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에너지기구(IEA)가 지난해 탄소배출량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힌 가운데, 탄소배출 기업 데이터를 분석하는 시민단체 ‘카본 메이저스(Carbon Majors)’는 에너지 기업의 탄소배출이 전 세계 배출량의 80%를 차지한다고 지난 4일 발표했다. 파리협정 이후 석탄과 시멘트를 생산하는 에너지 기업들의 탄소배출량이 오히려 늘었다는 것이다.
이 사실을 알린 단체인 '카본 메이저스'의 이름을 직역하면 ‘탄소 주범들’이다. 단체는 2013년 고작 90개 기업이 전 세계 탄소배출량의 2/3을 차지하고 있음을 지목한 허프포스트 기사를 계기로 시작됐다고 알려져 있다. 지난 2017년에도 탄소배출 저감활동 중인 글로벌 시민단체 CDP(Carbon Disclosure Platform; 탄소정보 공개 프로젝트)가 에너지 기업 100개 사의 탄소배출량이 전 세계 배출량의 70%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이번 달 공개된 카본 메이저스의 자료는 에너지 기업들의 탄소배출량이 탄소를 포함한 온실가스 감축을 목표로 한 파리협정 이후 증가했음이 드러나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122개 에너지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추적한 카본 메이저스는 보고서에서 파리협정 이후부터 2022년까지 고작 57개 에너지 기업이 전 세계 탄소배출량의 80%를 만드는 주범이었다고 지적했다. 동기간 전 세계 탄소배출량의 88%를 생산하는 기업은 117개 사로 이 중 국가가 직접 운영하거나 정부소속인 국영기업이 69%, 민간기업은 3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리협정 이후 가장 탄소배출량이 높은 10위 기업 ©Carbon Majors]
이 중 가장 비중이 높은 에너지 기업은 사우디 아람코(Saudi Aramco), 가즈프롬(Gazprom), 콜 인디아(Coal India) 등이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해당 수치에 대한 취재에 사우디 아람코는 답변을 거부했고, 가즈프롬과 콜 인디아는 즉각 답변하지 않았다. 카본 메이저스의 기업 탄소배출 데이터는 지난 3월 벨기에 농부가 프랑스 석유가스 기업 '토탈에너지스(TotalEnergies)'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도 인용된 바 있다. 해당 소송은 탄소배출량이 가장 높은 20대 기업 중 하나인 토탈에너지스가 기후위기를 초래해 농업에 손해를 입힌 데 일부 책임이 있다는 것을 쟁점을 두고 진행 중이다.
파리협정은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1차 UN기후변화협약을 지칭하는 용어로, 전 세계 195개국이 온실가스 감축에 참여했다는 의의를 갖는다. 파리협정은 선진국에만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부과한 1997년의 교토의정서를 넘어 전 세계의 대다수 국가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세우고 동참하겠다는 합의를 끌어낸 중요한 협정이라는 점에 의미가 있다. 파리협정에서 채택된 공동목표는 ‘산업화 이전 수준 대비 지구의 평균온도 2도 이상 상승 방지’다. 각국 정부는 자국기업에 탄소배출량 감소를 요구해 지구 온난화를 늦춰야 하는 의무를 갖는다는 파리협정의 원칙을 돌아볼 때다.
by Editor 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