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개봉한 마블 영화 '아이언맨'은 무기 제조 기업 스타크 인더스트리의 CEO 토니 스타크가 자신이 만든 미사일의 피해자를 목격한 뒤 슈퍼히어로로 각성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모은 이 영화에는 토니 스타크의 무기로 피해를 입은 이들이 빌런으로 각성하는 서사도 등장한다. 누군가에게 '억제력'이자 '안보'의 도구인 무기가, 다른 누군가에게는 분노와 복수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이 역설은 허구가 아니다. 2026년 2월 28일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호르무즈 해협 봉쇄, 하메네이 사망으로 이어진 미국-이란 전쟁은 그 역설을 현실로 소환했다.
전쟁 위기가 키운 방산 투자 열풍
2026년 3월 3일, 연휴와 전쟁소식 뒤 열린 주식시장에서 코스피는 6,200선까지 치솟았다가 5,800선까지 급락했고, 외국인 투자자들은 약 5조1,000억 원 규모의 대규모 매도세를 쏟아내며 투자자들의 한숨을 자아냈다. 그러나 같은 날 방산주는 정반대로 움직였다. 대표적 방산주 LIG넥스원 주식은 27.11% 상승한 64만7,000원으로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주식은 24.85% 오른 149만2000원으로 신고가를 기록했다. 한화시스템 주식도 29.40% 급등하며 역대 최고가에 도달했다. 다음날에도 방산주의 강세는 이어졌다.
아랍에미리트(이하 UAE)에 배치된 국산 방공 무기 '천궁-II'가 이란이 발사한 미사일을 실전 요격한 것으로 알려지며, 외국에 수출된 우수한 성능의 국산 방공 무기가 실전에 투입된 사례로 주목받았다. 시장은 이미 방산을 '위기 수혜 섹터'로 확고히 분류한 셈이다.

[천궁-II © LIG 넥스원]
미국 최대규모의 방산기업인 록히드마틴은 지난해 6월 1차 이란 공습 이후 주가가 40% 이상 급등했으며, 스텔스 폭격기와 드론·레이더 기술을 보유한 미국 항공우주기술기업 노스롭그루먼(NOC)의 수익률 역시 압도적으로 올랐다. 유럽도 마찬가지다. 스웨덴 방산기업 사브(Saab)의 미카엘 요한슨 CEO는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전 약 5만 명이었던 주주 수가 전쟁 후 17만5,000명 이상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유럽에서는 이미 ESG 규제 완화와 함께 방산 부문 등으로 투자 대상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방위산업은 ESG가 될 수 있을까
미국의 이란 공격에 따른 중동 정세 불안 속에 한국과 UAE가 350억 달러 규모 방산 협력을 확정하며, 단순 무기 수출을 넘어 설계부터 유지보수까지 포함하는 전주기 협력 구조가 구축될 것이라는 소식도 들렸다. 증권가는 이란 사태와는 별개로 3월 유럽연합 SAFE 프로그램(EU 방위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대규모 공동 차입/방위력 증강 프로젝트)내 주요 프로젝트 최종 승인, 4월 라마단 이후 중동 사업 재개 등 신규 수주 모멘텀이 부각될 전망이라고 예측한다. 그러나 국민연금을 포함한 국내 연기금은 방산기업에 대한 ESG 투자 기준을 아직 명문화하지 않은 상태다. 방산주 주가가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는 상황에서, ESG 펀드 운용사들은 편입 여부 판단 기준의 공백에 직면해 있다.

[2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베이루트 남부 교외 공습 이후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 © AFP]
방위산업을 ESG에 포함시키는 것에 대한 반론도 거세다. '아이언맨'에 등장한 빌런들처럼, 방산기업이 생산한 무기가 민간인 피해를 유발하거나 권위주의 정권에 공급될 경우 ESG의 '해악금지(Do No Significant Harm)' 원칙과 정면 충돌한다. 이번 전쟁은 고가의 유인 전투기 시대가 가고 저비용 무인 드론의 시대가 올 것이라는 가설을 불식시키며 스텔스 전력의 중요성을 재확인시켰다. 첨단 무기가 민간 피해 최소화에 기여한다는 논리가 ESG 편입 근거로 활용될 수 있지만, 그 무기가 만들어낸 피해자가 새로운 위협의 씨앗이 된다는 아이러니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는다.
방위산업의 명암을 직시한 기준이 필요한 때
증권업계에서는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2024년 시리아, 2025년 이스라엘, 2026년 이란 사태까지 분쟁이 확대되고 있어 '방위산업은 시대의 흐름을 관통하는 대표 섹터'라고 진단한다. 분쟁은 일시적 이벤트가 아니고 충돌이 멈추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 ESG 투자에 있어 방산을 배제하고, 재생에너지를 포함하자는 단순 이분법은 더 이상 작동하기 어렵다. 토니 스타크가 자신의 무기가 만들어낸 피해를 목격한 뒤 새로운 원칙을 세웠 듯, 투자 업계도 방산의 명암을 직시한 세분화된 기준이 필요한 시점이다. 무기 종류와 수출 대상국의 인권 수준, 민간 피해 최소화 기술 여부, 지배구조 투명성 등 다층적 평가 체계를 갖추지 않는 한, 방산주 급등 앞에서 ESG 펀드의 침묵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by Editor 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