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ESG 변화의 흐름 속에도 국내 ESG 정책은 올해 들어 이전보다 본격화되는 추세다. 글로벌 시장에서 ESG는 이미 제도적으로 정착된 흐름이라고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ESG.ONL은 격변하는 환경 속에서 우리나라 주요 기업들의 ESG 대응 방향성을 요약했다.2025년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파리기후 협정 탈퇴 선언과 ESG 정책 선회로 한바탕 전지구적 혼란이 있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에 굴하지 않고 기후변화 대응과 ESG 정책을 더욱 강화하는 추세다. 우리 정부는 '기후변화 대응 기술개발'에 2조 7천억 원이 넘는 대규모 투자를 실시하기로 했다. 또한 글로벌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국제적 협력에도 합류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국내기업들도 ESG 경영을 강화하겠다는 기조를 유지 중이다.2025년에서 2050년까지…글로벌 협력 강화하기 위한 노력1990년대부터 우리나라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교토의정서'에 동참하며 국제 기후변화 대응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2016년 파리협정 이후에는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2018년 대비 40%로 설정했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을 지속 추진하고 있다. 특히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에서 합의된 재생에너지 3배 확대와 에너지 효율 2배 개선 목표를 국내 정책에 반영해서 국제사회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했다. 다만, 대표적인 ESG 관련 정책인 'ESG 공시 의무화'는 당초 2025년 순차도입을 예정했지만 산업계의 어려운 현 상황을 고려해 2026년 이후부터 적용하기로 결정하는 등 현실적인 조정은 있다. 기업의 투명성과 책임성 높이는 동시에 투자자들에게 더욱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ESG 공시 의무화'는 2025년부터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확대될 계획이다. 공시 의무화 대상에 포함될 국내 대기업들이 어디까지 와 있는지 ESG 경영 현황을 살펴보자. [탄소 중립 목표를 실현 중인 ⓒ삼성, ⓒ현대자동차][1] 삼성전자, 현대자동차의 탄소 중립 목표 실현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로 하기 위해 '삼성전자' 글로벌 사업장에서는 100% 재생에너지 사용 전환을 현재 추진 중이다. 또한 반도체 공정 중 물 사용량 절감과 폐수 재활용 확대에도 집중하고 있다. 2025년까지 화석연료 기반 자동차를 대체할 전기차와 수소차를 67만대 생산하기로 한 '현대자동차'는 현재 친환경 모빌리티 시장을 선도할 계획으로 전기차와 연계된 탄소 저감 프로젝트 진행 중이다. 생산과정에 태양광 발전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의 방법으로 ESG 경영을 실천 중이기도 하다. [순환 경제 시스템을 구축 중인 ⓒLG화학, ⓒSK이노베이션 ][2] LG화학과 SK 이노베이션의 순환경제활동 모델바이오 원료 기반의 재생 플라스틱 개발, 폐기물 재활용률 95%를 달성한 'LG화학'은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기술을 상용화해서 자원순환경제를 구축하고 있다. LG화학은 2025년까지 탄소중립 성장을 목표로 친환경 소재 개발과 모빌리티, 배터리 관련 사업에 10조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SK 이노베이션'도 순환 경제 활동에 집중한다. 폐플라스틱을 재활용 하는 순환원료 기반 생산과정으로 ‘넷제로 웨이스트’ 목표를 실천 중이다. 'SK지오센트릭'은 2025년까지 울산에 폐플라스틱 재활용 클러스터를 조성해 연간 열분해유 15만 톤을 생산하고, 연간 40~50만 톤의 탄소감축 효과를 거두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ESG 기준 확립과 적용 ⓒCJ그룹, ⓒ엔씨소프트 ][3] ESG 내재화에 힘쓰는 'CJ그룹''CJ그룹'은 ESG를 조직 전체에 내재화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따라서 조직원이 ESG 관점에서 의사 결정을 하도록 지속 가능 경영 위원회와 협의체를 운영 중이다. 원재료 구매부터 생산, 소비, 폐기까지 환경과 안전, 건강의 가치를 내세워 선순환 구조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사회적 책임 측면에서도 다양성, 공정성, 포용성(DEI; Diversity, Equity, Inclusion)증진 뿐 아니라 인권실사를 통해 인권보호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 여성 임원, 관리자 비율을 높이고, 임직원 산업재해율을 낮추는 등의 성과를 냈다. [4] AI 윤리 기준을 세우는 IT 업계국내 IT 기업들은 AI 기술 발전과 함께 부상하는 윤리적 문제에 대한 우려에 대응하기 위해 준칙과 프로그램들을 만들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AI 레드팀’을 통해서 AI 서비스의 윤리 보안 시스템을 운영하며 데이터 보호와 투명성을 관리하고 있다. 또한 '네이버'는 '서울대 AI 정책 이니셔티브(SAPI;Seoul National University AI Policy Initiative)'와 협력해 AI 윤리 준칙을 계속 업데이트 중이다. '카카오'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AI 알고리즘 윤리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 AI 윤리를 업무 일반에 실질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기업들은 AI 윤리를 확립하며 기업 경쟁력과 함께 신뢰성을 확보하고, 대내외 리스크에 대비하는 중이다. 지속적인 국내 ESG 정책 추진으로 ESG 투자 흐름 계속이같이 한국은 국제적인 ESG 정책 환경 변화에도 불구하고 추진 중이던 ESG 관련 정책을 지속하고 있다. 경제환경 변화에 따른 영향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나 정부와 기업 단위에서 탄소중립 목표를 위해 수립한 원칙, 기술환경은 장기지속적인 효과를 목표하며 2025년에도 지속가능한 모델을 만들어 갈 것이다. by Editor L> ESG.ONL의 세 줄 요약💡//2025년 트럼프 행정부의 ESG 정책 선회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기후 변화 대응과 ESG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한국의 ESG 공시 의무화는 2026년 이후로 연기되었지만,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확대될 예정이다.//국내 대기업들은 탄소 중립 목표 달성과 순환 경제 모델 구축에 힘쓰고 있으며, IT 업계는 AI 윤리 기준을 세우고 있다.

- 기획기사,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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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0 이후 달라진 ESG 전망]
글로벌 ESG 변화 속 우리의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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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보고서 읽기]
신(新) 철기시대를 여는 '현대제철'
6.25 전쟁이 마무리되기도 전인 1953년 6월 10일, '현대제철'은 '대한중공업공사'로 시작됐다. 전쟁의 폐허를 딛고 국가를 재건하겠다는 의지로 국내 최초로 철강산업을 일으킨 현대제철은 현재 글로벌 10대 철강회사로 손꼽히고 있다. 지속적인 혁신과 도전 정신이 이끌어온 현대제철의 지속가능보고서를 살펴보자.[환하게 불을 밝힌 제철소 외경 ⓒ현대제철]WE Do in Sustainable H-ways현대제철은 기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환경'에 대한 사회적 책임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행동한다는 뜻의 'We Do in Sustainable H-ways'라는 슬로건 아래, 3대 실천 방향인 '친환경 경영(Heritage)', '상생 경영(Humanity)', '올바른 경영(Harmony)'이라는 ESG 전략 체계를 설정했다.또한 ESG 6대 추진 분야를 설정해, 분야별 중장기 목표를 수립하고 실천 중이다. 이를 통해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는 활동을 하고 더불어 생물다양성 보존 등 자연자본 보호를 위한 활동도 펼치고 있다. 우리는 여기서 몇 가지 현대제철이 주요하게 꼽은 ESG 영역들을 살펴보겠다.[쇠를 녹이는 작업에서 나온 부산물도 재활용된다 ⓒ현대제철]현대제철의 환경 경영현대제철은 환경개선과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2021년부터 5년 간 6,800억 원을 투자하며 환경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또한 쇳물을 만드는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을 활용한 재활용 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다. 현대제철은 철저한 오염물질 관리 시스템과 유해 화학물질 모니터링으로 깨끗한 환경을 만들고자 노력한다. 이러한 방향을 기본으로 2050년 탄소 중립이라는 담대한 목표와 단계별 감축 계획을 실천하며 기후 위기에 대응 중이다.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도 팔을 걷어붙였다. 2027년까지 에너지 사용량을 5% 줄이겠다는 목표로 전사적 에너지 절감에 힘쓰는 중이다. 임원들이 직접 에너지 절감 회의를 주재하며, 공장별 에너지 진단도 챙긴다. 인공지능을 활용해 코크스 오븐의 온도를 예측하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등 에너지 낭비를 막기 위한 대책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열에너지를 재활용하는 '코크스 건식소화설비'를 건설하여 온실가스 배출량도 줄일 계획이다. 또한, 가열로의 연소 효율을 높이는 기술을 도입해 에너지 절감을 실천하고 있다. [생태계 보호 프로그램 ⓒ현대제철]생태계 보호 프로그램 실행현대제철은 당진, 순천 등 현대제철 사업장 인근에서 월드비전, 한국생태관광협회, 시민환경연구소 등의 협력기관과 함께 멸종 위기종 보전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특히 '금개구리 서식지 환경 개선'을 위한 생태 사다리 설치와 환경정화 활동을 펼쳐 지역 주민과 임직원이 함께 환경복원을 위해 힘을 모을 계기를 제공했다. 당진 지역 청소년 대상 생태계 교육과 현장체험을 제공하는 ‘나도 시민 과학자’ 프로그램도 운영했다. 이 프로그램은 생물다양성 교육을 목적으로 멸종위기 생물을 관찰하고, 기록하면서 생물다양성의 중요성을 학습한다. 또한 폐수 방류로 인한 해양 생태계 영향 최소화를 위해 '생태독성 평가'를 실시하기도 했다. 현대제철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이는 사업장 인근에 녹지를 조성하는 생태공원 조성 사업으로도 이어졌다. 현대제철은 이러한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사회와 계속 협력하면서 지속 가능한 발전과 자연환경 보전에 동참하고 있다. [커피박 재활용 및 누구나 벤치 프로젝트 ⓒ현대제철]더불어 사는 사회를 위한 활동현대제철은 환경, 안전과 보호, 미래세대 영역에서 사회적 책임을 위한 다양한 활동도 전개 중이다. 환경분야에서는' 커피박(커피 찌꺼기) 재자원화 프로젝트'와 도시 숲 조성 사업 '푸른 동구 만들기'를 진행했다. 특히 커피박 재자원화를 통해 지역사회 폐기물 감소와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했다. 안전과 보호 영역에서는 '누구나 벤치' 프로젝트로 장애인 편의시설을 확충했다. 누구나 벤치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편의시설로 장애인 인식개선과 더불어 사용자 친화적 벤치 모델 디자인으로 주목받았다.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현대제철은 사회공헌에 171억, 동반성장 지원에 885억 원의 투자금을 지원하는 등 지역사회와 이해관계자의 복지증진을 위한 노력을 지속 중이다. '한국ESG기준원(KCGS;Korea Institute of Corporate Governance and Sustainability)'은 현대제철을 ‘ESG 경영 평가 종합 A 등급’으로 평가했다. 더불어 '세계철강협회(WSA;World Steel Association)'의 ‘지속가능 챔피언’에도 선정된 현대제철은 글로벌 철강업계 중 ESG 선도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앞으로 현대제철이 지금까지의 평가에 부합하는 지속적인 ESG 경영 강화를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는 미래를 만들어 나가길 기대한다. by Editor L보러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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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ESG코드]
'미키 17' 속에 숨은 ESG 찾기
봉준호 감독의 신작 ‘미키 17’이 많은 관심 속이 지난 2월 28일 개봉했다. 우주를 배경으로 한 SF와 감독 특유의 블랙 코미디가 결합된 이 작품은 봉준호 감독이 미국 워너브라더스와 손을 잡고 1억 1,800만 달러(한화 약 1,277억 원)라는 블록버스터 규모의 자본을 투입한 것으로도 화제를 모았다.복제인간을 소재로 한 영화들복제인간은 SF 영화의 주요 소재 중 하나다. 대표적으로는 지구에 잠입한 복제인간 '레플리컨트'를 추적하는 내용인 ‘블레이드 러너’(1982년), 장기 제공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복제인간들이 탈출을 감행하는 내용의 ‘아일랜드’(2005년), 달 기지에서 일하는 우주 비행사와 복제인간의 이야기인 ‘더 문’(2009년)등이 있다. 또 하나의 복제인간 영화인 '미키17'은 에드워드 애슈턴의 원작 '미키 7'을 모티브로 차용했지만 많은 각색을 거친 작품이다. 주인공 미키는 사업 실패로 진 빚을 독촉하는 사채업자를 피해 ‘익스펜더블(소모품)’이라고 불리는 복제인간이 되길 자처한다. 그는 얼음행성 '니플하임'을 식민지화하기 위한 정치인 '케네스 마샬'의 목표 달성을 위해 계속 위험한 임무에 투입되며 죽고, 살아나기를 반복한다. 그 과정 중 니플하임의 원주민이자, 우리 입장에서는 외계 생명체인 ‘크리퍼’가 살고 있던 크레바스에 빠지는 사고가 일어난다. 이 사고로 미키17이 살아있음에도 착오가 생겨 새로운 미키, 미키18이 생성되면서 벌어지는 갈등이 영화의 골자다. 복제인간이라는 유구한 소재로 봉준호 감독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걸까? 미키17에 앞선 영화들은 각 시대적 맥락 속에서 복제인간을 다양하게 탐구했다. 이들은 윤리적 딜레마와 사회적 계급 갈등, 그리고 인간의 정체성 문제에 주로 천착해서 주제의식을 벼렸다. 미키17에도 이러한 맥락은 담겨있다. 이제 우리는 이것을 ESG의 관점에서 살펴보자. [종교의 교주처럼 추앙받는 급진파 정치인 '케네스 마샬' ⓒWarnerbros.]지구황폐화와 지속 가능성의 문제17번이나 죽음을 겪고, 되살아나야만 했던 미키는 당초에 왜 지구를 왜 떠나야만 했을까? 영화는 행성 간 이주가 가능한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인류는 지구에 환경 문제를 일으키고 못 살겠다며 새로운 정복지를 찾기 위해 4년이 넘는 여정을 시작한다. 미키가 우주선에 타기 전 공항 밖으로는 압도적인 모래 폭풍이 휘몰아쳤다. 공항 내부에는 종교지도자급 추앙을 받는 급진파 정치인의 사진이 휘장처럼 걸려있다. 심각한 기후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현실과 불안한 대중의 심리를 자극하는 극단적 정치인의 모습은 (아직 지구 밖의 삶을 확보하지 못한) 2025년 현실의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다. 정치인 케네스 마샬의 비전은 복제인간인 익스펜터블에 대해 재활용할 수 있는 자원의 측면에서 접근한다. 쓰레기에서 유기물을 추출해 인체를 만드는 방식으로 '사람'을 다시 만들어 사용할 수 있다고 말하며, 인간 경시와 같은 윤리적 문제는 아예 무시한 채 그 효용성을 높이 자찬한다. 같은 맥락의 행태는 새로운 정착지 '니플하임'에서도 이어진다. 개척민들을 태운 우주선은 외계 행성에 착륙하기 무섭게 지구에서처럼 기존의 생태계를 침해하고, 착취하려고 한다. 극심한 위기를 뒤로 하고 새로운 터전을 꾸리자고 나선 상황에도 지속가능한 자원관리, 생태계를 비롯한 환경문제는 가볍게 무시하는 탐욕스러운 빌런을 통해 감독이 비판하고자 하는 현실은 분명하다. 기술 발전과 윤리, 인간 소외의 비극 그렇다면 자원과 환경에 대한 고민 없이 생존과 번영을 목표한 인간 스스로는 행복했을까? 미키 17은 복제인간 생성과 행성 간 이동이 가능할 정도의 고도의 과학적 성취로 이룬 세상이 오더라도 인간 본연의 인간성 대로 생각하고, 행동할 수 밖에 없는 인간을 그려낸다. 미키가 죽을 때마다 기억을 유지한 채 복제되는 설정, 그 때마다 스크린에 비치는 미키의 눈빛과 표정은 인간의 윤리적 딜레마 그 자체다. 되살아날 것을 아는 미키에게도 죽음은 공포였다. 그러나 불합리한 구조에 갇혀버린 미키들은 경제와 기술논리가 앞선 현실에 기꺼이 순응한다. 효율을 위해 극도로 통제된 생활, 노동환경을 따르지 않으면 잔인하게 배제된다. 실상 지구에서도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성과를 내지 못해 탈락한 미키에게는 다른 선택지도 없었다. 다소 반항적인 18번째 미키가 용기를 내기 전까지 안전장치도 없이 죽음에 이르는 하루하루를 살았을 뿐. 그래봐야 미키18도 과학자의 일상적 업무 중 하나로 기계에서 프린트되어 바닥에 나뒹구는 프린트물, 목표를 위한 리소스 하나로 취급되는 존재다. 영화 속 등장인물들은 미키들에게 '죽음'은 어떤 느낌이냐고 묻는다. 마치 사람의 존엄성이 말살된 상황이 괜찮은지, 생각해 볼 여지가 없을지 관객에게 묻듯이.물론 영화 속 과학자, 정치인, 철학자 모두가 생명경시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다만 기술로 얻게 될 경제적, 과학적 이득 앞에 완전한 폐기에 이르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된 것 뿐이다. 이런 상황에 '니플하임' 행성에 살고 있던 지적생명체 '크리퍼'를 사용 가치에 초점을 두고 바라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그래도 희망은 있다. 인류가 지구에서 겪어 온 제국주의 식민지의 문화충돌을 떠올리게 하는 개척자들이 공존의 가능성을 지닌 존재로 빠른 인식 전환을 하며, 공동선을 찾아나선 것과 같은 모습도 인간의 한 측면이다. 최소한의 인간성을 지키기 위해 부정한 세력을 몰아내고, 인간사회가 추구할 목표를 재정립하는 과정을 친절히 보여주는 장면은 우리의 목표는 무엇인가 돌아보게 한다.[통제와 감시 속 생활하는 우주선 탑승자들 ⓒWarnerbros.]가장 고통스럽고 비극적인 순간들 속에서도 결국 사랑하고 연대하는 이들이 승리하는 우화를 그린 '미키 17'. 이 영화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답게 우리가 직면한 환경, 사회, 거버넌스에 대해 생각해 볼 거리들을 너무 무겁지 않게 던진다. 미키 17은 우리가 다가올 미래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 현재의 우리는 어떤 미래를 위한 오늘을 매일 만들어 가고 있는가 탐구하기에 좋은 레퍼런스 같은 영화다. by Editor L보러가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