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석유 회사인 '엑슨모빌(Exxon Mobil Corp.)'이 최근 자사의 투자사인 '아르주나 캐피탈(Arjuna Capital LLC)'과 '팔로우 디스(Follow This)'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기업이 자사의 주주를 소송하는 것은 소송의 나라인 미국에서도 이례적인 일이다. 엑슨모빌이 고발한 두 투자사 모두 주주로서 기업의 지속가능한 경영을 요구하는 ‘행동주의 투자단체’다. 이번 소송은 화석연료 기업과 행동주의 투자자들 간의 긴장을 넘어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반(反) ESG 정서'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소송은 아르주나 캐피탈과 팔로우 디스가 주주총회 안건 상정을 위해 제출한 주주 제안에서 시작됐다. 엑슨모빌은 두 투자단체가 기업 거버넌스를 방해하기 위해 고의적으로 소액의 주식을 취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안에는 스코프3(Scope3) 배출량 감축을 요구하는 내용이 주로 담겨있는데, 이 제안이 비현실적이며 장기적으로 주주 가치에 반한다는 것이다.
[2023년 기준 세계 석유&가스 기업 중 시가총액 1위를 기록한 엑슨모빌 © Statista]
소액 투자만으로 어떻게 거버넌스 개입이 가능한가
소액 투자자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규칙 14a-8에 의해 기업 경영에 충분히 개입할 수 있다. 해당 규칙은 주주들이 회사의 연례회의 안건을 제출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자격은 주주가 최소 1년 동안 $2,000 이상의 주식 또는 회사증권의 1%를 보유하면 갖출 수 있다. 즉, 아르주나 캐피탈과 팔로우 디스의 안건 제안은 적법하다. 하지만 엑슨모빌은 투자자가 최소한의 주식만 보유한 채 회사의 장기적 가치를 고려하지 않은 제안을 반복적으로 제출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안건 요청 취소한 두 투자사
엑슨모빌이 소송을 제기하자 두 투자사는 안건 요청을 철회했다. 소송 비용과 기간이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것을 우려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엑슨모빌은 해당 소송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번 소송은 두 투자사의 제안이 주주총회에 상정되는 것을 막기 위한 목적도 있었지만,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소액의 투자로 기업 거버넌스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려는 목적도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엑슨모빌이 이번 기회를 통해 증권거래위원회 규칙에도 영향을 미치려 한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경기장을 옮긴 엑슨모빌
갈등은 회사 안에서 법원으로 옮겨졌다. 법원은 두 투자사가 상정을 시도한 안건의 의도와 적법성, 더 광범위하게는 기업 거버넌스에 대한 투자자의 권리, 증권거래위원회의 규칙 해석 등을 검토하게 된다. 투자사들은 자신들의 제안이 기업의 환경영향을 낮추고, 광범위한 사회적 가치와 지속가능성 목표에 부합한다고 주장해 왔고, 엑슨모빌은 이러한 소액 투자자들의 행동이 주주 가치에 반할 뿐더러 일종의 권리 남용이라고 보고 있다. 회사의 장기적 이익을 진정으로 가치 있게 여기는 것이 엑슨모빌일지, 투자자들일지는 이제 법원에서 결정된다. 그리고 그 결과는 기업 거버넌스에 대한 주주 역할 변화에 큰 반향을 일으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