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 노르웨이 에너지 기업 하프슬룬드 셀시오와 탄소제거 10년 장기 계약 ⓒ ESG.ONL/ESG오늘]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가 노르웨이 최대 규모의 폐기물 소각 및 지역난방 기업 '하프슬룬드 셀시오(Hafslund Celsio)'와 7월 1일 10년간 110만 톤 규모의 탄소 제거 계약을 체결했다. 기업의 탄소중립 전략이 '탄소상쇄(Carbon Offset)' 개념을 넘어 직접적인 '탄소제거(Carbon Removal)'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신호탄이다.
탄소제거와 탄소상쇄, 무엇이 다를까
탄소제거는 탄소상쇄와 근본적으로 다른 접근법이다. 기업의 탄소상쇄가 다른 곳에서의 배출감소나 산림조성을 통해 자사의 배출량을 '상계'하는 개념이라면, 탄소제거는 이미 대기 중에 존재하는 이산화탄소를 물리적으로 포집해 제거하는 방식의 접근이다. 하프슬룬드 셀시오와의 계약으로 마이크로소프트는 '바이오매스 폐기물을 활용한 탄소포집 및 저장(BECCS, Bioenergy with Carbon Capture and Storage)' 기술로 탄소를 직접 제거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서 바이오매스 폐기물은 주로 목재 칩, 톱밥, 농업 잔재물 등 유기물질을 의미한다. 이 방식의 탄소제거는 바이오매스를 태워 에너지를 생산하면서 동시에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지하에 영구 저장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노르웨이 오슬로에 위치한 '하프슬룬드 셀시오'의 폐기물 소각장 ⓒ Hafslund Celsio]
기업들에게 탄소제거가 매력적인 이유
기업들이 탄소제거에 주목하는 이유는 탄소중립 목표 달성의 현실적 한계 때문이다. 탄소배출과 관련해 아무리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재생에너지로 전환해도 일정 수준 이하로 배출량을 줄이기 어렵기 때문에 '잔여배출(Residual Emissions)'이라는 개념이 존재한다. 특히 데이터센터를 대규모로 운영하는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기술 기업들에게는 이런 잔여 배출이 상당한 규모다.
기존 탄소상쇄 시장의 품질과 신뢰성 문제도 기업들이 탄소제거로 눈을 돌리는 이유다. 산림조성이나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기반의 탄소배출권은 '추가성(Additionality)'과 '영속성(Permanence)' 측면에서 논란이 많았다. 배출권을 거래함으로써 실제 추가적인 탄소배출 감축효과가 있는 것인지, 배출 감축효과가 장기적으로 효과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인지 유효성 여부는 여전히 기업들의 고민으로 자리하고 있다. 반면 직접적인 탄소제거는 측정과 검증이 용이하다. 결과값을 손에 넣을 수 있는 방식인 것이다.
탄소제거 시장의 급속한 성장세에 주목해야
탄소제거 시장은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스위스의 기후테크 기업 '클라임웍스(Climeworks)'는 2025년 상반기에만 1억 6,20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외에 구글, 아마존, 메타 등 주요 기술 기업들이 탄소제거 계약을 잇따라 체결하고 있다는 것도 탄소제거 시장의 현재를 알려준다. 이들 기업이 단순한 구매자를 넘어 기술개발 파트너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는 2030년까지 탄소 네거티브*를 달성하겠다는 목표 하에 다양한 탄소제거 기술에 투자하며 시장 확대를 주도하고 있다.
*탄소 네거티브 : 기업이나 조직이 스스로의 활동으로 배출한 탄소 배출량 이상의 탄소를 제거하거나 저감시키는 상태
[2020년 마이크로소프트가 발표한 '탄소 네거티브' 계획 ⓒ Microsoft]
우리 기업들에게도 탄소제거 계약이 새로운 과제이자 기회가 될 수 있다. 우선 K-택소노미와 녹색분류체계에서 탄소제거 기술이 어떻게 분류될지, 그리고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주목해야 한다. 우리나라 대기업들 역시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삼성전자, LG에너지솔루션, SK하이닉스 등 에너지 집약적 제조업체들에게는 탄소제거가 필수적인 선택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일부 한국 기업들은 이미 관련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포스코'는 수소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기술 개발에 투자하고 있으며, '현대건설’은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기술을 활용한 플랜트 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SK그룹'은 탄소저감 기술 개발을 위한 전담 조직을 신설하며 탄소 제거 분야의 투자 기회를 모색 중이다. 정부 차원에서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최근 'CCUS 상용화 로드맵'을 통해 2030년까지 연간 1,200만 톤의 이산화탄소 포집 목표를 제시하기도 했다.
도전과제와 전망
탄소제거 기술의 가장 큰 과제는 여전히 높은 비용이다. 현재 톤당 100-600달러 수준인 탄소제거 비용을 경제성 있는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면 상용화의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다. 대규모 상용화를 위한 인프라 구축과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기업들의 탄소중립 전략이 '배출감소'에서 '직접제거'로 진화하는 과정에 접어든 상황에 우리 기업들도 대응해야 할 시점이다.
by Editor 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