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가 막을 내린 자리에 수천 톤의 폐기물이 남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전국에서 수거된 현수막은 1,500여 톤에 달했으며, 이번 6·3 지방선거에서도 유사한 규모의 현수막 폐기물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된다. 현수막에 종이 공보물까지 더하면 선거가 만들어낸 폐기물 규모는 생각보다 훨씬 크다. 선거에 사용된 현수막은 단순한 천 조각이 아니다. 현수막은 석유 정제 시 추출되는 나프타를 원료로 한 폴리에스테르 섬유와 폴리염화비닐 등 합성수지를 코팅해 만든다. 게다가 잉크와 코팅이 혼합된 구조 탓에 재활용이 어렵다.
선거 기간 동안 거리를 점령한 플라스틱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전국에서 수거된 현수막 가운데 75%가 재활용되지 못하고 소각 혹은 매립됐다. 소각 과정에서는 유해 물질도 나온다. 특히, 폴리염화비닐 성분은 소각할 때 다이옥신 등 유해물질을 만들어낸다. 소각 과정에서 나오는 탄소 배출량도 상당하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이윤희 연구위원은 현수막 1장의 탄소발자국을 9.38kg으로 추산한 바 있다. 전체 탄소 배출량 중 원료 사용 단계가 약 70%, 폐기 단계가 약 30%를 차지한다고 분석했다. 현수막 1장이 만들고 버려지는 과정에서 소나무 한 그루가 1년간 흡수하는 탄소량에 맞먹는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셈이다.
현수막 처리 비용과 행정 부담도 반복되는 문제다. 공직선거법상 후보자가 선거 종료 후 현수막을 철거해야 하지만 현장에서는 철거가 지연되거나 방치되는 사례가 적지않고, 결국 각 구청·시청이 수거와 폐기 작업에 나서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소각 처리 비용은 톤당 약 29만 원에 이른다.


[폐현수막 집하장 안내 ©서울시 기후환경부 인스타그램 ]
서울시는 성동구에 폐현수막 전용 집하장을 설치해 25개 자치구에서 수거한 폐현수막을 한 곳에 모아 처리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재활용률이 기존 42%에서 94%까지 높아졌다. 그러나 이 역시 서울시 단위의 시도일 뿐, 전국적인 확산으로는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뜯지도 않고 버려지는 종이 공보물
현수막보다 규모가 더 큰 문제가 종이 공보물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기준으로 공보물은 5억 8,000만 부가 발송됐으며, 공보물·투표용지·벽보 등 인쇄에 사용된 종이만 1만 2,853톤에 달했다. 종이 1톤 생산에 30년 된 나무 17그루가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나무 21만여 그루가 소비된 셈이다. 이번 6·3 지방선거에서 사용된 공보물 수치는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되지 않았으나, 후보자 수와 선거구가 더 세분화된 만큼 수치는 유사하거나 더 클 것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이 공보물이 제대로 읽히지 않고 버려진다는 점이다. 경기도 전역의 몇몇 공동주택 우편함에는 사전투표가 끝난 뒤에도 뜯지 않은 공보물이 가득 쌓여 있었다. 읽히지 않은 채 폐기물이 된 종이들이었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99%에 가까운 상황에 대량의 종이 공보물을 제작하고, 배포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6·3 지방선거 종이 공보물 © ESG.ONL]
공보물에 사용된 종이의 처리 또한 까다롭다. 공보물은 재활용이 어려운 코팅 종이가 사용되는 경우가 많아 대부분 일반폐기물로 취급된다. 막대한 비용으로 만들어진 공보물이 제대로 읽히지도 않은 채 일반 폐기물로 소각되는 흐름이 선거마다 반복되는 것이다.
전자 공보물로의 전환 논의는 국회에서 수차례 제기됐다. 22대 국회에서도 전자식 선거공보물을 도입하거나 공보물을 재생 종이로 만드는 등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세 건 발의됐지만, 모두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고령층 접근성 문제 등의 반론이 있지만,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은 시대에 전량 종이 배포를 고집하는 현재의 구조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선거에서 면제받는 환경 책임
기업의 ESG 경영 평가에서 폐기물 감축과 자원순환은 환경 부문의 핵심 지표다. 기업에는 배출 폐기물의 재활용률과 처리 방식을 공시하고 감축 목표를 수립할 것이 요구된다. 그러나 수천 톤의 플라스틱 현수막과 수억 장의 종이를 반복적으로 생산하는 선거 제도 자체에는 그에 상응하는 환경 책임 기준이 없다.

[6·3 지방선거 종료 후 현수막을 수거중인 김원경 원미구청장 © 부천시 공식 통합홍보포털 생생부천]
이번 6·3 지방선거에서 선출된 17개 광역자치단체장과 226개 기초자치단체장의 임기는 2030년까지이며, 이 기간은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의 성과를 점검하는 중요한 분기점이기도 하다. 기후대응을 공약으로 내세우며 당선된 단체장들이 임기 첫날부터 수천 톤의 폐기물 처리를 떠안는 모순이 이번 선거에서도 반복되었다. 환경단체들은 선거 주무 부서인 선관위가 폐기물 처리까지 책임지는 방향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현수막 난립을 막기 위한 관련 법 개정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채 계류 상태다. 선거 폐기물 관련 제도가 바뀌지 않는 한, 4년 뒤 선거에서도 같은 장면이 반복될 것이다.
by Editor 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