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서울시를 포함한 전국 17개 시도가 각각 기후위기 대응 정책을 발표했다. 서울시는 2026년 민간건물 온실가스 배출량을 공개하겠다고 밝혔고, 지방자치단체들은 환경부에 제1차 시도 탄소중립녹생성장 기본계획을 제출했다. 정책을 통해 기후위기 대응에 나섰다는 점에서 주목 받고 있지만, 해당 정책들이 가이드라인 역할에 불과해 정책의 실효성이 없다는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는 친환경저탄소 평가인증체계인 LEED(Leadership in Energy & Environmental Design)를 도입하며 ‘저탄소 건물 인증’ 정책을 시행 중이다. 서울시 온실가스 발생량의 70%가 건물 분야에서 발생한다는 점을 근거로 저탄소건물 100만 호 사업을 추진하고 건물온실가스 총량제 도입에 나서기도 했다. 대표적인 LEED 인증 건물은 서울 강남파이낸스센터와 여의도 IFC, 잠실 롯데타워다. 그러나 강제성이 없어 실질적인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국내 최초로 민간건물 에너지총량 측정에 나섰다는 점에 의의가 있지만, 실질적인 감축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관점이다.
적극적으로 기후위기 대응에 나서는 미국은 90년대부터 건물 에너지사용량을 평가하는 '에너지스타' 제도를 시행 중이다. 자발적으로 에너지사용량을 측정하는 제도지만, 뉴욕 시와 시애틀 주는 실질적인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뉴욕시는 2019년 제정된 기후활성화법에 따라 2050년까지 뉴욕의 중대형 빌딩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감축시키기 위해 올해부터 벌금을 매기고 있다. 기한 내 건물 에너지 효율 등급을 제출하지 않으면 1250달러를, 기한 내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500달러를 부과하고 조건에 따라 연간 최대 2000달러의 벌금을 매기고 있다. 시애틀주가 2031년부터 적용할 벌금 제도는 조금 더 강제성을 띤다. 온실가스 배출량 기준을 초과하는 건물에는 건물 유형에 따라 최대 0.1 제곱미터당 10달러 벌금이 부과된다. 대체 지급 규정에 따라 MTCO2e(이산화탄소환산 백만톤)당 190달러를 지불해야 할 수도 있다.
[제1차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의 지역별 특화 사업 사례 ©환경부]
그 외 17개 지자체가 환경부에 제출한 제1차 탄소중립 기본계획도 마찬가지로 구체성과 진정성이 떨어지는 계획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에너지 사용량 절감에 효과적인 지역냉난방 등 에너지 업종을 연결 짓는 대신 지역 특화 사업에만 초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비쳤기 때문이다. 기본계획에는 서울시 사례 외에 대구시는 2026년까지 6000만 그루 나무를 심고, 울산시는 2032년까지 수소전기로 운행되는 2개 트램 노선을 신설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설정된 감축 목표와 달리 여전히 각론에 머무르는 계획을 제시해 실제 감축에는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회의적인 관점이 뒤따른다.
이번 기본계획 제출은 환경부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한다는 국가 목표에 맞는 전국 지자체 계획에 따라 시행됐다. 각 지자체는 현장 여건을 고려하고 주민 의견을 반영한 뒤, 지방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기본계획 행동지침을 마련했다. 환경부는 다음 달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에 지자체 기본계획 분석 내용을 보고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by Editor 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