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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기사, 인터뷰
[브랜드와 ESG] 새로운 자본주의의 씨앗을 품다, 파타고니아 스쿨
2024.06.27


품질은 절대 유행을 타지 않습니다(Quality Never Goes Out of Style)


ESG / ESG오늘 / 이에스지 [청바지 브랜드 리바이스의 슬로건 ⓒLevi’s]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청바지 브랜드 ‘리바이스’ 라벨에 적힌 슬로건이다. 패션 브랜드가 스타일이 아닌 품질을 이야기한다는 역설은 1853년 시작된 이 브랜드가 지금까지 사랑 받고 있는 이유를 설명한다. 현대사회에서 패션은 의식주의 한 부분을 넘어 경제적 가치와 문화적 표현의 요소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이 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한 인식이 누적되며 최근 많은 분야가 그러하듯 지속가능성에 대한 요구를 받고 있다. 패션산업의 탄소배출량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약 10%를 차지하며, 이는 항공 및 해운 산업을 합친 것보다 더 크다. 물은 매년 9,200억 톤이나 사용되고, 이는 세계 인구의 10%가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저렴한 생산비용을 목표해 저개발국가와 개발도상국을 위협하는 노동착취, 저임금, 열약한 작업 환경 등 사회적 문제도 낯설지 않다. 

소비자들은 이제 이런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친화적인 제품을 선택한다. 나아가 브랜드의 윤리적 경영을 중요한 구매 결정 요소로 삼기도 한다. 때문에 소비자의 관심에 민감한 패션업계에 지속가능한 패션브랜드들이 늘고 있다. 아직까지의 영향력과 성과는 미미하나 과도한 자원소비의 부담을 해결하기 위해 지속가능한 패션 브랜드들이 등장해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고, 재활용하고, 업사이클링한다. 사회적 책임을 다 하겠다는 선언도 남긴다. 현대의 패션브랜드들은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비전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의류브랜드 ‘파타고니아’는 2024년 4월 한국에 ‘파타고니아 스쿨’이 론칭했다. 


‘파타고니아 스쿨’이 탄생한 이유, 파타고니아라는 장벽

파타고니아 스쿨을 이해하기 위해 이 프로젝트를 기획한 이노소셜랩 서진석 연구위원이 블로그에 남긴 코멘트를 참고해보자.

“2017년 1월, ‘Beyond CSR, 파타고니아’ 프로젝트의 미션은 단순히 파타고니아를 알리는 것이 아니었다. CSR의 북극성으로 파타고니아를 제시함으로써, 우리나라 CSR의 지향점을 바꾸는데 일조하고자 함이었다. 시작할 당시만 해도 파타고니아를  “이 재킷을 사시 마세요” 캠페인을 벌인 회사 정도로 간단히 알고 있거나 제대로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당시 CSR의 북극성은 유한킴벌리였다. (...중략…) 7년이 지난 지금, CSR의 북극성으로 파타고니아의 위상을 부정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오히려 또 다른 장벽은 생겼다. 파타고니아를 ‘넘사벽’으로 치부하여, 다른 세계로 치부해버리는 것이다”


파타고니아가 너무 잘해서 외면하다니. 뜻깊지만,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그래서 이 프로젝트팀은 스스로 설정한  미션을 재설정할 필요성을 느껴 2022년부터 고민한 끝에, 2024년 4월 본사의 승인을 거쳐 ‘파타고니아 언패셔너블 비즈니스 스쿨(Patagonia Unfashionable Business School, 이하 파타고니아스쿨)’을 설립했다. 파타고니아스쿨의 커리큘럼과 구체적인 상은 다음을 참고하자. 


- 첫째, 향후 사회혁신 및 ESG 분야에서 소명의식을 가진 자, 사회 변화 관점에서 열심히 활동해 나갈 사람들에게 교육하고, 문제의식을 나눌 수 있는 사람

- 둘째, 미국 캘리포니아 벤추라에 있는 파타고니아 본사에 방문해 토론과 영감에 가지고 올 수 있는 사람

- 셋째, 현재의 ESG가 지속불가능하다. 넷제로 중심의 전략으로 환경 위기와 불평등을 결코 해결할 수 없음을 인지하고, 지구 생태계 중심 접근이 가능한 사람

- 넷째, 참여자 스스로 방향을 찾을 수 있는 사람  


사내 철학자 빈센트 스탠리 교장이 되다


ESG / ESG오늘 / 이에스지

[‘빈센트 스탠리’ 파타고니아 철학 이사이자 파타고니아스쿨 교장 ⓒ파타고니아]


파타고니아에는 기업철학을 담당하는 임원이 있다. 파타고니아에서 철학이사(Director of Philosophy)를 담당하고 있는 ‘빈센트 스탠리’는 기업설립 초기부터 이본 쉬나드 창업자와 함께했다. 그런 그가 한국 파타고니아에서 설립한 ‘파타고니아 스쿨’의 교장으로 부임했다. 50년 넘게 이 기업에 근무하며 파타고니아가 보여준 급진적이고도 희망적인 경영철학이 파타고니아스쿨에 어떻게 적용될지, 이 씨앗이 다른 나라에 어떻게 연결될지 기대감과 희망을 갖고 이 역할을 수락했다고 한다. 그는 최근 한겨레21 인터뷰에서 파타고니아가 가진 높은 수준의 문화적 자신감의 이유로 아래의 세 가지 항목을 꼽았다. 

- 첫째, 우리가 내린 모든 결정에서 ‘인간의 행복과 지구의 선을 고려하겠다’는 쉬나드 가문의 꾸준한 노력
- 둘째, 파타고니아 대부분 직원이 똑같이 꾸준히 노력했다는 점
- 셋째, 모든 직원은 우리가 만드는 제품과 서비스에 자부심을 갖고 있는 점


파타고니아스쿨은 공기업, 파타고니아 코리아, 사회적 기업, 투자회사 사람들이 모여서 기획하고, 설립했다. 커리큘럼은 빈센트 스탠리 철학 이사의 책 ‘리스판서블 컴퍼니 파타고니아’를 참고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가 직접 교장을 맡은 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2024년 4월 개강한 파타고니아스쿨 1기는 총 8명의 인원으로 시작했다. 첫 학기임에도 많은 기업의 CSR, ESG 담당자들이 지원했다고 한다. 이들은 9월까지 특강과 발제, 토론, 주제 토론 등 방식의 수업을 진행하며, 10월에는 파타고니아 본사를 방문한다. 이런 공부와 토론, 관찰, 취재 등을 통해 회사원들이 새로운 자본주의를 실현하는 ‘씨앗’이 되길 꿈꾸는 것이 파타고니아스쿨의 존재 이유다.  


기업에게도 영혼이 있을까

ESG / ESG오늘 / 이에스지

[파타고니아를 세상에 알렸던 DON’T BUY THIS JACKET 광고 ⓒ파타고니아]


이 질문에 확성기를 대고 큰 대답을 해 나가는 파타고니아는 기후위기에 맞설 ‘새로운 자본주의의 씨앗’으로 CSR, ESG 실현과 맞닿아 있는 회사원들의 노력을 지원한다. 그 씨앗들이 민들레 홀씨처럼 각자의 자리에 돌아가 그 기업의 새로운 씨앗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말이다. 

브랜드 파타고니아는 단순히 물건을 더 팔기 위한 가치를 넘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비전을 실체화한다. 그리고 잘 한다. 파타고니아 스쿨은 파타고니아가 잘 하는 일을 넘어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 가는 브랜드의 스토리에 가깝다. 아직 결과를 알 수 없다. 그렇지만 이 새로운 실험이 주위 기업들에 선사하는 영감만큼은 가능만큼은 확실하다.


by Editor. 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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