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2일, 브릭스 성수에서 열린 DEI(다양성,형평성, 포용성) Lab 세미나 '돌보는 조직은 무엇을 바꾸는가?'는 '돌봄'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포용적 일터에 대해 공유하는 자리였다. 이곳에서는 키노트 스피치와 세 개 세션을 통해 ‘돌봄’에 대해 재정의하고, 돌보는 조직이 구성원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다각도로 살펴보았다. 특히 ESG.ONL이 주목한 세션 '돌보는 조직의 힘'에서는 DEI실천기업 '루트임팩트(Root Impact)', '패스트파이브(Fast Five)', '토스(Toss)' 세 조직이 시행해 온 직장 어린이집 사례를 소개했다. 돌봄을 단순한 복지제도를 넘어 조직이 함께 책임져야 할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한 세 조직의 힘을 확인해 보자.
[DEI LAB 세미나 '돌보는 조직은 무엇을 바꾸는가?' ⓒ ESG.ONL/ESG오늘]
'함께 돌보는 경험'을 나누는 직장 어린이집 연대
사회적 가치와 임팩트를 추구하는 비영리 사단법인인 '루트임팩트'는 '모두의 숲 어린이집'이라는 이름의 컨소시엄형 직장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다. 구성원들이 생애주기에 따라 돌봄이라는 과제에 직면하고, 출산 이후 직장으로 복귀하지 못하는 사례를 경험하며 직장어린이집 설립의 필요성을 절감한 결과다. 뜻은 세웠지만 소규모 조직의 특성상 단독으로 어린이집을 설치하기는 쉽지 않았다. 궁리 끝에 루트임팩트는 '여러 임팩트 조직들이 협력해 공동으로 운영하는 직장형 어린이집'이라는 해법에 도달했다.
'모두의 숲 어린이집'은 단순한 보육공간을 넘어 아이, 부모, 교사 모두가 함께 문화를 만들어가는 공간으로 설계되었다. 법정 기준보다 낮은 교사 대 아동 비율을 유지하고, 부모의 자발적인 참여로 운영한다. 다양한 조직 간 연계 활동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살려 돌봄의 질과 신뢰를 함께 높여가고 있다. 루트임팩트는 이 모델을 통해 '혼자는 어렵지만 함께라면 가능하다'는 대안을 제시한다. 돌봄을 공동 책임으로 확장하는 조직 문화 가능성도 보여준다. '함께 돌보는 경험'으로 포용적 일터를 실험하고, 조직의 연대를 통해 돌봄의 조직문화를 확장해 나갈 수 있다는 메시지가 와닿는다.
[DEI LAB 세미나 중 루트임팩트, 패스트파이브, 토스 참석패널 ⓒ ESG.ONL/ESG오늘]
사업 지속성과 돌봄의 연결고리
공유오피스 공간 서비스 기업으로 널리 알려진 '패스트파이브'는 스타트업 구성원의 육아부담을 실질적으로 줄이기 위해 '다람 패스트파이브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다. 스타트업과 같은 창업 기업의 구성원은 복지를 누리기 어렵다는 점을 바탕으로 여성대표들이 육아문제로 사업을 중단하는 경우를 보며 돌봄지원은 단지 복지차원이 아닌 사업지속성과 직결된다는 점을 인식한 것이 시작이었다. 패스트파이브는 업무공간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입주 구성원의 삶 전체를 향한 지원까지 접근 범위를 확장하는 것이 회사의 브랜드 가치와도 연결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조직 구성원 근처에서 맞닿는 진정한 돌봄
핀테크 기업 '토스'는 물리적 인프라 설치 대신 구성원의 생활환경에 맞춘 '우리동네 토스 어린이집' 모델을 개발했다. 기존 직장어린이집은 아이를 데리고 출퇴근해야 하는 불편함으로 이용 접근성이 떨어지고, 정원 충족률 또한 낮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토스는 이를 해결하고자 구성원들이 실제 거주하는 거점 지역의 우수 어린이집과 제휴해 구성원들이 보다 가까운 곳에서 보육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 모델을 도입한 이후 조직 내에서는 구성원 간 자연스럽게 육아 이야기를 나누는 문화가 형성되었고, 특히 여성 구성원들은 출산과 육아 이후에도 일과 삶을 병행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체감하게 되었다고 한다. 출산 후에도 이전과 같은 퍼포먼스를 유지할 수 있다는 신뢰, 육아를 해도 괜찮다는 안정감을 구성원들에게 제공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 모델은 단순한 복지를 넘어 조직문화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함께하는 돌봄이 일에 대한 몰입으로 이어진다 ⓒ ESG.ONL/ESG오늘]
지속가능한 조직 위한 조직문화를 만드는 일
세 조직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돌봄에 접근했지만 공통적으로 '제도를 넘는 문화의 힘'을 강조했다. 단순히 육아휴직, 유연근무제, 직장 어린이집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서 구성원이 실제로 그 제도를 '안전하게', '눈치 보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문화가 뒷받침되어야 실질적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여성 구성원이 돌봄 책임을 짊어질 때 흔히 느끼는 양육 죄책감, 경력단절에 대한 불안을 조직이 어떻게 완화할 수 있는가에 대한 답변이기도 했다.
우리사회의 돌봄은 더 이상 개인과 가족만의 책임이 아니다. 조직은 구성원의 삶을 '업무 외 영역'으로 치부하지 않고 함께 살아가는 조건으로 인식할 때 지속가능한 관계를 만들 수 있다. 이번 세미나는 돌봄을 개인의 몫이 아닌 조직의 전략과 문화로 끌어안는 움직임이 어떤 변화를 만들 수 있는지 구체적인 사례로 알려주었다. 돌봄을 포용하는 조직에서 생기는 공감과 신뢰는 결국 조직의 회복탄력성을 높이고 인재 유출을 막는 중요한 기반이 된다. 지속가능한 조직을 만들고 싶다면 조직이 구성원과 '함께 돌보는 법'부터 고민해야 한다.
by Editor 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