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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동향] 절주 트렌드가 바꾼 주류 산업의 풍경
2026.06.09

몇 해 전 지역 소규모 양조장들이 편의점 유통망에 진입하면서 '수제맥주'들이 편의점 매대를 채우기 시작했다. 협업 제품들은 품절 대란을 일으키고 수제 맥주 업계가 국내 주류 시장에 새로운 변화를 이끄는 듯했다. 그러던 지난 4월, 10년 동안 서울 성수동을 지킨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가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국내 수제맥주 업계 최초로 실리콘밸리 자본을 유치하고, 경기도 이천에 대규모 브루어리를 두 곳이나 준공했던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의 회생 신청은 소비자들에게 적잖은 충격을 안겼다. 업계에서는 무리한 설비 투자 등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지만, 이 사건을 단순히 한 기업의 전략 실패로 읽는 것은 다소 피상적이다.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의 사례는 주류 소비 문화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음을 알리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볼 수 있다.



수제맥주부터 글로벌 브랜드까지, 주류 시장의 전방위 침체

음주 업계 경영 악화는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국내 주류 시장은 5% 이상 역성장했으며, 음식점과 주점의 점포 수 역시 10%가량 감소했다. 이 여파로 '곰표 밀맥주'로 이름을 알린 세븐브로이(SEVENBRÄU) 역시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고, '제주맥주'라는 이름으로 대중에게 잘 알려진 한울앤제주는 적자 구조를 벗어나지 못해 경영 부담이 이어지고 있다.


수제맥주 시장뿐 아니라 대형 주류사 실적도 내려앉았다. 2025년 롯데칠성음료 주류 부문 내수 시장 매출은 전년 대비 31.1% 급감했고, 하이트진로의 연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7.3% 감소한 1,720억 원으로 주요 증권사 추정치를 크게 밑도는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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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 파산에 대한 김태경 대표의 글 © 성수바이블(seoungsu_bible) 공식 인스타그램]



주목할 점은 글로벌 메이저 주류 기업들 역시 공통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이다. 북미의 대표적인 주류 기업 콘스텔레이션 브랜즈(Constellation Brands)의 최근 연간 매출은 약 12조 5천억 원으로 전년 대비 10%가량 감소했으며, 세계 최대 명품 그룹인 루이비통 모엣헤네시(LVMH)의 주류 부문인 모에헤네시(Moët Hennessy)의 2025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5% 폭락했다. 세계 1위 스카치 위스키 기업인 영국의 디아지오(Diageo) 역시 아시아 시장에서의 매출이 급감한 상태다.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따라 달라진 주류 소비 방식

이처럼 국내외 주류 소비 감소는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이 변화한 결과다. 미국의 여론조사기관 갤럽(Gallup)에 따르면 최근 미국의 음주율 하락 추세는 18세부터 34세까지의 젊은 층이 주도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질병관리청의 국민건강통계 기준, 2024년 우리나라의 월간 음주율은 57.1%로 전년 대비 1.2% 감소했다. 이중 20대의 하루 주류 섭취량은 전년 대비 30% 이상 감소한 64.8g으로, 전 연령대 중 유일하게 감소세를 보였을 뿐만 아니라 60대의 주류 섭취량보다도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의 기저에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줄이기라는 현실적 이유도 존재하지만, 무엇보다 '건강과 일상적 컨디션'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웰니스(Wellness) 트렌드가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지금의 젊은 세대는 다음 날의 숙면과 집중력, 일상의 안정을 해치면서까지 과음하는 기존의 음주 문화에 강한 피로감을 드러내고 있다. 의식적으로 절주하거나 무알코올 음료를 선택하는 '소버 큐리어스(Sober Curious)' 문화는 웰니스라는 거대한 트렌드의 일부라고 볼 수 있다.



'지속 가능한 취향'으로서의 음주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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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 테이스팅 클래스 홍보 포스터 ©객제 양조장 공식 인스타그램 ]



인류의 역사는 술과 뗄 수 없다. 인류가 농업을 시작한 계기 자체가 술을 빚기 위함이었다는 학설이 있을 만큼 술은 단순한 기호 식품을 넘어 종교, 사교, 의례의 핵심 요소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이전보다 상대적으로 건강하고 지속 가능하게 음주를 즐기는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음주 문화를 재편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주류 시장은 무알콜·저알콜 제품군의 확장, 후각과 미각 등의 감각을 동원하여 소량을 음미하는 테이스팅 중심의 음주 문화 등을 통해 이미 그 가능성을 실험하고 있다.


쾌락 뒤에 후회가 남거나 중독으로 건강에 해가 되는 음주 문화 시대는 저물어가고 있다. 그 자리를 채우는 것은 자신의 일상을 온전히 지켜내면서도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지속 가능한 취향'으로서의 주류 문화일 것이다.


by Editor 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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