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배추'라는 별명이 생길 정도로 올여름 폭염과 가뭄으로 배추 가격이 급등했다. 8월 중순 배추 포기당 가격은 7,000원을 넘어섰고, 부담이 커진 소비자들은 다가오는 김장철을 맞아 배추값에 대한 걱정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8월 가뭄과 폭염, 9월 잦은 비로 인해 배추 출하량은 일정수준 줄어들었다. 이런 상황에 정부는 추석을 기점으로 적극적으로 시장 개입에 나서 역대 최대 규모인 35,500톤의 가용 물량을 확보하고, 김장철 수급 안정을 위해 단계적으로 시장에 풀었다. 뿐만아니라 500억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해 배추 할인 판매를 지원했다. 12월 3일까지 대형/중소형 마트에서는 김장 재료 전 품목 대상 할인행사가 진행되었다.

[김장철 배추 ⓒ 뉴스1]
정부대응으로 가능한 배추 가격의 안정화, 김장 비용의 감소
이러한 정책 효과 덕분에 11월 들어 배추 가격은 급격히 하락했다. 한 달 전 6,844원이던 소매가가 3,392원으로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가을 재배 면적도 전년 대비 2.5% 늘어나면서 배추 공급이 원활해진 것도 배추 가격 안정화에 도움이 되었다.
결과적으로 4인 가족 기준 김장 비용은 약 21만원 수준으로, 작년보다 1만 2000원 정도 낮아졌다. 무, 마늘, 양파 등 다른 김장 재료들의 가격도 함께 하락하면서 소비자들의 부담은 줄어들었다.
여전한 기후 위기, 다른 농작물 재배까지 여파가 이어져
정부의 대책으로 배추의 가격은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기후 위기로 인해 농작물 재배는 여전히 타격을 받고 있다. 양상추는 10월 잦은 비와 같은 기상 악화로 생산량이 줄어들었다가 정부가 양상추 가격 급등 현상을 막기 위해 수입량을 늘려 가격이 안정세로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올 가을장마로 인해 피해가 막대하여 양상추 주요 산지인 강원도 횡성군의 양상추 수급은 여전히 안정적이라고 보기 힘든 상황이다.

[양상추 자료 사진 ⓒ gettyimages ]
양상추 외에도 기후 변화로 인해 토마토, 오렌지 등 주요 원재료 가격이 불안정해지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이번처럼 정부의 개입이 없었더라면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는 채소와 과일 수급의 불확실성은 훨씬 더 심각했을 것이다. 최근 단 시간에 폭설 수준으로 내렸던 눈처럼 이전과 다른 기후변화, 기온 급변이 다시 발생한다면 식재료 가격 변동성은 더욱 커질 수 있다.
기후 위기 속 농작물 재배를 위한 노력이 필요한 때
한편, 불안정한 고랭지 배추에서 사과나 양배추와 같은 다른 작물로 전환하는 농가도 늘고 있다. 고온에도 저항하는 내고온성 배추 품종의 육성, 별 맞춤형 재배 전략, 유전자교정(Genome Editing, GEO) 기술 등 다양한 대책이 논의되고 있지만, 이는 결국 임시방편일 가능성이 높다.

[강원 정선군 여량면 배추밭 ⓒ 강원특별자치도농업기술원제공/연합뉴스 ]
매년 더 심해지는 이상기후 속에서 우리가 마주한 진짜 위기는 배추 한 포기의 가격이 아니라 농업 생태계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김장철마다 반복되는 '금배추' 논란은 단순한 계절 이슈가 아닌, 기후 위기가 우리 일상을 어떻게 위협하는지 보여주는 경고등이다. 우리의 적응속도와 관계없이 다양한 이변이 일어나는 이상기후 속에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