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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기사, 인터뷰
[ESG와 흙의 날] 3월 11일 흙의 날, 우리가 딛고 있는 땅은 안녕한가
2026.03.11

3월이 되면 땅이 깨어난다. 얼었던 흙이 녹고, 씨앗이 싹을 틔울 준비를 한다. 3월 11일 '흙의 날'은 흙의 소중함을 널리 알리고 건강한 흙을 지켜가자는 취지로 2015년 제정된 법정기념일이다. 날짜에도 의미가 담겼다. '3'은 하늘(天)·땅(地)·사람(人)의 3원과 농업·농촌·농민의 3농을 뜻하고, '11'은 흙을 의미하는 한자 토(土)를 풀면 십(十)과 일(一)이 되므로 3월 11일이 흙의 날로 지정되었다. 그런데 해마다 이 날이 돌아올 때마다 묻게 되는 질문이 있다. 우리가 매일 딛고 사는 이 땅은, 지금 정말 괜찮은 걸까.



흙=땅바닥(X), 관리대상(O)

흙은 그냥 땅바닥이 아니다. 흙은 단순한 경작의 대상이 아니라 식량을 생산하고, 물을 저장하며 탄소를 흡수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생명의 토대다.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건강한 흙 한 줌에는 수십억 마리의 미생물이 살고 있고, 이들이 유기물을 분해해 식물에 영양분을 공급한다. 흙이 오염되면 이 순환 고리가 끊기고, 그 영향은 결국 우리 식탁까지 이어진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 (Food and Agriculture Organization of the United Nations) 조사에 따르면 세계 토양의 25%는 이미 심하게 훼손된 상태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국내 산림 토양은 산성화가 조용히 진행중이다. 제주 농업기술원이 농경지를 분석한 결과, 최근 10년(2014~2023) 평균 토양 산도(pH, 작물 재배의 중요한 조건 중 하나로 토양 내 양분 유효도는 토양 산도에 따라 달라진다)는 5.8로 이전 10년(2004~2013) 평균 5.4보다 개선되었지만, 과수원 및 시설재배지는 여전히 평균 5.6으로 적정 범위(6~7)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화학비료를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관행농업이 이어지는 한, 농경지 산성화 문제는 쉽게 해소되지 않는다. 토양 산성화 개선을 위해 지속적인 양분과 토양 관리가 필요하다.



ESG / ESG오늘 / 이에스지

[토양오염도 현황 그래프 © 기후부 토양측정망토양오염실태 조사결과]



도시 한복판의 오염: 부지 정화 작업이 필요한 용산공원

산과 밭 뿐만 아니라 도시의 흙도 오염되고 있다. 용산어린이정원이 들어선 부지는 주한미군이 수십 년간 주둔했던 곳으로, 기름 유출 사고와 중금속 오염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실제로 정원 내 장군숙소 단지·야구장·스포츠필드 등에서도 독성 물질이 검출된 바 있다. 2023년 한국환경공단 보고서에 따르면 캠프 레드클라우드·광주비행장·워리어베이스 등 6개 미군기지 주변 지역 약 5,000㎡에서도 토양 오염물질이 확인됐다. 근본적인 안전성 논란이 해소되지 않은 땅이 지금 시민들에게 열려있는 셈이다. 

환경단체들은 반환 미군기지에 대한 철저한 부지 정화 작업부터 진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인허가 신고와 시설물 철거, 폐기물 처리 등 준비 단계를 거쳐 정화 작업(오염 토양 굴착 및 되메움, 토양 정화, 지하수 정화), 사후 검증 절차까지 밟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ESG / ESG오늘 / 이에스지

[용산어린이정원 조감도 © 국토교통부]



우려를 넘어선 오염상태, 우리 토양 건강검진 결과

정부는 매년 전국 토양 상태를 두 가지 방식으로 파악한다. 하나는 전국 1,000개 지점을 선정하여 고정된 지점에 대한 토양오염도를 조사하는 '토양측정망'이 있고, 다른 하나는 공장, 산업지역, 폐기물 매립지역 주변 등 토양오염 우려가 있는 지역을 선정해 집중 조사하는 '토양오염실태조사'다. 측정망이 일반 토지를 정기 점검하는 '건강검진'이라면, 실태조사는 이미 오염이 의심되는 곳을 들여다보는 '정밀검사'에 해당한다.

2023년 토양측정망 운영 결과, 전국 1,000개 지점에 대하여 pH 포함 23개 항목을 분석했을 시, 모든 항목이 토양오염우려기준 이내로 조사됐다. 그러나 토양오염실태조사에서는 전국 2,457개 지점 중 48개 지점(2.0%)이 토양오염우려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2%라는 수치가 작아 보일 수 있지만, 조사 대상이 공장·산업단지·폐광산·폐기물 매립지 등 애초에 오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지역임을 감안해야 한다. 즉, 오염 위험이 높은 지역 중 대략 50곳 정도가 토양오염우려기준을 넘겼다는 뜻이다.

오염물질의 종류도 다양하다. 토양오염물질에는 카드뮴·구리·비소, 중금속류와 벤젠·페놀류·벤조 등 총 23개 물질이 지정되어 관리 중이다. 토양오염물질은 동식물 생육과 사람의 건강에 지장을 줄 수 있으므로 단순히 '땅 속의 문제'로 끝나지 않으며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흙의 날이 흘러가는 '기념일'로 끝나지 않으려면

흙의 오염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냄새도 없고, 당장 아프지도 않다. 그래서 오랫동안 방치되어 왔고,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날 때는 이미 수십 년치 오염이 쌓인 후다. 3월 11일, 흙의 날을 맞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생각해보자. 화학비료와 농약 사용을 줄이고 유기농 농산물을 선택하기. 그리고 내 지역의 토양오염 현황에 관심을 갖고 목소리를 내는 것. 건강한 흙은 저절로 지켜지지 않는다. 우리가 관심을 가질 때 비로소 지켜진다.


By Editor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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