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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기사, 인터뷰
[ESG와 수능] 수능에 '기후'과목이 있다면 : 수능날 알아보는 '기후수학능력시험'
2025.11.13

11월 13일, 2026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이다. 국가적 큰 행사 중 하나인 수능일을 맞아 또 다른 수능의 이야기를 해 보려 한다. 


수능일인 오늘로부터 75일 전, 지난 8월 30일에 81명의 중고생이 특별한 수능을 치렀다. 긴장된 표정의 이들이 받은 건 바로 수능 문제지와 흡사한 '2025학년도 기후수학능력시험 기후영역' 문제지. 지급받은 컴퓨터용 사인펜과 샤프를 들고 고민하는 학생들의 모습은 여느 수험생들과 같았다. 시험이 끝나자 학생들은 수능처럼 답안을 맞춰 보거나, 아쉬움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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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기후수학능력시험 포스터 ⓒ환경재단]



또 하나의 수능, '기후수학능력시험'

환경재단의 기후수학능력시험은 올해로 2회를 맞았다. 창립 13주년을 맞은 환경재단 어린이환경센터가 환경부, 교육부와 함께 진행하는 프로젝트로, 청소년이 기후위기를 이해하고 주체적으로 대응할 힘을 기르기 위해 기획되었다. 객관식 38문제와 주관식 2문제를 60분간 풀게 되며, 2022년 개정 중학교 환경 교과서 내용, 최신 기후와 환경 이슈 중에서 출제된다. 


올해 기후수학능력시험 필적감정란 문구는 『침묵의 봄』의 저자 레이첼 카슨의 다른 저서, 『잃어버린 숲』에서 인용한 "경이로움과 겸양이야말로 건전한 감정이고 결코 파괴의 욕구와 나란히 공존할 수 없다"였다. 우리가 기후위기에 대응하며 가져야 할 기본적인 마음가짐을 담은 듯했다. 시험성적은 평균 69.8점으로 지난해보다 6.8점 상승했지만, 난이도는 여전히 높았다. RCP 시나리오*, 세대 간 형평성**, EP100*** 캠페인 등 청소년들에게는 다소 낯설 수  개념이 다수 등장했고, 그래프 해석 문제는 수능을 연상케 했다. 

*RCP 시나리오 : 기후변화 시나리오 중 하나로, 지구의 온실가스 농도 변화를 예측해 기후가 어떻게 변화할지 예측한다.
**세대 간 형평성 : 현재 세대와 미래 세대가 자원, 기회, 부담을 공정하게 공유하는 것을 의미하며 환경 문제에서 자주 언급되는 개념이다.
***EP100 : 2014년 시작된 캠페인으로, 제품 에너지 효율을 2배로 높이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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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기후수학능력시험 현장 ⓒ 환경재단]



환경재단은 시험 전 실제 수능처럼 많은 대비 자료를 어린이환경센터 블로그에 제공해 학생과 일반인 모두 기후를 공부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환경 교과서 미리보기 페이지와 출제 핵심 키워드, 미니 모의고사와 기출 문제도 게재했다. 제1회 기후수학능력시험 문제와 해설지는 환경재단 어린이 환경센터 블로그에서 내려받을 수 있으며, 올해 시험은 기후수학능력시험 홈페이지에서 누구나 응시할 수 있다. 60점 이상을 기록하면 '기후리더 인증서'를 발급받을 수 있으며, 실제 수능과 연계해 여러 이벤트도 진행한다.



기후수능의 기반, 기후교육은 지금 

시험에 앞서 기후수학능력시험 출제위원이자 서울의 유일한 환경 교사인 신경준 교사는 "갈수록 심각해지는 기후위기에도 국내 환경교육은 매우 열악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2022년 개정 교육과정 총론에 기후환경변화에 대응하는 생태환경 교육을 전 교과의 요소에 반영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었고, 개정 환경 교육에서도 '기후위기'와 '생태전환 강화'가 명시되었지만 여전히 환경교육은 주요 과목에 비해 찬밥신세다.


 전국 중고등학교 가운데 환경 과목이 개설된 학교의 비율은 중학교가 7.9%, 고등학교가 31.7%에 불과하다. 고등학교에서의 개설 비율이 높은 이유는 환경 교육 시간을 '자습 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슬픈 보도도 있었다. 지난해 기준 전국 50만 명 교원 중 환경 교과 담당 교원은 165명, 그중 환경 교원 자격이 있는 교사는 고작 34명으로 전문적인 환경 교육을 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기도 하다. '환경 교사'와 '환경 교육' 역시 한국에서는 멸종위기종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해외에서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기후교육을 의무화하고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한다. 영국 노스오브타인 지역은 2020년 모든 공립학교에 기후환경 교사를 한 명씩 배치하기로 했고, 이탈리아는 세계 최초로 기후변화를 필수 교과목으로 채택해 6~19세 학생들에게 매년 33시간 의무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기후 환경 교육을 필수 이수 학점으로 추가한 핀란드는 직접 학생이 환경 데이터를 수집하고 해석하는 참여형 교육까지 추진하고 있다. 자신의 주위 환경을 관찰하고 발견한 문제를 직접 해결할 수 있게 돕는 것이다. 수능과 전혀 관계없음에도, '국•영•수보다 중요한데, 아무도 공부하라고 하지 않아서' 기후수능에 참여했다는 학생들의 말처럼, 교육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다른 나라에도 기후수능이 있을까

수능이 한국만의 독특한 시험인 만큼, '기후수능'은 해외에서 흔치 않다. 다만 눈여겨볼 몇 가지 시험이 있다. 프랑스 교육부는 2024년부터 중학교 4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녹색 지식 자격증 시험'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바람직한 식생활, 쓰레기 분류 배출 등을 다루는 시험으로, 학생들의 기후변화 지식과 대응 역량을 평가할 수 있다. 인도에는 비영리 연구기관 '에너지자원연구소(TERI, The Energy and Resources Institute)'가 주관하는 '그린 올림피아드'가 있다. 1999년 환경 퀴즈의 형식으로 시작되었으며 현재는 인도와 해외 약 2,000개 학교에서 개최된다. 4~12학년이 대상이며, 지구온난화, 지속가능한 개발, 친환경 기술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홍콩 기상청에서는 온라인으로 기후 변화에 관련된 시험을 진행하고, 정답을 가장 많이 맞힌 선착순 100명에게 기상청 기념품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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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그린올림피아드 소개와 시상식 ⓒTERI]



국제기구인 UN CC:Learn에서 제작한 기후변화IQ테스트는 우리도 언제나 응시할 수 있다. UN CC:Learn은 36개 다자기구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지식과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협력하여 만든 국제 학습 플랫폼이다. 기후변화IQ테스트는 15분 동안 20개의 문제를 온라인으로 푸는 형식이다. 응시 후에는 UN CC:Learn에서 제공하는 학습 콘텐츠, 전 세계의 기후위기 관련 캠페인 현황과 정보를 제공한다. 



 기후위기 속, 모두의 미래를 위해서 ‘기후 교육’이 필요하다는 사실에 국내외 모두가 동의하고 있다. 수능을 맞아 '기후수학능력시험'을 응시해보는 건 어떨까. 점수에 상관없이, 우리가 기후에 대해 얼마나 알고, 또 모르는지 시험해 본다면 앞으로의 학습과 작은 실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by Editor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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