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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동향] 영국·미국 배달 노조, 밸런타인데이 맞아 파업
2024.02.20

지난 2월 14일,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미국과 영국의 배달, 운전 노동자들이 단체로 파업을 벌였다. 영국은 딜리버루와 우버이츠, 미국은 우버, 리프트, 도어대시 운전자들이 합심했다. 다행히 파업은 사전에 예고되어 큰 혼선과 불화는 방지한 것으로 보인다. 밸런타인데이라는 대목을 앞두고 이들이 파업을 강행한 이유는 적은 배달료 문제였다.


영국 가디언지에는 파업소식과 관련한 2건의 글이 게재되었다. 하나는 배달 노동자들이 ‘생활임금(living wage)’ 수준조차 벌기 어렵다는 현실을 전하는 기자의 기사, 다른 하나는 배달비에서 기름값과 보험료 등을 제하면 ‘최저임금(minimum wage)’ 조차 남지 않는다는 배달 노동자의 무기명 기고였다. 하나의 사안을 두고 한 명은 생활임금, 한 명은 최저임금이라는 표현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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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원할 때 일하고, 당신이 필요만 만큼 벌 수 있다는 우버이츠 홍보 글  ©Uber]



생활임금과 최저임금은 어떻게 다른가

최저임금은 쉽게 이해가지만 생활임금은 아직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개념이다. 두 표현 모두 최소한의 생활비를 고려한 임금을 뜻하는 것은 맞다. 최저임금은 의식주 비용의 하한선을 보장해 노동자의 기본 생존권을 지켜준다는 데 의미가 있다. 생활임금은 노동에 대한 대가를 넘어 사람이 임금을 통해 주거, 음식, 의료, 교육 등 적절한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자는 개념이다. 영국은 적용대상과 금액을 법적으로도 다르게 지정하고 있다. 23세 미만 노동자들에게는 최저임금을 보장하고, 23세 이상 노동자들에게는 생활임금을 보장한다. 2023년에서 2024년까지 영국 최저임금은 18세 미만 기준 5.28파운드(약 8,895원), 18세에서 20세 기준 7.49파운드(약 12,618원), 21세에서 22세 기준 10.18파운드(17,149원)로 책정됐고, 생활임금은 23세 이상 기준 10.42파운드(17,553원)로 책정됐다. 최저임금은 기업과 노조의 권고를 기반으로 협상 후 정하고, 생활임금은 중간소득의 66% 수준으로 책정한다. 금액은 매년 4월 갱신된다. 생활임금이 우리와 아주 먼 이야기는 아니다. 우리나라는 중앙정부가 아닌 지자체 차원에서 선택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배달기사는 법적 노동자(worker)인가

적어도 영국에서는 아니다. 영국 대법원은 긱이코노미* 플랫폼 노동을 제공하는 사람들에게 단체교섭을 할 권리를 제한하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배달기사나 승차 공유 운전자들은 노동자가 아닌 앱 서비스 측과 계약을 맺은 자영업자(self-employed)들로 해석했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다. 배달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하지만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상 근로자로 인정되어 헌법에 근거한 노동3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이 보장돼 있다는 점이 영국과 다르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는 배달 노동자들과 배달의민족, 카카오모빌리티와 같은 플랫폼 사업자들 간의 교섭이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배달의민족 운전 노동자 200여 명이 생활임금 보장 등을 주장하며 서울시내에서 행진을 열기도 했다. 당시 운전 노동자들은 배달의민족 기본 배달료가 건당 3000원으로 10년 간 동결돼 왔다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긱이코노미(Gig Economy) : 전통적 정규, 장기계약자들이 아닌 단기계약직, 임시직 인력으로 충원하는 방식의 일자리와  통용되는 경제형태를 뜻하며 긱이코노미, 긱이코노미 플랫폼은 주문형 노동과 서비스 기반 공유경제를 뜻하는 말로 빈번히 쓰이고 있다. 1920년대 미국 재즈클럽에서 단기계약 연주자나 연주팀(gig)을 섭외해 클럽공연을 유지하던 것에서 유래한 용어다. 


노동의 형태는 변한다

우리나라와 영국 두 나라는 서로 다른 법과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운전 노동자들이 생활임금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은 비슷해 보인다. 배달, 승차 공유와 같은 일에 전적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은 분명히 존재하며, 그 숫자는 늘고 있는데 이들이 안전하게, 안정적으로 일 할 수 있는 환경은 아직 사회적으로 보장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아직은 기업의 권한이 더 크다. 결국 요금을 책정하는 것은 기업이기 때문이다. UN의 기업 지속가능성 이니셔티브 조직인 UNGC(유엔글로벌콤팩트;UN Global Compact)는 최저임금을 넘어 직원들에게 공정한 보상을 보장해 주는 것이 생활임금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물론 운전 노동자들이 플랫폼 기업의 직원은 아니다. 하지만 사업운영에 있어 반드시 필요한 인력인 만큼 상생을 위한 고민과 결정이 필요할 것이다. 생활임금이 낮은 배달료를 현실화하기 위한 법적 근거가 되기는 어렵겠지만, 새롭게 나타나는 노동형태에 대응하기 위한 최소한의 잣대가 될 수는 있다.


by Editor 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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