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_title
기획기사, 인터뷰
[ESG와 노동절] 136년 만에 빨간 날이 된 노동절
2026.04.27

2026년 5월 1일, 한국은 처음으로 모든 노동자가 같은 날 쉬는 노동절을 맞이한다. 명칭 복원과 법정공휴일 지정이라는 두 가지 변화는 단순한 제도 정비가 아니라, '누가 노동자인가'라는 오래된 질문에 대한 사회적 답변이다.



ESG / ESG오늘 / 이에스지

[노동절 관련 게시글 © 고용노동부 인스타그램]



1963년, '노동'이라는 단어는 법률에서 지워졌다. 5·16 군사정변 이후 집권한 정부는 노동운동의 자율성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노동 관련 법제를 재편했고, 그 과정에서 '근로자의 날 제정에 관한 법률'이 만들어졌다. '노동' 대신 '근로'를 택한 것이다.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근로'는 부지런히 일함을, '노동'은 몸을 움직여 일함을 뜻한다. 한쪽은 태도를 요구하고 다른 한쪽은 사실을 기술한다. 노동자의 권리보다 성실한 노무 제공을 강조하는 시대 분위기와 맞닿은 선택이었다. 그 명칭이 63년간 유지되어 오다가 2025년 10월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근로자의 날 제정에 관한 법률'이 '노동절 제정에 관한 법률'로 전부 개정되었다. 단어 하나가 바뀌었지만 그 단어가 담고 있던 시대의 무게를 생각하면 이는 단순한 명칭 교체가 아니다. 그리고 그 변화는 이름에서 그치지 않았다.



달라진 것과 달라지지 않은 것

공휴일 지정과 함께 달라진 기준도 생겼다. 고용노동부는 노동절에 한해 휴일 대체가 불가하다는 공식 해석을 내놨다. 다른 공휴일과 달리 특별법이 5월 1일이라는 날짜를 직접 고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절에 근무가 불가피하다면 수당 지급 또는 서면 합의에 따른 보상휴가 부여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규모 기준도 사라져 변화의 체감도 커진다. 노동절이 사업장 규모와 관계없이 유급휴일로 보장된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동안 5인 미만 사업장은 사실상 법의 사각지대에 있었지만, 노동절 원칙 만큼은 규모에 관계없이 동일하게 적용된다.



ESG / ESG오늘 / 이에스지

[공무원 역시 포함된 이번 노동절 휴무  ©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



그러나 이 기준이 닿지 않는 곳이 있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법적으로 휴무가 강제되지는 않는다. 이 공백은 정부도 인식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AI 발전에 따라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144만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노동존중 입법 패키지를 추진하고 있다. 또한 '노동자 추정제'를 도입하여 사용자가 노동자가 아님을 입증하지 못하면 노동자로 추정하고 노동법으로 보호하는 방안에도 힘쓰고 있다. 



노동자의 조건에서 노동자의 정의로

1886년 미국 시카고 노동자들이 8시간 노동제를 요구하며 헤이마켓 광장에 나왔을 때 핵심 쟁점은 '얼마나 일하느냐'였다. 140년이 지난 지금, 쟁점은 '누가 노동자로 인정받느냐'로 이동했다. 그리고 이 질문은 노동 현장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ESG / ESG오늘 / 이에스지

[노동절의 기원이 된 미국 헤이마켓 사건 © 위키피디아 커먼즈 ]



글로벌 공급망 실사 기준이 강화되는 흐름 속에서, 협력 업체 소속 노동자의 근무 환경과 휴식권은 투자자들이 열람하는 지속가능성 보고서의 정량 지표로 올라서고 있다. 그런데 법적으로 '근로자'가 아닌 노동자는 이 보고서에도 잡히지 않는다. 실제로는 기업이 활용하는 노동력이지만 공시 지표 밖에 존재하는 셈이다. 


아직 보이지 않는다고 리스크가 없는 것이 아니다. 글로벌 바이어와 기관투자자들은 공급망을 직접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보고서에 없던 노동력의 실태가 실사 과정에서 드러나면 공시 신뢰도 문제로 이어지고 거래 관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누구를 노동자로 볼 것인가'라는 정의의 공백은 관리되지 않는 채 쌓이다가 한꺼번에 터지는 리스크가 된다. 이번 제도 변화는 그 기준선을 일부 끌어올렸다. 법정공휴일 지정은 '노동자'의 언어를 조금 더 넓혔지만, 노동절이 진짜 모두의 날이 되려면 법 한 줄의 변화보다 넓은 구조 변화가 필요하다. 이번 5월 1일은 그 출발점에 해당한다.


by Editor L


이 기사를 공유할게요
확인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