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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기사, 인터뷰
[ESG와 전쟁] 호르무즈 해협 봉쇄, ESG 공급망을 흔들다
2026.03.06

'세계 에너지 동맥'으로 불리는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됐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은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해 선박 통행을 차단했다는 소식이 3·1절 연휴가 채 끝나기 전에 우리에게도 알려졌다. 호르무즈 해협은 단순한 물류 통로가 아니다. 전 세계 석유 공급량의 약 5분의 1이 통과하는만큼, 중요한 에너지 수송 요충지이다.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성을 일깨워준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전 세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호르무즈 해협 하나로 인해 흔들리는 에너지 공급

경제조사기관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해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까지 오르고, 세계 평균 물가 상승률이 0.6~0.7%포인트 상향될 것으로 예상했다. RE100을 선언한 글로벌 제조기업들도 재생에너지 전환 로드맵과 무관하게 원자재 및 부품 조달 전 단계에서 화석연료에 크게 의존해왔다는 현실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시행을 앞두고 탄소 배출 감축에 사활을 걸던 해운·항공업계는 유가 급등과 탄소 배출량 증가라는 이중 딜레마에 직면했다. 국내 항공사 대한항공은 인천~두바이 노선을 오는 3월 8일까지 전면 운항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원유 대부분이 아시아로 향할 정도로, 이 해협은 글로벌 제조 공급망의 에너지 기반 그 자체이다.



ESG / ESG오늘 / 이에스지

[호르무즈해협(빨간색 원 위치) © gettysimage] 



호르무즈 해협 우회 루트 중 하나로 언급되는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 송유관은 수송 능력이 하루 원유 물동량의 1/7에 불과하다. 따라서 대체 경로로 아프리카 희망봉 우회 항로 활용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많은 선박들이 아프리카 희망봉을 우회 경로로 택할 경우, 운송 거리가 수천 킬로미터 늘어나고 선박의 연료 소모량과 탄소 배출량 또한 대폭 증가한다. 국제사회가 ISSB(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 공시 기준과 TCFD(기후 관련 재무정보 공개 태스크포스) 프레임워크를 통해 탄소 배출 문제를 기업들이 의무적으로 관리하게 만드는 흐름과 달리, 정작 에너지 공급 자체가 끊길 수 있다는 위험성은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ESG 보고서가 놓친 한 줄, 에너지 공급망 불확실성

한국은 이번 위기의 최전선에 서 있다. 한국은 원유의 70.7%, LNG(액화천연가스)의 20.4%를 중동에서 수입하고 있으며, 이 물동량 대부분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한국무역협회(KITA)는 유가 10% 상승 시 수출 0.39% 감소, 수입 2.68% 증가, 기업 생산 원가 0.38% 증가 등의 연쇄 충격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삼성전자·현대차 등 RE100 가입 기업들은 자사 사업장의 재생에너지 전환을 서둘렀지만, 정작 협력사의 에너지 공급망 불확실성은 통제 범위 밖에 있었다. 글로벌 ESG 평가기관들이 공급망 스코프3 배출량 관리를 강화하는 추세 속에 이번 사태는 에너지 공급이 지연될 때 발생할 결과를 수치로 확인시켜 준 사건이 됐다.



ESG / ESG오늘 / 이에스지

[지난 2018년 12월 21일(현지시각) 유조선들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모습 © 로이터]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된 이번 사태로 인해 ESG 경영의 맹점이 정면으로 드러났다. 기업들이 제출하는 ESG 보고서에는 기후 시나리오 분석이 포함되어있지만,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에너지 공급망 불확실성에 관한 시나리오는 대부분 빠져 있다. 전문가들은 ISSB S2 기준의 물리적 리스크 항목에 지정학 요인으로 인한 에너지 공급 경로의 물리적 위험성을 명문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산업통상부 차관은 "우리가 도입하는 석유·가스 상당 비중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함을 감안하여 유가 및 해상 운송 리스크 확대 가능성을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위기는 역설적이게도 재생에너지 전환과 에너지 수입 경로 확대의 필요성을 증명하는 사건이 되기도 했다. 이번 위기로 에너지 전환과 재생에너지 투자 확대, 공급망 재편이라는 새로운 산업의 기회가 생겼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때마다 원유 가격이 치솟는, 에너지 공급 구조의 취약성이 반복되는 한 RE100과 탄소중립 선언은 반쪽짜리 ESG에 머물 수밖에 없다. 지금이야말로 기업과 정부가 에너지 공급망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ESG 전략의 핵심 변수로 다뤄야 할 시점이다.


By Editor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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