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풀린 날씨 덕분에 꽃구경 나서는 나들이객이 많아진 4월, 환경 관련된 행사가 눈에 띈다. 4월 22일 ‘지구의 날’을 맞아 지구를 아끼는 사람들의 열정을 담기 위해 현장의 찾은 ESG.ONL! 서울시가 주최한 ‘지구의 날’ 현장 취재를 통해서 함께 사는 지구를 만드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2025년 지구의 날이 가지는 의의를 되새겨보는 시간을 나누려 한다. [지구의 날 행사장 입구 ⓒ ESG.ONL]4월 22일 지구의 날을 앞둔 지난 일요일, 여의도 공원 ‘문화의 마당’에서 '우리의 힘, 우리의 지구' 야외 행사가 열렸다. 서울특별시와 녹색서울시민위원회가 함께 만든 이번 행사는 25개의 다양한 체험 부스가 마련되어 행사장을 찾은 시민들의 열띤 호응을 얻었다. 광장 위 하늘에 떠 있는 대형 열기구, 무대 위에 올라선 환경 뮤지컬 배우들의 청아한 목소리가 축제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행사장 중앙에는 커다란 호를 그리며 테이블이 배치되어 커다란 종이 위에 ‘함께 그리는 우리의 힘’ 그림 그리기 체험장이 있어서 모두의 지구가 모여 아름다운 하나의 지구를 꾸미고 있었다. 이렇게 모두가 힘을 모아 완성하는 지구와도 같이 이번 행사에는 다양한 홍보 부스에서 서로 다른 지구사랑 실천법을 보여주었다. 행사를 주최한 서울시와 같은 지자체는 물론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들’과 같은 비영리 단체. 외국 수입차 최초 사회공헌 재단인 ‘BMW 코리아 미래재단’과 같은 기업 재단, 환경교육 콘텐츠 제작회사 ‘리펭구르’와 같은 환경 관련 기업 등 다채로운 그룹이 참여해 '지구의 날'의 의미를 더했다. [일회용기 사이에서 다회용기 찾는 낚시 체험과 다회용기 ‘리턴잇’ ⓒ ESG.ONL] 지자체와 다회용기 업체의 의미있는 협업서울시청 자원순환과의 부스 앞에는 다회용기와 플라스틱이 담긴 '자석 낚시 체험'이 마련되어 가족 단위 방문객들의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우리가 자주 주문하는 ‘배달 음식’은 간편하지만 지나치게 많은 쓰레기가 발생하는 부작용이 있다. 수 없이 버려지는 플라스틱 일회용기가 환경에 미치는 폐해를 우려한 서울시 자원순환과는 다회용기 공급 업체인 ‘리턴잇(returnit)’과 함께 재미있는 게임을 통해 시민들에게 다회용기의 장점을 알리며 일회용기 사용 줄이기를 독려했다. 다회용기 한 개를 여러 번 쓰면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 300개를 덜 쓰는 효과가 있다. 게다가 배달앱을 통해 다회용기를 사용하면 음식 할인 혜택과 함께 ‘탄소중립포인트’를 통해 건 당 천 원을 적립할 수 있다. 이미 배달의 민족, 쿠팡이츠, 요기요, 땡겨요 등 배달앱이 다회용기 혜택을 제공하고 있으며 서비스 대상 배달앱과 배달지역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서울시 자원순환과 양유진 주임은 “시민들이 다회용기의 존재 자체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도록 홍보하고, 월평균 1만 건인 다회용기 배달 주문 참여율을 지속적으로 높여나가겠다”며 지구를 지키기 위한 작은 노력인 다회용기 주문의 활발한 이용을 당부했다. [비영리 단체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들’과 기후 프레스크 환경 교육 ⓒ ESG.ONL]환경을 생각하는 사람들과 알아보는 '당신의 기후감정' 비영리 단체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들(이하 환생사)’의 부스에서는 기후카드를 이용한 특별한 환경교육이 한창이었다. 바로 '기후 프레스크(Climate Fresk)'라고 불리는 프랑스에서 개발된 환경교육 프로그램이다. 각각의 카드에 적힌 기후, 환경 키워드의 개념은 무엇인지, 바른 인과관계로 놓여진 것인지를 묻고, 답하는 대화를 통해 생각을 확장 시키고, 카드 뒷면에 적힌 설명을 확인하며 이해하는 과정을 거친다. 프로그램 후에는 기후 프레스크를 통해 느낀 기후감정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환경문제를 해결해 나가기 위한 지혜를 만들어 나간다. 참여자는 어떤 환경 관련 책을 읽는 것보다 흥미롭고 알찬 시간을 보낼 수 있다고 평한다. 환경문제에 대한 지식을 나누고, 이를 실천으로 연결하여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드는 것을 목표하는 환경단체 '환생사'는 시민주도형으로 운영되고 있다. 환생사의 구성원은 도시생태학 전공자부터 환경 컨설턴트, 생물교사 등 다채로운 이력을 보유하고 있다. 환경을 진심으로 생각하고, 행동까지 이어가려는 열정으로 모인 이들은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와 함께 환경정책을 제안하는 등 단체가 가진 전문성을 바탕으로 세상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환생사 김원지 부대표는 "'배움에서 실천으로'라고 하는 우리의 슬로건에 걸맞게 오늘 이 자리에서 시민들께 전한 지식이 생활 속에서 활용할 수 있는 영감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환생사는 ‘기후 프레스크’ 워크숍 같은 환경교육 뿐 아니라, 학술활동, 친환경 활동도 하고 있다. 특히 친환경 활동을 기록하는 어플리케이션을 만든 ‘어스메라(Earth Mera)’와 협업해 플로깅(쓰레기 주우며 걷기) 캠페인 진행, 기후 토크콘서트 준비 등 대중의 실천을 이끌기 위한 활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할 것이다. [BMW 코리아 미래재단과 함께 전기차 키트를 조립 중인 가족들 ⓒ ESG.ONL]BMW 코리아 미래재단, 전기차로 미리 보는 미래행사장 내 여러 부스 중에서도 단연 긴 대기 줄로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곳은 'BMW 코리아 미래재단'의 전기차 안내 부스였다. 2011년 국내 수입차 최초 비영리 재단을 설립한 BMW 코리아는 지속가능 발전을 핵심 비전으로 자동차와 연관된 다양한 교육과 캠페인 프로그램을 전개하고 있다. 이 중 환경교육 프로그램인 '넥스트 그린' 프로그램만 해도 일 년에 20회 진행하는데, 넥스트 그린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진행된 전기차 키트 체험으로 행사현장의 관심을 집중시킨 것이다. 참여자들은 전기차의 원리를 배우고, 실제로 자동차 키트를 조립하고, 작동시키면서 미래의 이동수단으로 더욱 확산될 전기차에 대한 지식을 쌓을 수 있었다. BMW 코리아는 차를 한 대 팔 때마다 ‘세일즈 매칭기금’라는 개념으로 'BMW 코리아 미래재단'에 1만 5천 원을 기부한다. BMW의 딜러사와 파이낸셜사 등 모두가 동참하고 있다는 점이 뜻 깊다. 게다가 BMW 고객 중에서 미래재단의 좋은 뜻에 동참하고자 개인기부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BMW 미래재단 이현지 매니저는 “내연기관차보다 전기차가 환경에 더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어린이와 가족이 다 함께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통해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더 확산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녹아가는 빙산 위에 펭귄을 쌓는 환경 교육용 리펭구르 블록 ⓒ ESG.ONL]리펭구르, 펭귄을 구하는 일이 지구를 살리는 길아기자기한 펭귄모양 블록이 가득한 이곳은 멸종위기를 상징하는 동물 펭귄을 내세운 환경교육 콘텐츠 회사인 '리펭구르'다. 리펭구르의 펭귄 블록은 빙하 모양의 블록 위에 크고 작은 펭귄들을 무너지지 않도록 무게중심을 찾아 쌓는 놀이기구다. 이를 통해 아이들의 성장발달을 돕고, 환경교육도 함께 할 수 있다는 의미가 있다. 제품의 소재 역시 친환경 소재인 나무나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등 제품 곳곳에 리펭구르만의 철학을 곳곳에 담았다. 리펭구르는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서 설립된 회사로 ‘기후변화로 남극의 빙하가 다 녹아 사라진다면 펭귄들은 어떻게 될까?’ 하는 질문을 던진다. 디자이너 출신인 이지영 대표는 멸종위기 종인 펭귄들을 하나씩 공부하여 교구, 책, 문구류 등을 손수 제작하며 지난 10년간 꾸준히 진정성 있는 사업을 펼쳐왔다. 리펭구르의 이지영 대표는 "지구환경을 위해 다 같이 노력하자는 메시지는 아이, 어른 구분 없이 쉽게 전달되어야 한다"며, 리펭구르에서 만드는 제품들도 누구나 관심을 가지고 흥미롭게 다가올 수 있도록 보기에도 예쁘고, 사용하기에도 안전하게 만들겠다는 다짐을 전했다.[텀블러 사용으로 줄인 일회용 컵의 수 ⓒESG.ONL]야외행사인 만큼 그날의 날씨운도 따라줘야 하는데 ‘지구의 날’을 기념하는 자리라서 그런지 지난 일요일은 화창한 날씨 속에 무사히 행사를 즐길 수 있었다. 누군가는 ‘나 하나가 바뀐다고 탄소중립이 지켜질까’ 회의적인 시선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행사에 참여한 많은 단체들과 시민들은 나 혼자의 노력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목표를 향하고 있다는 희망을 경험했을 것이다. 행사장에는 텀블러를 가지고 온 사람들에게 무료로 차를 나눠주는 부스가 있었다. 그리고 바로 옆에 설치된 전광판 배너에는 ‘오늘 우리가 줄인 일회용 컵 개수’가 적혀 있었다. ‘지구의 날’ 행사는 내일을 위한 오늘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건 ‘우리’ 모두의 노력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일깨웠다. by Editor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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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L의 현장]
'2025 지구의 날' 현장을 가다, '우리의 힘, 우리의 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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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와 엑스포]
2025 오사카 엑스포 개막, 지속가능성의 미래를 보자
'2025 오사카·간사이 엑스포(EXPO, 국제 박람회)'가 4월 13일부터 6개월 간의 여정을 시작했다. 1970년 일본 오사카에서의 첫 번째 엑스포를 개최한 이후 55년 만에 다시 열리는 이번 엑스포의 테마는 ‘생명이 빛나는 미래 사회의 디자인’이다. [오사카·간사이 엑스포 공식로고 ⓒ Japan Association for the 2025 World Exposition]이번에 주목할 만한 점은 오사카·간사이 엑스포가 UN SDGs(지속가능발전목표) 달성에 공헌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는 점이다. UN이 설정한 SDGs 달성목표인 2030년을 5년 앞둔 2025년에 개최되는 엑스포로서 이번 행사는 UN SDGs 달성 속도를 높일 수 있는 플랫폼이 되고자 한다. 함께하는 158개국의 최신 기술과 문화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이번 엑스포에서는 이 목표를 위해 '지속가능한 미래'에 관한 다양한 전시도 준비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개최국인 일본 등 ESG.ONL이 선택한 이번 엑스포 주요 전시관을 살펴보자.[한국관 전경 이미지 ⓒ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스케일과 내용으로 주목 받는 인기 전시관, 한국관폭 27미터, 높이 10미터의 압도적인 초대형 LED가 화제인 한국관은 '마음을 모아(With Hearts)'라는 주제로 전통과 현대, 사람과 기술, 한국과 세계의 연결을 담은 세 개의 전시관으로 구성된다. 한국관은 K-컬쳐에 대한 관심에 힘입어 엑스포 내 인기 전시관으로 꼽히고 있는데 최신 디지털 미디어 기술을 체감할 수 있는 시각적 경험, 환경과 인간의 관계와 회복을 돌아보게 하는 스토리텔링을 담고 있다. 산업화의 상징과도 같은 콘크리트에서 피어나는 자연의 재생, 수소연료전지를 활용한 새로운 생태환경 시스템, 호흡센서를 활용해 인간과 환경의 교감을 체험하는 참여형 전시 등이 그 내용이다. 한국관은 AI, 신재생에너지와 같은 첨단 기술 속에서 우리가 알아둬야 할 ESG 메시지를 역동적인 콘텐츠로 확인할 수 있다. 한국관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한국 맛집들은 덤이다. [해체 및 재활용을 염두하고 지은 일본관 ⓒ 연합뉴스]생명의 커다란 순환을 담은 일본관 일본관은 ‘생명의 순환과 지속(Between Lives)’을 고민한 디자이너의 의도를 담아 수 많은 나무패널로 이루어져 있다. 나무패널들은 원형을 그리며 순환의 개념을 체험할 수 있도록 동선을 구성한다. ESG를 고민하며 엑스포를 준비한 개최국으로서 자율주행 전기차의 실시간 데이터 시뮬레이션을 통한 교통체증, 탄소배출의 동시해결과 스마트 에너지 그리드를 통한 재생에너지 최적화 등 환경 관련 초스마트 사회의 밑그림을 보여준다. 이번 엑스포 현장에는 '지구환경산업기술연구소(RITE)'가 제공하는 공기 중 '직접탄소포집기술'도 시연 중이다. 마치 나무와 같이 대기 중 탄소를 분리하고, 포집하여 활용할 수 있는 물질로 환원하는 과정을 알 수 있다. 일본 기업관 역시 재생과 순환에 역점을 두고 전시를 준비했다. 일본의 기술기업 '파나소닉(Panasonic)'은 가전제품에서 얻은 재활용 철과 구리를 적극 활용해 전시관을 지었다. 파나소닉은 일본에서 사회문제로 떠올랐던 도시 빈집을 ‘도심형 미니 팜(Mini Farm)’으로 재활용한다는 비전으로 환경과 도시의 재생과 순환을 실현할 아이디어와 기술도 제공 중이다. 이 스마트팜은 향후 도심에서 신선한 채소를 암정적으로 생산하는 지속가능한 농업의 미래를 보여줄 것이다. ['물을 통해 미래를 비춘다'는 의미의 네덜란드관 ⓒarchdaily.com]네덜란드, 물로 승부하는 미래 기술 해수면보다 낮은 곳에서 항상 물과 관련된 긴장감을 가지고 있는 네덜란드는 특별히 물에 관한 미래기술들을 선보인다. 이번 엑스포 전시에서는 스마트 해안선 기술, 물 재활용 시스템을 보여주는데 이 기술로 해수면 상승 및 물부족 문제 등에 국가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방조제를 디지털 트윈 모델로 구축해서 도시의 안전을 지키고, 깨끗한 물을 제공하는 모습을 관람객들이 디지털 화상으로 확인 할 수 있다. 이처럼 네덜란드관에서는 해상 풍력발전기와 에너지 저장시스템을 결합한 재생에너지 통합모델도 제시하는 등 물과 함께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남다른 시스템을 확인할 수 있다.[나선 계단으로 미학적 아름다움을 더한 프랑스관 ⓒ designboom.com]프랑스, 지속가능한 미래의 패션프랑스는 ‘디지털 트윈 기반 순환 패션’을 주제로 참가한다. 패션테크 스타트업인 '씨큘에흐(Circul'R)'와 '쓰리디룩(3DLOOK)'은 폐의류를 재활용한 원단을 AI 설계 시스템에 결합한 솔루션을 보여준다. 사람들은 AR 가상 피팅으로 옷을 체험하고 주문한 후, AI가 폐기물 최소화 패턴으로 옷을 제작하는 과정을 볼 수 있다. 패션 강국인 프랑스는 이와 같은 패션테크들의 성장을 바탕으로 향후 ‘2030 프랑스 패션 폐기물 50% 감축 로드맵’도 박람회 현장에서 제시할 것이라고 예고해 더욱 기대가 모인다. 지속가능한 순환-재생의 연결고리 2025 오사카·간사이 엑스포를 주최한 일본정부는 엑스포에서 발표된 기술을 ‘2025 오사카 탄소중립 도시 프로젝트’에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엑스포는 빠른 시일 내에 직접 경험하게 될 우리의 미래가 집약된 박람회가 될 것이다. 2025 오사카·간사이 엑스포는 10월 13일까지 긴 호흡으로 진행된다. 전 세계의 지속가능한 미래 사회 비전을 남은 엑스포 기간 동안 즐겨보도록 하자. by Editor L보러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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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Espée & Lancée 홍승표 변호사
"트럼프 관세 폭탄과 EU의 CBAM, ESG 경영의 교차로"
트럼프 2기 정부의 관세 강화와 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의 중첩으로 한국기업은 이중고에 직면했다. ESG.ONL은 EU법과 국제법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홍승표 외국변호사'를 만나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블록화 되어가는 글로벌 무역시대에 필요한 ESG 경쟁력을 알아보았다.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2기 행정부는 시작부터 ESG 정책들에 제동을 걸었다. 파리협정 탈퇴, DEI 정책 폐지에 이어 최근에는 관세압박으로 전 세계 기업들에게 혼선을 주고 있다. 더군다나 우리나라는 당분간 정치적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이 지속될 전망이다. 국가 리더십이 부재한 상황 속에서 우리나라는 민관이 각각 힘을 합해 대미 무역전략을 새로 짜야 하는 난관에 직면했다. ESG.ONL은 트럼프 집권 이후 유럽의 ESG 향방에 대해 조언을 구했던 '에스뻬 앤 랑쎄(Espée & Lancée)'의 국제법 전문 홍승표 외국변호사를 만나 미국발 관세 폭탄으로 촉발된 글로벌 무역 전쟁의 서막에서 우리나라 ESG 정책이 취해야 할 입장에 대해 물었다.유럽의 CBAM, 미국의 관세정책, “사실 리스크가 두 배가 된 상황이죠.” 홍승표 변호사는 유럽과 미국 양쪽에서 압박하고 있는 현재 무역시장의 혼란에 대한 우려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EU는 2026년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를 본격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철강, 알루미늄 등 수입품에 탄소 비용을 부과한다. 유럽은 탄소 비용으로, 미국은 관세 확대 정책으로 무역 장벽이 높아지는 형국이다. 동일 품목이 양측의 규제에 동시 적용되면 탄소 비용과 관세 중복 부담이 발생하는데, 기업에서는 이러한 비용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컴플라이언스 담당자들이 발 빠르게 움직일 필요가 발생한 것이다. 특히 앞으로 들어설 새로운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기업들과 협력 체계를 강화하여 탄소 배출량 검증, 보고 체계를 지원하고, EU와의 협상을 통해 차별적 적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막아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무역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도 크다. 홍 변호사는 상황을 계속 주시하며, 적시에 정부와 기업이 공동 협상에 나서는 것이 현명하다고 말했다.[홍승표 변호사 ⓒESG.ONL]현지 투자와 시장 다변화를 통한 관세 리스크 대응미국 내 현지 생산 확대는 관세회피의 방법 중 하나다. 그래서 포스코, 현대제철 등이 미국 내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라는 뉴스가 최근 큰 화제였다. 한국은 연간 263만 톤의 철강을 미국에 수출해왔는데, 관세 적용 시 수익성 악화로 시장 유지와 진출이 어려워질 것이 자명하다. 특히 자동차 부품과 전기차용 강판 등이 관세 대상에 포함된다면 친환경 차량의 생산원가 상승이 불가피하다. 때문에 관련 기업들은 현지 생산을 통해 관세 부담을 우회하고, 수요에 대응하려 노력 중이다. 이 밖에 다른 방법은 없을까?홍 변호사는 미국 외에 인도, 브릭스 국가군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낮은 시장 진출을 권고한다. 나이지리아,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등 인구 1억 이상 신흥국에 대한 진출 확대도 좋은 대안이 될 것이다. 그는 우리나라가 지역별 무역협정을 강화하는 방법도 있다고 했다. 우리가 유럽과의 '자유무역협정(FTA, Free Trade Agreement)'을 활용해 아프리카 시장 진출 시 유럽 기업과 협력 모델을 구축하는 것도 효과적인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홍 변호사는 '세계무역기구(WTO, World Trade Organization)'에 대해 트럼프 정부가 재판관 임명을 거부한 관계로 발생한 분쟁 조정 공백에 대응하기 위해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과 같은 분쟁해결기구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도 의견을 더했다. RCEP은 아시아·태평양 15개국이 참여하는 협정인데, 구조화된 절차를 통해 무역 분쟁을 관리하는 기관으로 분쟁해결 규정 재검토 계획을 업무에 포함하고 있다. 불안정한 환경에서 안정을 찾을 해결책의 실마리, ESG경영앞선 제시한 해결책에도 우려사항은 있다. 홍 변호사는 “국내 기업이 해외에 생산기지를 만들면 가장 크게 겪는 문제가 노동자 관리 문제입니다.”라고 말하며, 현재 해외에 있는 우리나라 기업들에 대한 걱정의 목소리를 이어갔다. 멕시코, 캐나다에 진출한 한국 중소기업 법인은 약 200여 개에 이른다. 특히 멕시코에는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가 있고, 캐나다에는 'LG에너지솔루션', '에코프로비엠' 등이 진출했다. 미국의 관세 정책으로 향후 이들 기업의 수익성 악화가 예견된다. 그리고 이 상황은 노동집약적 산업에 종사하는 현지 근로자의 일자리 축소와 임금 체불 문제까지 초래할 수 있다. 현지 노동자와 기업 간 갈등이 국제적 논란으로 퍼질 우려도 무시할 수 없다. 이에 대해서도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한데 홍 변호사가 제시한 솔루션은 먼저 ‘현지화 전략’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인디애나주 'SK하이닉스'는 현지의 ‘퍼듀대학교’와 협력해 기술 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인력을 공급하고, 지역사회의 신뢰를 구축한 좋은 사례를 보여줬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글로벌 단위의 권력과 기업의 경영방향의 움직임이 이어지는 가운데 기업이 위치한 지역사회와의 조응, 투명한 노사관계 구축을 통한 ESG 경영은 비즈니스 안정성 확보라는 경쟁력의 기틀이 될 것이다. [유럽과 한국에서 활동 중인 '홍승표 변호사' ⓒEspée & Lancée] [유럽과 한국에서 활동 중인 '홍승표 EU변호사' ⓒEspée & Lancée]한국기업이 모색할 수 있는 ESG 경영 지속 방안관세 부담이 커지면 한국기업의 친환경 기술 개발 등 ESG 투자를 축소할까? 유럽에서 오래 거주했으며, 룩셈부르크에도 사무소가 있는 외국 변호사인 홍 변호사는 유럽 사정에 밝다. 그는 “유럽에서는 환경성과를 과장해서 공시하는 그린워싱 소송이 증가하면서 ESG 활동의 법적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다.”고 밝히며 기업들이 ESG 투자 축소를 쉽게 선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특히 탄소 배출량이 많은 산업은 EU의 CBAM 대응을 위해 탄소배출권 구매가 필수적이다. 수익성 압박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있다. 때문에 홍 변호사는 탄소세를 피하려면 지금부터 저탄소 제품 생산라인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 대상 'RCEP'과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Comprehensive and Progressive Agreement for Trans-Pacific Partnership)' 등의 ESG 협력 조항을 적극 활용해 ESG 경영 지속을 위한 동력을 얻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홍 변호사는 “미국은 현재 타 국가의 경쟁력 있는 제조업 공장을 데려와서 자국의 일자리 창출, 국가의 부흥을 꿈꾸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광폭한 관세 관련 정책 추진은 글로벌 기업들을 볼모잡고자 하는, 일종에 구애를 던지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기업들이 미국의 관세 정책에 대응해 공장을 짓고, 투자를 하고, 변화를 추진하는 적극적 자세는 중장기적으로 좋은 플랜일 수 있다. 홍 변호사는 “처음에만 불안 요소를 따지느라 힘들지 성공사례가 생기면 다른 기업들도 선례를 따라갈 수 있다.”고도 말했다. 조정기 동안 있을 수 있는 일에 대한 지나친 걱정보다는 중장기적 대응에 집중하는 사고의 전환을 제안하는 것이다.홍승표 변호사의 인터뷰는 글로벌 보호무역주의의 파도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먼저 국제법의 준수, 현지화 전략을 결합한 대응책 마련이 중요하다는 것으로 종합할 수 있다. 개발도상국과의 상생형 협력 모델도 시장확대를 위한 좋은 아이디어다. ‘위기는 기회’라는 말처럼 블록화된 무역 환경에서도 준비된 기술과 글로벌 네트워크 활용, ESG 경영정신으로 임한다면 우리의 지속가능한 성장도 여기서 멈추지는 않을 것이다. by Editor L보러가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