다양성 보호 구역 확대 등으로 탄소중립을 앞당길 계획이다. 이에 더해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감축한다는 목표와 'COP33(유엔기후변화총회)' 한국 유치 등 글로벌 기후 리더십 확보도 공약했다. 대한민국이 기후 위기의 시대에 세계를 이끄는 선도 국가로 도약하도록 하겠다는 포부다.
에너지 고속도로를 구축해 재생에너지의 길을 뚫겠다는 정책도 있다.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를 전국 어디든 빠르고 효율적으로 보낼 수 있는 전력망을 새로이 설치하겠다는 구상과 지역 자족형 재생에너지 시스템을 만들어, 지역 내에서 직접 소비할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자립형 에너지 사회' 구조도 만들 것이라는 계획이다. 이 후보는 기업이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자와 직접 계약을 맺는 'PPA(전력구매계약) 제도'개선으로도 기업의 친환경 경쟁력 강화를 이끌겠다고 밝혔다.

[ESG 정책 질의 각 정당 답변 비교표 ⓒ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
김문수 후보, 자율과 시장의 역할에 기대하는 선진화 전략과 에너지 믹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기후위기와 재생에너지' 관련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다만 에너지 인프라 강화 등 ESG 환경 부문과 연관성 있는 정책에 대한 후보의 생각을 확인할 수 있었다.
김 후보는 ESG 현안에 대해 자율과 시장의 역할을 강조하며 'ESG 공시기준 발표 이후 관계자 의견을 수렴해 결정하겠다'고 미루는 태도를 유지 중이다. 김 후보는 ESG를 경제성장과 산업 경쟁력 강화의 보조 수단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며, ESG에 대한 글로벌 흐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편이다. 실현 가능성에 대한 우려다. 예를 들어, 'RE100'에 대해서 그 자체로 좋은 구호지만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며 회의적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보다 원전을 중심에 둔 에너지 믹스
후보는 에너지 분야 탄소 저감 실현을 위해 재생에너지 확대보다는 대형 원전 6기와 소형모듈원전(SMR) 1기 건설과 상용화, 노후 원전 수명 연장 등 방안으로 에너지 수급원 중 원전 비중을 60%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김 후보는 이렇게 원전 기반의 저렴한 전기 공급으로 산업 경쟁력을 보다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고준위 사용후핵연료 처리 등 원전의 현실적 한계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았다.
기후 정책을 위해 교육과 인식 개선부터 목표하는 이준석 후보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ESG 정책에 대해 공식적인 질의서 답변이나 구체적인 정책 로드맵을 내놓지 않았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의 7대 ESG 정책 과제에 대해서도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으며, 대선 토론과 정책 제안서에서도 ESG라는 용어를 찾을 수 없다. 그 대신 이 후보와 개혁신당은 기후·환경 정책에서 산업 경쟁력과 교육, 인식 개선에 주목하고 있다. 개혁신당 선대위는 “기후, 환경문제 해결에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세대가 참여할 수 있는 교육과 인식 개선”이라고 강조하며, 유치원·초등학교에서 쓰레기 분리배출 교육, 기후 감수성 교육 등 기초 환경 교육을 강화해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또한 '기후가 곧 산업 경쟁력'이라는 인식에 따라 'RE100' 준비가 미흡하면 수출에 제약이 생길 수 있음을 지적하며, 태양광, 해양 동력 등 단일 방식이 아닌 다양한 에너지 전환 전략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산업계 부담 고려한 점진적 접근 제안
이준석 후보는 에너지 전환 전략 실현에 따른 산업계 부담과 현실 여건을 고려해 점진적인 추진을 제안했다. 기후 정책을 펼치는 과정에서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등 현실적 부담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으며, 관련 세부 정책은 추후 공개하겠다는 입장이다. 전반적으로 ESG에 대한 구체적 정책은 제시하지 않았지만, 현실적인 부담을 고려한 산업 친화적 접근이 주요 정책 수립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후 위기 대응과 정의로운 탈탄소 사회로의 전환, 권영국 후보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는 ESG에 관해 후보 중 가장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은 후보다. 권 후보는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이 제시한 ESG 7대 정책 과제에 전면 동의하며, 2027년 비상장 대기업의 ESG 공시 의무화도 확대하겠다는 구체적 로드맵을 제시했다.
정확한 목표 시기를 내세운 과감한 에너지 전환 정책
권영국 후보는 기후·에너지·산업 정책을 총괄하는 '기후에너지부' 신설, 대통령 직속 '탈탄소사회전환위원회'와 국회 '기후경제위원회' 설치를 약속했다.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2035년까지 70%로 대폭 상향하겠다고도 밝혔다. 2030년 석탄 화력 발전소 신규 건설 금지, 2035년 탈석탄 선언, 재생 에너지 발전 비중 60% 달성, 2035년부터 화석연료 자동차 판매 금지, 설계 수명 도달 원전의 폐쇄와 신규 원전 건설 중단 등 목표 시기를 앞세운 과감한 에너지 전환 정책이 권 후보 정책의 특징이다.
사회적 약자 보호까지 아우르는 기후 전환
권영국 후보는 정의로운 전환과 기후정의 실현과 같은 ESG의 중요 고려 사항을 핵심 비전으로 제시했다.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피해를 는 계층을 지원하기 위한 '정의로운 전환법'과 '에너지 복지법'을 제정할 계획이다. 매년 경제 규모 4%에 해당하는 녹색투자도 확대, 한국산업은행의 녹색 투자은행 역할 강화 등 사회적 안전망과 녹색금융 인프라 확충도 함께 추진하고자 한다. 권 후보는 김문수 후보의 원전 정책과는 반대되는 탈핵을 주장하고 있기도 하다.
[제21대 대선 홍보 포스터 ⓒ선거관리위원회]
각 정당 대선 후보의 기후, 재생에너지 관련 ESG 정책에 대한 의견 살펴보면 후보별로 구체적 실행 의지와 방향성에서 뚜렷한 차이를 드러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대해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이종오 사무국장은 “더불어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은 주요 ESG 정책에 대해 전반적으로 명확한 입장을 밝혔지만 원내 제2당인 국민의힘 그리고 개혁신당이 공식적인 답변을 제출하지 않은 것은 매우 아쉬운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대선 결과가 어떻게 되든 초당적 대처가 필요할 ESG 관련 사안에 대해 발전적 논의가 이뤄지길 바라고, 책임 있는 입법과 실행으로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한 정책이 실현되기를 기대한다.
by Editor 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