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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동향] 기후변화가 만든 신종 재난, '돌발가뭄'의 위협
2025.09.01

8월 31일, 강릉시 강북공설운동장에 전국 각지에서 지원 나온 소방차 71대가 집결했다. 주말 아침 이례적인 광경이 펼쳐진 것이다. 정부가 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는 강원 강릉시에 재난사태를 선포한 다음날이었다. 강릉시의 주요 상수원인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21%로 관측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음에도 뚜렷한 강수 예보가 없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강릉의 누적 강수량은 8월 10일까지 394.1㎜로 평년의 766.6㎜의 절반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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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지역 선포'에 전국에서 강릉으로 모인 소방차 ⓒ 강원특별자치도소방본부]



강릉의 위기, 48년 만에 최악의 가뭄

김홍규 강릉시장은 지난 8월 19일 오전 '가뭄대응 비상대책 기자회견'에서 생활용수 공급을 50% 감축하는 특단의 제한급수 조치를 발표했다. 저수율이 10%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전대미문의 재난 상황이라는 설명이었다.

 

이는 전통적인 가뭄과는 전혀 다른 현상이었다.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가뭄은 오랜 기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는 자연재해다. 수개월에서 수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발생하며, 강수량 부족이 주요 원인이었다. 그러나 이번 강릉의 가뭄은 ‘돌발가뭄’이라 불린다. 기후변화와 함께 등장한 '돌발가뭄'은 기존의 가뭄과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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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가뭄으로 제한급수(절수조치)에 들어간 강릉시 공지사항 ⓒ 강릉시청]



왜 지금 돌발가뭄인가

돌발가뭄은 비정상적으로 건조한 날씨가 단기간, 급속도로 확산되는 현상으로 강수량 부족으로 수개월에 걸쳐 서서히 발생하는 일반적인 가뭄과 달리 수주만에 급속한 수분 증발이 일어나며 발생한다. 특히 점차 폭염의 강도와 일수가 증가하면서 강수량이 크게 부족하지 않아도 증발량이 많아 급속도로 전개되는 것이 특징이다.


즉, 비가 적게 와서 생기는 전통적인 가뭄과 달리 돌발가뭄은 높은 기온과 강한 증발로 인해 토양의 수분이 빠르게 손실되며 발생한다. 고온으로 토양 수분이 빠르게 증발하는 현상이 핵심이며, 이는 기존 가뭄 대응 체계의 사각지대에 있다. 돌발가뭄은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 문제다. 국내 가뭄 예경보 체계는 기본적으로 월 단위를 중심으로 하며, 주간 단위 예보는 비공식적·보조적으로 활용된다. 이로 인해 단기간에 급속히 발달하는 돌발가뭄을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또 다른 문제는 돌발가뭄 뒤에 돌발홍수가 이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뜨거운 공기로 건조해진 토양은 단단해져 수분을 흡수하기 어려운 상태가 된다. 가뭄에 시달린 지역에 갑자기 많은 비가 내리면 물이 흡수되지 못해 돌발홍수로 이어지는 것이다. 가뭄은 더 심하게, 홍수는 더 급작스럽게 일어나는 기후변화 이후의 재난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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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캘리포니아 산불 ⓒ Greenpeace]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재난을 준비해야

돌발가뭄이 우리만의 재난은 아니다. 2024년 전 세계를 충격에 빠트린 미국 캘리포니아, 하와이 산불피해의 근본적 원인도 돌발가뭄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있다. 이제 강수량 뿐 아니라 고온과 증발의 영향을 충분히 고려한 새로운 가뭄 정의가 필요하다. ‘비가 오면 가뭄 걱정은 없다’는 과거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종합적인 수분 균형을 고려한 접근이 필요하다.


돌발가뭄은 기후변화가 만든 신종 재난이다. 폭염이 빈번해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 돌발가뭄의 위험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돌발가뭄을 독립적인 재난 유형으로 인식하고, 이에 맞는 예측·대응 체계를 구축하는 일일 것이다. 

기후변화의 가속화와 함께 돌발가뭄은 더 이상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도 마우이섬의 참사가 남의 일이 아니라는 인식을 가지고, 선제적인 대응책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다.


by Editor 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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