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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동향] 잇따른 ESG 공시 연기, 이유와 해결책은?
2024.01.10

주요 국가들의 ESG 공시 의무화 시점이 연달아 미뤄지고 있다. 우선 우리나라가 2025년이었던 상장 대기업 대상의 공시 의무화 시점을 1년 미뤘다. EU도 전 산업 공통 ESG 공시는 예정대로 올해 1월부터 시행하지만, 산업별 ESG 공시 도입 시기는 계획했던 올해 6월에서 2026년으로 2년 연기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기후공시 최종안 발표 역시 수차례 연기되어 올해 4월 발표한다. 물론 이 또한 연기될 수 있다.


ESG 공시, 계속 미뤄지는 이유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로 꼽히는 것은 기업들이 느끼는 부담이다. ESG 공시는 손익계산서, 재무제표와 같은 재무 정보가 담긴 일반공시와 달리 파편화 된 비재무 정보를 담아야 한다.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계획과 같은 이제까지 법적인 공시 의무가 없었던 정보들을 단시간 내에 파악하여 정리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ESG 자율공시를 하고 있는 기업 중 90% 이상이 외부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고 있다고 한다. ESG 전산 시스템을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기업도 14.0%에 그쳤다. 이러한 어려움으로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금융위 등 관계 부처에 ESG 공시 의무화 시기를 1년 미뤄달라 요청했고, 정부가 이를 받아들였다. EU의 공시 연기도 기업의 부담을 낮추기 위해서였다.


공시업무 지원 솔루션 등장

그 사이 기업들의 ESG 공시 부담을 줄이기 위한 솔루션들이 생겨났다. 이미 기업들에게 재무 공시 자문 역할을 하고 있는 회계법인, 데이터 관리에 강점을 가진 SI(System Integrator;시스템 통합사업자) 기업들이 주축이 되어 ESG 공시를 지원하는 플랫폼을 출시했다. 각 사의 플랫폼은 공시의무가 있는 기업들이 수집해야 할 데이터, 해당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방법, 지속가능성 회계기준위원회(SASB), 기후 관련 재무정보 공개 태스크포스(TCFD), 글로벌 보고 이니셔티브(GRI)와 같은 국제 보고 프레임워크에 맞춰 데이터를 가공하는 일 등을 지원한다.


회계법인들의 경우 ESG 공시 지원을 넘어 ESG 경영까지 도울 수 있다는 컨설팅 전문성을 강조하고 있다. PwC 삼일회계법인은 자사의 'ESG 플랫폼'이라는 서비스를 통해 'ESG 경영 체계로의 전환을 위한 Vision 재정립', 'ESG 가치를 통합한 비즈니스 전략 수립', '전략의 실행과 성과에 대한 모니터링 체계 구축'까지 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SI 분야의 대표기업인 IBM은 호주 지속가능성 데이터 분석 회사 '엔비지(Envisi)'를 인수해 자사의 자체 AI 소프트웨어와 통합, IBM Envizi ESG Suite (이하 엔비지 스위트)를 완성했다. 엔비지 스위트는 ESG 및 온실가스 배출 관련 데이터 수집을 자동화하고, 데이터를 정형화 및 구조화해 보고서의 기틀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는데, IBM은 이를 통해 회사가 ESG 공시에 쓰는 시간을 50% 단축할 수 있고, 에너지 및 물 사용 비용을 2천 만 달러 절감한 사례도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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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지 스위트 탄소배출관리 대시보드 데모  ⓒIBM]



플랫폼으로 공시 부담이 해결될까

물론 플랫폼 도입 하나로 ESG 공시 부담을 단번에 없앨 수는 없다. 시스템 부재가 문제의 전부는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인협회의 2023년 조사에 따르면 국내기업 61.1%가 '모호한 공시 개념과 명확한 기준 부재'를 ESG 공시 중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또한 수출기업들은 정보공시 기준이 국가마다 달라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나라 ESG 공시의 기준이 될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의 공시기준도 거듭된 조율을 거쳐 예정보다 6개월 늦은 지난해 6월 공개됐다. 국문 번역본은 불과 2주 전인 12월에 공개된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SG 공시를 계속 늦추는 것에 실익이 없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우리나라 공시시점을 늦춰도 수출기업들은 어차피 공시를 해야만 하고, 공시를 시작해야 기업들도 제도에 하루라도 빨리 적응해 글로벌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자율적으로 공시를 하고 있는 기업들이 있는 만큼 공시 자체가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전문기업들의 공시 지원 솔루션들도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시작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공시의무가 있는 기업들의 의지다. 의지가 있는 곳에는 길이 있기 마련이다.


by Editor 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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