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흥행으로 K팝을 향한 전 세계의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해이다. K팝 아티스트가 해외에서 주요 음반상을 수상을 하는가 하면, 유력한 해외 시상식에서 K팝 부문을 신설하며 높아진 K팝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전 세계 순회 공연을 하는 아이돌 그룹이 많아지고, 한국보다 해외에서 더 많은 사랑을 받는 이른바 '수출형 아이돌'이 생기는 등 K팝의 외연은 더욱 확장될 전망이다. [YG 2024 지속가능경영보고서 표지 ⓒ YG]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을 수록 K팝의 지속가능성에 눈길을 돌리는 이들도 많아지고 있다. 재활용하기 어려운 소재로 만든 앨범을 팬사인회 티켓처럼 구매하고 버리는 모습이나 무대마다 달라지는 설비와 맞춤형 의상 등 K팝의 화려함 뒤에는 무시할 수 없는 환경 문제가 산적해 있다. 최연소 옥관 문화훈장을 수훈한 지드래곤, 대영제국훈장을 받은 블랙핑크처럼 YG는 K팝을 대표하는 아티스트를 프로듀싱한 'K팝 명가'이다. 지난 해 7년 간의 공백을 깨고 신인 여자 아이돌 그룹 베이비몬스터를 공개하며 활발히 활동하는 YG는 ESG에도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오늘은 국제표준화기구가 제정한 안전보건경영시스템 국제 표준 획득, 지속가능공연 개념 제시, 공연장 내 접근성 강화 등 국내 엔터테인먼트 ESG 분야에서 최초의 기록을 써내려가는 YG의 지속가능한 경영을 살펴본다.기후변화가 엔터테인먼트에 미치는 영향엔터테인먼트 사업은 생산활동이 없어 타 산업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의 규모가 낮은 편이다. 그렇지만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적절한 경영방침을 수립하지 않는다면 소속 아티스트의 활동, 더 나아가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더불어 이상기후는 기업 경영활동에 직접적인 물리적 피해를 입힐 수 있다. 산불, 태풍, 폭염 등의 기상이변은 불필요한 비용과 예상치 못한 사고를 발생시킬 가능성이 높다. 예컨데 아티스트의 해외 및 지방 공연 참석을 위한 이동 또는 운영 과정에서 자연재해로 인해 사고가 발생하거나, 아티스트의 컨디션에 문제가 생긴다면 이는 사업의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YG는 공연의 온실가스 배출 산정, 신재생에너지 사용, 사옥의 에너지 효율 향상, 자연재해 유형별 가이드라인 수립으로 리스크에 대응하고 있다. YG는 저탄소, 환경친화적 제품 판매에 따른 회사 평판 및 아티스트에 대한 시장과 사회적 인식이 개선되는 기회 요인도 고려하고 있다. 브랜드 이미지와 음악 같이 무형의 가치를 판매하는 기업이 친환경은 곧 기업의 이익이 된다는 공존의 가치에 수렴하는 결론을 내린 것은 ESG의 관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친환경의 첫 발은 전력에서부터거의 모든 기업 활동을 디지털 영역에서 펼치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특성상 YG가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온실가스 감축 및 기후변화 대응방안은 전력 소비 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실제로 YG는 2050년 RE 100 달성을 목표로 Scope 1, 2의 65%를 차지하는 전력 사용량을 올해 안에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YG 신사옥 조감도 ⓒ YG]해당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YG는 2012년부터 건립에 착수한 신사옥에 태양광 설비를 설치하고, 일부 에너지를 자체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건물일체형 태양광 모듈과 옥상 태양광을 설치해 외부 전기 구매를 줄이는 모습이다. 그 결과 2023년에는 연간 전기 사용량의 3%를 자체적으로 생산한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였다. YG는 자체적인 신재생에너지 생산 외에도 PPA와 REC 플랫폼 거래 등 직간접적인 신재생에너지 구매 정책 역시 검토하고 있다. 실제로 2023년에는 연간 전기 사용량의 5% 수준의 재생에너지를 REC로 구매했고, 2024년에는 그 비중을 30%로 확대할 방침이다. 더불어 YG는 외부 기온 모니터링으로 난방 횟수를 최적화 해 절대적인 전력 사용량도 줄이는 노력을 기울였다.지속가능한 공연이라는 새로운 비전YG는 공연을 수많은 사람의 감정을 움직이고 행동으로 이끄는 축제의 장으로 규정하고 있다.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을 결집하고 행동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계기로서의 공연은 팬과 아티스트가 함께 호흡하는 기회일 뿐 아니라 문화적 의미를 지닌 이벤트가 된다. YG는 이러한 공연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과 장애인 관객의 접근성을 개선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지속가능공연은 공연이 환경과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긍정적 영향을 제고하는 공연이다. YG의 지속가능공연은 KPI 도출을 위한 사전 작업을 거쳐 2030년에는 YG 소속 아티스트의 모든 공연을 지속가능공연으로 제작하는 '2030 지속가능공연 로드맵'을 따라 고도화되고 있다. [YG 지속가능공연보고서 표지 ⓒ YG]지속가능공연을 실현하기 위한 YG의 첫 번째 행동은 공연으로 인해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객관적 지표를 모집하는 것이다. 블랙핑크의 콘서트에서 처음 시도된 'YOUR GREEN STEP'은 관객이 거주지에서부터 공연장까지 이동하는 데에 사용한 교통 수단과 그에 따른 대략적인 온실가스 배출량을 산정하는 프로그램이다. 이후 악뮤 콘서트와 트레저 콘서트도 동일한 프로그램으로 관객이 배출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측정하고, 공연 운영 과정에서 배출한 온실가스를 제3자 기관을 통해 산정하여 공연 1회당 발생하는 Scope 1~3의 온실가스를 추산하였다. YG는 해당 데이터를 바탕으로 업무 추진 프로세스를 정립하고 프레임워크를 개발해 수치 개선에 활용할 방침이다. 이 외에도 폐기물 수거업체와 협업하여 공연 중 발생하는 폐기물의 환경 영향을 줄이고, 휠체어 이용 관객을 대상으로 한 관람석 확보, 공연장 접근을 안내하는 동영상을 제작했다. 이는 환경뿐 아니라 공연을 찾는 관람객에 대한 사회적 영향을 고려한 방침으로, 환경 보호를 넘어 공연이 확산하는 문화적 가치에 대한 고민을 엿볼수 있는 지점이다. K팝, K뷰티처럼 K라는 브랜드를 달고 한국의 문화는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YG가 기업 경영과 공연 운영 전반에서 실천하고 있는 지속가능한 경영은 한국의 소프트파워에 윤리적 정당성과 함께 미래 세대를 위한 물질적, 정신적 유산을 남긴다는 데에 의미가 크다. 유무형의 가치를 전하기 위해 노력하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ESG 행보가 궁금하다면 YG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살펴보자. by Editor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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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보고서 읽기]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ESG 행보가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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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와 블랙프라이데이]
블랙프라이데이에는 아무것도 사지 마세요 :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
이번 가을, 우리는 얼마나 많이 소비했을까? 10월 말부터 12월 초까지, SSG몰, 알리 익스프레스, 무신사, 올리브영 등 우리가 즐겨찾는 많은 쇼핑몰들이 세일을 진행했다. 블랙프라이데이를 둘러싼 끊임없는 세일 릴레이에 우리의 지갑도 끊임없이 열렸다. 뜨거운 열기에 이번 블랙프라이데이 역대 최대 판매액을 기록한 무신사는 1시간마다 15억 원 넘는 상품을 판매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블랙프라이데이가 시작된 미국 역시, 추수감사절부터 블랙프라이데이, 온라인 쇼핑몰 할인 행사인 사이버먼데이까지 올해는 1억 8,690만 규모의 인파가 쇼핑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유통시장은 블랙프라이데이에는 전년도보다 매출이 8.3% 증가한 117억 달러, 사이버먼데이에는 전년보다 6.3% 증가한 142억 달러의 온라인 매출이 기대된다며 한껏 들뜬 분위기다. [무신사 블랙프라이데이 포스터 ⓒ 무신사]이렇게 우리의 마음을 흔드는 블랙프라이데이는 그저 갖고 싶은 물건을 싸게 구매하는 좋은 날일까? 저렴한 가격으로 무분별한 소비를 부추기고, 수많은 자원을 낭비하게 만들고 있는 건 않을까? 블랙프라이데이와 같은 날인 11월 마지막 주 금요일은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Buy Nothing Day)'이기도 하다. 반소비주의 운동 역시 이날을 기점으로 시작되어 그 의미가 크다. 오늘은 11월 마지막 금요일 '블랙프라이데이'와 그 다음주 월요일 '사이버먼데이', 그리고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을 살펴보자.[미국 월마트의 블랙 프라이데이 기간 홍보 포스터 ⓒ Walmart]블랙프라이데이 + 사이버먼데이 vs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블랙프라이데이는 11월 넷째 주 목요일인 추수감사절 다음날로, 미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할인율을 자랑하는 쇼핑의 날이다. 블랙이란 표현은 연중 처음 회계 장부에 흑자(black ink)를 기록하는 날이라는 데서 유래했다. 최대 명절인 추수감사절을 보낸 미국인들은 다음날인 금요일 휴가를 내어 상점을 찾고, 물건을 쓸어 담는다. 블랙프라이데이의 온라인 버전인 사이버먼데이는 블랙프라이데이 다음 첫 월요일이다. 뉴욕타임스는 이날이 연간 인터넷 쇼핑 매출 금액이 가장 크며, 추수감사절부터 4일의 연휴를 마치고 출근한 직장인들이 직장 내 빠른 인터넷으로 쇼핑하기 때문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이를 바탕으로 2005년 경 시작된 사이버먼데이는 온라인 쇼핑이 보편화된 현재 블랙프라이데이보다도 주목받고 있다.[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 ⓒ위키백과]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은 위 기념일과 반대로 과도한 소비로 인한 환경 파괴, 노동 문제, 불공정 거래 문제 등에 대해 생각해 보고, 유행과 쇼핑에 중독된 우리를 돌아보는 날이다. 1992년 광고계 종사자인 테드 데이브에 의해 시작되어 행동주의적 예술가가 모인 비영리 단체 '애드버스터즈 미디어 재단'이 매년 홍보를 이어가는 이날은, 한국에선 1999년 녹색연합이 주도해 캠페인을 시작했다.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에 동참하는 브랜드들소비를 촉진해야 할 브랜드가,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에 상품 판매를 중지하거나, 지속가능한 소비를 이끄는 모습은 매우 흥미롭다. 화물 방수 천을 리사이클해 가방을 만드는 스위스 브랜드 프라이탁과 미국의 친환경 패션 브랜드 파타고니아가 그 대표적인 예다. 프라이탁은 가방 교환 플랫폼 'S.W.A.P(Shopping Without Any Payment)'를 런칭하고, 2020년부터는 블랙프라이데이에 소비자가 온라인 쇼핑몰 접속 시 이곳으로 연결되게 했다. 더 나아가 작년과 재작년엔 전 세계 공식 매장과 온라인 스토어에서 블랙프라이데이 하루 동안 제품을 판매하지 않았다. 대신 2023년엔 무료 가방 대여 캠페인을 진행했고, 24년엔 오프라인에서 S.W.A.P의 가방 교환 서비스를 체험하도록 독려했다. 올해는 블랙프라이데이에 맞춰 취리히에 새로운 가방 수리 센터를 열고, 이를 기념해 전 세계 일부 매장에서 선착순 무료 가방 수리 서비스를 진행했다. 2011년 블랙프라이데이에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 광고를 게재하며 유명세를 탄 파타고니아 역시 블랙프라이데이 할인을 하지 않는다. 대신 공식 홈페이지에서 의류 수선 서비스와 수선 방법을 소개하고 전국의 풀뿌리 환경 보호 활동을 알린다. 또한 직원들이 직접 왜 파타고니아가 블랙프라이데이에 세일을 하지 않는지, 환경 보호를 위해 왜, 어떻게 노력하고 있는지 유쾌하게 설명하는 '악플 읽기' 콘텐츠를 공개하기도 했다. [프라이탁의 새로운 리페어스튜디오 ⓒfreitag] [파타고니아의 '이 자켓을 사지 마세요' 캠페인 ⓒ파타고니아코리아]이밖에 캐나다 뷰티 컴퍼니 데시엠의 브랜드 디 오디너리는 블랙프라이데이가 짧은 세일기간과 높은 할인율로 충동구매를 야기한다며, 11월 한 달 동안 제품을 할인하는 '슬로우뱀버' 캠페인을 진행한다. 피부에 필요한 게 무엇인지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고, 구매를 부추기는 '가짜 혜택 구별 가이드'도 제시했다. 우리나라 온라인 쇼핑 플랫폼 29cm는 올해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을 기념해 스탠드업 코미디언 원소윤, 유튜버 짐미조와 함께 지속가능한 소비에 대한 인터뷰 콘텐츠를 공개했다. 비건 제품 등 환경 관련 상품을 추천해 자연스럽게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과 '지속가능한 소비'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켰다.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과 YONO 소비 트렌드반소비주의는 이렇게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을 기점으로 본격 확산됐다. 반소비주의는 소비 자체를 거부하거나, 사회, 환경 문제를 줄이기 위해 재활용하고, 정치적, 사회적 신념에 따라 특정 상품이나 브랜드를 불매하기도 한다. 90년대 시작된 이 반소비주의는 프리거니즘*의 등장이나 미니멀 라이프의 유행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기도 했다.*프리거니즘: free와 veganism의 합성어로, 버려진 음식과 물건을 섭취하고 사용하는 반소비주의, 반자본주의 운동[『저소비 생활』ⓒ 알에이치케이코리아]최근 각광받는 트렌드 'YONO (You Only Need One)'는 현재의 소비와 소유를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이다. 몇 해 전 인기를 끈 YOLO(You Only Live Once)와는 반대되는 개념으로, 불필요한 물건을 사지 않고, 품질이 좋은 물건을 사 오래 사용하며, 구매할 땐 중고 거래를 찾는 것을 지향한다. 국내 중고 거래 주요 애플리케이션 이용량이 4년 만에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점도 이 트렌드를 증명한다. 최근 '저소비 코어'라는 형태로 불리기도 하는데, 일본 유튜버 가제노타미의 저소비 생활을 다룬 『저소비 생활』이 한국과 일본에서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틱톡의 ‘#Underconsumptioncore 해쉬태그 영상의 조회수가 총 6,000만회를 넘길 정도로 인기를 끌기도 했다. 팬데믹 이후 지속된 고물가와 경기침체, 저성장 때문에 급부상한 트렌드이기는 하지만 이것 만이 이유는 아니다. 소비를 줄이는 젊은 세대는 친환경 소재의 물건을 사용하고, 탄소 배출을 줄이는 로컬 제품을 구매하며, 패스트패션을 거부한다. 사회와 환경을 생각하는 지속가능한 소비의 한 측면으로도 볼 수 있는 것이다.블랙프라이데이가 아닌,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을 맞아 이에 동참하는 브랜드와 관련된 소비 트렌드를 살펴보았다. 이미 블랙프라이데이를 맞아 수도 없이 결제 버튼을 누른 당신이라면, 내년 블랙프라이데이에는 '아무것도 구매하지 않는 나'를 다짐해 보는 것은 어떨까? 무엇을 하는 것이 아닌, 단순히 구매하지 않음으로 실천하는 가장 간단한 환경 운동이 될 것이다. by Editor L보러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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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와 팝업스토어]
공간이 만드는 경험소비 : 팝업스토어는 지금
지금 서울에서 가장 트렌디한 장소는 단연 성수다. 공장 지대였던 성수동이 불과 몇 년 만에 핫플레이스로 부상한 이유는 바로 팝업스토어다. 이제는 성수동 뿐 아니라 젊은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이라면 어디서나 팝업스토어를 만나볼 수 있다.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는 브랜드의 경계도 확장됐다. 패션, 뷰티와 같은 소비재를 넘어, 레노버와 같은 IT 기업들도 팝업스토어를 연다. '한정판 공간'이라는 개념까지 더한 팝업스토어는 현재 가장 매력적인 마케팅 수단이다.팝업스토어가 폭발적으로 성장한 것은 소비자와 기업의 니즈를 모두 만족시켰기 때문이다. 소셜 미디어가 소통 채널을 넘어 자기표현의 수단이 되며, 시각적으로 과시할 수 있는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다. 한정된 기간 동안, 브랜드를 가장 화려하게 보여주는 팝업스토어는 소셜 미디어에 업로드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소재다. 장기적으로 운영하는 오프라인 공간이 부담스러운 기업에게도 팝업스토어는 위험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메시지를 임팩트 있게 전할 수 있는 편리한 방법이다. 팝업스토어를 통해 소비자는 공유할 수 있는 시각 콘텐츠를 제공받고, 기업은 짧은 기간에 높은 방문객 수와 소셜 미디어 확산 효과를 누릴 수 있다.[팝업스토어의 성지 성동구가 만든 '팝업 가이드북' ⓒ 성동구청]팝업스토어가 죽어서 남기는 것성수동은 단 며칠만 지나도 풍경이 달라진다. 무수히 열리고 저무는 팝업스토어가 만들어낸 생동감 있는 풍경이다. 그렇다면, 하루아침에 공간을 탈바꿈시킨 장식 요소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성동구청에 따르면 성수동 일대에는 한달 평균 90여개의 팝업스토어가 들어섰다가 사라진다고 한다. 성수동이 팝업스토어의 성지가 되고, 공간 임대비용이 올라가며 팝업스토어 운영기간은 더욱 짧아지는 추세다. 2024년만 해도 22.6일이었던 팝업스토어 평균 운영 기간은 2025년 5월에 15.7일로 감소했다.팝업스토어의 운영 기간이 짧아질수록 폐기물 역시 늘어난다. 일시성에 기반한 팝업스토어의 특성상 빠른 설치와 철거가 필요해 인테리어 구조물과 일회성 조형물은 저렴한 소재로 제작된다. 이런 자재들은 대부분 철거 과정에서 파손이 불가피해 재활용이 어렵다.팝업스토어 하나를 철거할 때마다 배출되는 폐기물은 보통 3통 안팎이다. 이는 벽돌이나 콘크리트와 같은 건설폐기물이 아니기에 일반폐기물로 분류되고, 별다른 규정 없이 소각되거나 매립된다. 성동구 내 사업장 일반폐기물 배출량이 2018년 51.2톤에서 2022년 518.6톤으로 10배 이상 늘었다. 팝업스토어의 영향이 없지 않다. 이렇게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자원 손실과 폐기물 처리는 기업의 탄소발자국과 지역사회 환경비용을 증가시킨다. ESG 리스크로의 전환이라는 빨간불이 뜬 것이다.지속가능한 팝업스토어의 가능성이렇게 팝업스토어가 야기하는 환경 문제를 의식한 듯, 몇몇 브랜드는 지속가능한 팝업스토어를 운영하기도 한다. 뷰티 브랜드 톤28은 지난해 진행한 팝업스토어에서 본사와 연구실에서 사용하던 집기를 부스 제작에 활용해 신규 설치물을 최소화했다. 또한, 매일유업은 2022년 볏짚 소재의 의자를 선보이거나 성수동에 버려진 우드 팔레트를 활용하는 등 친환경 인테리어로 구축한 팝업스토어 '어메이징 오트 카페'를 운영했다.지속가능한 팝업스토어를 만드는 전문 인테리어 회사도 등장했다. 대표적인 사례는 '빌드웰러'다. 빌드웰러는 '스토어 모듈 시스템'을 개발해 자재 해체를 어렵게 만드는 접착 방식을 배제하고, 단기간 사용된 자재를 손쉽게 분리해 수거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분해된 모듈은 브랜드 콘셉트에 맞춰 재조립되고, 완전히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 낸다.[빌드웰러가 제작한 '주닥(JOODOC)' 팝업스토어 © 빌드웰러]새로운 방식의 팝업스토어를 준비하려고 하면 기존의 운영방식과 비용구조의 재편이 필요하다. 팝업스토어의 운영주체라면 손익을 고민하게 된다. 그렇지만 지속가능성에 기여하고자하는 지금의 기업들에게 이는 자원 효율성, 브랜드 평판 면에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경험의 질과 과잉 소비 중 무엇에 지갑을 열 것인가팝업스토어의 환경 문제는 끊임없이 논의되고 있지만 실질적 변화는 미비하다. 그렇게 고민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찾기 때문이다. 현재 팝업스토어 폐기물 관리는 전적으로 기업의 자발성에 맡겨 있다. 그러나 지속가능한 팝업스토어 운영에 대한 책임을 기업에게만 미룰 수는 없다. 즐기고, 기록하고, 공유하며 팝업스토어를 소비하는 팝업생태계의 모두에게 그 책임이 있다. 개인과 정책의 변화 없이 기업이 바뀌기 만을 기다릴 수는 없다.우리는 한정된 재화를 어디에 쏟을 것인지 선택함으로써 의사를 표현할 수 있다. 이는 정책적 논의로 연결된다. 일회성 전시 구조물과 폐기물 규제, 환경영향평가 등 제도적 장치가 강화되면 기업은 자연스럽게 더 지속가능한 방식을 도입하게 된다. 또한, 기업은 소비자의 선택과 규제 환경을 전략적으로 해석해, ESG 관점에서 브랜드 경험의 질을 재정의할 것이다. 팝업스토어가 만드는 환경 문제는 이렇게 개인의 인식, 정부 차원의 지원과 규제, 기업의 윤리적 경영에 대한 필요성이 다 같이 변화하기 위한 다각적 노력 없이는 해결이 쉽지 않다.팝업스토어는 낙후된 성수동에 활력을 더했지만, 급격히 늘고 있는 환경 비용은 무시하기 어렵다. ESG 기준을 고려한 설계와 운영 방식이 확산될 때, 팝업스토어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브랜드 경험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by Editor L보러가기 +











