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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동향] 기업이 말하는 ESG, 소비자가 느끼는 ESG
2026.02.05

기업이 말하는 ESG 경영을 100% 신뢰해도 되는 걸까? 기업들은 ESG 보고서를 통해 환경보호와 사회적 책임, 투명한 지배구조를 약속한다. 국내 유명 디자이너의 브랜드는 ‘ESG 경영’을 내세우며 이월상품을 재가공했지만, 정작 소비자들은 이를 브랜드가 제공하는 가치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러한 사례를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는 건 기업이 생각하는 ESG와 소비자가 체감하는 ESG는 다르다는 사실이다.



기업이 증명하는 ESG: 숫자와 인증으로 가득한 보고서

지난 1월, 국내 통신 3사의 보안 실태가 다시 한번 도마 위에 올랐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와 같은 통신사들은 매년 ESG 보고서에서 '정보보호'와 '사이버 보안'을 핵심 비재무 성과로 강조해 왔다. SK텔레콤은 AI 기반 실시간 관제와 제로 트러스트 보안 체계(엄격한 ID 인증 및 승인을 적용,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보안 체계)를 자랑했고, KT는 연간 1,000억원대 정보보호 투자를 내세웠다. LG유플러스 또한 정부 정보보호 평가에서 최우수 등급을 받았으며 통신 3사 모두 한국ESG기준원(KCGS) 평가에서 종합 A 등급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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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 인증 대리점 사과문 게시 © 연합뉴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KT는 동일한 10년짜리 인증서를 모든 기기에 적용하는 부실한 펨토셀( 가정이나 소형 사업장에 설치되는 초소형 기지국으로, 이동통신사의 핵심망과 직접 연결)관리로 개인 정보 유출 피해를 일으켰다. SK텔레콤 또한 지난해 4월 유심 정보 대규모 유출과 악성코드 감염 사고가 발생했다. LG유플러스는 개인 정보 침해 정황 통보 이후 일부 서버를 재설치하거나 폐기해 사고를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고객 및 사회적 신뢰를 구축하겠다'는 ESG 보고서에 반하는 행보다. 



'ESG 경영'이라던 기업, 소비자는 몰랐다

국내 명품으로 꼽히는 디자이너 브랜드 '우영미(WOOYOUNGMI)' 역시 ESG 관련 논란에 휩싸였다. 브랜드 우영미는 지난해 하반기 '블랙 플라워 패치 후드 티셔츠'를 정가 52만원에 출시했다. 문제는 이 제품이 같은 해 상반기에 출시된 '블랙 야자수 후드 티셔츠(정가 50만원대)'를 재가공해 출시한 상품이라는 점이다. 앞판의 야자수 프린트를 흰색 꽃 자수로 덮고, 무늬가 없는 다른 티셔츠의 뒷면과 봉제해 신상품으로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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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상반기 시즌 상품인 우영미 블랙 야자수 후드 티셔츠(위), 2025년 하반기 시즌 상품인 블랙 플라워 패치 후드 티셔츠(아래) © 각 신세계몰 누리집 갈무리, 우영미 누리집 갈무리, 한겨레]



논란이 커지자 우영미 측은 "ESG 경영의 일환으로 자원 낭비를 줄이고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과정"이라고 해명했다. 추가 가공과 재디자인을 거친 새로운 상품이라고 판단해 별도의 고지 의무가 필요 없다고 본 것이다. 소비자에게 혼란을 준 점을 인정하며 앞으로 안내 기준을 보완하겠다고 했지만, 소비자들은 해당 브랜드가 재고 제품을 새 제품으로 판매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는 반응이다. 



주장보다 행동이 중요한 소비자

기업이 ESG 보고서에 담는 내용은 주로 이사회 및 ESG 거버넌스 체계, 환경 성과 지표, 정책 수립 여부처럼 측정 가능한 정량적 지표들이다. 이런 지표들은 대외적으로 홍보하기 좋다.

하지만 소비자에게 ESG란 문제가 생겼을 때 기업의 대응과 책임, 내 개인정보의 안전처럼 '일상에서 체감'하는 것이다. 화려한 보고서 속 수치가 아니라, 기업이 제공하는 경험이 곧 ESG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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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ESG 보고서 © KT]



통신사 해킹 사건에서 소비자들이 분노한 지점은 '보안에 대한 투자 부족'이 아니었다. 보고서 내용과 다른 실제 보안 체계와 불투명한 대응이 문제였다. 우영미 논란 역시 '재고 활용'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미리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브랜드의 신뢰가 하락했다.


ESG는 평상시가 아닌 위기 상황에서 그 진가가 드러난다. 해킹 사고가 발생했다면, 통신사는 대응 속도와 평소 관리 과정을 투명하게 밝히는지의 여부가 중요하다. 브랜드는 제품에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있다면, 소비자에게 어떻게 설명하는지가 진짜 ESG 경영의 척도다. 보고서 속 멋진 문구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 행동이다.



ESG가 기업의 경영 철학이 되려면, 기업들은 ESG 보고서를 '진짜 약속'으로 만들어야 한다. 보고서 속 화려한 수치보다 중요한 것은 투명성이다. 보고서의 평가 기준도 개선돼야 한다. 사고 대응, 소비자 보호, 커뮤니케이션의 투명성 같은 실질적 항목이 평가에 더 강하게 반영돼야 한다.

기업이 말하는 ESG를 소비자가 의심하지 않도록 말과 행동을 일치시키는 것이 2026년 ESG를 실천하는 기업들에게 주어진 과제다.


by Editor 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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