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올림픽 개최를 100일 앞두고 그리스 올림피아 헤라 신전 성화가 16일(현지 시각) 점화됐다. 지난 3월에는 파리올림픽과 패럴림픽의 포스터가 공개되며 2024년 하계 올림픽이 우리에게 성큼 다가왔음을 알렸다. 포스터는 에르메스의 스카프 디자이너로 잘 알려진 위고 가토니가 맡아 도시 전체가 경기장으로 변한다는 의미를 담은 슬로건 ‘완전히 개방된 대회(Games Wide Open)’를 시각화했다. 파리의 랜드마크들, 그리고 갖가지 상징이 담긴 포스터의 크기부터 역대 올림픽과는 차별화된 모습을 보이며 세계의 관심을 끌었다.
[나무와 재활용 소재로 지어진 아쿠아틱 센터 실내 © Salem Mostefaoui/Olympics.com]
포스터 디자인으로 화제가 되기 전까지 파리올림픽은 ‘올림픽의 지속가능성’을 꾸준히 강조했다. 계획단계부터 올림픽을 위한 신규 건설은 최소화하고, 기존 시설을 최대한 활용하기로 했다. 새롭게 짓는 시설은 올림픽 빌리지와 아쿠아틱 센터, 클라이밍 시설, 아디다스 아레나가 전부이고, 이는 올림픽 개최를 위한 전체 시설 중 약 5%에 해당된다. 올림픽 빌리지는 참가하는 선수들이 머무를 시설로 올림픽이 끝나면 일반 주거시설로 이용될 예정이다. 다른 시설들 역시 올림픽 이후 지역 인프라로 전환될 예정이다. 건설 자재부터 전력 공급까지 환경영향을 최소화한다는 점도 고려했다.
지속가능 시대의 올림픽
2000년대에 들어서며 올림픽의 경제적 실효성은 꾸준한 논쟁의 주제였다. 논쟁의 선상에서 올림픽을 유치하겠다고 도전한 응찰 도시들의 수도 계속 줄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당시 응찰 도시는 열한 곳이었는데, 서서히 줄더니 2024년 파리올림픽 최종 응찰 도시는 단 두 곳이 전부였다. 더군다나 열심히 준비한 올림픽은 환경을 파괴한다며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기 일쑤였다. 2008년, 2014년 동계, 2016년 올림픽을 개최했던 베이징, 소치, 리오가 특히 그랬다. 국제사회 뿐만 아니라 지역시민들을 설득할 때도 지속가능성이 아니면 올림픽 개최의 당위성과 이익은 더 이상 설명하기 어려웠다. 그래서인지 파리올림픽은 개최지 선정 직후부터 낭비 없는 올림픽을 만들고 알리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지속가능 시대의 파트너십
올림픽 운영과 홍보는 개최국 뿐 아니라 기업 파트너들도 힘을 보탠다. ‘올림픽 파트너’ 하면 바로 떠오르는 파트너들은 코카콜라, 삼성, 비자, 오메가 등이 있다. 이들은 이번 올림픽에도 어김없이 파트너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 같은 전통적인 파트너 외에도 2010년대 후반부터 인텔, 에어비앤비와 같은 IT, 디지털 범주의 기업들이 파트너로 합류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번 파리올림픽에서 가장 눈에 띄는 파트너는 딜로이트다. 딜로이트는 파트너가 아닌 일종의 자문 격인 서포터 역할로 2012년 런던올림픽에 참여한 적은 있지만 월드와이드 파트너로 이름을 올린 것은 이번 파리올림픽이 처음이다.
ESG 파트너는 처음이지
딜로이트가 월드와이드 파트너가 된 이유는 다름 아닌 ESG 때문이다. 딜로이트는 ESG 분야의 전문지식을 활용해 올림픽의 '2020+5' 아젠다를 지원하는 역할을 맡았다. 2020+5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2021년 발표한 운영 로드맵으로 아래 내용들을 포함한다.
[1. 지속가능성] 환경보호 초점, 재사용 및 재활용 가능한 솔루션 활용
[2. 디지털 혁신] 경기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접근 가능하게 하고, 팬 참여 및 경험 향상
[3. 재정적 건전성] 재정적 지속가능성 유지 및 올림픽 재정 모델 강화
[4. 국제 협력 강화] 다양한 스포츠 조직과의 협력 강화 및 글로벌 거버넌스 개선
[5. 다양성 및 포용성 증진] 사회적 통합과 다양성 추구, 모든 형태의 차별과 대립
딜로이트는 파트너십 기간 동안 ESG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기후 중립, 다양성, 포용성, 선수 지원과 관련한 다양한 활동을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딜로이트가 이와 관련해 어떤 도움을 주고 있는지 정확히 알려진 바는 없다. 올림픽에 참여한 딜로이트가 어떤 역할을 할지, ESG의 시각으로 활약상을 지켜보는 것도 이번 올림픽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