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31일부터 11월 1일까지 경주에서 개최된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성공리에 막을 내렸다. 21개 회원국 정상과 대표단, 기업인, 언론인 등 2만 여 명이 천년고도 경주를 찾으면서 지역 경제에 활력이 돌았다. 경주 황리단길과 보문단지 일대 상권은 내외국인 방문객으로 북적였고, APEC 기념 굿즈와 이벤트는 연일 화제에 올랐다. AI, 조선업을 필두로 한 산업, 외교적 성과가 호응을 얻기도 했다. 우리 산업 내 큰 비중을 차지하는 큰 기업들의 근심거리가 해소 되며 주식시장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경주 APEC에 모인 각국 정상 ⓒ대통령실]
7조 4천억 규모 경제효과 APEC, 지역 소상공인 상권까지 활력
거국적인 논의가 오고간 APEC의 경제효과가 경주와 지역 내 소상공인에게도 활력을 미쳤음은 당연하다. 경주시는 네이버와 손잡고 로컬 상점 30곳을 소개하는 ‘비로컬위크(BeLocal Week)’를 개최하며 APEC을 계기로 소상공인 지원에 적극 나섰다. K-푸드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떡볶이, 치킨 등 한국 음식을 선보이는 소상공인들의 참여 기회가 확대됐고, 황리단길은 APEC 특수로 평소보다 활기를 띠었다는 평가다.

[경주시와 네이버가 함께한 '비로컬위크' 현장 ⓒ경주시]
조금 더 손에 잡히는 효과를 살펴보기 위해 APEC 직전에 열린 주목할 만한 행사가 있다. 지난 9월 1일부터 5일까지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31회 APEC 중소기업 장관회의다. APEC 중소기업 장관회의는 APEC 분야별 장관회의 중 하나로 APEC 중소·벤처기업과 소상공인을 아우르는 과제들에 대해 논의한다. APEC 회원국 장관급 인사들이 이번 중소기업 장관회의 참석을 위해 제주를 찾았다.
제주가 보여준 성공 모델, 소상공인 참여형 APEC 풍경
제주도는 국제회의 참가자들을 회의장 밖 지역 상권으로 이끌기 위해 '영수증 입장권'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이 기간 제주를 찾은 APEC 참가자들이 도내 음식점, 카페, 상점 등에서 소비한 5만원 이상의 영수증을 제시하면 대표적 관광지인 제주돌문화공원과 환상숲곶자왈공원을 할인된 가격으로 방문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한 원도심 골목상권과 전통시장을 연계한 APEC 투어 코스를 운영하고, 식품대전과 맥주축제를 APEC 기간 중 개최해 지역 소상공인들이 실질적으로 APEC 특수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확대했다. 이러한 제주의 접근은 국제회의가 대기업과 특정 업종만 혜택을 누릴 수 있는 행사가 아니라 지역과 소상공인의 실질적 혜택도 연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제주에서 열린 APEC 중소기업 장관회의 ⓒ중소벤처기업부]
본 행사인 APEC 중소기업 장관회의에서 우리나라가 주도해 채택한 ‘제주 이니셔티브’의 의미도 크다. 올해 개최된 다양한 분야의 APEC 장관회의 가운데 신규 이니셔티브가 채택된 첫 사례다. 핵심은 APEC 회원국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연결하는 ‘APEC 스타트업 얼라이언스(Startup Alliance)’의 출범으로, 단순한 선언을 넘어 정례포럼, 상시 네트워크 구축 등 실행 프로그램까지 계획되어 있다.
경주 APEC, 더 큰 파급효과 기대되는 이유
9월 제주 회의에서는 '중소기업, 지속가능하고 포용적인 성장의 동력'이라는 주제 아래 APEC 회원국 간 중소벤처·소상공인의 정책 협력이 구체적으로 논의됐다. AI의 비약적 발전과 글로벌 공급망 변화 등 중소기업이 당면한 과제에 대한 협력 방안이 제시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논의는 경주 정상회의의 '경주 선언'을 통해 더욱 구체화됐다. 경주 선언에는 스타트업 간의 협력이 포함됐고, 디지털 경제 로드맵의 신뢰확보 대상으로 소상공인, 중소기업을 언급한다.
성공적으로 보이는 국제행사의 성과가 어디까지 확산될 수 있을까? 각종 정책자금 확대, 채무조정 등 지원책에도 누적된 부채와 고금리 부담이 중소상공인들을 우려케한다. 큰 회의에서 비롯한 정책, 환경지원이 스타트업에 집중된다는 불만도 있다.
대기업을 넘어, 국제회의가 만드는 지역, 소상공인의 새로운 기회
APEC 행사가 단순히 산업 전반에 걸친 희망찬 미래를 보여주는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당연한 말이지만 선언이 실행으로 이어져야 한다. 전 세계 언론과 기업인들이 제주와 경주에서 경험한 K-컬쳐의 매력을 다음 국제행사에서도 경험할 수 있도록 국제행사 개최지역 소상공인 연계 패키지를 적용할 수 있다. 국제행사, 특히 산업적 의제를 다루는 국제회의의 성과확대를 위해 대기업부터 소상공인까지 동반성장 모델을 최대한 구체화한 실행 플랜도 놓치지 않고 이어나가야 할 것이다.
제주에서 경주까지, 소상공인과 스타트업 등 산업군을 폭 넓게 아우르는 국제회의 모델이 펼쳐졌다. 이제 이 성공 사례가 향후 우리나라가 개최하는 모든 국제회의의 표준이 되어, 대형 행사의 경제효과가 대기업뿐 아니라 골목상권의 소상공인에게까지 골고루 돌아가는 선순환 구조가 자리잡기를 기대한다.
by Editor 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