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18일 오전 인천 서구 석남동 쿠팡32물류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연면적 약 30만㎡ 규모의 시설에서 시작된 불은 쉽게 진화되지 않았고, 소방당국은 장비 221대와 인력 575명을 투입했다. 큰 불길이 잡힌 것은 화재 발생 61시간 만인 7월 20일 오후나 되어서였다.
이번 쿠팡 물류센터 화재를 보며 많은 사람들이 2021년 경기 이천에서 발생한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를 떠올렸을 것이다. 당시에도 대형 물류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는 6일 동안 이어졌고, 구조 활동에 나선 소방관 1명이 순직했다. 발생 시점과 장소는 다르지만 두 사고는 복잡한 물류센터 구조와 안전관리 체계를 다시 도마 위에 오르게 했다는 점에서 닮았다. 5년 전 덕평 화재가 남긴 교훈은 충분히 현장에 반영되었을까. 인천 물류센터 화재는 지금 그 질문을 다시 던지고 있다.
화재로 드러난 시설 안전관리의 공백
이번 쿠팡 인천 물류센터 화재 진압이 어려웠던 원인으로 복잡한 '메자닌(mezzanine)' 내부 구조가 꼽힌다. 메자닌은 층고가 높은 창고 내부에 철골 중간층을 설치해 적재 공간을 늘리는 구조다. 물류 효율은 높지만 화재가 발생하면 복잡한 내부 구조로 화점 파악과 소방대원의 진입이 어렵다. 또한, 적재물과 구조물이 스프링클러의 살수를 방해할 수 있어 진화가 쉽지 않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쿠팡의 경우, 대형 물류센터 51곳 가운데 33곳(64.7%)이 메자닌 구조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확인 되었다.

[메자닌 구조 © Chat GPT/ESG.ONL]
쿠팡은 지난 2024년부터 올해까지 3조원을 물류 인프라에 투입해 지역 곳곳에 물류센터를 확충하고 있다. 2021년부터 인천 지역 물류센터에 설비투자(Capital Expenditure, 이하 CAPEX) 또한 진행중이다. CAPEX에는 신규 물류센터 건설과 자동화 설비, 시설 개선 등이 모두 포함되므로 투자 확대만으로 안전투자가 부족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쿠팡은 덕평물류센터 화재 이후 소방안전 전담 조직을 확대하고 안전관리 시스템을 강화했다고 설명해 왔다.
그럼에도 화재가 발생한 쿠팡32물류센터에서는 스프링클러 불량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었다. 설비 투자 확대가 개별 시설의 유지관리와 안전 개선으로 충분히 이어졌는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는 지점이다. 이는 단순한 설비 문제가 아니라 안전 리스크가 경영 차원에서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를 묻는 지배구조의 문제이기도 하다.

[쿠팡 '임팩트 리포트' © 쿠팡 뉴스룸]
관리되지 않은 위험, 지역 사회까지 뻗는 안전 관리 비용
쿠팡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대신 10쪽 내외의 '임팩트 리포트'를 발간하고 있다. 보고서에는 온실가스 배출량이나 에너지 사용량과 같은 환경(E) 지표가 거의 담겨 있지 않고, 안전이나 산재율과 같은 사회적(S) 성과도 부족하다. 공급망 투명성이나 지배구조(G)와 관련된 내용도 찾아볼 수 없다. ESG에서 중요한 것은 보고서의 두께가 아니라 위험을 어떻게 관리하며 그 내용을 공개하느냐다. 기업에서 반복적으로 발견된 안전 문제를 누가 보고받고, 어떻게 개선했는지 확인할 수 있어야 투자자와 이해관계자도 기업의 안전관리 수준을 판단할 수 있다.
대형 물류센터 화재에 소요된 비용은 기업 내부에만 머물지 않는다. 이번 화재에서도 수백 명의 소방 인력이 장시간 투입됐고, 일부 소방관은 연기 흡입과 탈진으로 치료를 받았다. 지역 주민들 역시 며칠 동안 이어진 화재 연기와 진화 작업으로 불편을 겪었다. 노조는 화재 당일 일부 노동자들에게 인근 물류센터로 출근하라는 통보가 있었다고 주장하며, 배송 차질 최소화보다 노동자 안전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관계 확인이 추가로 필요하지만, 기업의 안전관리와 관련한 문제는 이제 사업장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노동자와 소방관, 지역사회까지 영향을 미치는 만큼 그 책임 역시 넓어진다.

[쿠팡 인천32센터 © 쿠팡 인천32센터 홈페이지]
이번 인천 물류센터 화재의 정확한 원인과 책임은 앞으로 조사 결과를 통해 드러날 것이다. 그러나 반복적으로 지적된 시설의 구조적 위험과 안전관리 문제는 사고의 원인과 별개로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전조 증상이 반복되지 않도록 위험 요소를 개선하는 체계가 실제로 작동했는지, 그 과정이 충분히 관리되고 있었는지는 이번 화재가 남긴 또 하나의 과제다.
by Editor 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