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정산 시즌이 다가오면 공제 항목에 무엇이 있는지, 혹시 놓치고 있는 공제 항목은 없는지 자연스레 따져보게 된다. 그러다 보면 환급을 기대하다 예상치 못한 세금 부담을 마주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렇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한 번쯤 떠올리는 것이 바로 '기부금 세액공제'다.
2023년부터 기부 대상을 개인에서 지역으로 확장한 '고향사랑기부제(지역사랑기부제)'가 도입됐다. 자신이 태어나 자란 고향이나 개인적으로 응원하고 싶은 지역에 기부함으로써 세액공제 혜택을 받는 제도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취지로 운영되는 고향사랑기부제는 개인의 절세 선택을 지역 지원으로 연결한다. 시행 후 약 3년이 지난 지금, 고향사랑기부제는 과연 기대만큼 잘 시행되고 있을까?
작은 손길이 만든 놀라운 변화
고향사랑기부제는 최대 10만 원까지 전액 세액공제에 더해, 기부금의 일정 범위 내에서 해당 지역의 특산품이나 서비스 등 답례품을 받을 수 있어 '가성비 좋은 기부'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숫자상으로 2025년 전국 고향사랑기부 모금액은 1,5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72% 증가했으며, 기부 건수도 80% 늘어나는 등 양적 성장세가 뚜렷하다.
이 같은 흐름 속에 고향사랑기부제는 지역 경제와 주민의 삶에 직접적인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전남 곡성군은 고향사랑기부금으로 군내 유일한 소아과를 개원하여 의료 공백을 해소했다. 충남 청양군에서는 탁구 특화학교 지원을 위한 지정 기부에 전국 각지의 참여가 이어져 목표액을 크게 웃도는 성과를 냈다.

[고향사랑기부금으로 운영되는 '매일 만나는 소아과' © 곡성군]
위기 상황 속에서도 고향사랑기부제의 효용은 드러났다. 2025년 대형 산불로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여러 지자체에서는 복구 목적의 기부가 고향사랑기부제를 통해 빠르게 진행됐고, 수십억 원 규모의 기부금이 재난 대응과 주민 지원에 활용됐다. 고향사랑기부제는 단순한 세제 혜택을 넘어, 평범한 일상과 위기 상황을 막론하고 지역을 떠받치는 제도로 기능하는 것이다.

[고향사랑기부제로 대회 출전비를 마련한 정산초,중,고 탁구부원들 © 청양군]
긍정적인 변화의 이면에서 마주한 과제
하지만 모든 일이 순조로운 것만은 아니다. 시행 3년 차에 접어들면서 일부 지자체의 답례품 경쟁이 과열되는 부작용도 나타났다. 고향사랑기부금 통합 시스템 '고향사랑e음'의 답례품 노출 구조가 '신규 등록 순'으로 배열된다는 점을 악용해 일부 지자체가 동일한 답례품을 반복 등록하거나 자동화 도구를 활용해 노출 순위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리는 사례가 발생했다. 제도의 취지와는 거리가 먼 '노출 경쟁'이 발생한 것이다.
게다가 실제 기부금 규모가 일부 지자체 예산의 0.1%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 제도의 본래 목적을 충분히 실현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때문에 지자체들은 고향사랑기부제 활성화를 위해 세액공제 한도 확대와 함께 법인 기부도 허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법인 기부 허용으로 기업의 ESG 자금이 유입되면 지역과 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매크로 시스템을 활용한 답례품이 신규 답례품을 밀어내고 메인에 노출된 화면 © 고향사랑e음 ]
지역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제도를 향해
고향사랑기부제가 지향해야 할 목표는 기부를 통해 지역의 당면 과제를 해결하고, 지역 간 재정 격차와 소멸 위험을 완화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 제도를 둘러싼 논의 역시 '참여율'이나 '답례품 경쟁'에 머무르지 않고, 기부금이 지역 사회에 어떤 공공적 가치를 만들어내는지로 확장돼야 한다.
기부금이 어떤 정책과 사업으로 이어졌는지, 그 결과가 지역 주민의 삶에 어떤 변화를 남겼는지를 명확히 설명할 수 있을 때 제도의 신뢰도 역시 함께 높아질 것이다. 고향사랑기부제의 다음 단계는 제도를 유지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고 공동체 회복을 뒷받침하는 장기적인 정책 수단이 되어야 할 것이다.
by Editor 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