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이윤만을 추구하는 기업보다 책임 있게 우리의 세계와 연결된 기업이 필요한 시대다. 그 과정에서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과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의 중요성이 부각되며 두 용어가 자주 언급되지만, 서로 비슷하게 쓰이는 만큼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두 개념의 혼동은 단순한 용어의 오해로 그치지 않는다. 이 차이를 구분하지 못하면 사회 공헌 캠페인을 지속가능경영 전략으로 오인하게 되는 등 실질적 성과를 판단하는 데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 그렇다면 두 용어의 차이는 무엇일까. 두 가지 사례를 통해 CSR과 ESG의 개념을 확인해 보자.
일방향을 넘어 참여로 완성되는 CSR
코카콜라는 자사 사업 구조와 직접 맞닿아 있는 문제를 둘러싸고 오랜 비판에 직면해왔다. 500ml 음료 한 병을 생산하는 데 직·간접적으로 약 150리터의 물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코카콜라의 물 사용 문제가 구조적 책임의 영역에 속해 있음을 보여준다. 이같은 문제는 2000년대 초 인도 플라치마다 지역에서 사회적 갈등으로 표면화됐다. 공장의 과도한 지하수 추출로 식수 부족 등 농업 피해가 도마 위에 오르며 2004년 해당 공장은 결국 폐쇄되었다.
이후 코카콜라는 물 사용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CSR 전략을 전환했다. 2007년부터 전 세계 생산 과정에서 사용한 물의 총량을 지역사회에 환원하겠다는 '물 환원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코카콜라는 우리나라에서도 2017년부터 물 스트레스가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농업용 저수지 준설, 도랑 개선, 숲 가꾸기 등 수자원 복원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이처럼 CSR은 기업이 단순히 이윤을 추구하는 것을 넘어, 환경 보호와 지역사회 기여 등 사회적 책임을 자발적으로 실천하는 활동을 말한다.

[코카콜라 원더플 캠페인 © 코카콜라 코리아]
시대와 사회의 요구, 기업 환경에 따라 CSR의 구체적인 방식과 성격은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과거의 CSR이 기부나 후원 등 기업의 일방향적 사회공헌 성격이 강했다면, 최근의 CSR은 코카콜라 사례와 같이 기업 활동으로 발생하는 사회·환경적 영향을 직접 보완하고 해결하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다.
2020년부터 시작된 코카콜라의 '원더플(ON THE PL) 캠페인'은 소비자가 자원순환 과정에 직접 참여하도록 설계된 참여형 CSR 사례다. 투명 페트병의 올바른 분리배출을 통해 자원순환 구조를 만들고, 기업의 책임을 소비자와 지역사회의 참여로 확장해 행동 변화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CSR의 확장된 방향성을 보여준다.
결국 CSR은 단순히 사회에 '좋은 일'을 하는 차원을 넘어, 기업이 장기적으로 책임 있는 경영을 실천하기 위한 철학적 기반이라 할 수 있다. 기업은 CSR을 통해 브랜드 신뢰를 구축하고, 구성원에게 자부심과 동기를 부여하며 지속가능한 경영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마지막 단추, ESG
ESG는 말 그대로 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경영 전반에 반영해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려는 기준이다. CSR이 기업이 추구하는 책임의 철학적 기반이라면, ESG는 이러한 철학이 실제 경영 활동과 의사결정, 평가 지표로 연결되는 구체적 도구라고 볼 수 있다.
한국맥도날드는 '세상에 좋은 일이 맥도날드에게도 좋은 일'이라는 슬로건 아래 ESG 경영을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기업으로 손꼽히고 있다. 국내산 식재료를 활용한 '한국의 맛' 프로젝트는 지역 농가와의 협업을 통해 상생 구조를 만들고, 특산물의 가치를 알리는 데 기여했다. '진도 대파 버거'로 참여했던 진도군 김희수 군수는 "맥도날드에서 선택했다면 믿을 수 있다."며, 이후 다양한 농작물에 대한 수매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렇게 맥도날드가 한국 농가와 함께한 프로젝트는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약 617억 원 규모의 사회·경제적 가치를 창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맥도날드 한국의 맛(Taste of Korea) 프로젝트 © 맥도날드 코리아]
이처럼 사회적 책임 활동은 더 이상 기업의 태도를 설명하는 수준에 머물지 않는다. 과거 비재무적 성과로 분류되던 ESG는 이제 기업 가치와 재무성과에 직접적으로 연결되며, 투자와 규제의 기준으로 작동하고 있다. 이에 따라 ESG는 선택이 아닌 의무로 자리 잡았고, 기업 성장의 핵심 지표로 활용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결국 CSR이 기업이 사회와 맺는 책임과 의무의 방향성을 제시한다면, ESG는 그러한 책임이 실제 경영 활동과 성과로 이어지고 있는지를 측정하고 평가하는 기준으로 작용한다. 두 개념이 유기적 관계에 있음을 이해하고 적재적소에 활용할 때, 기업은 튼튼하게 지속가능경영을 실천할 수 있다. 나아가 이 두 요소의 균형 있는 결합을 이룬 기업이야말로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신뢰받는 미래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