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이런 상상을 한다. 도시에 있는 커피 머신 수천 개가 동시에 멈춘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 정적 속에서 무엇을 듣게 될까? 혹시 시스템 너머의 목소리가, 오래 외면해 온 음향이 들리지 않을까? 서울은 ‘아토초(Attosecond, 1초를 100경으로 나눈 극히 짧은 순간)’로 움직인다. 지하철은 몇 분 단위로 정차하고, 상권은 몇 달 만에 바뀌며, 사람들은 작은 화면에 사전 몇 권의 감정을 퍼붓는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 도시에서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곳은 딱 하나다. 카페.5월 오후의 필동, 한때 인쇄소였던 건물 2층은 원두 향으로 포화해 있었다. 이야기하는 사람, 글 쓰는 사람, 회의를 하는 사람, 눈을 감은 사람. 모두가 커피라는 전도체로 공간을 재구성하여 메가시티의 엔진 속을 헤엄치고 있었다. 카페인을 통해서만 유지되는 단일한 신경계로서. 카페를 예술의 역사로 돌려 말하자면, 커피잔은 하나의 정물화다. 사물의 완결성보다 관계의 미결성을 상징한다. 이때 커피는 풍경을 조각내고, 리듬을 붙이고, 관계를 정의한다. 공포에 젖은 현실 감각을 깨우는 날카로운 의례, 직장의 모멸을 견디는 방법, 회식 전 잠깐의 도피, 이별의 허무를 어르는 치유의 방식. 이윽고 라테 거품은 아침이 힘들고, 관계가 어렵고, 감정이 금방 닳는 시대에 모두를 지탱해 주는 방어막이 되었다. 이 행성의 마실 것 중에 오직 커피만이 버틴다는 감각을 선사할 것이다. 대한민국 어른 한 명이 1년에 커피 수백 잔을 마신다는 통계보다, 커피가 서울이라는 고밀도의 삶에 어떻게 스며들었는지가 두 배 인상적이다. 프랜차이즈와 독립 카페, 디저트 카페와 테마 카페, 심지어 커피 없는 카페는 교회보다 강력한 권능으로 도시를 장악했다. 이건 어떤 병리일까, 아니면 진화의 한 형태일까? 완전히 커피에 미쳤다. 오후 세 시의 바리스타는 과테말라 산 원두를 직접 로스팅해 산미를 살렸다고 설명했지만, 입 안에는 커피보다 고요가 먼저 퍼졌다. 감각은 늘 조용히 말을 건다. 커피 안에 잠시 육신을 숨기도록. 커피는 두 개의 시간을 지난다. 조명 아래서 라테 거품을 보며 SNS에 올릴 사진을 고르다 목울대로 넘기는 소비자의 시간. 과잉과 선택과 자존감의 양식. 콜롬비아의 새벽 다섯 시, 고도 1,800미터의 비탈을 오르는 생산자의 시간도 있다. 기후 변화로 말라가는 땅을 붙잡는 무릎의 시간. 두 개의 시간이 커피에 섞이면 우리는 무언가를 이해한다. 누가 만들었을까.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이때 ESG는 불균형한 시간을 매만지는 불완전. 나에게 커피 잔 밖으로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현실은 너무 멀리 있었다. 그러나 이제 보니 온종일 혀 끝을 만지는 쌉싸래한 여운은 남반구의 소녀가 먼지를 들이마시며 수확한 시간의 맛이었다. 이른 새벽 고산지대의 습기, 기후 변화의 예언서, 탄소의 무게, 불투명한 공급망의 그림자, 벌레 먹은 커피콩을 골라내는 소년의 손마디, 룽고 한 잔이 남긴 이산화탄소의 발자국, 유기농이라는 품사로 위장한 해충제, 공정무역의 이상한 미소의 껍질, 커피 브랜드의 회계장부, 먼 항구와 뱃길의 냄새가 은은히 섞인 채. 오늘 내가 마시는 5,800원짜리 라테의 하트모양 스팀밀크 거품은, 말하자면, 브라질의 골짜기와 바다 사이에 갇힌 소작농의 손에서 출발해, 코스타리카의 협동조합, 스위스의 수입상, 암스테르담의 가격협상 테이블, 동남아의 세척공장을 거쳐 온 결정체이자, 도덕적 유체이자, 지구의 기압 차로 사출된 액체이다. 노동은 뜨겁고 길다. 소년 소녀 노동자들은 학교에 가는 대신 바구니를 들고는 일회용 컵 안에서 시계태엽처럼 돌고 있다. 아름다우나 잔혹하게는 비치지 않도록 설계된 체계. 그게 지금 이 커피인 것이다.아침을 깨우는 알람이 잠들지 않는 자책의 서사로 변형되는 과정에는 무엇을 마시느냐보다 어떻게 마시느냐에 대한 질문이 웅크리고 있었다. 이 커피는 진짜 착한가? 이 커피를 마시면 진짜 좋은 사람이 될까? 중요한 질문은 늘 그런 식, 복잡하고, 모호하고, 미묘한 산미와 죄책감이 소용돌이친다. 꼭 커피처럼. 한국인은 빠르다. 효율을 사랑한다. ESG의 속도는 때로 뒤처진다. 혹은 너무 느려서 지치게 만든다. 어떤 날은 커피를 마시는 과정조차 피곤하다. 카페 문을 여는 순간부터. 뭘 마시지? 라테? 아메리카노? 콩은 어떻게 갈아달라고 하지? 중간? 굵게? 우유는? 내 성격의 반은 결정 장애, 나머지 반은 결정 끝의 죄책감. 커피 한 잔 주문하면서 나는 무기력과 죄책감 사이에서 머뭇거린다. 너무 많은 선택지, 너무 많은 정보, 너무 많은 도덕. 모든 것과 모든 것의 무한대. 커피를 마시는 행위는 인류가 정교하게 분할한 노동의 결과물. 좋은 소비자가 되려는 강박과 윤리적 무감각 사이에서 줄타기한다. 그런데 ESG 프레임이 그 줄타기에 정당성을 부여하려는 순간에도, 마시고 바로 버린다는 테이크아웃 커피의 모토는 종이컵이나 플라스틱 빨대 문제가 아니라, 시간 자체를 대하는 태도에 참견하는 것이다.화가가 색과 선을 조심조심 캔버스에 얹듯, 오늘 바리스타는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사뭇 수묵화 화가처럼 원두, 물, 온도, 시간, 손의 형태를 조절한다. 분쇄된 원두가 물방울이 되어 떨어지는 소리, 주전자의 가는 물줄기가 천천히 뿌려지는 광경은 이 시절이 커피를 어떻게 다루는지를 축약한다. 그 틈새로 의지가 드러난다. 사실 ESG란 의지의 다른 이름 아닌가. 집에서 핸드드립 커피를 내릴 때, 나도 그렇게 물을 붓고 천천히 원을 그리며 부풀어 오르는 커피를 응시한다. 몇 분 동안 커피라는 세계의 시민이 되어. 그런데 그 감각은 오만이었다. 나는 노동하지 않았고, 땀을 흘리지 않았으며, 아무것도 직접 겪지 않았다. 커피를 골라 마신다는 것은 나도 모르게 주어진 소비자의 특권이었다.내가 진심으로 윤리적인 커피를 마셨다고 확신한 건 6년 전, 수요일 오전 11시 37분이었다. 정확한 시간을 아는 건 죄책감 때문이었다. 나는 노출 콘크리트가 공간 전체를 두른 브루클린의 카페에서 사파이어색 염색 머리와 이(李)자와 죽(竹)자, 레터링 타투로 휘황한 바리스타의 어깨를 보며 '풍부한 베리 향과 다층적인 시트러스의 여운, 끝에서 꽃향기가 올라온다'고 소문자로 적힌 콜롬비아 카우카 커피를 주문했다. 한 잔에 7.25달러 하는 커피 이름은 놀랍게도 '네 아이의 향기'였다. '마리아의 언덕', '비 오는 오후의 온기'라는 이름도 있었는데, 콜롬비아 여성 농부들의 공동체가 지었다고 했다. 뉴에 농장 이름과 가공 방식, 산지의 고도까지 표시했다는 사실은 자랑이 아니라, 상상 이상의 존중감이었다. 커피 한 잔을 둘러싼 또 하나의 서사, 다감하고 명료한 메시지는 위협도 고발도 없이 나의 분별에 윤리를 뒤섞었다. 지속가능성이 디자인 요소로 기능할 수 있다니. 그러나 '공정무역' 마크를 볼 때의 안도감은 무지와 통했다. 소비자의 지위로 배지를 보며 일종의 면죄부를 사는 것이다. 그렇다고 커피 재배 농부에게 공정한 삶이 보장될까? 일상소비의 정치성 또는 아주 사적인 문제로서 나는 어떤 소비자가 될 것인가? 누구를 생각하고, 무엇을 믿고, 어떤 방식으로 세상을 건드릴 것인가? 얼마나 알고, 얼마나 외면하며, 얼마나 책임질 수 있을까? 나는 완벽하지 않다. 완전한 무지도 아니다. 그러나 그 날 나는 커피 한 잔으로 착한소비라는 서사에 포섭된 채 도덕적 자아를 다독이며 스스로를 구원하려 했다.공간은 책임을 감춘다. 혹은 드러낸다. 강남대로의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는, 하루 수천 잔의 커피가 오가는 동안 거의 아무런 정보도, 출처도, 목소리도 들려주지 않는다. 반면, 을지로 상가 3층의 카페 구석에는 원두포대 자락이 놓였다. 바닥에 닿은 마대는 커피 원산지, 땅, 노동자의 체온까지 매장에 참여한다고 선언한다. 이때 ESG는 슬로건 대신, 공간의 선택과 배열, 재료와 구조, 커피잔과 휴지통 사이의 윤리로 드러날 것이다. 지금 몇몇 프랜차이즈는 일회용 컵을 줄였고, 텀블러를 쓰면 소액을 할인해 준다. 동전 몇 개가 기업윤리와 환경보호라는 거대한 어휘를 어떻게 감당할지는 몰라도. 제주의 커피숍은 플라스틱을 녹여 컵 받침으로 쓰고, 강릉의 로스터리는 산지 노동자와 직거래 구조를 만들고, 포항의 소규모 카페는 커피 찌꺼기를 지역비료로 제공하고, 망원동의 커피 하우스는 재활용 목재로 테이블을 만들었다. 조용하고 더딘 방식의 저항, 느리고 제한적이되 문화적 감수성을 조율하는 태도로서. 사람들은 '지속가능성'이라는 단어보다 '불편함'이라는 낱말에 훨씬 민감하다. 그러나 디테일은 보이지 않는 고통을 감지하는 장치와 같다. ESG란 결국 불편을 받아들이는 관대함으로부터 비롯된다. 소비자가 편의를 잠깐 유보할 때, 시스템은 도약할 여지를 가질 것이다. 혁명이라기보다 미묘한 균열이랄까. 하지만 균열이 세상을 바꾼다.올봄에 에티오피아 커피 농장에서 일하는 이주 노동자의 시를 읽었다. 해 뜨기 전,이 땅은 숨을 고른다.진흙 길에 내 발자국이 찍히기 전까지나는 그림자도 아니고, 이름도 없다바구니는 비어 있고손은 기억을 되새긴다이마에 떨어지는 땀보다 먼저햇살이 붉은 열매를 부른다.나무 아래 쪼그려 앉아내 딸의 발소리를 떠올린다내 손톱 밑으로 스며든껍질의 붉은 즙,무너진 손마디,나는 커피나무 그늘을 떠나지 않는다.매일 아침 커피를 마신다. 정확히는 내 꿈의 여운을 마시고, 내 망설임의 끝자락을 핥고, 내 도덕의 명확함을 씻는다. 이 시간을 회복이라고 부르려다 말고 나는 읊조린다. 이 커피는 누구의 삶을 지나왔을까. 커피 위에서 부유하는 모든 것을 삼키지 않고서는 더 이상 커피를 안다고 말할 수 없다.by 이충걸(에세이스트, 전 GQ코리아 편집장, 장편소설 ‘너의 얼굴’저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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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고] 이충걸 (전 GQ코리아 편집장)
“커피 한 잔과 이데올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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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L의 현장]
함께 일하고 싶다면, 함께 돌보는 법부터
지난 5월 22일, 브릭스 성수에서 열린 DEI(다양성,형평성, 포용성) Lab 세미나 '돌보는 조직은 무엇을 바꾸는가?'는 '돌봄'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포용적 일터에 대해 공유하는 자리였다. 이곳에서는 키노트 스피치와 세 개 세션을 통해 ‘돌봄’에 대해 재정의하고, 돌보는 조직이 구성원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다각도로 살펴보았다. 특히 ESG.ONL이 주목한 세션 '돌보는 조직의 힘'에서는 DEI실천기업 '루트임팩트(Root Impact)', '패스트파이브(Fast Five)', '토스(Toss)' 세 조직이 시행해 온 직장 어린이집 사례를 소개했다. 돌봄을 단순한 복지제도를 넘어 조직이 함께 책임져야 할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한 세 조직의 힘을 확인해 보자.[DEI LAB 세미나 '돌보는 조직은 무엇을 바꾸는가?' ⓒ ESG.ONL/ESG오늘]'함께 돌보는 경험'을 나누는 직장 어린이집 연대사회적 가치와 임팩트를 추구하는 비영리 사단법인인 '루트임팩트'는 '모두의 숲 어린이집'이라는 이름의 컨소시엄형 직장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다. 구성원들이 생애주기에 따라 돌봄이라는 과제에 직면하고, 출산 이후 직장으로 복귀하지 못하는 사례를 경험하며 직장어린이집 설립의 필요성을 절감한 결과다. 뜻은 세웠지만 소규모 조직의 특성상 단독으로 어린이집을 설치하기는 쉽지 않았다. 궁리 끝에 루트임팩트는 '여러 임팩트 조직들이 협력해 공동으로 운영하는 직장형 어린이집'이라는 해법에 도달했다. '모두의 숲 어린이집'은 단순한 보육공간을 넘어 아이, 부모, 교사 모두가 함께 문화를 만들어가는 공간으로 설계되었다. 법정 기준보다 낮은 교사 대 아동 비율을 유지하고, 부모의 자발적인 참여로 운영한다. 다양한 조직 간 연계 활동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살려 돌봄의 질과 신뢰를 함께 높여가고 있다. 루트임팩트는 이 모델을 통해 '혼자는 어렵지만 함께라면 가능하다'는 대안을 제시한다. 돌봄을 공동 책임으로 확장하는 조직 문화 가능성도 보여준다. '함께 돌보는 경험'으로 포용적 일터를 실험하고, 조직의 연대를 통해 돌봄의 조직문화를 확장해 나갈 수 있다는 메시지가 와닿는다. [DEI LAB 세미나 중 루트임팩트, 패스트파이브, 토스 참석패널 ⓒ ESG.ONL/ESG오늘]사업 지속성과 돌봄의 연결고리공유오피스 공간 서비스 기업으로 널리 알려진 '패스트파이브'는 스타트업 구성원의 육아부담을 실질적으로 줄이기 위해 '다람 패스트파이브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다. 스타트업과 같은 창업 기업의 구성원은 복지를 누리기 어렵다는 점을 바탕으로 여성대표들이 육아문제로 사업을 중단하는 경우를 보며 돌봄지원은 단지 복지차원이 아닌 사업지속성과 직결된다는 점을 인식한 것이 시작이었다. 패스트파이브는 업무공간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입주 구성원의 삶 전체를 향한 지원까지 접근 범위를 확장하는 것이 회사의 브랜드 가치와도 연결된다는 점을 강조했다.조직 구성원 근처에서 맞닿는 진정한 돌봄핀테크 기업 '토스'는 물리적 인프라 설치 대신 구성원의 생활환경에 맞춘 '우리동네 토스 어린이집' 모델을 개발했다. 기존 직장어린이집은 아이를 데리고 출퇴근해야 하는 불편함으로 이용 접근성이 떨어지고, 정원 충족률 또한 낮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토스는 이를 해결하고자 구성원들이 실제 거주하는 거점 지역의 우수 어린이집과 제휴해 구성원들이 보다 가까운 곳에서 보육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 모델을 도입한 이후 조직 내에서는 구성원 간 자연스럽게 육아 이야기를 나누는 문화가 형성되었고, 특히 여성 구성원들은 출산과 육아 이후에도 일과 삶을 병행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체감하게 되었다고 한다. 출산 후에도 이전과 같은 퍼포먼스를 유지할 수 있다는 신뢰, 육아를 해도 괜찮다는 안정감을 구성원들에게 제공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 모델은 단순한 복지를 넘어 조직문화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함께하는 돌봄이 일에 대한 몰입으로 이어진다 ⓒ ESG.ONL/ESG오늘]지속가능한 조직 위한 조직문화를 만드는 일세 조직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돌봄에 접근했지만 공통적으로 '제도를 넘는 문화의 힘'을 강조했다. 단순히 육아휴직, 유연근무제, 직장 어린이집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서 구성원이 실제로 그 제도를 '안전하게', '눈치 보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문화가 뒷받침되어야 실질적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여성 구성원이 돌봄 책임을 짊어질 때 흔히 느끼는 양육 죄책감, 경력단절에 대한 불안을 조직이 어떻게 완화할 수 있는가에 대한 답변이기도 했다.우리사회의 돌봄은 더 이상 개인과 가족만의 책임이 아니다. 조직은 구성원의 삶을 '업무 외 영역'으로 치부하지 않고 함께 살아가는 조건으로 인식할 때 지속가능한 관계를 만들 수 있다. 이번 세미나는 돌봄을 개인의 몫이 아닌 조직의 전략과 문화로 끌어안는 움직임이 어떤 변화를 만들 수 있는지 구체적인 사례로 알려주었다. 돌봄을 포용하는 조직에서 생기는 공감과 신뢰는 결국 조직의 회복탄력성을 높이고 인재 유출을 막는 중요한 기반이 된다. 지속가능한 조직을 만들고 싶다면 조직이 구성원과 '함께 돌보는 법'부터 고민해야 한다.by Editor L보러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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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대 대통령 선거]
내일, 우리가 살아갈 사회를 선택할 시간
드디어 내일은 제21대 대통령 선거일이다. 예정보다 이른 대선을 치르게 된 상황에 대해 국제사회는 한국사회가 보여준 민주주의와 공론장의 힘에 대해 다양한 관점의 평론을 내놓은 바 있다. 한국사회는 국가 경쟁력과 사회적 신뢰 기준으로 자리를 굳혀가던 ESG의 정책적 실현도 지켜갈 수 있을까? 후보들은 노동, 안전, 성평등, 지역균형 등 다양한 사회적 가치에 대한 자신과 정당의 입장을 표명하며 유권자들의 선택을 호소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는 노동권 강화, 사회적 약자 보호에 적극적인 입장을 밝혔고,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노동시장 유연화와 지방분권에 주목했다. ESG.ONL은 각 정당 후보들의 ESG 정책 중 우리가 살아갈 향후 5년 간의 사회를 예상해 볼 수 있는 사회정책 공약을 살펴보려 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 이재명 후보 페이스북]노동권 강화, 근로환경 개선을 통해 일 하는 사람을 보호하려는 이재명 후보노동권 혁신을 위한 임금제도, 노사관계 개선방안이재명 후보는 임금제도의 개선도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2030년까지 OECD 평균 이하 실노동 시간 달성을 목표로 임금 감소 없는 단계적 주4.5일제(36시간 근무제)를 도입하겠는 공약도 제시한 바 있다. 이는 우리나라의 장시간 노동관행을 개선해 일과 삶의 균형을 보장하겠다는 의지다. 또한 기존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못하던 '비정형 노동자(배달, 플랫폼 노동자, 특수고용, 프리랜서, 자영업자)'도 법적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해, 변화한 노동시장 환경을 반영하고 '일하는 모든 사람의 권리보장'이라는 사회적 가치 실현을 이루겠다고 말했다.이처럼 '노동이 존중 받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이 후보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 3조 개정)' 재추진도 약속했다. 이 법은 하청 노동자도 원청과 직접 교섭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발생한 쟁의, 합법적 파업 행위에 대해 회사가 보복성 손해배상 청구를 못하게 해 노사관계의 불평등을 개선한다는 취지로 추진된다. 이미 국회에서 두 차례 발의 과정을 거친 이 법안은 지난 정권에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며 폐기되었는데, 이 후보는 노동권을 보장하고, 노사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이 정책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또한 직무, 직급, 성별에 따른 '임금 공시제' 등 풀리지 않은 우리 사회 과제인 '동일임금 동일노동' 원칙을 실현하겠다는 계획도 말했다.잇따른 사고, 국민 근로환경과 복지 개선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산업재해 역시 피할 수 있던 인재라는 인식이 강하다. 근본적으로 산업재해를 줄일 수 있도록 건설공사 전 과정에 대한 안전대책을 강화하겠다는 방향을 발표했다. 세계적으로 긴 노동시간을 보내는 우리나라 근로자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도 '국민휴가지원 제도' 정책을 추진하고, 지자체와 기업을 연결해 '워케이션('일(Work)'과 '휴가(Vacation)'를 더한 '휴가지 원격근무')'을 장려하는 등 구체적 복지안도 제시되어 있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 ⓒ 김문수 후보 페이스북]김문수, 노동시장 유연화, 기업 환경 개선 및 청년, 여성 지역에 대한 지원'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통한 성장동력 지원 김문수 후보는 '노동시장 유연화와 기업환경 개선', '청년과 여성에 대한 지원', '지방분권 강화' 등 실용성을 고려한 기업 친화적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먼저 노동시장 유연화를 위해 주 52시간제 경직성을 완화하고, 재택과 탄력근무제를 활성화하여 노사합의 아래 근로자와 기업 모두 선택권을 넓히겠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적용을 완화하거나, 제외해 기업의 현실적인 부담을 줄이겠다는 입장이다. 기업 투자를 저해하는 요소로 규제문제를 지적하며, 이를 정비하기 위해 신산업, 신기술 분야를 위한 '자유경제 혁신 기본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 밖에 법인세, 상속세 인하, 종합소득세 물가연동제 등 '기업 하기 좋은 환경' 조성을 위한 공약도 발표했다.지방 분권, 청년과 여성정책을 통한 지속가능한 사회 해법실용성과 성장 중심으로 우리사회의 여러 안건에 접근하는 김문수 후보는 사회적 포용성,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지방분권, 청년과 여성정책으로 균형안을 보여준다. 김 후보는 지방분권 개헌, 중앙 권한의 이양, 지역특화 발전, GTX 전국 확대, 세종시 국회 완전 이전 등 다양한 지역 균형발전 공약을 이야기했다. 지역 간 불균형 해소가 국가의 균형성장을 가능케 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청년에 대해서는 주거부담을 완화시킬 '3.3.3. 청년주택' 안이 눈에 띈다. 김 후보는 결혼 3년, 첫째 3년, 둘째 3년 총 9년 간 정부가 청년의 주거비를 지원해 주거부담을 완화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여성의 직장 내 임금격차 해소, '양성평등 채용 목표제' 확대로 경력단절 여성 재취업과 '일, 가정 양립 지원'을 지원해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 확대와 가족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고자 한다. 그 외 국민연금 2차 개혁, 대기업 공개채용 확대, 군가산점제 부활, 여성 희망 복무제 도입 등 청년과 여성문제에 대한 김 후보 나름의 해법도 내놓았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 ⓒ 이준석 후보 페이스북]효율적인 산업 경쟁력 강화와 사회개혁을 강조하는 이준석 후보임금제도를 포함한 노동시장 유연화로 산업 경쟁력 확보전국 단일 최저임금제 비효율성을 지적하고, 최저임금 결정 권한을 지방정부로 이양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준석 후보는 지역별 경제상황에 따라 최저임금을 ±30%까지 조정하는 조정 자율권을 지자체에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국가산업단지(국가산단) 복귀 기업'에 한해 '10년간 외국인 노동자에게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리쇼어링(생산 시설 국내 이전, Reshoring) 기업 지원'이라는 공약도 함께 제시했다. 해외로 나간 기업이 국내로 돌아오게 하겠다는 취지다.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방안으로 제시된 이 공약은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을 위반하고 있다는 점, 이주노동자들이 우리나라에서 일하기 위한 유인을 없애는 차별정책이라는 파격성으로 여론의 주목은 받았으나, 정책시행 가능성은 낮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전통적인 사회적 포용 개념을 넘은 개혁적 사회발전 방안 이준석 후보의 지역별 차등법안에는 법인세도 포함된다. 세제도 지역별 차등적용하고, 지방정부 투자유치와 일자리 창출 재량권을 확대하는 방안을 지역 균형발전 정책으로 제시한다. 사회적으로 논의가 시작된 이후 이재명 후보의 공약에도 포함된 주4일제나 주 4.5일제 등 노동시간 단축은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기 위한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비판하며 생산성, 기술 혁신 등 구조개혁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업이 일하기 좋은 환경을 위해 작은 정부, 규제 혁신, 승인절차 단축 등 효율성 강화 정책을 기본으로 우리사회의 경제활동을 바꿔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여성과 비정규직 등 일 하는 사람의 다양한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도록 '근로자 대표제' 도입과 같은 근로자를 위한 정책도 있다.[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 ⓒ 권영국 후보의 X(구 트위터)]근로자 권리보장을 바탕으로 공생경제를 이끌겠다는 권영국 후보산업안전권, 평등권 확보로 근로자 권리 보호권영국 후보는 '산업안전보건법'을 강화해 반복되는 중대재해와 안전사고를 근본적으로 줄이고, 노동시장 내 불평등 완화를 위해 하청, 비정규직 등 취약계층까지 보호하겠다는 노동 관련 정책확대를 예고했다. 이재명 후보와 같이 '노란봉투법' 통과도 약속했다. 또한 위험작업에 대한 '즉각 작업중지권'을 하청, 비정규직까지 확대해 안전사고 시 사업주의 책임을 엄격히 묻는 등 실질적인 근로자 권리 강화책을 다수 제시했다. 근로기준법을 비롯한 노동권에서 배제된 '플랫폼 노동자(배달 앱, 중고거래 앱, 운송 앱 기반으로 일하는 사람들)'의 권리도 보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더해 김 후보는 기업이 노동시장에서 성평등을 실현하도록 성별 고용률, 관리자 비율, 임금, 육아휴직자 비율 등 주요지표 공개를 의무화하겠다고도 밝혔다. 이를 통해 기업이 투명성과 사회적 책임의식을 높이고, 실질적으로 양성이 평등한 근로환경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국가가 책임지는 국민의 일자리 등 국가보장 강화권영국 후보의 정책 중 국가책임 일자리 보장제는 국민의 일 할 권리를 보장하겠다는 정책이다. 공공투자를 대폭 확대해 돌봄, 의료, 안전,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공공 일자리를 만들고, 고용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방안이다. '스웨덴식 청년 일자리보장제'로도 보도된 이 정책은 현행 청년 미취업자 3% 의무고용 비율을 1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 조세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상속세, 증여세의 상향조정 정책도 발표했다. 대통령 후보들의 사회부문 정책은 비단 복지나 노동 관련 주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국가의 지속가능성과 글로벌 신뢰의 확보, 미래 세대에게 제공할 삶의 질을 둘러싼 환경은 수 많은 의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각 후보들의 정책과 비전은 그 수 많은 의제에 어떻게 접근할지 고려할 기준을 만드는 데 직접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내일, 제21대 대통령 선거 본투표일에 우리는 앞으로 우리 사회가 풀어 갈 수 많은 문제들에 어떤 기준과 가치를 가져갈지 선택할 수 있다. 유권자 한 사람 한 사람의 현명한 선택이 한국 사회의 새로운 길을 만들 것이다. 민주 시민으로서의 소중한 권리인 투표권을 꼭 행사해 새로운 정부의 시작을 함께 열어 보자.by Editor L보러가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