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 한 번으로 이루어지는 대형폐기물 배출 서비스, 빼기
소비가 아닌 버림으로 시작되는 자원 순환 여정
쇼핑, 더하기와 빼기의 무한루프
살 것도, 살 것의 종류도, 방식도 다양한 이 세상에서 쇼핑은 욕망을 극단까지 끌어내는 작업이다. 우리는 매일같이 쇼핑을 통해 자신의 욕망을 확인한다. 절제 없던 맥시멀리스트는 어느 순간 한계에 봉착한다. 저장할 장소가 부족해 지는 것이다. 이제 하나의 아이템을 쇼핑할 때는 동시에 하나의 아이템을 방출하자고 다짐하기도 한다.
모바일을 통해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는 ‘빼기’
이제 스타트업 ‘같다’의 이야기를 시작해 보자. ‘같다’를 창업한 고재성 대표는 IT 회사에서 신사업 분석 및 사업기획 업무를 맡던 중 대형폐기물을 어떻게 버리는 지 모르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폐기물 배출방법을 안다고 하더라도 지자체 별로 프로세스가 다르고, 방법이 복잡해 불편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주변에 많다는 것도 확인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 대표는 대형폐기물을 버리는 과정에 IT를 접목하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구체화했다. 그리고 주민센터에서 스티커를 구매해서, 대형폐기물을 적재 장소에 내려 놓고, 스티커를 붙이는 과정을 간편하게 바꿀 수 있다면 많은 사람들이 폐기물 처리 과정에서 느끼는 결핍이 사라질거라는 가설을 바탕으로 2018년 주식회사 ‘같다’를 창업했다. 그 후 모바일 터치 한 번으로 폐기물 처리 견적을 내고, 전문 폐기물 수거업체와 연결하는 대형폐기물 수거 플랫폼 ‘빼기’를 론칭했다.
[사진 설명:빼기 웹사이트 메인 페이지 ⓒ같다]
지자체별로 처리과정이 다른 대형폐기물 문제
2023년 기준 우리나라 전국 지방자치단체는 226개에 이른다. 2021년 국토교통부에서 실시한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이사횟수는 평균 3.6회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인생을 살면서 적어도 3-4가지의 대형폐기물 처리방식을 배워야 한다. 지자체마다 처리과정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지자체에 따라 대형폐기물의 신고방식도, 비용도, 주기도 각기 다르다. 빼기는 지자체가 관리하는 복잡한 신청 프로세스와 CS처리를 대행하여 불필요한 시간을 아끼고, 반복적인 민원을 줄이는 효과를 만들어냈다. 2020년 5월 의정부시, 성남시, 고양시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서울, 경기를 비롯해 전국 71개 지자체(2023년 11월 기준)와 함께하고 있다. 사용자 수도 약 100만 명에 육박한다.
잘 버리는 기술을 실현하기 위한 ‘연결’
대형 폐기물 처리 과정상 어려움은 그 뿐 만이 아니다. 다양한 이유로 혼자 버리기 버거운 물품이 있다. 그 결핍을 포착한 빼기는 검증된 빼기 파트너가 방문해 대신 버려주는 ‘내려드림’ 서비스를 출시했다. 빼기 앱을 통해 원하는 날짜와 시간을 입력하면 분해부터 이동, 배출까지 빼기 파트너가 대신 해준다. 초기 서비스 론칭 시에는 전문업체를 통해 진행했지만, 지역 청년·시니어 일자리 창출을 위해 지자체 내에서 ‘빼기 파트너’를 모집했다. 이후 일반인 참여까지 확대하여 전국의 ‘빼기 파트너’들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안전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안전한 배출을 위해 빼기 파트너 가입 시 3가지 신원검증(성범죄 조회, PASS, eKYC)을 받고 있다. 빼기 파트너 운영으로 사용자들은 보다 안전하고 편리하게, 합리적인 비용으로 대형폐기물을 버릴 수 있게 되었고, 빼기 파트너라는 새로운 일자리도 만들어졌다. 그 외 빼기는 앱을 통해 올바른 분리배출 백과사전 ‘빼기사전’과 돈이 되는 신개념 무료나눔 ‘중고 물품 무료 줍줍’, 버리기 아까운 가전을 빼기 파트너에게 입찰 판매하는 ‘중고 판매’ 등 사람들이 더 잘 버리는 법을 전파하고 있다.
[ 빼기 앱에서 버릴 품목을 선택할 수 있다 ⓒ같다]
버리는 과정에서 시작되는 순환의 고리
앞서 설명한 것처럼 우리나라의 대형폐기물 수거 과정은 일반화되어 있지 않고, 배출 이후 지엽적인 처리 프로세스를 거치기 때문에 데이터라는 것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빼기 서비스를 이용할 때 앱에서 수거 신청 시 사진을 찍고, 제품의 바코드를 생성해서 대형폐기물 1차 코드를 만든다. 이후 코드를 통해 지자체 별로 데이터가 수집된다. 때문에 정확한 배출 수와 품목, 처리에 소요되는 비용을 산출할 수 있다. 빼기와 함께 일하는 지자체들은 이 데이터를 근거로 폐기물 관련 정책수립 계획을 위한 ‘탄소 배출 절감 리포트’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소비가 시작되는 메이커 브랜드와 제품구매 시 기존 사용 제품을 버릴 수 있는 빼기 포인트를 제공하는 방식의 협약을 통해 소비와 방출의 선순환 고리를 만들어 가고 있다.
[ESG컨퍼런스에 참여한 빼기 ⓒ같다]
쓰레기 없는 세상을 위하여
빼기를 운영 중인 같다 고재성 대표가 회사를 설립할 때 만든 미션이다. 그 미션에 동의한 20여 명은 오늘도 빼기 서비스를 통해 세상의 쓰레기를 처리하고 있다. 단순히 폐기물을 연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공지능 및 객체인식 기술을 통해 개인의 탄소발자국을 측정하고, 추척하고, 판매할 수 있는 탄소거래 플랫폼도 준비 중이다.
버림으로 표현되는 우리의 정체성
현대사회에서의 소비는 개인의 정체성 그 자체를 나타낸다고도 한다. 이에 더해 버리는 것 또한 개인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방식이 될 것이다. ‘얻는다’와 ‘방출한다’는 필연적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같다는 버려지는 것과 버려지는 방식에 집중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같다와 같이 주목하지 않은 영역에서 ESG의 가치를 만들어 내는 기업들이 더 많아 지기를 기대한다.
by Editor. 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