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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동향] 미국 기후공시 의무화법 통과, 그리고 SEC가 공격받는 이유
2024.03.12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지난 6일(현지 시각) 기업들의 기후공시 의무화 규칙을 투표로 통과시켰다. 총 5명의 위원이 투표에 참가했고, SEC의 의장 게리 겐슬러를 포함한 민주당 성향의 위원 3명이 찬성, 공화당 성향의 위원 2명이 반대를 던졌다. 이번 결정의 핵심은 스코프 1부터 3까지 나뉘는 기업의 온실가스배출 공개범위를 정하는 것이었는데, 결과는 아무 진영도 만족하지 않은 중립지대로 떨어졌다. 기업들은 스코프 1과 스코프 2에 대한 공시 의무만 갖고, 스코프 3 배출은 공시할 필요가 없게 됐기 때문이다.


스코프 1은 기업들이 제품을 만들고, 판매하기 위해 직접적으로 연료를 써서 배출한 온실가스를, 스코프 2는 전기나 열 에너지를 써 간접적으로 배출한 온실가스를 의미한다. 스코프 3는 기업의 공급망에서 직간접적으로 발행하는 온실가스를 의미한다. 의무 적용 대상은 상장 대기업(시가총액 7억 달러 이상)과 중기업(시가총액 2억 5000만 달러 이상)이며 2026년부터 공시를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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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청문회에서 기후공시 발제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SEC 의장 게리 겐슬러  ©Reuters]


환경단체 “부족하다”

기후공시에서 스코프 3이 빠진다는 발표가 있자 미국 환경단체들은 즉각적으로 비판에 나섰다. 규제가 지나치게 완화돼 실효성이 전혀 없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대다수 기업이 배출하는 온실가스 중 스코프 3가 전체 70%를 차지한다. 하지만 SEC는 공급망의 온실가스 배출을 파악하는 게 너무 어렵다는 기업들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기업들은 SEC에 강력하고, 또 끈질기게 입장을 요구했던 것으로 보인다. SEC는 2022년 3월 기후공시 규제에 대해 처음 발표한 이후부터 규제를 최종화하기까지 24,000건이 넘는 편지가 쏟아졌으며 해당 의견들을 고려했다고 공개했다.


공화당 “월권이다”

공화당은 기후공시라는 법 자체가 부당하며, SEC가 본연의 의무와 권리를 넘어 환경운동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조지아, 앨라배마, 알래스카 등 공화당이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10개 주들이 이미 SEC에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 상공회의소 역시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지운다는 이유로 법적 절차 추진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미국 상공회의소는 이미 캘리포니아주의 기후공시법이 주 정부의 권한을 넘어선다며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SEC “루스벨트를 기억하자”

SEC는 기후공시 규칙 통과 소식을 발표하며 미국의 32대 대통령 프랭클린 루스벨트를 언급했다. SEC는 루스벨트 대통령 정부 하에 신설된 기관이다. 미국의 대공황을 야기한 1929년 월가 대폭락 사태에 대응하며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다. 월가 대폭락은 시장에 대한 막연한 믿음으로 형성된 무분별한 투자의 버블이 터진 사건이다. SEC 설립과정 중 루스벨트 대통령은 기업 정보의 ‘완전하고 진실한 공개’를 강조했다. 이번 기후공시 규칙을 제정하며 SEC 의장이 루스벨트의 말을 빌려 SEC의 기본원칙을 상기시킨 것이다. 


SEC의 역할은 무엇이었나

이번 규칙 제정에 있어 SEC가 가진 핵심의도는 환경 혹은 기업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고, 투자자를 보호하는 것이었다. SEC는 규칙에 대해 논의하게 된 배경도 기업들이 기후 리스크와 관련해 보다 투명하고 믿을 수 있게 정보를 공개하라는  투자자의 요구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실제로 기업들은 이번 규칙 제정으로 온실가스 배출량뿐만 아니라 기후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해 지출하는 비용, 재무적인 영향까지 공개해야 한다.


SEC는 환경당국이 아니다. 철저히 시장 관점에서 기후 리스크가 이미 기업운영과 재무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이를 투자자도 알아야 한다고 본 것이다. 어쩌면 양쪽 진영 모두 만족시키지 않았던 결정이 그 외 대다수를 위한, 혹은 대다수의 이익을 위한 결정이었을 수 있다. 


by Editor 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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