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보건 의료부문이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양은 순 배출량의 약 4.4%를 차지한다. 이 배출량 중 5% 가량을 차지하는 ‘의료폐기물’이란 보건의료기관과 동물병원 등에서 배출하는 폐기물 중 감염 우려가 있는 폐기물을 의미한다. 이는 적은 비율로 보일 수 있겠지만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감기에 걸려 병원에 방문했다고 가정해 보자. 진료가 끝난 뒤, 일회용품 쓰레기는 얼마나 나왔을까? 마스크, 주사와 주삿바늘, 주사액이 담긴 병, 멸균 소독된 의료기기를 담았던 봉지, 알코올 솜까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양만 해도 적지 않다. 병원의 보이지 않는 공간에서도 무수히 많은 의료폐기물이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소각과 멸균 분쇄를 통한 의료폐기물 처리
한국의 의료폐기물 규정은 다른 국가와 비교했을 때 다소 엄격한 편이다. 2022년 국내 의료폐기물 발생량은 약 23만 톤이며 그중 97.5%가 소각 처리되었다. 현재 의료폐기물 소각장은 전국에 13곳이 있다. 적지는 않지만 의료기관이 가장 많은 서울이나 제주 등지에는 소각장이 없어서 의료폐기물을 장거리 운송하는 데에도 상당한 탄소와 감염 위험이 발생하고 있다. 주민 반대로 인해 신규 소각장 건립도 어려운 상황이다. 2024년 기준 의료폐기물 발생량이 19만 톤으로 이전 대비 감축하면서 소각장 가동에도 여유가 생겼다는 의견도 있다. 다만 10년 전 발생량과 비교했을 때는 그 양이 23% 증가한 상황으로 여전히 의료폐기물 감축과 친환경적인 처리는 고민이 필요한 문제다.

[지난 10년간 우리나라의 의료폐기물 발생 현황 © 한국환경공단]
소각 외에 처리 방법은 고온 고압으로 의료폐기물을 멸균한 뒤 분쇄해 일반 폐기물로 배출하는 것이다. 이 방법으로 소각에 비해 70% 정도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다. 해외에서는 이렇게 고압 멸균이나 화학적 방식으로 의료폐기물을 처리하는 방식이 흔하다. 한국에서는 대형병원 네 곳에서만 사용되던 방식이지만 최근 멸균 분쇄 시설이 중소병원까지 설치 가능하게끔 조정되면서 다양한 국내 연구진과 기업의 기술개발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분리배출, 의료폐기물 감축의 첫걸음
의료폐기물 감축을 위해 모두가 강조하는 것은 바로 올바른 분리배출이다. WHO 역시 병원 폐기물량 중 약 85%는 유해하지 않은 폐기물이라고 밝히며 분리배출을 강조한 바 있다. 2019년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분리배출을 통해 의료폐기물을 약 20%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국내 병원들은 의료폐기물 감축을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대표적으로는 삼성서울병원 사례가 있다. 2025 삼성서울병원 ESG 보고서에 따르면 무려 의료폐기물 791톤을 감축했다. 병원 관계자가 한 포럼에서 밝힌 내용과 ESG 보고서를 종합하면, 먼저 간호사들이 업무를 처리하는 간호 스테이션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의료용품 포장지를 일반폐기물로 분리 하도록 했다.
아울러 병상마다 비치된 의료폐기물 수거함에 일반쓰레기가 7~80% 섞여 있는 것을 확인해 일반쓰레기통과 의료폐기물 수거함의 위치를 변경했다. 이렇게 간단한 방식으로 단기간에 병원에서 발생하는 의료폐기물의 양을 줄였다. 이밖에도 삼성서울병원은 현재 관행적으로 의료폐기물 처리되는 수술실 발생 폐기물들 중 재활용 가능한 의료폐기물이나 일반폐기물이 많이 발생한다는 간호사들의 의견에 따라 수술실 의료폐기물의 분리배출 파일럿 테스트를 진행하는 중이기도 하다.

[삼성서울병원 전경 © 삼성서울병원]
일회용에서 재사용으로, 의료현장의 친환경 전환
수술실에서 의사와 간호사가 입는 가운은 대부분 일회용이다. WHO는 일회용 의료가운 사용과 재사용 가운이 감염률 등 안전성에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해외에서는 이미 재사용 가운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 미국 메릴랜드대학교 메디컬센터는 2000년부터 재사용 가운을 사용해 690톤의 의료폐기물을 줄였다. 의료기관에 위생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 업체 ‘스테리케어’ 또한 의료용 신소재로 재사용 가운을 개발해 국내 병원에 납품하고 있다.
내시경 검사실에서도 의료기기 재사용을 향한 변화가 진행 중이다. 유럽과 미국의 의료계는 2020년경부터 내시경 검사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미국 전역의 소화기 내시경실의 연간 탄소 배출량만 8만 6천 톤에 달하고, 병상 1개마다 하루 평균 의료폐기물이 3kg씩 발생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유럽에서는 ‘녹색 내시경(Green Endoscopy) 지침’을 발표했다. 녹색 내시경 지침이란 소화기 내시경 검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의료 폐기물, 탄소 배출, 에너지 소비를 줄여 환경 오염을 최소화하는 활동을 뜻한다.
국내에서도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가 이를 따라 내시경 검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의료폐기물을 줄이기 위한 녹색 내시경 TF를 발족하여 친환경 내시경 검사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캠페인의 내용은 먼저 내시경에 쓰이는 관을 철저히 소독해 재사용하고, 내시경 검사를 불필요하게 많이 받는 한국인에게 꼭 생애주기에 맞는 필요한 검사만 하도록 유도하는 식이다. 국내 녹색 내시경 TF는 친환경 내시경을 통해 지속가능한 내시경 검사를 추구하는 전략을 목표로 한다.
전문영역인 의료과정에 대해 우리 모두가 잘 알 수는 없다. 그렇지만 그 영향은 우리 모두의 건강과 삶에 연결된다는 점에서 관심을 놓을 수는 없다. 현장에서의 노력을 잘 알고, 환영한다면 병원과 정책기관의 변화 역시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by Editor 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