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텍사스주가 2021년에 제정한 상원 법안 13호는 정부가 화석연료 산업에 보이콧을 하는 금융사와의 거래를 제한하는 '반ESG 법안'이다. 바로 이 상원법안 13호(Senate Bill 13, 이하 SB 13)에 대해 2026년 2월 4일, 텍사스 서부 연방지방법원의 앨런 알브라이트(Alan D. Albright) 는 위헌 판결을 내렸다. SB 13이 미국 수정헌법 제1조 표현의 자유와 제14조 적법 절차를 위반한다는 것이 이유다. 화석연료를 외면하는 금융사를 겨냥해 지자체가 만든 법을 법원이 막은 것이다.
화석연료 산업과 ESG의 충돌
2010년대 후반부터 글로벌 투자 업계에서 ESG를 고려한 투자가 빠르게 늘어났다. 이는 화석연료 기업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기후 변화를 이유로 석탄, 석유, 천연가스 기업에 투자하지 않겠다는 금융기관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미국 최대 산유지인 텍사스에서 블랙록과 같은 글로벌 대형 금융기관이 공개적으로 "화석연료 기업 투자를 줄이겠다"라고 선언하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대형 투자자가 빠져나가면 화석연료 기업은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워지고, 주가도 하락하므로 텍사스 입장에서는 해당 사안이 지역 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위협이 될 수 있다.

[텍사스 석유 공장 © gettyimages]
이를 해결하기 위해 텍사스주 정부는 2021년 SB 13을 제정했다. 구체적으로 SB 13은 두 가지 조항으로 나뉜다. 첫 번째는 '투자 회수 조항'이다. 텍사스 감사원이 화석연료를 기피한다고 판단한 금융사 목록을 작성하고 해당 금융사에 통지한다. 목록에 오른 금융사가 90일 이내에 보이콧 행동을 중단하거나, 정당한 사업 목적을 증명하지 못하면 투자 회수 대상이 된다. 이 경우 해당 금융사가 보유 중인 증권을 180일 내 50%, 360일 내 100% 단계적으로 매각해야 했다. 두 번째는 '계약 금지 조항'으로, 직원 10인 이상, 계약 총액 10만 달러 이상인 기업은 계약서에 화석연료 기업을 불매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담긴 확인서를 첨부해야 한다. 실제로 블랙록, 프랑스 은행 소시에테 제네랄(Société Générale) 등 글로벌 대형 금융사들이 SB 13 적용 대상 기업 명단에 이름을 올렸었다.
커진 차입 비용과 정책의 역설

[텍사스 채권 상승 © 챗GPT/ESG.ONL]
역설적이게도 SB 13은 텍사스 주민에게 비용을 전가했다. 텍사스 주 정부는 도로나 학교와 관련된 공공사업에 돈이 필요할 때 채권을 발행하는데, SB 13으로 대형 금융사들이 거래 목록에서 제외되자 채권 구매량이 줄어들었다. 입찰자가 줄면 텍사스가 더 높은 이자를 약속해야 채권이 팔리고 그 이자는 주 정부 예산, 즉 주민들의 세금에서 빠져 나간다. 지역을 위해 화석연료 산업을 지키려고 만든 법안이 결국 텍사스 주민의 세금 부담을 늘린 셈이다. 미국의 정책 연구 기관인 브루킹스 연구소(Brookings Institution)는 SB 13 시행 후 첫 8개월 동안 텍사스 공공기관이 320억 달러 차입에 약 3억~5억 달러의 추가 이자를 부담했다고 분석했다.
지속되는 입법 공방 속 SB 13의 미래는

[미국 연방 법원 판결 © 챗GPT/ESG.ONL]
텍사스는 판결 이틀 후인 2월 6일 항소했다. 항소심 결과에 따라 SB 13은 부활할 수도, 완전히 사라질 수도 있다. 텍사스뿐 아니라 앨라배마, 아칸소, 켄터키 등 다수의 미국 주에서도 유사한 법률을 운용 중이다. 이번 판결 결과가 항소심에서도 유지된다면 판결 결과에 대한 줄소송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번 판결이 ESG를 고려한 투자를 위해 내려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법원이 위헌이라고 판단한 것은 '불매'의 정의가 너무 넓어서 의견 표명까지 처벌 대상이 됐다는 점 때문이지, 화석연료 기업과의 실제 거래 거부를 규제하는 것 자체가 위헌이라고 판단한 건 아니기 때문이다. 텍사스가 불매의 정의를 좁혀 실제 거래를 거부하거나, 축소하는 행위만 처벌하는 방식으로 법을 다시 제정하면 금융사 입장에서는 화석연료 기업에 투자하지 않을 시 텍사스에서 퇴출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
법률 전문가들은 텍사스가 정의를 좁힌 수정 입법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하고 있다. 연방 법원의 이번 판결 결과를 바탕으로 텍사스 입장에서 더 정교한 법을 만들 기회를 제공한 것일 수도 있다. 어떤 기준으로 기업에 투자할 것인가에 관한 공방은 법정 안팎에서, 그리고 텍사스 너머에서도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