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서울국제불교박람회'의 관람객은 20만 명을 돌파했다. 불교가 힙하다는 건 이제 MZ라면 일단은 수긍할 명제다. 불교와 교리가 종교를 넘어 하나의 트렌드를 만들어가는 지금, 불교는 ESG트렌드에도 함께한다. 얼핏 멀어 보이는 ESG와 불교지만, ESG.ONL은 이미 선지스님과 ESG에 대한 대화를 나눈 경험이 있다. 그리고 불교에서는 연초부터 ESG 관련 중요한 이벤트를 열었다. 오늘은 지난 1월 9일 부탄왕립대학교에서 열린 '제 2회 부탄 국제 ESG포럼'에 대해 이야기 해 보자.
불교 국가 부탄에서 찾은 불교적 관점의 ESG
'부탄 국제 ESG포럼'은 한국과 부탄의 정부, 학계, 산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해 기후위기 대응과 ESG, 부탄의 국가운영 철학인 '국민총행복(GNH: Gross National Happiness)'을 논하는 자리다. 불교 국가인 부탄의 국민총행복은 불교의 핵심가치인 '자비 실천'을 국가 발전 철학으로 구체화한 것이다. 지속가능하고 공정한 경제 발전, 환경보호, 선한 거버넌스 등을 포괄하고 있어 ESG 개념과도 비슷하다. 한국 불교 대표단으로 참여한 조계종 역시 진우스님의 축사에서 '불교의 여러 사상을 실천하는 방식이 ESG경영'이라고 강조했다. 기조강연에서 원걸스님은 '불교 생태 철학과 한국 불교의 환경적 활동'을 주제로 불교 관점에서 ESG 윤리와 정책, 산업적 실천 방안에 대해 모색했다.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지혜'가 주제인 21년 서울국제불교박람회 포스터 ⓒ서울국제불교박람회]
이미 불교계는 오래전부터 ESG에 대해 꾸준히 이야기해 왔다. 2020년 불교기후행동이 시작되었고, 21년 서울국제불교박람회는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지혜'를 주제로 환경 관련 전시를 열었다. 22년 천태종 총무원장으로 취임한 무원스님은 취임사로 '환경과 생명 중시의 지속가능한 경영 강화'를 이야기했으며, 조계종은 23년 'ESG 경영확산, 사회복지는 어떻게 실천해 나갈 것인가'를 주제로 포럼을 열기도 했다. 이러한 흐름은 25년 선지스님의 책 <붓다 경영>이 출간된 후 가시성이 커졌다.

[붓다 경영 ⓒ담앤북스]
ESG와 불교가 공유하는 가치: 투명한 경영, 환경/생명 존중의 실천
불교와 ESG를 논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연기(緣起)'다. ‘연기’는 불교의 핵심 교리로, 모든 것은 홀로 존재하지 않고 관계 속에서 존재한다는 진리를 뜻한다. 생명과 사회, 국가와 자연이 분리된 실체가 아니라 상호 의존하는 관계망 속에 놓여있다는 인식으로, 기업이 단순히 이익만을 추구할 것이 아니라 인류의 공존과 사회의 이익 등을 조화롭게 고려하여 행동해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와 연관된 '불이(不二)'는 대립되어 보이는 요소가 서로 다르지 않으며, 의존하는 관계에 놓여있다는 개념이다. 구체적으로 E영역과 관련해 인간 역시 자연과 다르거나 자연의 지배자가 아닌 자연의 일부라는 해석을 할 수 있고, G영역에서는 기업의 임원과 직원이 서로 다르지 않다는 것으로 해석해 안전한 근무 환경을 만들 수도 있다.

[ESG 경영을 주제로 한 2023년 제 2차 대한불교조계종사회복지재단 미래복지포럼 ⓒ대한불교조계종사회복지재단]
불교에서 가장 근본이 되는 5가지 계율인 오계(五戒) 역시 E영역의 기본 원칙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앞선 부탄 포럼의 원걸스님은 불살생(不殺生), 불투도(不偸盜), 불사음(不邪淫), 불망어(不妄語), 불음주(不飮酒)의 오계 중 '혼인의 순결을 지키라'는 뜻의 불사음을 제외한 네 가지를 환경 측면과 연결 짓는다. 먼저 '생명을 파괴하지 않고 존중하라'는 뜻의 불살생은 생태계 피해를 최소화하는 경영활동의 근간이 된다. '주지 않는 것을 빼앗지 않는' 불투도는 미래 세대가 사용할 자원을 빼앗지 않는다는 뜻과 연관되기에, 자원절약의 측면에서 해석할 수 있다.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뜻의 불망어는 현재의 기후위기를 직시하고, 환경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모습으로 실천한다. 불음주는 술을 마시지 말라는 뜻이나, 깨끗한 정신을 유지하지 못하고 취한 상태를 경계한다는 의미기도 하다. 이는 기후위기를 살아가는 개인이 중독적 소비를 지양하고 절제된 생활 태도를 유지하는 것에 연결되어 있다.
국내 불교계가 보여주는 ESG 사례
지난 12월 개최된 '제3회 한국ESG대상' 시상식은 불교계가 ESG를 실천하는 사례들을 확인해 볼 수 있는 자리였다. 조계종이 운영하는 동국대학교는 교내 온실가스 인벤토리 구축과 불교정신 기반의 ESG교육 및 연구 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도출하여 종합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울산불교환경연대는 매주 금요일 개최한 '금요기후행동 캠페인'과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법회 운영으로 종교부문 E영역 대상을 수상했다. 종교부문 S영역에서는 밀양 정각사가 다문화 가정 어린이들을 위한 사회공헌 활동을 인정받아 대상을 수상했다.

[청동여래입상 봉불 60주년 기념법회 봉행 ⓒ동국대학교]
이렇듯 불교 정신에 입각한 ESG 실천방식의 확장은 계속되고 있다. 이제 불교 교리에 입각한 개인의 실천을 유도하는 것을 넘어 종교계와 국가, 산업계가 함께 고민하는 ESG 실천이 되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