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를 휩쓸었던 팬데믹. 직장인들은 팬데믹 기간에 사무실이 아닌 장소에서 일하는 재택근무 형태에 익숙해졌다. 그러나 아마존, 메타, IBM과 같이 팬데믹이 끝남과 동시에 다시 사무실로 전 직원을 출근시키는 기업이 늘어나면서 재택근무가 기업의 장기적인 ESG 전략에 도움이 되는지에 관한 논의도 활발하다.
포브스에 따르면, 2023년 정규직 직원의 12.7%는 재택근무, 28.2%는 사무실과 재택근무를 모두 활용하는 하이브리드 형태로 근무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기업의 16%가 물리적 사무실 없이 원격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화상회의 기술 기업 '오울랩스(Owl Labs)'의 분석도 있다. 프리랜서 중개기업 '업워크(Upwork)'는 적극적으로 재택근무를 권장하는 현재 추세가 이어진다면, 2025년까지 약 3,260만 명에 달하는 미국 전체 노동인구의 22%가 재택근무를 선택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2020 재택근무 미래 보고서 ⓒUpwork]
출퇴근을 줄이니, 탄소 발자국도 줄었다
재택근무를 적극적으로 권장하던 팬데믹 기간에는 재택근무가 기업의 ESG 전략에 도움이 된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졌다.
환경적 측면에서 재택근무는 출퇴근을 위해 자동차나 대중교통을 타는 시간과 고정적으로 사용하는 사무실 공간을 축소해 기업의 탄소 발자국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다. '스페인 환경 기술연구소'에 따르면, 재택근무로 교통수단이 배출하는 주요 대기오염 물질인 이산화질소의 양을 약 10% 줄일 수 있다. 2020년부터 2022년 사이에는 수많은 샌프란시스코 소재 IT기업이 근무형태를 재택근무로 전환하거나 기업 규모를 축소하면서 사무실을 이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 영향으로, 지난해 3분기에는 샌프란시스코 사무실 공실률이 34%까지 증가했다.
[샌프란시스코 사무실 공실률 그래프 ⓒCBRE Research]
사회적 측면과 지배구조적 측면에서도 이점이 있다. 재택근무자의 35%는 생산성이 향상된다고 답변했고, 71%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게다가 물리적으로 한 장소에 모이지 않아도 일할 수 있어 채용 다양성의 폭이 넓어지고, 조직의 포용성과 유연성이 커질 수 있다. 또한 여러 지역의 직원을 채용할 수 있어, 인재풀이 넓어지고 더 많은 일자리를 제공할 가능성도 높아 진다.
미국의 보험회사 '올스테이트(Allstate)'의 대표인 '톰 윌슨'은 올스테이트가 재택근무를 채택한 뒤 자사의 채용 다양성이 30%나 증가했다고 말했다. 미국 노동부는 통근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에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2월과 비교해 미국 전역에 걸쳐 고용된 장애인 근로자 또한 약 28% 증가해 약 180만 명에 이른다고 밝힌 바 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
한 편으로는, 재택근무를 도입하면서 잃어버린 ESG 가치가 많다는 비판도 있다. 직원 개개인이 환경적 측면에서 자신의 영향을 고려할 수 없어 기업이 환경오염 수준을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는 정해진 사무실로 출퇴근하면 일정한 이동거리에 따른 탄소 배출량을 측정하고, 관리할 수 있지만 재택근무시 개인이 근무지를 옮기기 위해 이동하거나, 폐기물을 발생시키는 수준을 관리하기 어려워 고정 사무실에서 근무할 때보다 환경오염 정도가 더 높아질 가능성을 제기했다.
사회적 측면과 지배구조적 측면에서도 재택근무가 갖는 위험을 지적하는 의견이 있다. 비대면으로 소통하다 보니 고립된 직원이 소속감을 느끼지 못해 외로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늘어났다. 화상회의와 메신저로만 업무를 진행해 쉽게 번아웃을 겪는 점도 재택근무가 가져다주는 단점으로 지목됐다. 또한 팬데믹 기간에 238% 증가한 사이버 공격이 재택근무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과 함께, 경영진들은 내부망을 활용하지 않고 정보를 주고받을 때 발생하는 보안 위험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이브리드 근무로 직간접적 탄소 배출량 감축에 나선 기업들
'오울랩스'는 '2023년 글로벌 하이브리드 근무 현황 보고서'에서 완전히 사무실로 출근하는 기업이 54%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하이브리드 근무를 채택하거나 사무실 출근을 의무적으로 시행하는 기업이 늘어나면서 기업이 채택하는 근무 형태와 ESG 전략이 얼마나 긴밀하게 작용하는지에 관한 논의도 더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EU가 의무명시 범위를 확대한 '지속가능금융 공시규제(SFDR)'는 기업의 직접 배출원과 간접 배출원을 모두 탄소발자국 계산에 포함하고 있다. 앞으로 EU소재 기업이나, EU시장에서 활동하는 기업들은 근무형태에 따른 직간접 탄소 배출량을 계산하고, 전체 탄소배출량을 감축시키는 데 목표를 집중하게 된다.
영국의 사무실 관리 소프트웨어 기업 '카덴스(Kadence)'의 대표와 최고기술자(CTO)는 부동산 기업 'CBRE'의 부사장과 함께 '지속가능성을 위한 하이브리드 선언문'을 발표했다. 이 선언문을 통해 재택근무와 통근을 함께 진행하며 고정된 하나의 사무실에 모여 일하지 않고도 ESG 전략을 달성할 방법을 찾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하이브리드 선언문에 동참한 기업들의 목표와 같이 앞으로의 기업들은 전통적인 업무체계를 유지하기 보다, 업무능률 향상과 ESG적 가치 추구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업무환경을 만들어 나갈 필요에 대해 더 고민하게 될 전망이다.
by Editor 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