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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기사, 인터뷰
[ESG와 산불] 산불, 기후위기가 보낸 경고장
2026.03.20

경칩이 지나며 봄기운이 감돌고 있다. 곳곳에서 봄축제를 알리는 소식이 들려오지만, 산불 위험으로 재난 당국의 긴장감은 어느 때보다 높다. 최근 10년 통계를 보면 전체 산불의 약 55.5%가 3~5월에 발생했다. 특히 3월이 약 25.4%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산불 피해 면적 또한 100ha(30만평)를 넘는 대형 산불의 비중이 늘어나며 피해 규모 역시 점차 커지는 추세다. 봄의 산불이 보내는 경고는 무엇일까. 



산불은 왜 봄에 커지나 

2025년 3월 21일, 경상남도 산청군 지리산국립공원 인근에서 시작된 불길이 무섭게 번졌다. 열흘 넘게 이어진 산불로 인해 대한민국 제1호 국립공원 지리산의 260ha 면적, 즉 축구장 360여 개에 달하는 규모의 산림이 잿더미로 변했고, 진화 과정에서 4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주택과 사찰 등 건축물 57개소가 피해를 입었다. 연기가 광범위하게 퍼지며 인근 지역의 미세먼지 농도가 급격히 높아지는 간접 피해도 발생했다.


산불 피해와 함께 지역은 또 다른 재난을 겪었다. 산림이 훼손된 지 불과 몇 달 뒤인 2025년 7월, 기록적인 폭우가 내리며 산사태와 침수 피해가 잇따랐다. 불길에 숲을 잃은 산등성이는 빗물을 붙잡지 못했고, 토양은 그대로 흘러내렸다. 작년에 발생한 3월의 대형 산불은 단순한 지역 재난을 넘어, 자연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무력한지 보여준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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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산청군 산불로 전소된 승용차 © 뉴스1]



산림청 통계에 따르면 국내 산불의 원인 중 등산객, 성묘객 등 산에 들어간 사람이 실수로 불을 내어 산불을 일으키는 '입산자 실화'가 약 30%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이어지는 원인도 쓰레기 소각, 논·밭두렁 소각 등으로 인간 활동에서 비롯된 원인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특히 봄철에는 겨우내 쌓인 낙엽이 마른 상태로 남아 있는데, 여기에 농번기를 앞둔 영농 활동과 등산객 증가가 겹치며 산불 위험이 더 커진다. 


시작된 산불이 확산되는 데에는 '기상, 연료, 지형'이라는 세 가지 요소가 작용한다. 이 가운데 봄철 산불을 키우는 가장 큰 요인은 '기상 조건'이다. 봄철 한반도에는 남쪽에 고기압, 북쪽에 저기압이 자리 잡는 기압 배치가 자주 나타난다. 이 사이에서 형성된 편서풍이 백두대간을 넘으며 더욱 뜨겁고 건조해진다. 건조한 대기와 강한 바람이 만나면 작은 불씨도 순식간에 대형 산불로 번질 수 있다.



최근 산불의 주요 원인은 '기후 이상' 

산불의 직접적인 원인은 대부분 인간의 부주의에서 시작되지만 최근 대형 산불의 규모와 빈도는 단순히 사람의 실수라는 것 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고 있다. '블랙 서머(Black Summer)'로 불리는 호주 대형 산불은 2019년 가을부터 2020년 봄까지 이어지며 막대한 피해를 남겼다. 호주 뉴사우스웨인스주 경찰은 화재 방지 조항을 어긴 53명, 담배꽁초나 성냥을 버린 47명 등 총 183명을 법적 조치했다. 


그러나 BBC 보도에 따르면, 방화로 발생한 화재는 전체의 약 1% 수준에 불과했다. 주요 원인은 극심한 가뭄에 의한 자연발화였다. 호주는 당시 1965년 이후 가장 낮은 강수량을 기록하며 최악의 장기 가뭄이 이어졌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섭씨 40도를 넘는 고온 현상도 발생했다. 이제 산불은 산림 관리 예방 차원을 벗어나 기후 변화와 직결된 재난이다. 여전히 산불로 인한 피해가 이어지고 있지만, 우리는 본질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생태계의 구조와 다양성을 고려해야 할 산불 후 산림 복구

산불은 진화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훼손된 숲을 복구하는 것 역시 중요한 과제로 남는다. 우리나라는 2000년 동해안 대형 산불 이후 산림 복구 과정에서 인공조림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왔다. 인공조림은 불에 탄 산지를 정리한 뒤 소나무와 같은 생장이 빠른 묘목을 심어 숲을 복원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복원 방식의 실효성을 두고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2019년 산불로 약 1,033ha의 피해를 입은 강원도 강릉시 옥계면 산지는 인공조림과 자연 복구 방식을 비교하기 위한 사례 연구 지역으로 활용됐다. 6년 후 현장 조사 결과, 자연 복구 지역에서는 참나무류가 4~5미터 높이까지 성장하며 숲이 빠르게 회복된 반면, 인공조림 지역에서는 초목을 심어 재배한 나무가 고사하거나 성장이 더딘 모습이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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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조림과 자연조림 © KBS 창 444회 녹색카르텔]



환경단체인 녹색연합 역시 2025년 경북 산불 피해 지역 조사에서 자연적인 식생 회복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처럼 산림 복구는 생태계의 구조와 다양성을 고려해야 하는 장기적인 과제다. 그럼에도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송이 버섯 생산과 같은 경제적인 이유로 소나무 중심의 조림이 이어지고 있다. 단기적 이익을 좇다 숲의 회복을 간과하는 것은 아닐지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산불은 더 이상 먼 지역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몇 년간 이어진 대형산불 소식은 기후위기가 만들어낼 재앙의 시발점일지 모른다. 재난은 남반구의 낯선 타인의 이야기를 넘어 내 이웃, 내 가족, 그리고 나에게 다가올 수 있다.

봄이 시작되는 3월이 설렘의 계절로 남을지, 재난의 기억으로 반복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산불은 변화하는 자연 환경을 인간의 힘으로 극복할 수 없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우리가 맞이할 봄의 풍경은 우리가 숲을 대하는 방식과 기후 위기를 향한 대처에서 결정될 것이다.


by Editor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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