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이하 EU)이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향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했다. 유럽위원회는 지난 2일 EU 기후법 개정안을 통해 204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1990년 대비 90% 감축하겠다는 중간 목표를 공식 제안했음을 알렸다.
이번 제안은 '유럽 기후변화 과학자문위원회(ESABCC,European Scientific Advisory Board on Climate Change)'의 권고안을 반영한 것으로 90-95% 감축 범위를 기준으로 실현가능한 목표로 설정됐다. EU의 2030년 감축 목표로 향하는 길은 순조롭게 보인다. EU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23년 말 기준으로 1990년 대비 37% 감축을 달성한 상황이다. 같은 기간 경제성장도 68% 수준으로 이루어진 것이 확인됐다. 이는 경제성장과 온실가스 배출 감축의 '디커플링(분리)'이 실현가능한 목표라는 것도 보여준다.
청정산업 경쟁력과 글로벌 기후 외교 리더십 동시 강화
이번 목표는 단순한 환경 정책을 넘어 EU의 경제전략과도 밀접히 연결돼 있다. 지난 2월 EU의 산업경쟁력 강화와 탈탄소화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 추진한 '청정산업계획(Clean Industrial Deal)'과 연계해 장기적이고 일관된 정책 신호를 알려 청정 기술 시장에서의 EU 기업 리더십, 민간투자를 확보하고, 화석연료 의존도 감소로 에너지 독립성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글로벌 기후 외교에서의 전략적 의미도 있다. 미국의 파리협정 탈퇴와 맞물려 이번 EU의 목표 설정은 더욱 큰 의미를 갖는다고 볼 수 있다. EU는 오는 11월 브라질에서 개최될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를 앞두고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s)'제출을 통해 다른 주요 배출국들의 보다 강화된 목표설정을 유도할 계획이다. 특히 중국, 인도, 일본, 호주, 멕시코 등 주요 배출국들이 9개월 내에 업데이트된 계획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EU의 선제적 목표 설정이 글로벌 기후 행동에 미칠 파급효과가 주목된다.
이번 EU 목표의 체크 포인트
EU의 야심찬 목표 설정은 우리에게도 여러 시사점을 제공한다. 우선 2026년 본격적으로 시행될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관점에서 한국 기업들의 대응 전략 재검토가 필요하다. EU가 더욱 엄격한 온실가스 감축 기준을 제시함에 따라 CBAM 역시 적용 범위 확대와 기준 강화가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한국의 주력 수출산업인 철강, 화학, 자동차 산업의 직접적 영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기업들의 생산 과정 탈탄소화, 재생에너지 전환이 적극적으로 요구될 상황인 것이다. 우리 정부가 목표로 설정한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인 2018년 대비 40% 감축에서 더 나아가 2040년까지의 중장기 목표 설정 시에도 EU의 접근 방식을 참고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제안은 현재 유럽의회와 이사회에서 검토 후 통상 입법 절차를 거쳐 최종 채택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목표가 기술적으로 실현 가능할 것이라고 평가하지만 대규모 재생에너지 확대, 화석연료 사용 급격한 감소, 에너지 효율성 향상, 최종 사용 부문의 대대적 전기화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남아있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EU가 제시한 이 야심찬 로드맵이 글로벌 기후 행동의 새로운 기준점이 될 수 있을지, 그리고 다른 주요 경제권들의 동참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by Editor 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