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년에는 50년 이상 된 오래 된 숲이 우리나라 전체 숲 면적의 72%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산림의 온실가스 흡수율은 크게 감소할 전망이다. 재생에너지와 전기차 보급으로 탄소배출량 감소에는 속도가 붙고 있지만 그 감축분을 뒷받침해야 할 흡수원은 오히려 약해지는 상황이다. 탄소중립을 향한 한국의 감축 전략에서 산림이나 식생 같은 기존 탄소 흡수원 외에 새로운 흡수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이어져 온 이유이기도 하다. 이 맥락에서 지금 새로운 탄소 흡수원으로 발 밑의 땅이 주목받고 있다.
탄소 흡수원, 이제 산림을 넘어 토양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 5월 21일 상연재 서울역점에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이하 NDC) 달성 기여를 위한 토양기반 환경기술 개발사업' 착수보고회를 열고, 관련 연구를 본격 추진할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사업은 국내 환경에 적합한 토양탄소 흡수 및 제거 기술 개발을 목표로 진행된다. 또한, 국가 온실가스 배출 및 흡수량을 산정하는 행정적 절차인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 체계와 연계되어 실질적인 탄소 감축 수단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기존에 산림 중심으로 이루어지던 탄소 흡수 정책이 이번 사업을 계기로 토양 분야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이하 IPCC)(전날 Noon기사 발행 후 링크 걸 예정)에 따르면 토양은 대기와 식생보다 더 큰 탄소 저장고로 평가되며 토양 탄소 저장량은 약 1,700PgC(페타그램탄소)로 대기 탄소 저장량 870PgC, 식생의 탄소 저장량인 450PgC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IPCC에서 2022년 4월 발간한 제 3실무그룹 제6차 평가보고서에서 4가지 토양 기반 탄소 흡수 및 제거 기술이 포함된 '10대 탄소 제거 기술'을 소개하며 탄소 흡수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10대 탄소제거기술 © IPCC 제3실무그룹 제6차 평가보고서]
토양탄소 흡수 및 제거를 위한 사업, 무엇을 연구하나
사업 첫해인 올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바이오차(Biochar) 활용 기술 ▲강화된 암석풍화 기술 ▲토양탄소 흡수·제거 통합영향 평가모델 등을 포함해 5가지 기술에 대한 연구를 추진한다. 이 중 가장 주목받는 기술은 '바이오차'다. 바이오차는 바이오매스(Biomass)와 숯(Charcoal)의 합성어로, 목재나 농업작물 수확 후 남은 부산물, 유기성폐기물 등을 산소가 없는 고온에서 열분해하여 만들어진 물질이다. 바이오차는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탄소가 안정적인 구조로 전환되고, 이를 토양에 살포하는 경우 100년 이상 반영구적으로 탄소를 저장할 수 있다.

[바이오차의 효과 © 사단법인 코리아비이오차협회 공식 홈페이지]
두 번째로 '강화된 암석풍화 기술'은 칼슘과 마그네슘 함량이 높은 암석을 분쇄해 토양에 살포하고, 이때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탄산염 형태로 흡수하는 기술이다.생성된 탄산염은 토양과 해양 등에 남아 탄소를 격리하는 역할을 한다. 세 번째 '통합영향 평가모델' 개발 단계에서는 토양탄소 흡수 및 제거 기술의 효과를 과학적으로 검증하고, 기술이 생태계에 미치는 환경적 긍정적, 부정적 영향을 종합적으로 분석한다. 통합영향 평가모델은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과학적으로 검증하기 위한 핵심적인 평가 도구다.이번 사업은 공공분야 기술개발을 위한 과제로 향후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지정한 기관 또는 사업자는 개발된 기술을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다.
탄소 흡수 기술만큼 중요한 측정 기준
토양탄소 흡수 기술의 고도화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뿐만 아니라 기업의 ESG 전략에도 영향을 미친다. 현재 국내 기업들이 NDC 이행 상황을 바탕으로 ESG 공시를 준비하는 가운데, 탄소 흡수원 확보는 탄소중립 로드맵의 신뢰도를 높이는데 기여할 수 있다. 기업의 토양탄소 흡수 실적이 공식적인 온실가스 감축량으로 인정받게 되면, 기업이 농지나 유휴지를 활용해 온실가스 배출권을 확보할 수 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토양 기반 탄소 흡수 실적을 국가 온실가스 통계 보고서에 반영할 수 있는 MRV체계(측정(Measurement), 보고(Reporting), 검증(Verification))가 먼저 갖춰져야 한다. 토양은 지역별 특성과 기후 조건에 따라 탄소 흡수 및 방출량이 크게 달라지는 만큼, 신뢰할 수 있는 측정 기준 마련이 기술 개발만큼이나 중요하다.

[MRV 기반 강화방안 © 재정경제부]
지금까지 탄소 감축 전략은 주로 배출량을 줄이는 방향으로 논의되어 왔다. 하지만 이번 사업은 그 반대편, 탄소 흡수 기술을 개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기업의 ESG 공시 의무가 단계적으로 확대되는 지금 흡수원을 기반으로 한 탄소 실적 확보는 배출 감축만으로 채울 수 없던 NDC 공백을 메우는 수단이 될 수 있다. 토양이 탄소중립의 진짜 전략 자원이 되기 위해 기술과 제도가 함께 속도를 내야 한다.
by Editor 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