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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동향] 전기요금 인상하나, 우리가 치르는 기후위기 비용
2025.09.18

1992년 UN환경개발회의(UNCED, United Nations Conference on Environment & Development)에서 채택한 UN기후변화협약(UNFCCC, United Nations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의 내용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공동의 그러나 차별화된 책임'에 따라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것이었다. 온실가스 감축을 통해 지구 온도 상승을 억제해보자는 약속인 셈이다. 2015년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당사국총회(COP, Conference of Parties)에서 채택한 파리협정은 지구 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로 제한하고, 이를 위해 모든 국가가 2020년 이후의 기후 변화 대응방안을 UNFCCC에 5년 단위로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5년 첫 국가별 온실가스감축목표(NDC, National Determined Contribution)를 제출한 이후, 2020년 NDC를 개정, 올해 두 번째 NDC 개정을 앞두고 있다.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다양한 감축안을 고려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지난 8월 14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전기요금 인상을 시사했다. 



이미 지구에 빚을 지고 있는 인류



ESG / ESG오늘 / 이에스지

[오버슈트 ⓒ GFN]



오버슈트, 즉 지구 생태용량 초과의 날(Earth Overshoot Day)은 국제 연구 기관인 '글로벌 생태발자국 네트워크(GFN, Global Footprint Network)'가 추산한 지표로, 인류가 한 해 동안 소비하는 생태 자원과 환경이 지구의 자생력을 넘어서는 시점을 날짜로 환산한 것이다. 올해 지구 생태용량 초과의 날은 7월 24일이고, 이를 대한민국 국민의 소비량으로만 환산할 경우 그 시점은 4월 9일로 앞당겨진다. 한국인의 자원 소비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넉넉잡아 3개 이상의 지구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기후변화를 막지 못한 비용, 이미 지불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전기요금 인상 발언은 그 즉시 여론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규모를 막론하고 모든 이의 일상생활에 전기는 없어선 안 될 필수재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는 전기 사용 자체를 줄이기 위한 유인책보다는 재생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투입되는 투자 비용에 가깝다.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지구 온도를 더이상 높이지 않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비용이라는 뜻이다. 


이렇듯 필수적인 비용 지출에도 사람들의 신경은 곤두선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온실가스를 충분히 감축하지 못해 상승한 지구 온도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다국적 기후변화 연구 기관 '세계기상특성(WWA, World Weather Attribution)'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올 봄 우리나라를 덮친 대형산불에 기후변화에 따른 장기적인 추세의 고온의 영향이 있었다고 한다. 고온 현상이 지속되면서 토양과 식생을 건조하게 했고, 이것이 극단적 산불 발생 가능성을 두 배 높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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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온 현상으로 야기된 산불의 대형화 ⓒ 게티이미지뱅크]



산림청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불은 연평균 545건이며, 해마다 대형산불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2022년 울진·삼척 산불은 16,302ha의 산림을 소실시켰으며, 경제적 피해 규모는 약 8,811억 원에 달한다. 2020년 이후 발생한 대형 산불의 피해액은 약 1조 727억 원으로 추산된다. 


대형산불 만이 문제가 아니다. 지난달 17일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올 한해 발생한 집중호우 피해액은 1조 848억 원이며 복구비로는 2조 7천억 원 이상이 투입될 예정이다. 폭우는 한반도를 덮고 있는 덥고 습한 정체정선이 원인이며, 이러한 원인에는 지구 온난화가 있다. 더불어 봄에 발생한 산불로 인해 산악지형의 토양을 붙잡고 있는 나무 뿌리가 없어져 산사태 발생 위험이 커지는 복합 재난이 일어날 확률 역시 커지고 있다. 


통계청이 제시한 2023년 1인당 전력소비량은 10,637kWh로, 계절별 누진세를 적용해 계산한 1인 당 연평균 전기요금은 약 3,106,820원이다. 전기요금 인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지만 5년간 발생한 산불과 올해 발생한 집중폭우 피해액은 각각 34만 5천여 명의 1년치 전기요금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기후위기, 도덕이 아닌 생존의 영역으로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는 일상생활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와튼스쿨의 환경경제학자 박지성은 그의 저서 '1도의 가격 (원제 Slow Burn)'(윌북, 2025)에서 기후변화가 사회에 입히는 피해를 수치로 분석한다. 32.2℃ 이상의 기온이 일주일 지속된 경우, 월 강간범죄율은 5%이상 증가하고 살인과 폭력은 3%가량 늘었다는 식이다. 


비단 비용뿐 아니라 사회·문화, 심지어는 생존의 영역에서 우리는 기후변화로 인한 비용을 치르고 있다. 아직도 북극곰과 산호초의 멸종을 막기 위해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기후변화는 현실이며 그 결과는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결국 치러야 할 비용이라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지불할지 선택하는 정책과 시민사회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by Editor 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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