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이 한창이다. 대한민국 선수단 71명이 12개 종목에 출전한 이번 대회에서 돋보이는 것은 설상 종목의 약진이다. 스노보드 남자 평행대회전에서 김상겸이 4회 연속 올림픽 도전 끝에 은메달을 따내며 대회 첫 메달이자 한국 올림픽 역사상 통산 400호 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이어 스노보드 여자 빅에어에서 유승은이 동메달을 획득하며 동계 올림픽 첫 출전 66년 만에 한국 스키·스노보드 종목 사상 첫 단일 올림픽 멀티 메달을 달성했다.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는 최가온이 금메달을 획득하며 동계 올림픽 한국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안겼고, 쇼트트랙 남자 대표팀 임종언은 쇼트트랙 1,000m 결승에서 동메달을 획득하며 대한민국 선수단에 네 번째 메달을 안겼다.

[동계스포츠 ⓒ gettyimages]
한국 선수들이 메달을 향해 질주하고 있는 무대는 ESG도 놓치지 않았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은 국제올림픽위원회(이하 IOC)의 '올림픽 아젠다 2020+5'를 종합적으로 적용한 첫 동계올림픽이다. 2020+5 아젠다는 지난 2021년 IOC가 지정한 역점과제로 디지털화, e스포츠 수용, 선수들의 권리와 책임 강화, 청정한 스포츠 활성화 등 15개 권고를 포함한다. 이에 더해 지속가능성 전략인 Now26을 내건 IOC는 지금 보호할 것, 새롭게 할 것, 포함할 것, 움직일 것, 힘을 실을 것으로 올림픽이 지속가능성을 위해 추진할 일을 구분했다.
일회용 건물을 짓지 않는 올림픽
이번 동계올림픽의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짓지 않는 올림픽'으로 대표되는 환경 친화적 접근이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경기장의 85%는 기존 시설을 사용했다. 이는 동계올림픽 역사상 가장 높은 건물 재사용 비율이다. 이탈리아 보르미오의 스텔비오 슬로프, 안테르셀바 바이애슬론 경기장, 코르티나 알파인 스키장이 모두 기존 개최지에 자리잡고 있던 명소다. 2024 파리 하계올림픽에서 사용한 장비 2만여 점을 재구매해 순환경제 전략을 실행에 옮긴 점도 눈에 띈다. 경기 중 사용 전력은 100% 인증 재생에너지로 공급한다. 비상용 발전기와 설상차는 바이오연료로 가동하는 등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 대비 자동차 이용을 20% 줄이는 저탄소 교통 계획도 가동 중이다.
새로 건설한 밀라노 포르타 로마나 올림픽 선수촌도 친환경 설계를 관통한다. 올림픽 선수촌은 제로에너지건물 기준을 충족하도록 만들어졌다. 올림픽 이후의 계획도 수립되어 있는데, 대회 종료 후 선수촌 건물은 학생 기숙사와 저렴한 주거 시설로 전환돼 밀라노 도시 재생의 거점이 될 예정이다. 코르티나 선수촌은 재활용 가능한 모듈형 유닛으로 건설해 대회 후 해체, 재활용한다. 산간 지역에서 개최되는 동계올림픽의 특성상 자연환경의 훼손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던 이번 올림픽 개최지들은 기존 호텔을 선수 숙소로 최대한 활용하며 건물신축을 최소화했다.
올림픽 현장 뿐 아니라 올림픽의 상징과도 같은 메달과 성화봉도 특별하다. 이번 대회 메달은 재활용 금속을 재생에너지로 주조했다. 일회용에 그치던 성화봉은 폐식용유, 동물성 지방, 농업 부산물 등 100% 재생 바이오 LPG를 사용하며, 최대 10회 재충전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종이 티켓을 완전히 폐지하고 디지털 티켓만 운영하는 것도 이번 대회의 특징이다.

[이탈리아 코르티나 ⓒ unsplash/Betty Subrizi]
올림픽이 넓혀가는 포용의 범위
지속가능성의 또 다른 측면에 대해 이번 대회를 조명해 보자면, 이번 대회는 역대 가장 성평등에가까운 동계올림픽이기도 한다. 여성 선수 비율이 47%로 역대 최고를 기록한 것은 물론, 여성 경기가 50개로 베이징 2022의 46개를 넘어 사상 최다를 달성했다. 혼성 경기 12개를 포함하면 여성이 참가하는 경기 비율이 전체의 53.4%에 이른다. 프리스타일 스키 듀얼 모굴, 루지 여자 2인승, 스키점프 라지힐 여자 개인전, 스키 마운티니어링 스프린트 등 4개 여성 신규 종목이 처음 편성됐다. 16개 세부종목 중 12개가 남녀 완전 동수를 이룬 것도 올림픽 최초다. 크로스컨트리 스키에서는 처음으로 남녀가 같은 거리에서 경쟁한다.
경기장 밖에서도 변화가 이어진다. 조직위 고위 리더십의 여성 비율은 45%이며, 자원봉사 지원자의 55%가 여성이다. 선수 출산휴가 지원(월 1,000유로, 최대 10개월), CONI 모성 장학금, 출산 기간 랭킹 보호 제도도 새로 도입됐다. IOC 성별 묘사 가이드라인의 이탈리아어 첫 번역본을 발간해 올림픽 커뮤니케이션에서의 공정한 성별 묘사도 촉진하고 있다. 1924년 제 1회 샤모니 동계올림픽에서 여성이 피겨 스케이팅 한 종목에만 참가할 수 있던 것과 비교해 보면 지난 100년 간의 변화가 와 닿는다.
포용의 범위는 성별을 넘어 장애인과 지역경제로도 확장됐다. 이번 올림픽 시설들은 접근성 개선에 약 2,000만 유로를 투입해 장애인들의 호텔·레스토랑 접근성, 관광정보 접근성을 향상시켰다. 개최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임팩트 프로그램도 기획됐다. 400개 이상의 지역 중소기업이 이번 올림픽 개최를 위해 힘을 모았고, 이를 통해 창출된 지역 청년들의 일자리 창출도 가능했다.
국제대회와 동반하는 여전한 문제들
다만,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번 동계올림픽의 탄소배출 총량은 약 93만 톤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경기 관람객과 관계자들이 항공으로 이동하며 어쩔 수 없이 발생시키는 약 41만 톤의 탄소배출을 고려하면 국제경기가 열리는 이상 개선이 어려운 문제다. 이탈리아의 화석연료 기업 Eni, 항공사 ITA Airways 등 탄소 집약적인 업종 스폰서와의 계약이 간접적으로 탄소 유도 배출을 발생시킨다는 분석도 있다.
이와 함께 1956년 올림픽 때 사용한 코르티나 슬라이딩 트랙을 복원하는 과정에서 약 2만㎡의 낙엽송을 벌채한 일은 이탈리아 환경단체는 물론 그린피스의 지탄을 받기도 했다. 복원작업을 진행한 이탈리아 정부는 복원된 인프라를 지역경제를 위해 활용하고, 벌채된 만큼 다른 지역에 나무를 심겠다는 안을 제시하며 해명에 나섰지만 그린워싱 올림픽이라는 비판은 막을 수 없었다.
이처럼 이번 동계올림픽은 기후위기 시대에도 대형 국제스포츠 행사가 지속가능할지 시험하는 무대가 됐다. 선수들의 열정 만큼 인상적인 성과와 여전한 숙제들이 우리 눈 앞에 펼쳐졌다. 지구촌 축제가 언젠가 지구를 위한 축제로 거듭날 수 있을지, 남은 경기들을 즐기며 2028년 미국 LA에서 열릴 하계올림픽과 2030년 프랑스 알프스 동계올림픽도 기대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