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처음 일본에서 열린 후지 록 페스티벌에 참가했다. 1997년 처음 후지산 옆에서 열린 페스티벌은 장소 이전을 거쳐 지금은 도쿄 북서쪽 약 200킬로미터 떨어진 곳인 니가타현 유자와시에 있는 나에바 리조트에서 열린다. 숲 속에 울려 퍼지는 드럼과 기타, 흙을 밟으며 음악을 듣는 사람들의 물결, 더위를 씻어낼 맑고 투명한 계곡물이 넘실거리는 공간이었다. 남녀노소, 다양한 국적과 인종으로 자유와 연대가 한데 섞인 그 분위기는 한동안 잊기 어려운 장면들로 가득 찼다.
하지만 그 낭만의 끝자락에서, 떠오른 질문이 있었다.
"이 모든 자유로움과 즐거움엔 대가가 전혀 없을까?"
[후지 록 페스티벌 ⓒ 김원상]
나는 기후변화 NGO에서 기후 대응을 위한 업무를 한다. 기후변화 완화에 관한 제도와 정책을 이끌어내 국가적으로 온실가스를 낮추는 일이다. 자연스레 내 스스로 유발하는 탄소발자국을 짚어보게 된다.
집에서 공항까지 오고가는 차편, 인천-도쿄까지 왕복 항공편, 도쿄에서 니가타현까지 왕복하는 신칸센, 리조트까지 왕복하는 버스 셔틀, 여기에 식음료, 쓰레기, 기념품, 숙박까지. 록 페스티벌에 참가하는 것 만으로 발생할 탄소발자국이 어림잡아 350kg이 넘었다. 산림에 있던 나무 20그루가 1년 내내 흡수해야 하는 탄소를 며칠 만에 뿜어낸 셈이고, 내 연간 탄소 배출 예산의 20%를 며칠 만에 소모한 격이었다. 행복추구와 지구의 지속가능함을 살리는 게 상충된다니.
단순히 '안 가면 된다'로 답을 내리기엔 음악이 많은 이들의 삶에 주는 위로와 연대의 힘이 너무 크다. 그렇다고 외면한 채 즐기기만 하기도 어렵다. 결국 답은 '참여 방식'을 바꾸는 데 있다는 생각에 닿았다.
[후지 록 페스티벌 ⓒ 김원상]
후지 록 페스티벌이 열리는 곳엔 데크를 깔아 숲길을 보호해 숲의 생물다양성에 미칠 인간의 영향을 최소화하고, 직원을 상시 배치해 분리배출을 철저하게 수행한다. 먹지 못하는 쌀로 비닐봉투를 만들어 참가자들이 쓰레기를 챙길 수 있게 나눠주고, 종이컵을 수거해 다음 해 화장실용 화장지로 만들며, 튀김기의 기름은 바이오연료로 다시 활용하고, 태양광으로 일부 에너지를 조달한다. 환경 보존과 지속가능함을 환기하는 부스와 업사이클링, 환경친화적으로 생산된 물품을 파는 매대가 곳곳에 자리한다. 한켠에는 NGO 빌리지를 마련해 기후와 환경을 중심으로 참가자들이 논의하고 소통하는 플랫폼을 제공했다. 무엇보다 인상 깊은 건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는 문화와 분위기를 축제 전체에 조성하는 것이다. 숲을 배경으로 세운 무대가 아니라, 숲과 하나가 되어 울림을 나누는 축제였다.
[후지 록 페스티벌 ⓒ 김원상]
다행스러운 건 이런 산뜻한 움직임이 공연예술계 전반에 확산 중이라는 사실이다.
'콜드플레이'는 2019년 콘서트 투어를 돌연 중단했다. 본인들의 음악활동으로 인한 막대한 탄소배출이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 이후 2년 간 전문가 팀과 협력해 원칙과 방법론을 마련해 지속가능한 투어를 설계했다. 평가와 검증 체계까지 확보했다. 이전 투어 대비 탄소 배출을 절반 이하로 줄이겠다고 선언했고, 물, 음식, 굿즈, 쓰레기 등에 대한 공연 방법론과 약속을 담아 홈페이지에 공표하며 2022년 월드투어를 재개했다. '매시브 어택'도 환경 부담을 이유로 코첼라 출연을 공개적으로 거절했다. '루카스 그레이엄'은 풍력과 배터리로만 공연을 완성했다. 영국의 종합예술 페스티벌인 '글래스톤베리'는 온전히 재생에너지로만 운영하기 시작했고, 시카고의 음악 페스티벌 '롤라팔루자'는 연료 사용량과 온실가스 배출을 67% 줄인 성과를 냈다. 음악계는 지금 기후를 위한 전환을 담은 새로운 리듬을 만들고 있다.
점점 더워지는 여름, 불안정해지는 극한 날씨로 지연되는 페스티벌이 생기고 있고, 음악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한국에서 가장 큰 록 페스티벌로 꼽히는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은 매년 8월 첫번째 주에 열리는데 최근 들어 기온 상승으로 개최 시기를 조정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팬들의 요구가 점점 강해진다.
[후지 록 페스티벌 ⓒ 김원상]
우리는 음악을 소비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음악이 설 수 있는 터전을 함께 지켜야 한다. 단순하지 않다. 취미를 향유하는 것과 온실가스 배출을 막는 일이 상충한다는 딜레마에 대해 고민과 작은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후지 록 페스티벌을 다녀오며 느낀 이 복잡미묘한 감정을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다. 그럴수록 기후위기 극복에 조금 더 가 닿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by 김원상(기후솔루션 언론 커뮤니케이션 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