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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동향] 농업인의 날을 맞아 골라보자, 가래떡 vs 빼빼로
2025.11.11

매년 11월이 다가오면 편의점과 마트 진열대는 빼빼로 선물세트로 가득 찬다. 1996년부터 우리 언론들이 본격적으로 다루며 전국적 이벤트로 자리잡은 빼빼로데이는 소비자와 유통업계 모두의 기념일이다. 


하지만 11월 11일의 원래 주인공은 따로 있다. 바로 ‘농업인의 날’이다. 농업인의 날은 농업이 국민경제의 근간임을 국민에게 인식시키고 농업인의 긍지와 자부심을 북돋기 위해 법정기념일로 1996년 승격, 지정됐다. 시작은 1964년 원주시(당시 원성군)의 농촌개량구락부 원성군연합회에서 11월 11일을 농업인의 날로 정하고 제1회 기념행사를 시작한 것이었다고 한다. 한자 ‘흙 토(土)’자를 ‘십(十)’과 ‘일(一)’로 나눌 수 있어, '흙에서 태어나 흙을 벗삼아 함께 살다가 흙으로 돌아간다'는 농업 철학을 담아 11이 두 번 겹치는 11월 11일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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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농업인의 날 김영삼 대통령의 연설장면 ⓒ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



빼빼로데이의 대항마, 우리 농산물 운동 '가래떡데이'

농업인의 날이 더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다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11월 11일을 맞아 떠올리는 것은 빼빼로데이 아닐까. 이를 타개하기 위해 농업인의 날을 응원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우리나라의 1세대 IT기업 안철수연구소(현 안랩)는  2003년 농업인의 날을 기념해 빼빼로 대신 가래떡을 주고받자는 운동을 펼쳤다. 지금도 그렇지만 젊은 세대들의 쌀 소비량이 줄고 있다는 점이 사회적인 현상으로 대두되던 시기에 쌀 소비를 촉진하자는 취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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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가래떡데이를 기념하는 안랩 임직원들 ⓒ Ahn Lab.]



2006년 농림축산식품부가 가래떡데이를 공식 기념일로 지정해 정부 차원의 우리 농산물 소비 운동으로 확대하면서 가래떡데이는 막강한 빼빼로데이의 대항마로 떠올랐다. 농업인의 날을 기념하기 위한 가래떡데이를 맞아 농식품부 유관 기관과 농업 관련 지자체는 매년 젊은층을 대상으로 다양한 캠페인을 진행한다. 


농촌진흥청은 11월 4일부터 11일까지 ‘올해도 11월 11일은 가래떡데이!’ 온라인 행사를 진행 중이다. 가래떡을 비롯해 다양한 우리 떡을 먹거나, 요리하는 모습을 SNS에 올리고 참여완료 댓글을 작성하면 추첨을 통해 캐릭터 굿즈와 우리 품종 쌀 세트를 증정한다. 충북 청주시청, 충남서산교육청 등 지역들은 가래떡데이를 기념해 가래떡 나눔행사를 진행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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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의 가래떡데이 이벤트 ⓒ 국립식량과학원 인스타그램]



쌀 소비 감소, 밀 수입 의존의 현실

가래떡데이가 강조하는 쌀 소비 촉진의 필요성은 가래떡데이 초창기와 다르지 않다. 농업인들에게 가래떡데이는 단순한 캠페인이 아니라 절박한 현실에 가깝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55.8kg으로 1994년 기준 120.5kg 소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23년 가구 부문의 국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이 56.4kg으로 전년 대비 0.6%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쌀 소비가 감소하는 동안 밀 소비는 급증했다. 국민 1인당 연간 밀 소비량은 약 33kg으로 쌀의 절반 수준이지만, 한국의 밀 자급률은 1% 내외에 불과하다. 연간 320만~370만톤이 소비되는 밀의 99%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3년간 국내 밀 평균 수입량은 408만톤(식용·사료용 합산)에 달한다. 주요 수입국은 호주, 미국, 캐나다, 러시아, 프랑스 등이다. 정부는 2020년 '제1차 밀산업육성 기본계획'을 통해 2025년까지 밀 자급률 5%, 2030년까지 10% 달성을 목표로 설정했지만, 현재까지 목표 달성이 어려운 상황이다.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빵, 라면, 파스타 등 밀가루 음식 소비가 늘어나면서 식량주권이 위협받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인도의 밀 수출 금지 등 국제 곡물 시장의 불안정성이 높아지면서 식량안보 차원에서 최소한의 곡물을 자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소비선택을 할 때 떠올리는 식량주권의 미래

11월 11일이 빼빼로데이인가, 가래떡데이인가. 이 경쟁에 참여하며 밀가루 수입과 식량주권까지 생각하자고 하는 것은 과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 쌀로 만든 전통 음식의 선택이 식량주권과 농업의 미래를 결정할 문제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MZ세대를 중심으로 미닝아웃과 가치소비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우리 농산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로컬푸드 직거래 플랫폼 이용이 증가하고, 친환경·지속가능 소비를 추구하는 젊은 소비자들이 늘어나는 것이 그 증거다.


11월 11일을 어떻게 기념할 것인가. 올해는 가치소비의 영역에서 오늘이 만들 미래를 생각해 보자.


by Editor 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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